인생 리셋 오 소위! 57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46)
주희가 말을 하고는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갔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주방으로 향했다.
물을 마신 후 오정진 얼굴도 볼 겸,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
오상진이 문을 똑똑, 똑똑 두드렸다. 그런데 계속 음악 소리만 들렸다.
“가만 혹시 상희가 아직 있는 거야? 이 기집애가 진짜…….”
오상희는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전신욕을 하고 있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상태에서 말이다. 그런 오상희가 오상진은 참 철딱서니 없어 보였다.
“어휴 저 녀석은 언제 철이 들는지.”
그때 방문이 열리며 오정진이 나왔다. 오상진이 오정진을 보며 말했다.
“상희 왜 저러냐?”
오정진이 힐끔 화장실을 봤다. 음악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흔들었다.
“쟤 또 저러네. 엄마가 한번 뭐라고 했는데, 계속 저러네.”
“왜 저러는 건데?”
“요새 뭐 댄스팀 그곳에 들어가서 안무 연습하고 그러는 것 같던데. 그래서 집에 오면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면서 만날 저러네.”
“야, 저러는 것은 민폐 아니냐?
“그렇지 않아도, 주희가 아까 1층 화장실까지 내려가서 쓰던데. 참, 고생이 많다.”
“그보다 주희 화장실 제대로 못 가서 변비 안 생기려나 몰라.”
“에이, 형! 숙녀에게 그런 말을 실례야.”
“말이 그렇다고.”
오상진은 말을 하고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1층 주혁이에게로 향했다.
똑똑똑!
순간 주혁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예예…….”
오상진이 문을 열려는데 잠겨 있었다.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주혁아, 상진이 형이야.”
“네, 형 잠시만요.”
방 안에서 후다닥 거리며 주혁이가 문을 열었다.
“형 오셨어요?”
“그래. 그런데 뭐 하는데 문을 잠가나?”
“아, 컴퓨터 하고 있었어요.”
순간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야, 너 인마, 벌써부터 인마…….”
오상진이 음흉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주혁이가 펄쩍 뛰었다.
“아, 아니에요.”
“그런데 왜 문을 잠갔어?”
“갑자기 제 방에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 그랬어요.”
사실 주혁이는 사춘기에 들어서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공간 및 프라이버시에 대해 예민한 상태였다.
“그래? 누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벌컥 열고 그래?”
“아, 그게…….”
주혁이 말을 주춤했다.
“누구야? 누군데 그래?”
“사, 상희 누나가 가끔씩 들어와서 괜히 심부름을 시켜서요.”
“상희가? 이게 안 되겠네.”
오상진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오히려 주혁이가 말렸다.
“형, 괜찮아요. 같이 사는데 심부름 정도는 할 수 있죠.”
주혁이가 해맑게 말했다. 오상진은 그 말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내가 이러려고 너희들을 이곳에 오라고 한 것이 아닌데.’
오상진이 짐짓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킬 것은 지켜야지. 게다가 심부름도 자기 스스로 할 수 있으면서 괜히 너에게 시키고 그래.”
그러자 주혁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형, 저 괜찮아요.”
“괜찮긴! 내가 안 괜찮아.”
오상진이 버럭했다. 그러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오상희가 2층에서 내려오며 주혁이를 불렀다.
“야, 박주혁!”
순간 오상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잠시 후 주혁이 방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야, 너는 누나가 부르는데 대답도 않고…….”
오상희는 순간 움찔했다. 바로 오상진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어? 오빠가 여기 왜 있어?”
“그러는 넌 여기 왜 들어왔냐? 그것도 남자 방을 노크도 없이 확 열고 말이야.”
“에이, 동생 방인데 뭐 어때?”
오상희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그리고 시선을 주혁이에게 뒀다.
“주혁아, 누나가 잘 먹는 아이스크림 있지.”
“응, 누나.”
“가서 그것 좀 사와.”
오상희가 돈을 건네며 말했다. 오상진은 그런 오상희를 보며 살짝 어이가 없었다.
‘어라, 이것 봐라, 내가 있는데…….’
오상진은 짐짓 무서운 얼굴을 하며 오상희를 불렀다.
“야, 오상희.”
“왜?”
“그걸 왜 주혁이에게 시키냐?”
“왜? 시키면 안 돼? 동생인데?”
오상희가 당당하게 말했다. 오상진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야, 너는 오빠가 심부름시키면 동생이라고 심부름시키면 안 된다며. 넌 그래놓고, 주혁이에게는 왜 시키는데?”
오상희가 당황하며 말했다.
“오빠, 진짜 웃겨! 뭐 심부름 하나 시키는 거 가지고 그래. 알았어, 안 시켜! 에이씨, 진짜!”
오상희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그러자 주혁이는 약간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니까, 형은 왜 상희 누나와 나 사이에 끼어서 불편하게 만들지.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혁아, 상희가 계속 그러니?”
“아니, 뭐……. 자주 그러지는 않고, 가끔 시켜요. 가끔. 그리고 겸사겸사 심부름 값도 주니까, 저는 괜찮아요.”
주혁이가 그렇게 말을 하는데도 오상진은 미안했다.
“미안하다. 형이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형. 이런 건 안 불편해요.”
“그래…….”
오상진은 계속해서 이런 것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민망했다. 그래서 서둘러 컴퓨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컴퓨터는 어때? 지난번에 사 준 것이 잘 돌아가?”
“네. 엄청 좋아요.”
“그럼 다행이고.”
오상진은 주혁의 책상꽂이에 있는 책에 시선이 갔다.
-프로그램의 이해.
-C프로그래밍
-프로그램 이것만 하면 다 된다.
-게임을 프로그래밍하다.
-프로그램 엔진에 대해서.
전부 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책들이었다. 오상진이 그 중 하나를 빼내 펼쳤다.
“이야, 너 이런 걸 아니?”
“이거요? 이거 공부하기 쉬운데.”
주혁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상진은 놀란 눈이 되었다.
“이야, 이러다가 우리나라에서도 빌게이츠가 나오는 거 아냐?”
그러자 주혁이가 피식 웃었다.
“에이, 형! 빌게이츠보다는 더 잘되어야죠.”
“오호, 자식 꿈이 큰데.”
“자고로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어요.”
“어쭈, 이 자식 봐라.”
오상진은 그런 주혁의 머리를 헝크리며 말했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열심히 해봐. 그리고 또 상희가 괴롭히면 말하고.”
“알았어요, 형.”
“그래. 쉬어라.”
오상진이 주혁이의 방에서 나왔다. 잠깐 주혁이의 방을 보던 오상진의 시선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주희도 한번 볼까?”
오상진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주희방 앞에 섰다.
똑똑똑!
“네에.”
안에서 주희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진이 오빠인데. 잠깐 들어가도 되니?”
“아, 오빠. 네, 들어오세요.”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상진은 살짝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것 참 숙녀에 방에 들어가도 되려나 몰라.”
“오빠, 동생 방인데 뭐 어때요. 들어오세요.”
“어, 그래. 고마워.”
오상진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희가 재빨리 자신의 의자를 내밀었다.
“오빠 여기 앉아요.”
그리고 주희는 자신의 침대에 걸터 앉았다. 오상진이 의자에 앉아 주의를 두리번거렸다.
“이야. 방 전체가 핑크핑크 하네.”
“네. 이렇게 꾸며주셔서 감사해요. 솔직히 전에 살던 곳에서는 공부가 너무 안되었는데. 이 방에서는 너무 잘돼요.”
“그렇게 말해주니 오빠가 보람되네. 고맙다.”
“에이, 오빠. 아니에요. 제가 꼭 열심히 공부해서 이 은혜 갚을게요.”
“야야, 오빠가 너에게 뭘 바라고 해준 거니. 그리고 가족끼리 무슨 그런 소리를 하고 그래.”
“그래도 저희는 사촌이잖아요.”
오상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사실 오상진의 가족들은 그럴의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주희랑 주혁이는 둘 다 약간의 눈치는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조금 무심했네.’
사실 오상진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계속 군대에 있었고, 잘 지내려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오상진은 주혁과 주희가 가족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두 사람은 사촌의 관계 그 이상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보다 학교 생활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요?”
“예전에 괴롭혔던 애들은 별문제 없고?”
“네. 그 친구 전학 갔어요.”
“전학갔어? 오오, 몰랐는데.”
“몰랐어요? 소희 언니가 말 안 해줬구나.”
“소희 씨는 그냥 잘 처리했다는 얘기만 해줬거든. 어쨌든 잘된 일이겠지? 그보다 또 괴롭히는 애들은 없고?”
“그 친구 말고, 학교에 불량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전부다 요새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어요.”
“그래?”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소희 씨에게 맡기길 잘한 것 같네.’
오상진은 한소희를 생각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참, 주희야.”
“네.”
“너는 혹시 여기 집에 살면서 불편하지는 않니?”
“으음, 딱히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요.”
“그래도 이모와 이모부와 같이 사는 것이 좋지 않겠니?”
그러자 주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왜요? 저 나가야 해요?”
“아, 아니! 무슨 소리야.”
오상진이 두 손을 빠르게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제 이모부와, 이모가 열심히 일하고 계시니까. 조만간에 집을 장만하시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그때 함께하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거야.”
“으음. 오빠가 불편하시면 부모님이랑 같이 살게요.”
“아니야. 주희야. 그러려고 말한 것이 아니야. 오빠가 괜한 얘기를 했나 보다.”
“…….”
오상진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 방해를 했나 보다. 오빠 나가볼게. 수고해.”
주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오빠. 쉬세요.”
“으응, 그래.”
오상진이 주희를 어색하게 바라보다가 곧바로 방을 나섰다. 주희는 자신의 의자로 가서 생각에 잠겼다. 주희 방을 나온 오상진은 뭔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2층 테라스로 나온 오상진은 휴대폰을 꺼냈다. 지금 상태에서는 누군과의 조언이 필요할 듯 보였다.
“으음, 소희 씨에게 전화를 해?”
하지만 조금 전에 통화를 했고, 지금 시간도 늦은 상태였다.
“아니지, 중대장님께 해봐?”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이 떠올랐다. 그도 처제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가. 뭔가 답변을 해줄 것만 같았다.
“그래. 중대장님께 하자.”
오상진은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고 잠시 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형수인 김선아였다.
-네, 상진 씨.
“혀, 형수님?”
-어쩐 일이세요?
“중대장님께서는 어디 가셨습니까?”
-아, 오늘 피곤한지 일찍 잠들었어요. 무슨 일 있어요? 깨어줘요?
“아, 아닙니다. 그냥 중대장님께 여쭤볼 말이 있어서요.”
그런데 보통 때라면 김선아는 ‘네, 알겠어요. 전화 왔었다고 말해 놓을 게요’ 이랬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궁금한 것이 뭔데요? 나에게 물어보면 안 돼요?
“어, 그건…….”
-으음, 나에게 말하면 안 되는 구나.
“그건 아닙니다. 사실…….”
오상진은 조금 전 가족사에 대해서 편안하게 김선아에게 얘기를 해줬다.
-아, 그러니까. 집에 있는 사촌들이 생각보다 머무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 같단 이 말이죠?
“네.”
-어어, 그거 당연한 거 아니에요? 아무리 상진 씨 가족들이 잘해준다고 해도 그곳은 집이 아니라, 사촌들 집인데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죠.
“아, 그런가요?”
-네. 아무리 상진 씨가 신경 써서 잘해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내가 친척들 입장이라고 해도 당연할 것 같아요.
“아, 그럼 제가 너무 무시했던 거네요.”
-아뇨. 그러지 마요. 상진 씨처럼 그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요. 상진 씨가 또 그렇게 배려를 해줬으니까, 같이 사는 거 아니에요. 나였다면 상진 씨를 절대 원망하지 않을 건데요. 그러니까, 괜히 스스로 자책하지 말아요.
“네, 형수. 고마워요.”
-참, 그리고 이 일은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세나가 연습한다고 집에 거의 없으니까, 우리 그이가 너무 좋아하는 거 알아요?
“엇? 중대장님께서 티 내십니까?”
-군대에서 그 얘기를 해요? 아무튼 이이가 진짜…….
“하하하, 중대장님께서 워낙에 형수님을 좋아하시니까요.”
-아무튼요. 밖에서 별 얘기를 다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전 남편 원망 안 해요. 우리 같은 남편이 어디 있어요. 처제가 같이 사는데 군말 없이 같이 살아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