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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74화 (57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74화

45장 까라면 까야죠(43)

“아, 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비효과란, 중국의 상하이 상공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그 날갯짓의 여파로 인해 뉴욕에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효과입니다.”

“뭐야?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어?”

“진짜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겁니다.”

“그래? 난 왜 믿어지지가 않지?”

“이 나비효과가 최근에 나온 말이라서 아마 그럴 겁니다.”

“아…….”

최강철 일병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 소리를 들은 이해진 상병도 말을 했다.

“이야, 태산이 똑똑하네. 나비효과도 알고.”

“어? 이해진 상병님도 알고 계셨던 겁니까?”

“나야, 뭐…….”

이해진 상병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최강철 일병은 이해진 상병의 말을 듣고, 그제야 강태산 이병의 말을 믿었다.

“아, 진짜 나비효과란 말이 있구나. 으음…….”

최강철 일병의 중얼거림을 듣고 강태산 이병이 한마디 했다.

“진짜입니다.”

“알았어, 자식이 버럭하기는…….”

문제는 소대원들 모두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이해진 상병 빼고는 말이다. 강태산 이병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 내가 진짜 군대로 돌아왔긴 왔네. 아이구, 돌대가리들…….’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멋쩍게 웃었다.

화요일 아침.

1중대 행정반 소식통인 4소대장이 부랴부랴 들어왔다.

“여러분, 여러분 혹시 소식 들으셨습니까?”

오상진과 이미선 2소대장, 3소대장이 전부 고개를 들어 4소대장을 바라봤다. 3소대장은 또 무슨 소식을 들고 왔나 싶어 물어봤다.

“이번에는 또 무슨 급한 소식입니까?”

“민 상사 말입니다. 우리 대대 행보관.”

“네.”

“그러니까, 전역한다고 합니다. 뭐 말이 전역이지 거의 옷을 벗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무슨 일 있는 겁니까?”

3소대장의 물음에 4소대장이 바로 답했다.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기무사에서 조사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몰래 따로 챙겼던 것이 탄로가 난 모양입니다.”

“에이, 민 상사 도대체 뭘 얼마나 챙겼기에……. 그렇게 안 봤는데 말입니다.”

“막말로 어떤 부대든 행보관이 뒷주머니를 안 찬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몰래몰래 조금씩 해 먹고 그렇죠.”

“그건 그렇지만…… 사실 민 상사 우리 부대에 온 지 1년도 안 됐지 않습니까? 그동안 얼마나 해 먹었기에 옷을 벗습니까?”

3소대장의 말에 이미선 2소대장 역시 의문을 가졌다. 반면 오상진은 평온했다. 그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에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한종태 대대장과 민용기 상사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한종태 대대장은 무심한 듯 찻잔을 휙휙 휘저었다.

“그래서 전역하겠다고?”

“하아…… 이렇게 된 거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사단장님께서 그냥 말없이 전역하면 연금은 받을 수 있게 해주신다는데…….”

“그래서 뭐? 억울해?”

“……아닙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러게 이 사람아 적당히 했어야지. 뭘 자잘한 것까지 손을 대서는…….”

민용기 상사도 가만히 듣다가 안 되겠는지 입을 열었다.

“대대장님 솔직히 이런 말씀까지 안 드리려고 했는데.”

“하지 마!”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굳어지며 바로 말을 막았다.

“네?”

“뭔 말을 하고 싶은지 아는데, 하지 마!”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아십니까?”

“알아. 그러니까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하지 마!”

한종태 대대장은 아예 잘라버렸다. 민용기 상사는 더욱 얼굴이 붉어졌다.

“이 사람아. 지금 여기서 날 걸고넘어져 봤자 좋은 것이 뭐야. 그리고 막말로 말이야. 그걸 나 혼자 다 먹었겠어? 나도 다 위에 라인 관리한 거야. 자네 말이야. 저번 부대에서 옷 벗으려고 한 거 내가 막아줬지. 게다가 여기에 데리고 왔잖아, 그때 내가 얼마나 쓴 줄 알아?”

민용기 상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아, 제기랄. 또 그 소리네. 솔직히 자기가 하도 해 먹고, 건수가 또 없냐며 하도 닦달해서 무리해서 크게 한번 했다가 걸린 건데. 자기가 적당히 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지.’

민용기 상사는 이제와 저렇듯 발뺌하는 모습에 짜증이 확 치솟았다.

‘하아, 그냥 확 들이받을 수도 없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용기 상사가 큰일은 저지르지 않았다. 여기 와서 자잘한 것을 해 먹고 있었는데 그것이 걸린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거 가지고 민용기 상사를 심각하게 끌고가기까지는 애매했다.

어쨌든 민용기 상사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얼굴로 바뀌었다. 한종태 대대장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아무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대대장님. 건강하게 계십시오.”

“그래, 너무 자주는 오지 말고. 서로 연락하며 지내자.”

“알겠습니다. 충성.”

민용기 상사가 마지막 경례를 하고는 대대장실을 나갔다. 한종태 대대장은 민용기 상사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이맛살을 찡그렸다.

“어이구, 병신같은 녀석! 뭐 어떻게 했기에 걸리고 지랄이야. 그나저나 행보관은 누굴 뽑아야 하나?”

한종태 대대장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긁적거렸다. 휴대폰을 꺼내 뒤졌다. 그동안 자신에게 안부 문자나 연락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박 상사? 오호라……. 이제 박 상사가 행보관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종태 대대장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성! 대대장님.

“언제적 대대장이야. 잘살고 있나?”

-넵!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자네 우리 부대 와서 행보관 할 생각 없어?”

-행보관 말입니까? 거긴 민 상사가…….

“아, 그 친구는 텄어!”

-네? 무슨 말씀입니까?

“아니, 무슨 일 처리를 잘못했는지 그걸 꼬투리 잡아서 이번에 옷 벗었어.”

-아, 그렇습니까.

박 상사의 목소리가 살짝 기어들어 갔다.

“왜? 자신 없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민 상사가 전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제가 가기가 좀 그렇습니다.

“어이구, 이 친구야 자네가 와서 뒷수습을 쫙 해주고 그래야지. 우리 전 부대 의리가 있잖아. 안 그래?”

하지만 박 상사는 솔직히 내키지는 않았다. 막말로 민용기 상사가 좋은 일로 전역한 것도 아니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전역을 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가 불안했다.

그러나 한종태 대대장은 박 상사가 맘에 들었다. 자기 생각대로 또 움직여 줄 것 같았다.

“아무튼 조만간에 얼굴 한번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그럼 주말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대대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양주 가지고 가겠습니다.

“어후, 요새 양주가 안 당겨.”

-네?

“양주 먹으면 많이 부대껴!”

-그럼…….

“요즘 인삼주가 그리 유명하더라고.”

-이, 인삼주 말입니까?

“그래. 이왕 가져올 거면 좋은 거로 가져와. 장뇌삼인가? 아무튼 그런 거로 담은 것은 약빨이 영 안 들어.”

-아, 네에…….

“그럼 주말에 보자고.”

-네, 충성. 편히 쉬십시오.

“자네도!”

한종태 대대장이 전화를 끊었다. 한종태 대대장은 휴대폰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래, 박 상사라면 충분하지.”

그렇게 혼자 헛물을 켜는 한종태 대대장이었다.

그날 오후, 민용기 상사의 후임으로 새로운 행보관이 내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을 중대장실로 물러놓고 히죽 웃고 있었다.

“상진아, 얘기 들었냐?”

오상진이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뭘 말입니까?”

“민용기 상사 가고 나서 사단장님이 작심하고 새로운 행보관을 보낸다고 한다.”

“그렇습니까? 사단장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원래 인사과에서 담당하지 않습니까?”

오상진이 궁금증을 가지며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도 그리 알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그렇지. 대대 행보관 뽑는데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사단장님께서 나서겠냐.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안 하지. 이번에 대대장님도 자기 인맥을 중요한 자리에 두려고 하지. 그래서 민용기 상사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번에는 사단장님께서 직접 나섰습니까?”

“딱 보면 모르겠어? 일종의 경고야, 경고! 자꾸 이런 식이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 뭐, 이런 거?”

“그런 겁니까?”

“얘기 들어보니까, 벌써 전 부대에 있던 상사 한 명을 데려오려고 판을 짜 놓으셨던데. 그런데 완전 나가리 되어버렸지.”

“그럼 대대장님이 당분간은 곤란하시겠습니다.”

“어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단장님께서 아무나 내려보내겠어? 아마 당분간 볼만할 거다.”

김철환 1중대장이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씨익 웃었다.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과 커피타임을 마치고 중대장실을 나섰다. 때마침 휴대폰을 지잉 하고 울렸다.

“응? 엄마네.”

오상진은 바로 버튼을 눌렀다.

“네, 엄마.”

-지금 통화 가능하니?

“네, 가능합니다. 무슨 일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다음 주에 이모 생일인 것은 알지?

“네네, 알고 있죠.”

-그런데 다음 주에는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서 이번 주에 생일을 당겨서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괜찮아요.”

-그럼 그때 소희도 올 수 있어?

“제가 소희 씨에게 말해볼게요.”

-억지로 하지 마. 바쁘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아니에요. 이모 생일인데, 가급적이면 같이 가는 방향으로 할게요.”

-생일잔치를 어디서 했으면 좋을까? 엄마 생각에는 집에서 했으면 하는데.

“집에서 하면 엄마가 다 준비해야 하잖아요. 안 힘들겠어요? 아니면 식당 잡아서 해도 되는데…….”

-뭘 굳이 식당까지 잡아.

“엄마, 우리 인원도 많은데 뷔페 같은 곳에서 해요.”

-그럴까?

“그래요. 제가 이모에게 해드린 것도 없고, 엄마 가게에서 고생하시는데요. 이번에 제가 생일잔치 해드릴게요.”

-그것보다 아들!

“네, 엄마.”

-혹시 시간 되면 오늘 잠깐 볼 수 있을까?

“오늘이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상의할 것이 있어서 그래.

“상의요?”

오상진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 입에서 ‘상의’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힘들겠니?

“아, 아뇨. 엄마가 상의할 것이 있다는데 당연히 가야죠.”

-그래, 그럼. 아들 조금 이따가 봐.

“네. 엄마.”

오상진은 휴대폰을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마가 상의할 것이 뭐지?”

오상진은 오랜만에 상의할 것이 있다는 엄마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상진은 그 길로 1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다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충성. 1소대 내무실 휴식 중.”

김우진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오상진도 경례를 한 후 강태산 이병에게 갔다.

“태산이 어때?”

“괜찮습니다.”

“의무대는 다녀왔고?”

“아, 그게…….”

강태산 이병이 우물쭈물할 때 차우식 병장이 바로 나서서 말했다.

“조금 있다가 제가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야, 우식이가 데리고 간다고?”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강태산 이병을 봤다.

“태산이 좋겠다. 병장이 너 데리고 가주고 말이야. 우식이가 아주 든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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