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73화
45장 까라면 까야죠(42)
“중대장님 왜 그러십니까? 중대장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저도 옷 벗을 겁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장석태 중위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후, 두 사람 우애가 너무 좋습니다. 이거 살짝 부러워지려고 합니다.”
“우애는 무슨 징글징글 한 거지.”
김철환 1중대장은 괜히 민망한지 얼굴을 붉였다. 장석태 중위도 바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제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두 분의 말씀 역시 잘 들었고 말입니다. 그리고 중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두 분이 절 좀 도와주십시오.”
장석태 중위의 호소에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명색이 내가 군인이 되어서 모른 척하고 싶지는 않아.”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오상진도 답을 했다. 장석태 중위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고맙습니다. 그럼 전 두 분만 믿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배하시겠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술잔을 들었다. 오상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세 사람은 허공에 술잔을 부딪쳤다.
한종태 대대장은 여유롭게 난을 만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한 줄기 한 줄기 먼지를 털어냈다.
“어이쿠, 내 자식들. 무럭무럭 잘라라.”
한종태 대대장은 난에 대고 말했다. 푸르른 입사귀를 만지며 한종태 대대장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곽부용 작전과장이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대대장님.”
한종태 대대장의 고개를 돌렸다. 곽부용 작전과장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대대장님, 혹시 얘기 들으셨습니까?”
“무슨 얘기?”
“임 소령이 신교대에 가서 그곳을 뒤집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교대가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신교대가? 임 소령이 뭘 어떻게 했는데.”
한종태 대대장은 난을 닦는 것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설명을 했다.
“임 소령이 조사한 것에 따르면 신교대에서 백신 관리를 잘못했다고 합니다. 파상풍 백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백신들 역시 관리가 잘못했다고 합니다. 유통기한 지난 것은 기본이고,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막 맞히고 그랬다고 합니다.”
“거참, 그놈들 정신이 나갔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민들의 피땀으로 세금을 낸 것에 헛짓거리를 해? 신교대대장은 뭐래?”
“이 일에 자기는 관련이 없다며 잡아뗐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신교대대장은 조만간 보직이동이 될 것 같습니다. 사단 소문이 흉흉합니다. 그리고 또 이 사건으로 인해 강태산 이병 아버지가 가만있지 않겠다고 합니다.”
“뭐? 강태산 이병 아버지가 왜? 그 사람 뭐라도 되는 거야?”
한종태 대대장이 버럭 했다. 그러자 곽부용 작전과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르셨습니까? 강태산 이병 아버지가 강현실업 대표이사입니다.”
“뭐? 강현실업? 거기 나도 잘 아는 곳인데……. 거기 대표이사야?”
“네. 그렇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놀란 눈이 되었다.
“아니, 그럼 내가 신경을 썼어야지. 그 얘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거야.”
한종태 대대장은 괜히 곽부용 작전과장에게 뭐라고 했다.
“저도 이제 알았습니다.”
“아, 작전과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것을 미리미리 보고하지 않고 뭐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건 됐고. 어쨌든 신교대 쪽은 그냥 덮고 넘어가지 않는다는 거지?”
“네.”
“음, 신교대대장. 그 친구 말이야. 내가 지난번에도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말이야. 이 친구는 아주 그냥 조심성이 없어, 조심성이 쯧쯧쯧.”
한종태 대대장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혀를 찼다. 곽부용 작전과장은 아직 할 말이 남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말입니다. 대대장님.”
“왜?”
“이것은 확실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임 소령이 민용기 상사의 뒤를 조심스럽게 캐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민용기를 왜?”
“임 소령이랑 같이 온 김 상사 있지 않습니까.”
“그래, 알고 있지.”
“낫 관련해서 보급품에 관련해서 모든 것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니 보급품을 왜 조사해?”
“강태산 이병이 다친 낫이 원래는 폐기처분이 되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폐기처분 되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한종태 대대장은 움찔했다. 사실 이 일에 대해서 다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하고 있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의 눈은 그런 한종태 대대장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았다.
“저도 확실히는 잘 모릅니다. 그냥 제가 듣기로는 그런 상태라 합니다.”
“그래?”
“그 낫이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낫을 보급해야 하는데, 보급하지 않고, 뒤로 빼 먹었단 말이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진짜…….”
한종태 대대장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쾅!
“민용기 이 친구 말이야. 그걸 얼마 한다고 일을 이렇게 키우냐 말이야.”
“대대장님 만약에 일이 거기까지 진행이 되었다면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당연히 처벌은 받아야지.”
“그럼 처벌을 받게 놔둬야 합니까?”
“그럼 뭘 어쩔까? 아무리 민용기 상사가 우리 부대 사람이라고 해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야. 아니면 내가 얼굴 팔리게 한 번 봐달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말씀으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튼 자네는 쓸데없이 괜한 말을 하지 말고, 조사할 것이 있다면 조사하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몸을 돌려 대대장실을 나갔다. 그가 대대장실을 나가자마자,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아, 민용기! 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진짜, 그렇지 않아도. 손절할 때가 되긴 했는데……. 설마 이 자식 나 몰래 증거가 될 만한 장부를 남기지는 않았겠지?”
한종태 대대장의 날카로운 시선이 민용기 상사가 선물로 들고 왔던 난으로 향했다.
그 시각 대대장실을 나온 곽부용 작전과장은 바로 작전과로 가지 않고, 어딘가로 이동을 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이동한 곳은 상담실이었다. 상담실 문 앞에서 잠시 주위를 확인하고는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임 소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네.”
곽부용 작전과장이 맞은 편에 앉았다. 임 소령이 곧바로 물었다.
“슬쩍 찔러보니 뭐라고 하십니까?”
“민용기 상사하고는 확실히 선을 그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에 민용기 상사하고 뭔가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임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민용기 상사가 아무리 간이 부었다고 해도, 혼자 그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민용기 상사를 이 부대로 부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곽부용 작전과장이 물었다.
“뭘 말입니까?”
“만약에 민용기 상사를 파헤치다 보면 분명 한종태 대대장과 연관된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는데 그것도 같이 처리하실 겁니까?”
임 소령이 씨익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부대에서부터 한종태 대대장에 대해서 털 것은 넘치고도 남습니다. 다만, 그런 것들이 결정적이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 덮어 놓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조사하는 것도 제 생각에는 대대장에게 심각한 것은 없을 겁니다. 정확히 말씀을 드리면 타격을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먼지만 조금 쌓일 뿐입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가만히 듣다가 입을 뗐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먼지만 쌓이게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사건 끝나고 나면 기무사 입장에서 조금 더 파헤쳐 볼 입장입니다. 그러다 보면 뭔가가 나오는 것이 있겠죠. 그렇다고 너무 오래 한종태 대대장을 그냥 둘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 작전과장님께서 잘 좀 부탁합니다.”
한마디로 부대 관리를 잘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곽부용 작전과장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임 소령의 꼬임에 넘어가 이 자리에 있긴 했지만 한종태 대대장을 배신하는 것이 맞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한종태 대대장을 계속 따르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임 소령은 그런 곽부용 작전과장의 고뇌를 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지금처럼만 해주십시오. 그럼 아무일도 없을 것입니다.”
임 소령이 웃으며 약속을 했다.
강태산 이병은 모든 치료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를 했다. 내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소대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강태산, 푹 쉬었냐?”
“이병 강태산. 네, 푹 쉬었습니다.”
“얼굴 때깔 보십시오. 얼마나 잘 쉬었으면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릅니다.”
구진모 상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 잘 쉬었으면 됐다. 너 관물대 정리나 해.”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뭔가 이상했다. 내무실 분위기도 그렇고, 부대 왔을 때 분위기 역시 무거웠다. 그래서 옆에 있는 최강철 일병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강철 일병님.”
“왜?”
“부대 분위기가 왜 이렇습니까? 뭔가 잔뜩 무거워 보입니다.”
최강철 일병이 눈을 끔뻑이며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너 몰랐어? 네가 인마, 우리 대대 행보관님을 날렸어.”
강태산 이병이 깜짝 놀랐다.
“그,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너 대대 행보관님 알지?”
“지난번에 저에게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하셨던 분 말씀입니까?”
“어, 맞아. 그 사람.”
“그분이 왜? 그리고 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말입니다.”
“그렇지, 넌 가만히 있었지. 그런데…….”
최강철 일병이 슬쩍 내무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얘기하자면 길어.”
최강철 일병은 대충 민용기 상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을 해줬다.
임 소령은 빠르게 조사를 끝냈다. 그 보고가 올라간 후 신교대도 난리가 났다. 그런데 임 소령이 신교대 쪽으로 시선을 돌린 사이 김 상사가 민용기 상사의 모든 조사를 마쳤다. 그 결과 민용기 상사의 비리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민용기 상사는 억울하다며 발뺌을 했다. 하지만 한종태 대대장은 민용기 상사를 비호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민용기 상사는 기무사에 끌려간 상태고, 이미 모든 증거가 확보된 상태였다.
이미 모든 증거가 확실한 상황에서 민용기 상사는 군사재판도 받지만 불명예 전역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모든 얘기를 들은 강태산 이병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후, 저는 낫에 손을 베였을 뿐인데……. 뭔 이런 나비효과가 일어났습니까.”
“나비효과? 그게 뭐지?”
“나비효과 모르십니까?”
순간 강태산 이병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최강철 일병은 모르고 자신이 아는 것이 있다는 것이 못내 기분이 좋았다.
“자식이 기분 좋아 보인다.”
“아, 제가 말입니까? 그냥 최강철 일병님도 모르는 것이 있구나 해서 말입니다.”
“인마, 됐어. 말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