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72화
45장 까라면 까야죠(41)
-아, 전화상으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안 되면 나중에 하죠.
“아닙니다, 오늘 중으로 괜찮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부대 앞 김치찌개 집에서 만나겠습니까?
“그것도 좋지만…….”
-아, 그리고 중대장님도 함께하시죠.
“저희 중대장님도 말입니까?”
-네, 겸사겸사 중대장님도 들으시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 장석태 중위의 음성을 들으며 김철환 1중대장도 눈이 크게 떠졌다.
“뭐? 나도? 나도 같이 보자고 해?”
오상진은 눈빛으로 그렇다고 고갯짓을 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바로 승낙을 했다.
“좋네. 같이 보자고 해.”
오상진이 바로 듣고 전달했다.
“중대장님도 좋다고 하십니다. 같이 보시죠.”
-네. 좋습니다. 그럼 퇴근 후 뵙겠습니다.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잔뜩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장 중위가 왜 만나자고 하는 걸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만나보면 알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이번 일과 관련된 것이겠지?”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날 저녁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은 약속 장소인 곱창 집에 들렀다.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장석태 중위가 있었다.
“여깁니다.”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 앉았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많이 기다렸어?”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제가 임의로 시켰는데 괜찮으십니까?”
“에이, 곱창이면 다 좋지.”
“네.”
“그런데 이렇게 내가 얻어먹어도 되나?”
김철환 1중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장석태 중위가 말했다.
“당연하죠. 이번에는 제가 사는 건데 말입니다. 두 분 다 술 괜찮으시죠?”
“어어, 그럼. 술 빼면 안 되지.”
“나도 괜찮습니다.”
“그럼 편하게 술 시키겠습니다.”
장석태 중위가 말을 한 후 곧장 이모를 불러 술을 시켰다. 어차피 안주는 곱창전골이었다.
“이야, 곱창전골 맛나겠다.”
김철환 1중대장이 냄비 위에 지글지글 끓고 있는 곱창전골을 봤다. 장석태 중위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두 분 다 곱창전골 좋아하시죠?”
“없어서 못 먹지.”
“이 귀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세 사람이 씨익 웃으며 술을 따라 먹었다. 장석태 중위가 슬쩍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오 중위는 연애할 때 이런 거 못 먹죠?”
“네?”
“지난번에 보니까, 여친이 엄청 예쁘던데…….”
“물론 예쁘지만, 예쁜 거랑 곱창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원래 예쁜 사람들은 곱창을 안 좋아하지 않습니까?”
장석태 중위의 말에 오상진이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여태껏 곱창 집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 그런데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들었다.
“에이, 아니야. 우리 와이프는 곱창 엄청 좋아하는데! 아니지, 곱창 먹으러 가자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 중대장님 사모님도 미인이시죠.”
“그럼! 우리 와이프 엄청 미인이지. 내가 지금까지 군인 와이프 중에서는 제일 예쁜 줄 알았으니까.”
“어? 그런데 어째 과거형으로 들립니다.”
“그게 말이야. 저 상진이 여자 친구가 너무 예쁘니까.”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오상진은 민망해했고, 장석태 중위는 피식피식 웃었다.
“하긴 오 중위 여자 친구는 너무 세죠.”
“무슨 소리입니까.”
오상진이 발끈했지만 이미 김철환 1중대장과 장석태 중위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석태 중위가 웃으며 오상진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저는 새끼 언제 쳐 줄 겁니까? 만날 말만 하시고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얘기는 했습니다. 여친이 알아본다고 했는데, 아무나 소개시켜 줄 수 없어서 고민이 되나 봅니다.”
“아, 이러다가 노총각으로 늙어 죽는 거 아닙니까.”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설마가 사람을 잡죠.”
“하하핫!”
세 사람은 크게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오상진은 곱창전골을 떠먹으며 슬쩍 생각했다.
‘참 그러고 보니 우리 소희 씨는 곱창을 좋아했던가? 언제 한번 곱창 먹으러 가 봐야지.’
오상진은 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곱창을 맛나게 먹었다. 그 외 이런저런 얘기를 약 30분 정도 나눴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적당히 배도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해 볼까?”
“중대장님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
“이봐, 30분 동안 얘기를 나눴으면 됐지. 그리고 빨리 할 얘기는 해야 맘 편히 술을 마실 것이 아닌가. 내가 불안 불안해서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어.”
“지금까지 잘 드셨습니다.”
오상진이 말하자, 김철환 1중대장이 민망한 듯 미소를 지었다.
“흐흠, 그런가?”
장석태 중위도 술잔을 내려놓고 요건을 말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이번에 임 소령님 오셨지 않습니까. 임 소령님에게 부대 비리 하나 제보했습니다.”
“비리? 무슨 비리?”
“다른 사람들은 무시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낫 말입니다. 전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알아보니, 보급이 제대로 안 됐습니다. 원래라면 기존 낫이 폐기처분되고 새로운 낫이 들어왔어야 정상입니다. 이거 장부상으로는 새 낫이 들어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어쩐지 상태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저도 작업하는 곳에 나가서 낫을 사용해 봤는데 너무 안 베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왜 내 낫은 상태가 안 좋지? 하고 더 좋은 낫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제 낫이 더 좋은 거였습니다.”
“그 정도였어?”
김철환 1중대장이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김철환 1중대장은 애들 걱정부터 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낫으로 작업을 했어? 우리 애들 고생 많았겠는데.”
그런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장석태 중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떤 중대장은 애들 걱정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얼마나 해 먹은 거야. 그 생각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김철환 1중대장은 장병들을 위한 중대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았다.
“그래서 제가 조사를 해봤더니 민용기 상사가 중간에서 착복한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그 양반 지난 부대에서도 그런 것으로 걸리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개 버릇 남 못 주죠. 아무튼 비슷한 일로 처분을 받고 옷을 벗을 뻔했는데, 그것이 누락되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내가 보기에 그 양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원사 되는 것을 글러 먹었지? 그러니까, 해 먹는 것도 악착같이 했겠지.”
장석태 중위가 물었다.
“진급이 안 되기 때문에 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니지, 그건! 당연히 그런 일은 처벌을 해야지.”
“아니, 저는 중대장님께서 이런 일은 그냥 넘어가자고 하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장석태 중위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에이, 이 사람아. 내가 그럴 사람인가.”
“아닌 것을 알기에 이럽니다. 하하핫.”
오상진은 장석태 중위를 빤히 바라봤다. 어찌 보면 참 개구쟁이 면이 있지만, 또 달리 보면 정확하게 핵심을 때리는 면도 있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진짜라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후자겠지.’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본 장석태 중위가 말했다.
“어? 혼자 마시기 있기 없기!”
“네?”
“술잔은 부딪쳐야 제 맛이죠. 혼자 마시면 안 됩니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장석태 중위와 술잔을 부딪쳤다. 서로 한 모금을 마신 후 오상진이 젓가락으로 곱창을 찾아 입으로 갔다.
“어쨌든 아까 말하는 것을 이어서 하면, 민용기 상사가 대대장님과 이어져 있다는 말씀입니까?”
장석태 중위가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역시 오 중위은 눈치가 빨라. 맞습니다. 이 일의 끝에는 대대장님 계십니다. 아마도 더 깊게 파고들면 대대장님이 끝이 아닐 겁니다. 그 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아, 참! 그리고 전 사단장님 라인으로 대대장님께서 들어가려고 노력은 했죠. 물론 땡처리 당하셨지만……. 그래서 지금 다른 라인을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다니시더란 말입니다. 다행인지, 오 중위 덕분에 대대장님의 평판이 다소 좋은 편입니다. 아마 잘하면진급을 할지도 모를 것 같아서 그런지 이곳저곳으로 찔러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장석태 중위의 말을 듣고 오상진은 잔뜩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도대체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듣습니까?”
장석태 중위가 피식 웃었다.
“설마 모르셨습니까? 제 아버지가 사단장인 것을?”
“아…….”
오상진은 바로 이해가 되었다. 장석태 중위가 바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아버지 주위에 인맥 좋으신 분들이 많아서 겸사겸사 제 귀에 다 들어옵니다.”
여기서 김철환 1중대장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곧바로 장석태 중위에게 물었다.
“그럼 자네가 우리 부대 작전과로 온 이유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가 알고 있던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게 사실로 밝혀진 이상, 저는 이 문제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절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나?”
장석태 중위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분명히 이 일이 밝혀지고 나면 덮으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두 분이 중심만 잘 잡아 주십시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철환 1중대장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뭔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
“자네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할 거면 확실하게 하고, 안 할 거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아.”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장석태 중위가 의문을 가지며 물었고, 오상진은 말없이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으음, 이 문제가 말이야. 위로 올라간다고 해서, 과연 대대장님까지 미칠까? 그 영향이?”
“아니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내가 본 대대장님은 절대 그런 흔적을 남기지 않아. 아마 민용기 상사를 자르는 선에서 끝낼 거야.”
“흐흠…….”
장석태 중위는 김철환 1중대장의 말을 듣고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철환 1중대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덮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확실한 것이 준비될 때까지는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으면 해.”
장석태 중위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중대장님의 말씀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바로 잡을 기회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거든. 한 번 실패를 하면은 바로잡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것 역시 사실이야. 솔직히 나도 군 생활에 미련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나 말고, 오 중위는 이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아야 해.”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을 바라봤다. 지금도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을 걱정하고 있었다. 오상진 역시도 그런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