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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71화 (57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71화

45장 까라면 까야죠(40)

솔직히 전체 다가 아니라, 일부만 비슷한 얘기를 했다.

“으음, 그렇다는 것은 계속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고…….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일이다.”

임 소령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으음, 백신이 100개 있고 그중 10개가 불량인데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다. 그래서…….’

임 소령은 다이어리에 적힌 것을 확인하며 속으로 혼자만의 추리를 완성해 나갔다. 그사이 김 상사가 파상풍 주사 자료 내역서를 가지고 왔다.

“과장님.”

“어, 그래.”

김 상사가 건네 자료를 확인했다. 그곳 자료에는 신교대 인원들 전부 파상풍 주사를 맞은 것으로 나왔다.

“다 맞았네.”

“네. 그런데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주 재미난 얘기를 들었습니다.”

“뭐지?”

“옆 대대에 병사 하나가 밖에서 파상풍 진료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래?”

“네. 그 친구도 못에 살짝 긁힌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후 상태가 안 좋아져서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파상풍이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도 신교대 출신입니다.”

“신교대 출신이라…….”

임 소령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김 상사.”

“네.”

“아무래도 신교대에 가 봐야겠어.”

“알겠습니다.”

임 소령이 다이어리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타났다.

“저기, 임 소령님 되십니까?”

“맞는데, 자네는 누군가?”

임 소령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충성! 저는 작전장교 장석태 중위입니다.”

“그래 장 중위. 내게 할 말이라도 있나?”

“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대답을 하는 장석태 중위의 얼굴에 비장함이 맴돌았다. 임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일단 들어와.”

“네.”

“할 말이 뭐지?”

임 소령이 물었다. 장석태 중위가 손에 든 낫을 들어 탁자에 올렸다.

“이것 좀…….”

임 소령은 낫을 꺼내자 움찔 놀랐다. 그리고 장석태 중위와 낫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이, 이게 뭔가?”

“이 낫이 강태산 이병이 다친 낫입니다.”

“낫? 이걸 왜?”

“상태를 한번 보시지 말입니다.”

장석태 중위의 말에 임 소령이 낫을 들어 상태를 확인했다. 여기저기 이가 빠지고, 쇠는 녹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이 낫을 썼다고?”

“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말입니다. 그게 반입된 날짜가 작년 여름입니다.”

“뭐? 고작 반년 좀 넘었다고 녹이 이렇게까지 슬었단 말이야? 이게 가능한 일이야?”

그러자 장석태 중위가 슬쩍 말했다.

“저도 그게 알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장석태 중위가 비장한 얼굴로 임 소령을 바라봤다.

“그래서 이 일에 대해서 민용기 상사가 관련되어 있단 말인가?”

임 소령의 물음에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이걸 한 번 보십시오.”

장석태 중위가 바로 자료를 꺼내 내밀었다.

“그러니까, 민용기 상사가 중간에서 물자보급 비용을 해 먹었단 이 말입니까?”

“네. 현재 여기 자료를 보시면 낫은 구매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교체 대상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건 올해 연초에 새로운 낫이 지급되어 있다고, 여기에는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지급된 적이 없습니다.”

“이게 가능한 겁니까? 혹시 1중대 행보관인 김도진 중사도 함께 연루된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민용기 상사 혼자 독단적으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민용기 상사는 전 부대에서 이와 비슷한 일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으음,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그건 그렇고, 원래 행보관들은 조금씩 뒷주머니를 차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해 먹을 것을 해 먹어야지. 이건 막말로 병사들의 전투력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양심도 없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병사가 다쳤습니다. 그러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석태 중위의 말은 문제가 안 생기면 어쩔 수 없지만, 문제가 이미 생겼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임 소령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이건 민용기 상사 혼자 한 것이다.”

장석태 중위가 슬쩍 말했다.

“혹시 말입니다. 지금 한종태 대대장님 전에 있었던 부대에 행보관이 누군지 아십니까?”

“한종태 대대장 전에 어느 부대에 있었지?”

“강원도 보급부대 대대장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원도 보급부대면…….”

그때 김 상사가 바로 답했다.

“백상대대일 겁니다.”

“백상대대? 맞아. 백상보급대대 강원도 쪽에 있었지.”

임 소령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장석태 중위를 봤다.

“거기 행보관이라면 설마…….”

“네. 방금 생각한 사람이 맞습니다. 민용기 상사입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해 먹고 좌천 된 민용기 상사를 다시 불렀다. 한종태 대대장이?”

“네.”

“으음, 그럼 둘이 같이 해 먹었다는 얘기인데…….”

임 소령이 잠시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증거는 있나?”

“민용기 상사가 장부를 적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정확한 물증은 없습니다.”

임 소령이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허나, 얼마 전 한종태 대대장이 차를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를?”

“네. 그랜이져 신형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어? 그거 제법 비싸지 않습니까?”

“군인 월급으로 못 살 것은 아닌데, 한종태 대대장이 민용기 상사랑 그런 관계라면 제 돈 주고 샀을 리는 없을 테고…….”

임 소령이 눈을 반짝이며 장석태 중위를 바라봤다.

“그래서 장 중위가 원하는 것이 뭐야?”

“제가 원하는 것이 달리 있겠습니까? 저는 저희 부대에서 이런 부정 비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약 이 문제로 인해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면 그래 줄 수 있나?”

“제가 서야 한다면 서 겠습니다.”

“그러다가 자네에게 불이익이 올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걱정 했다면 임 소령님을 찾아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알았네. 이 자료는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되겠지?”

“네. 그러라고 가져 온 것입니다.”

“그래. 자네의 뜻은 잘 알았네. 이만 가 보게.”

“네.”

장석태 중위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고생하십시오.”

“수고하게.”

장석태 중위가 상담실을 나갔다. 김 상사는 장석태 중위가 나가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야, 장 중위 장난 아닙니다. 아버지가 사단장님이라서 그런지 막 나가는 거 아닙니까?”

임 소령이 김 상사를 보며 물었다.

“왜? 저 친구가 앞뒤 분간 없이 그러는 것 같아?”

“솔직히 그렇습니다. 아니, 막말로 사단장님께서 다음에 중장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만약에 안 되면 몇 년 안에 전역을 하셔야 할지도 모르는데, 저러다가 진급이 꼬이면 어떻게 합니까?”

김 상사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임 소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참, 별 걱정을 다하네. 정 안 되면 우리가 데리고 오면 되잖아.”

“네?”

“딱 보면 몰라? 우리 과잖아!”

“아……. 저는 장 중위 별로입니다. 막 들이 대지 않습니까.”

김 상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임 소령이 바로 말했다.

“왜? 자네랑 비슷해서 그래?”

“왜 그러십니까? 저는 앞 뒤 분간 못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저는 확실한 증거와 분석으로…….”

임 소령이 바로 김 상사의 입을 막았다.

“됐어! 아무튼 김 상사, 자네가 이 일에 대해서 조용히 한 번 파봐.”

“네, 알겠습니다.”

김 상사가 서류를 챙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류를 다 챙긴 후 물었다.

“그럼 과장님. 이 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신교대는 내가 한 번 내려갔다 오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 볼 일이 끝났으니 이만 나가세.”

“네.”

임 소령과 김 상사도 상담실을 나갔다.

* * *

1중대 행정반의 소대장들은 업무를 보며 정신이 없었다. 그때 4소대장이 행정반에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습니까? 기무사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선 2소대장과 3소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기무사에서 왜?”

3소대장이 바로 물었다.

“강태산 이병이 다친 것 때문에 왔다고 합니다.”

3소대장이 놀랐다.

“와, 강태산 대단하네. 파상풍 걸린 것 때문에 기무사에서 나와? 그 녀석 빽이 대단합니까?”

“내 말이 그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무사에서 움직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으음……, 그 녀석 신상명세서에도 그런 것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모르죠. 일부러 숨기려고 한 것일지도 말입니다.”

“에이, 절대 일부러 막 숨기고 그런 성격은 아니던데…….”

오상진은 그런 그들의 말을 들으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때 행정계원이 전화를 받고, 오상진을 봤다.

“1소대장님.”

“왜?”

“중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알았어.”

오상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행정반을 나갔다. 중대장실로 들어간 오상진이 경례를 했다.

“충성, 찾으셨습니까?”

“그래, 잘 왔다. 일단 자리에 앉아.”

“네.”

오상진이 의자에 앉았다. 김철환 1중대장 역시 오상진 맞은편에 앉았다.

“1소대장.”

“네.”

“임 소령이 왔다네. 너 혹시 아는 거 있어?”

사실 임 소령이 당분간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대장님에게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 문제가 커졌을 때 여차하면 김철환 1중대장이 독박을 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실은 어제 말입니다. 태산이 보고 나오는 길에 임 소령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임 소령에게? 그래서 뭐?”

“그냥 한 번 만나자고 말입니다.”

“만났다고?”

“네. 저녁에 간단히 술 한 잔하면서 이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좀 나눴습니다.”

“어쩐지 이 양반이 일을 조용히 벌리더니.”

김철환 1중대장의 생각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면 이리저리 들쑤셔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조용히 일 처리를 해서 그랬다.

“임 소령님 스타일입니다.”

“어쨌든 다 알고 제대로 파고 있었다는 거네.”

“네.”

“그보다 대대장님은 알고 계시려나?”

“대대장님 성격에 좋게 좋게 넘어가시려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럼 내가 중간에서 입장 관리를 잘해야겠어. 잘못했다가는 욕 들어 먹기 십상이겠는데.”

오상진의 표정이 어색하게 변했다.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네가 죄송할 것은 또 뭐야. 너네 소대가 사고를 쳤는데 모두 다 너 잘못이야? 괜찮아, 차라리 잘됐어. 이번 기회에 잘못된 것은 확실히 바뀌어야지. 아무리 그래도 애들에게 파상풍 주사를 안 맞혀? 또라이 아니냐, 신교대 놈들?”

“그러게 말입니다.”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들은 것이 있어?”

“아뇨. 저는 그냥 정보만 전달했습니다. 어떻게 되는 건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누군데?”

오상진이 휴대폰 발신자를 확인하니 장석태 중위였다.

“장 중위입니다.”

“장 중위? 내가 아는 그 장 중위?”

“네.”

“어서 받아봐.”

오상진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신보안, 중위 오상진입니다.”

-오 중위 뭐합니까?

“지금 중대장님 뵙고 있습니다.”

-아, 그럼 중대장님 옆에 계십니까?

“네.”

-중대장님 아셔도 상관없지만…….

“왜 그러십니까?”

-아니, 모처럼 오 중위랑 한잔하려고 했죠.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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