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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70화 (57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7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39)

“혹시 강태산 이병이 다른 말은 없었나?”

임 소령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오상진이 바로 답했다.

“있었습니다.”

“어떤?”

“강태산 이병이 신교대에서 파상풍 주사를 맞을 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사기도 사용했던 걸 또 사용하던 것 같고 말입니다. 동기 놈이 주사액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다고 말을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말했어?”

“네. 솔직히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혼자가 아니라 동기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합니다.”

“으음, 오케이. 알았어. 아무래도 그쪽으로 파고들어 가야 할 것 같네.”

“아니면, 강태산 이병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래. 내일 아침에 잠깐 봤다가, 대대로 넘어갈 거야. 대신에 대대 가서는 나 만났다는 얘기는 하지 말고.”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우리 편안하게 술 한잔할까?”

“네, 좋습니다.”

두 사람의 술잔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다음 날 한종태 대대장은 뜻밖의 보고를 받았다.

“뭐? 기무사에서?”

“네.”

“누가 왔는데?”

“임 소령이 왔습니다.”

“임 소령이?”

“네, 일단 대대장실로 오고 있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의 보고에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았어. 오면…….”

한종태 대대장이 말하고 있을 때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왔는가 봅니다.”

“그, 그래…….”

곽부용 작전과장이 곧바로 문쪽으로 가서 열었다. 그 앞에는 역시 임 소령이 서 있었다.

“어? 곽 소령.”

“네. 오셨습니까.”

“그래, 잘 지냈나.”

“네, 물론이죠. 들어오십시오. 대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그래야지.”

임 소령이 환하게 웃으며 대대장실로 들어왔다. 한종태 대대장이 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임 소령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 임 소령.”

“충성. 건강하셨습니까.”

“나야, 항상 똑같지.”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 한종태 대대장이 곧바로 자리를 권했다.

“우선 여기에 앉지.”

“감사합니다.”

“작전과장은 차 좀 부탁하네.”

“네. C.P병에게 일러두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을 하고는 조용히 대대장실을 나갔다. 한종태 대대장이 임 소령을 봤다.

“자네가 여긴 무슨 일인가?”

“사단장님께서 파상풍 얘기를 들으신 것 같습니다.”

“아, 그 얘기. 사단장님께서는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그러시나. 그런데 왜 자네가 내려와?”

“사단장님께서 일을 조용히 처리하시길 원하십니다. 헌병대가 나서면 일이 커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보고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임 소령이 너스레를 떨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래? 정말 사단장님께서 그랬어?”

“네. 제가 없는 얘기를 하겠습니까.”

“음, 그렇다면 다행이고.”

한종태 대대장은 뒤늦게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한종태 대대장이 신교대 대대장하고 쿵짝을 맞춘 것이 들킨 건 아닌가, 걱정을 했다. 다행히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런 일로 참……. 기무사가 왔다 갔다 하고 자네가 고생이 많아.”

“그것이 제가 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그보다 빨리 조사하고 갈 테니까.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고 당연하지. 내 일러두겠네. 그보다 알지? 어지간한 것은 좀…….”

“네네,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기무사에 올라가서는 열심히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허허, 자네 기무사에 가더니 사람이 많이 유순해졌어.”

“아, 그렇습니까?”

“그래, 헌병대에 있을 때는 사람이 좀 꽉 막힌 사람처럼 답답했어.”

“하긴 그때는 좀 그랬던 모양입니다.”

“지금이 훨씬 보기 좋구만.”

“감사합니다.”

“기다려 봐.”

한종태 대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다.

“작전과장, 내 방으로 와.”

잠시 후 곽부용 작전과장이 다시 나타났다.

“네.”

“기무사에서 조사하는 거 적극적으로 협조해 줘.”

“네, 알겠습니다.”

임 소령과 곽부용 작전과장이 대대장실을 나갔다. 그러면서 둘이 얘기를 나눴다.

“저기 기무과장님.”

“왜?”

곽부용 작전과장이 슬쩍 주위를 확인하고는 입을 뗐다.

“혹시 말입니다. 정말 단순히 파상풍에 관해서 조사하러 오신 것입니까?”

“일단은 그런데……. 뭐 조사해 보고.”

“네에…… 아무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임 소령이 씨익 웃으며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곽부용 작전과장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임 소령이 먼저 원했던 것은 강태산 이병과 함께 부대에 들어온 동기들이었다. 임 소령은 상담실에 앉아 곽부용 작전과장과 얘기를 나눴다.

“강태산 이병 동기들이 이 친구들이 다인가?”

“네.”

“알았네, 그럼 이 친구들 전부 상담실로 불러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약 20분이 흐른 후 총 8명이 상담실로 들어왔다. 모두 강태산 이병과 함께 부대에 들어온 동기들이었다.

“너희들이 강태산 이병 동기들이 맞나?”

“…….”

다들 입을 다물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대대에 워낙에 많은 병사들이 있다보니 동기들 역시도 조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중 한 녀석이 손을 들었다.

“아, 강태산 이병 말입니까? 맞습니다, 같은 동기입니다.”

그러자 동기들이 눈을 크게떴다.

“맞아?”

“난 처음 들어보는데?”

“거 있잖아. 잘난체 하고, 돈 많다는…….”

“아, 그 싸가지?”

“맞아. 맞아. 엄살도 잘 부리고, 울기도 잘 우는 그 녀석 말이야.”

그제야 전부 강태산 이병을 떠올렸다. 하지만 임 소령은 피식 웃고 말았다. 동기들에게도 강태산 이병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자자, 집중.”

임 소령의 한마디에 동기들 전부 입을 다물었다.

“별것 없어. 내가 너희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할 거야. 바른대로 똑바로 말을 하면 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좋아, 씩씩해서 좋네. 참, 너희들 곧 100일 휴가 아니냐?”

“맞습니다.”

“저는 모레 갑니다.”

누가 손을 들어 말했다. 그러자 그곳에 있는 모든 동기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와씨, 좋겠다.”

“난 다다음 주인데…….”

“좋겠다.”

모두 한마디씩 했다. 임 소령은 그 모습마저 풋풋하고 좋았다.

“그만 부러워하고 주목!”

“주목!”

“강태산 이병에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볼 거야.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면 돼. 좋아, 그럼 한 명씩 면담할 테니까, 나가서 대기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동기 녀석들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 솔직히 처음에는 잔뜩 긴장을 했다. 자신들이 왜 불려왔는지도 모르고, 게다가 기무사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때 옆에 있던 기무사 김 상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단체 면담으로 안 하시고 말입니까?”

“단체로 하면 애들이 다 휘둘리잖아. 귀찮더라도 한 명씩 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한 명씩 들여보내겠습니다.”

잠시 후 상담실에서 모두 나가고, 제일 먼저 한 명이 들어왔다. 임 소령은 첫 번째 녀석을 보며 물었다.

“군 생활은 어때? 할 만해?”

“네. 괜찮습니다.”

“누구 괴롭히는 고참은 없고?”

“없습니다.”

녀석은 좀 딱딱하게 말했다. 많이 긴장한 모양이었다. 임 소령이 다시 물었다.

“나 기무사 과장이야. 말만 하면 혼내줄 테니까 편하게 말해. 무엇보다 익명성은 보장돼!”

그러자 갑자기 녀석이 우물쭈물했다.

“왜? 할 말 있어?”

“저기, 병장이…….”

“병장이 널 괴롭혀?”

“네.”

“그래 어디 한번 말해봐.”

임 소령이 피식 웃으면서 그 얘기를 들어줬다. 일단 서로 맘을 터놓고 있어야 좋은 얘기가 나왔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줘야 했다. 강압적으로 네 얘기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얘기해 봐. 그러면 말할 내용도 쏙 들어가고 안 했다.

임 소령은 앞에 있는 녀석의 얘기를 약 10여 분 정도 들어줬다.

“그래, 그 얘기는 내가 너희 소대장을 통해서 잘 얘기해 볼게.”

“네에, 그런데 혹시…….”

“아, 너에게 피해는 절대 없을 거야. 그건 약속해.”

“아, 알겠습니다.”

이등병이 신나게 말을 하고는 살짝 놀랐다. 혹여, 자신이 찔렀다고 들킬 것을 우려한 모양이었다. 그것을 안심시켜 줬다.

“자, 그럼 내가 질문을 할게. 혹시 신교대에서 말이야. 파상풍 주사는 맞았니?”

“어, 예! 맞았습니다.”

“어디에 맞았지?”

“여기 팔뚝에 맞았습니다.”

이등병은 자신의 왼 팔뚝을 가리켰다.

“그래? 여기서 묻는데. 혹시 말이야. 파상풍 주사를 맞으면서 특이했던 것은 없었어?”

“특이했던 거나 이상했던 것 말입니까?”

“그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등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임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몰라? 아니면 기억이 안 난다는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파상풍 주사라고 해서 놔주는 것을 맞고 나왔을 뿐입니다.”

“그래, 알았다. 그만 나가봐. 다른 친구 들여보내고.”

“네.”

이등병이 일어났다. 임 소령은 이 녀석에게서 별 소득이 없었다. 그다음 녀석에게도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아무런 소득 없이 3번째, 4번째 이등병까지 왔다. 임 소령은 이대로 별 소득 없이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4번째 녀석이 입을 열었다.

“특이한 거? 예, 있었습니다.”

“있었어?”

임 소령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그게 말입니다. 저도 봤고, 동기들끼리 한 말인데 말입니다.”

“어.”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있었어?”

“네. 동기 중 하나가 의대 다니다가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전향하려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주사기 상태도 보고, 약품도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 상태가 별로였다는 의심을 했습니다.”

“그래? 그 친구 이름이 뭐지?”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의대 다녔다는 것이 확실해?”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의대 다녔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하긴 신교대 안에서는 어떤 거짓말을 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알았어.”

그리고 7번째 들어온 이등병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아, 네에. 그런 얘기들을 했었습니다. 파상풍 주사를 맞으려고 대기를 했는데 그들끼리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어떤 말?”

“뭐라고 하더라…… 약품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고, 군의관인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보관에 대해서 엄청 화를 내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얘기를 듣고 저희끼리 살짝 오싹했습니다. 괜히 이상한 주사를 맞는 것 같고 말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오케이.”

임 소령은 자신의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었다. 이렇듯 7명 중 2명이 이상하다고 얘기를 했다. 아직 100%는 아니었다. 이걸로 확신을 가질 수도 없었다.

김 상사가 대답을 했다.

“어떻게 합니까?”

“자네는 일단 여기 신교대 출신 바로 위에 기수 고참들을 찾아서 데려오고, 신교대에서 파상풍 주사 내역 좀 뽑아 와봐.”

“네. 알겠습니다.”

임 소령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윗 기수 녀석들을 조사했는데 그들 중에서도 또 두 명 정도가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그 위에 기수들도 조사를 했다. 그 기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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