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6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36)
“강태산, 너 괜찮아?”
오상진이 바로 물었다.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다. 그보다 너, 파상풍이었다는데 알고 있었어?”
“아, 네에. 담당 군의관님께 들었습니다.”
“그럼 하나만 묻자. 너 신교대에 있을 때 파상풍 주사 맞았냐?”
“맞은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파상풍 면역이 없다고 나오지?”
“어, 그러니까. 주사를 맞긴 했는데…….”
“맞긴 했는데, 뭐?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없어?”
“으음,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아, 말해봐.”
“사실 신교대에 있을 때 파상풍 주사를 놓기 위해 군의관들이 왔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주사기 관리가 영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같은 내무실 동기들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아! 한 내무실 동기는 우연히 날짜를 봤는데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다고 했습니다.”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오상진의 눈이 반짝였다.
“알았다. 일단 넌 치료를 받고 있어. 조금 있으면 부모님께서 오실 거야.”
“저희 부모님께서 말입니까?”
“그래.”
강태산 이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같은 시각, 김철환 1중대장은 대대장실에 있었다.
“뭐야? 입원?”
“네. 일단 상태는 호전되어서 일반병실로 옮긴 상태라고 합니다.”
“그 녀석 파상풍 주사 안 맞았어?”
“원래 신교대에 있을 때 다 맞습니다.”
“그런데 왜 파상풍에 걸려?”
“그건 아직 확인 중에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일단 그거부터 확인해 봐.”
“네. 알겠습니다.”
“지금 국군병원에 가 볼 생각인가?”
“네. 그래도 찾아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녀석 부모님께는?”
“연락 드렸습니다.”
“놀라지 않게 잘 말씀드려!”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무거운 얼굴로 경례를 한 후 대대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차를 타고 국군수도병원을 향했다.
1시간 후 김철환 1중대장이 나타났다. 입원실 앞에 오상진이 서 있었다.
“1소대장.”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다. 김철환 1중대장을 보고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됐고, 그보다 강태산은?”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파상풍 주사를 맞았다며? 그런데 왜 항체가 없었다고 해?”
“그건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일단 강태산 이병 말로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맞은 거 같다고 합니다.”
“뭐?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맞았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주사를 맞을 당시 강태산 이병의 동기가 유통기한이 지난 약병을 봤다고 합니다.”
“사실이야?”
“네.”
“으음…….”
김철환 1중대장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신교대 쪽에서 문제인데…….”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전수조사가 들어가면 상황이 심각해지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네? 아, 도착하셨습니까? 알겠습니다. 네네.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강태산 이병 아버님께서 도착을 하셨습니다. 같이 가 보시겠습니까?”
“그래,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먼저 앞장을 섰다. 그 뒤를 오상진이 따랐다.
둘은 국군수도병원 면회실에 도착을 했다.
그곳엔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나이 지긋이 든 남성이 앉아 있었다. 게다가 기골이 장대했다.
그 뒤에는 안경을 쓴 비적 마른 체형의 비서가 서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은 기골이 장대한 남성이 강태산 이병 아버지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강태산 이병 아버지인 강문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잔뜩 인상을 쓰며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내가 강태산 이병 아버지 강문열이오. 당신은 누구요?”
“아, 저는 강태산 이병이 소속된 중대장 김철환 대위입니다.”
“중대장? 바로 당신이 중대장이오?”
“네. 그렇습니다.”
그러자 강문열은 다짜고짜 김철환 1중대장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이 중대장이라고?! 중대장이라는 사람이 애를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한 거야?!”
사실 강문열은 강태산 이병을 군대에 보내고 싶어서 보낸 것이 아니었다. 지금 현재 군대에 있는 최강철 일병과 친분을 쌓게 하기 위해 억지로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귀한 아들이 국군수도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하니, 오죽하겠는가.
“아, 아버님. 진정하십시오.”
“내가 진정하게 생겼소! 귀하디귀한 우리 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아, 아버님……. 켁켁.”
그때 오상진이 나섰다.
“아버님 조금만 진정하십시오.”
오상진을 보며 강문열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당신은 뭐야!”
“아, 저는 1소대 소대장 오상진 소위입니다.”
“예? 소, 소대장님?”
순간 강문열의 눈이 커졌다. 김철환 1중대장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강문열이 김철환 1중대장 멱살을 놓고 곧바로 오상진에게 갔다.
잔뜩 흥분해 있던 강문열이 오상진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하하하하, 소대장님이셨습니까?”
그런 강문열의 모습에 오상진은 어리둥절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문열은 오상진이 어떤 사람인지 떠올리며 머리를 굴렸다.
‘그래, 소대장. 이 사람이 최강철하고 아주 친하다고 했어. 아니지, 최강철이 소대장을 존경한다고 했으니까. 맞아. 그랬지.’
강문열은 오상진에게 아주 살갑게 대했다.
“하하핫, 소대장님께서 우리 아들을 봐주고 계시면 괜찮겠죠.”
그 말에 오상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뒤에서 지켜보던 김철환 1중대장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아, 네에.”
“그런데 우리 아들이 그렇게 신세를 많이 진다고……. 통화를 했는데 어찌나 오 중위님 말을 하던지. 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네에. 아버님.”
오상진은 대답을 하면서 슬쩍 김철환 1중대장을 살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을 향해 ‘그냥 네가 해, 네가!’ 그렇게 떠밀었다.
“네, 그럼 저희랑 잠깐 얘기 좀 하시겠습니까?”
“네네, 물론이죠.”
“그럼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오상진이 자리를 권하자. 강문열이 바로 앉았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오상진은 그간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낫에 베이고……. 일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분명 신교대에서 파상풍 주사를 맞았을 텐데, 그런데 항체가 없었습니다.”
“그럼 신교대에서 잘못된 겁니까?”
“그건 저희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버님.”
“알겠습니다. 소대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그보다 우리 태산이는 괜찮습니까?”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오늘은 좀 힘들고, 내일은 면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안 됩니까?”
“네, 여기도 부대라. 입원실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곳에서 면회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좀 더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은 확실히 면회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놓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실 우리 애가 많이 연약합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저희 애 잘 보살펴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소대장님만 믿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다시 부대로 복귀를 해 한종태 대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래, 상태는 어때?”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며칠 만 입원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그보다 부모님은?”
“부모님에게는 1소대장이 잘 말해서 좋게 넘어갔습니다.”
“길길이 날뛰지는 않던가?”
“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1소대장을 보더니 바로 순한 양이 되던데 말입니다.”
“그래? 이상하네. 아무튼 좋게 넘어갔다니 다행이네.”
“네.”
“그런데 파상풍이라고 했지.”
“네.”
“신교대에서 안 맞았데?”
“아닙니다. 맞은 것은 확실합니다. 일단 강태산 일병 말로는 주사기 상태도 좋지 않았고, 유통기한이 지난 파상풍 주사를 맞았다고 합니다.”
“뭐? 그럼 불량 주사라도 맞았다는 거야?”
“본일 말로는 그렇다고 합니다. 파상풍 주사를 맞았는데 항체가 없다니 그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따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알았어.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만 나가봐.”
“제가 조사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대대장실을 나갔다. 한종태 대대장이 인상을 썼다.
“신교대 이교범 중령 이 자식은 아직도 해 먹나?”
한종태 대대장의 휴대폰을 들었다. 전화번호부를 검색한 후 전화를 걸었다.
“야, 이교범!”
-아이고, 선배님! 어쩐 일이십니까?
“오랜만이다. 잘 지내냐?”
-네, 선배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전화 주셨습니다.
“나야, 항상 바쁘지 않아. 그보다 말이야. 너희 백신 관리 잘하고 있냐?”
-백신 관리 말입니까? 뜬금없이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야, 우리 부대 애 한 명이 파상풍으로 국군병원에 실려 갔잖아. 알고 보니, 너희 신교대 출신이던데.”
-파상풍 말입니까?
“그래. 주사는 맞았는데 파상풍에 걸렸대.”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모르니까, 확인 한번 해봐. 유통기한 같은 것도 말이야.”
-아, 네에. 알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쯧쯧. 아무튼…… 여기나 저기나 해 먹는 놈들투성이라니까.”
이렇듯 한종태 대대장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넘기려고 했다.
강태산 이병의 아버지인 강문열은 그냥 두고 보고 있지 않았다. 강문열은 책상에 앉아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어때, 알아봤어?”
-네, 사장님.
“어떻게 됐어?”
-제가 군부대 쪽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봐, 사설은 빼고 본론만 말해.”
-네, 알겠습니다. 군 측에선 이 일에 대해서 그냥 조용히 넘어갈 것 같습니다.
“뭐? 내 아들이 그리 당했는데 그냥 넘어가?”
-좀 더 알아보니, 부대 대대장하고, 신교대 대대장하고 선후배 관계라고 합니다.
“뭐? 이것들이 진짜! 알았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강문열이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아, 군대 녀석들은 이래서 문제야.”
강문열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눈을 번쩍하고 떴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그들보다 더 위에다가 얘기를 해야겠어.”
그리고 비서를 불러 물었다.
“대대 위가 뭐야?”
“아무래도 사단 아니겠습니까.”
“사단?”
“네. 사단장이 있습니다.”
“그럼 그 사단장하고 아는 사람 있는지 찾아봐.”
“예, 알겠습니다.”
비서가 바로 나갔다.
“이 사람들이 백신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내 자식을 저렇게 만들어. 내가 가만있나 보자.”
강태산 아버지인 강문열의 강한 부성애가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