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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66화 (56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66화

45장 까라면 까야죠(35)

오상진은 다시 강태산 이병의 상태를 쭉 설명했다. 그런데 낫에 베인 부분을 설명하는데 한대만이 스톱을 외쳤다.

-자, 잠깐만. 낫에 베였어?

“네. 낫에…….”

-낫 상태는 어땠는데?

“이빨이 빠지고…… 녹도 좀 슬어 있었습니다.”

-많이 베였어?

“한 2cm 정도 된다고 했는데, 바늘로 꿰맸다고 했습니다.”

-으흠……. 그보다 그런 일이 있으면 내 후배 놈에게 보여주지.

“그렇지 않아도 확인을 했는데 어제 당직이었다고 합니다.”

-아, 그럼 그 싸가지 없는 놈이 진료를 봤겠네.

“예?”

-후배가 그러던데. 싸가지 없는 동기 놈이 있다고. 나 때도 그러던데, 아무튼 꼭 그런 놈이 한 명씩은 있어.

“아, 그렇습니까?”

-뭐, 그건 그냥 넘어가고. 아무튼 알았어. 일단 내 후배에게 얘기해 놓을 테니까. 저녁에 다시 한번 들어가 봐.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날 저녁 오상진은 퇴근을 한 후 의무대로 향했다.

그곳엔 이미 링거를 다 맞은 강태산 이병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의무병이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우리 소대원 보러 왔어.”

“누구…….”

“저기 누워 있는 녀석.”

오상진이 강태산 이병을 가리키자, 의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 아저씨. 조금 전에 링거 다 맞고 지금 자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 깨워드립니까?”

“아니야, 내가 직접 깨울게.”

“넵.”

오상진이 자고 있는 강태산 이병에게 갔다. 그런데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이봐, 의무병.”

“네?”

“여길 봐.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으음, 그렇습니다. 여기가 많이 덥나?”

의무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진료실에서 나왔다. 오상진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오셨습니까?”

“아, 네에. 그런데 이 녀석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립니까?”

오상진의 말에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강태산 이병을 확인했다. 그러곤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 중위님. 원래 어디가 좀 아프고 그러면 식은땀 흘리고 그럽니다. 이 정도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떠시는 것 아닙니까?”

“…….”

오상진은 말없이 강태산 이병만 바라봤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타났다.

“오 중위님.”

오상진이 고개를 돌리자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나타났다. 그는 환한 얼굴로 오상진에게 갔다. 오상진도 군의관 박중현 소위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네. 잘 지내셨죠?”

“그렇죠. 혹시 저희 형님…….”

“네. 한대만 선배님께 연락받고 오는 길입니다. 미리 저에게 연락을 주시지 그랬습니까?”

“죄송합니다. 내가 정신이 없어서 말이죠.”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입을 열었다.

“어? 박 소위가 여긴 어쩐 일입니까?”

“아, 김 소위 여기 있었습니까? 원래 오늘 쉬는 날 아닙니까?”

“아, 그게. 어제 하다 만 일이 있어서 말이죠.”

“그렇습니까? 일은 다 끝났습니까?”

“네.”

“그럼 들어가시죠. 여긴 제가 있겠습니다.”

“안 그래도 되는데…….”

“에이, 김 소위 오늘 하루 종일 바빴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니 들어가십시오.”

“그래 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슬렁슬렁 가운을 벗고 퇴근을 했다.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오상진에게 말했다.

“잠시 계십시오. 옷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네.”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저 친구 말이 잘 안 통하죠?”

“하, 네.”

“싸가지가 아주 없습니다. 그나저나 누구 때문에 오셨습니까?”

오상진은 누워 있는 강태산 이병을 가리켰다.

“저 친구 때문에 왔습니다.”

“어디 보자. 강태산? 들어봤는데……. 아, 어제 낫에 손을 베였다는 그 친구 맞죠.”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제 안정모 중위님이 제 바로 위 기수 선배입니다. 낫에 베여서 꿰맸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잠깐 확인을 했다.

“가만! 낫에 베이고, 열이 나고…….”

군의관 박중현 소위는 심각한 얼굴로 혼잣말을 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바라봤다.

“아까 상태는 어땠습니까?”

“처음 데리고 올 때, 안면에 잔 경련이 있었고……. 열도 좀 있고. 상태가 영 아니었습니다.”

“다른 것은 없었습니까? 작은 거라도 괜찮습니다.”

“작은 거라면……. 아! 물을 잘 삼키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근육도 아프다고 했고.”

“물을 삼키지 못하고, 근육이 아프다고 했단 말이죠. 그리고 낫에 베이고…….”

군의관 박중현 소위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거 왠지 파상풍 같은데 말이죠.”

“파상풍 말입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하면 웬만하면 신교대에서 파상풍 주사를 다 맞았기 때문이다.

“파상풍이라면 원래 신교대 때 주사를 다 맞지 않습니까?”

“원래라면 그렇죠. 그래서 저도 별걱정을 안 했는데…….”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다시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모든 증상이 파상풍 같단 말입니다. 원래 처음에는 인식을 잘 못 합니다. 감기 증상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근육이 아프다거나. 안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물도 제대로 못 마신다고 한다면 파상풍을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녹이 잔뜩 슨 낫에 베이지 않았습니까.”

“그, 그렇죠.”

“그럼 파상풍이 맞을 것 같습니다.”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재빨리 강태산 이병을 툭툭 건드리며 깨웠다.

“야, 일어나봐.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눈을 떴다. 그런데 입을 연 강태산 이병의 말이 아주 어눌했다.

“이벼엉 가앙태사아아안.”

그것을 들은 군의관 박중현 소위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는 재빨리 어디가로 뛰어가더니 주사기 하나를 가져왔다. 그것을 팔에 놓고는 수송대에 전화를 걸었다.

“응급 환자입니다. 지금 당장 앰뷸런스 보내주십시오. 어서!”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소리쳤다. 오상진은 영문을 몰라 하며 말했다.

“뭡니까?”

“파상풍이 맞습니다. 이대로 뒀다간 큰일 납니다. 게다가 잠복기도 낮아 더 위험합니다. 이대로 뒀다간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네?”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그, 그럼…….”

“일단 항생제는 놨습니다. 중추신경계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랬다면…….”

군의관 박중현 소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오상진은 말없이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사이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강태산 이병을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강태산 이병은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에 올라탔다.

오상진도 곧바로 자신의 차를 타고 뒤쫓았다. 그렇게 강태산 이병이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오상진은 자신의 차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동하며 김철환 1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대장님 1소대장입니다.”

-그래, 상진아.

“지금 강태산 이병 상태가 좋지 않아.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 중입니다.”

-뭐? 도대체 상태가 어떻게 안 좋아?

“군의관 말로는 파상풍이라고 합니다.”

-파상풍? 일단 알았어. 대대장님께는 내가 보고할 테니까. 중간중간 상황을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앰뷸런스는 사이렌을 울리며 국군수도 병원에 도착을 했다. 응급실 쪽에 차량을 세운 후 뒷문이 열리며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뛰어내렸다. 곧바로 군의관이 뛰어나왔다.

“어떻게 된 겁니까?”

“파상풍입니다.”

“파상풍?”

군의관이 깜짝 놀랐다. 곧바로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면서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얘기를 했다.

“일단 항생제는 투입했습니다. 그 외 파상풍 잠복 기간은 아마도 24시간 후인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서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이 재빨리 확인을 했다. 그리고 간호장교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내과 전문의 좀 불러 주십시오.”

“네.”

간호장교가 바로 뛰어가 전화기를 들었다. 그사이 응급실 군의관은 강태산 이병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상진 역시도 차에서 내려 곧바로 군의관 박중현 소위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일단 확인 중에 있습니다.”

오상진 역시 응급실 앞에 서 있었다. 군의관 박중현 소위도 더 이상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여기 있는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의 몫이었다. 그저 오상진 옆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별일 없겠죠?”

오상진이 걱정을 했다. 군의관 박중현 소위가 말했다.

“괜찮을 겁니다.”

애써 담담히 말했지만 제발 최악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담당 군의관을 만났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파상풍이 맞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을 찾았습니다. 조금만 조치가 늦었어도 중추신경계에 침투해 손을 쓰지 못했을지도 몰랐습니다.”

“하아…….”

오상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담당 군의관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오늘 밤까지 상황을 두고 본 후 상태가 호전되면 내일 일반병동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담당 군의관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파상풍 주사를 안 맞았습니까?”

“네? 맞았을 텐데 말입니다.”

“흠, 저렇게까지 상태가 안 좋아졌던 걸 봤을 때는 파상풍 주사를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담당 군의관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오상진도 이상했다. 분명 신교대에서 파상풍 주사를 기본적으로 맞게 하는데 말이다.

“이거 어디서 누락된 거지?”

오상진 의아해하며 말했다. 담당 군의관은 일단 자기가 할 말은 다 했는지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어쨌든 오늘은 면회가 되지 않았다. 오상진은 일단 부대로 복귀를 했다.

“하아……. 그래? 진짜 파상풍이었어?”

“네. 그렇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집에서 다시 부대로 와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그 자식은 왜 파상풍 주사를 맞지 않았대?”

“그러니까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신교대에서 분명 맞게 했을 텐데 말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데……. 하지만 안 맞았다고 하잖아.”

“네. 아무래도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그보다 강태산 이병 부모님께는 연락해야지.”

오상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중환자실에 있고, 좀 호전되면 내일 오전 중으로 일반병실로 옮긴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 1소대장이 고생해.”

“네.”

오상진은 중대장실을 나와 잔뜩 굳어진 얼굴로 휴대폰을 들었다.

“네, 강태산 이병 아버님 되십니까. 네, 실은…….”

그다음 날 다행히 강태산 이병이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길로 곧바로 국군수도병원으로 갔다.

“강태산?”

오상진의 등장에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돌렸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강태산 이병이 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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