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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65화 (56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65화

45장 까라면 까야죠(34)

“뭐? 태산이가? 지금 어디 있어?”

“내무실에 눕혀 놨습니다.”

“알았어. 가자.”

오상진이 다급히 1소대 내무실로 뛰어갔다. 내무실에 들어서자 김우진 병장과 차우식 병장이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소대장님!”

오상진은 누워 있는 강태산 이병에게 갔다.

“김 병장. 태산이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차우식 병장이 입을 열었다.

“벽돌을 옮기는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뭐? 갑자기?”

“네. 그렇습니다.”

차우식 병장은 괜히 자기 때문인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오상진은 강태산 이병을 불렀다.

“강태산, 정신 차려 봐. 강태산.”

때마침 강태산 이병이 정신을 차렸는지 힘겹게 눈을 떴다.

“이, 이병…… 강, 태산…….”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괜찮아?”

“아, 예에……. 조금 어지럽습니다.”

“그래? 어쩌다 이리 된 거야?”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순간 어지러워서……. 정신도 없었습니다.”

오상진의 시선이 차우식 병장으로 향했다.

“벽돌 옮긴 거 맞아? 혹시 무리한 일을 시킨 것은 아니야?”

“저, 절대 아닙니다. 게다가 보도블록이었는데 손 때문에 한 개만 들고 갔습니다.”

“그래? 그보다, 태산이 어제 의무대 다녀왔지?”

“네.”

차우식 병장이 대답했다. 김우진 병장이 바로 끼어들었다.

“소대장님. 저희가 억지로 일 시킨 것이 아닙니다. 태산이 스스로 하겠다고…….”

“야, 이 자식들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환자에게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하나.”

오상진이 김우진 병장과 차우식 병장을 야단쳤다.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만 숙였다. 오상진이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번에는 이해진 상병이 나섰다.

“정말 두 병장님들은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태산이 스스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일을 해서 소대장이 야단치는 것이 아니야. 내가 너희 소대장인데, 너희들이 억지로 일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런데 태산이는 이등병이잖아, 게다가 낫에 베인 환자가 아니야. 아무리 태산이가 일하고 싶다고 했어도 못하게 막았어야지. 그것이 너희들 병장이 할 일이 아니야?”

“…….”

오상진의 말에 두 병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해진 상병도 입을 다물었다. 김우진 병장이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분대장으로서 챙겨야 했는데…….”

“됐어. 이미 지나간 일……. 일단 우진이와 해진이는 애들 작업하는 곳으로 가 봐. 우식이는 태산이 부축해서 농구장 옆으로 나오고. 소대장이 차 가져올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서둘러 내무실을 나섰다. 차우식 병장이 강태산 이병을 일으켜 세웠다.

“움직일 수 있겠어?”

“네.”

“그럼 내게 기대. 밖으로 나가자.”

“죄, 죄송합니다.”

“아니다.”

농구장으로 나가니 그 옆 도로에 오상진의 차량에 세워져 있었다. 오상진이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었다.

“이쪽으로…….”

강태산 이병을 뒷자리에 태웠다. 차우식 병장이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저도 따라 가겠습니다.”

“아니야. 소대장 혼자 가도 돼. 굳이 너까지 따라올 필요 없어.”

“……네.”

차우식 병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땀을 흘리는 모습에 차우식 병장이 서둘러 수통을 열어 물을 건넸다.

“무, 물이라도 마셔.”

강태산 이병이 억지로 물을 마시려는데 잘 넘어가지 않았다. 입가로 물이 흘러내렸다.

“왜? 못 마시겠어?”

오상진이 물었다. 강태산 이병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모, 못 넘기겠…… 습니다.”

“그래? 그럼 입만 간단히 적셔.”

“네.”

차우식 병장이 대답을 한 후 물을 부었다. 대부분 흘러내렸다.

“우식이는 애들 있는 곳으로 가. 크게 동요하지 말고, 그리고 무리하게 작업하지 말라고도 하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곧바로 차에 올라타서 의무대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차우식 병장의 얼굴은 몹시 어두웠다.

오상진의 차량이 의무대에 도착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병사들이 많았다.

“허,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알았어. 여기 누워봐.”

군의관이 한 병사의 허리 쪽을 눌렀다.

“어디? 여기?”

“아악, 네. 맞습니다. 거기…….”

“인마. 근육이 놀란 거야. 엄살은…….”

“진짜 아픕니다.”

“알았어. 소염진통제 처방해 줄 테니까. 그 약 먹으면 돼. 무리해서 무거운 거 들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정 안 좋으면 건너편에 한방 군의관이 있는데. 침이라도 놓아 달라고 할까? 아니면 쑥뜸이라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군의관은 대충 파스를 허리에 붙여주고는 말했다.

“약 타서 돌아가.”

“가, 감사합니다.”

“자, 다음!”

그때 문이 열리며 의무병이 말했다.

“저기 군의관님.”

김택진 소위가 고개를 돌렸다.

“왜?”

“응급환자가 왔습니다.”

“여기 응급환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

“저 그런데 소대장님과 함께 온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들여보내.”

의무병이 나가고 잠시 후 오상진과 강태산 이병이 들어왔다. 강태산 이병의 얼굴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뭡니까?”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말했다. 오상진은 강태산 이병을 의자에 앉힌 후 말했다.

“애가 일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확인을 했다. 약간 열이 있어 보이는데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몸도 으슬으슬 떨기는 하는데……. 군의관 김택진 소위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리 응급환자도 아닌데……. 딱 보니 몸살감기 같은데…….’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확인을 한 후 말했다.

“아무래도 몸살 감기인 것 같습니다. 일단 약 처방해 드릴게요. 그리고 점심 못 먹었죠?”

“지금 물도 삼키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럼 목도 많이 부은 상태인가 봅니다. 일단 링거 하나 맞는 것이 어떻습니까?”

“링거요?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까?”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하니까, 링거 맞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아,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몸살감기는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한데…….’

하지만 오상진이 의사는 아니었다. 군의관이 몸살감기라고 하니까,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뭐 하다가 쓰러진 겁니까?”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물었다.

“네, 작업하다가…….”

“아, 그렇습니까? 저기 있는 환자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다들 작업하다가 온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원래 이런 시기에 환자들이 좀 많습니다.”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강태산 이병은 링겔을 맞았다.

“그런데 아까 쓰러졌을 때 완전히 기절을 했습니다. 깨어났어도 말도 어눌하게 하고…….”

“네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말했다.

“저기 그래도 다시 한…….”

“오 중위님.”

“네?”

“제가 군의관입니다.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셔도 하나도 도움이 안 됩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링거 맞고 계십시오. 안 죽습니다.”

“아, 예에…….”

오상진도 더 이상 얘기하지 못했다. 오상진은 불안한 시선으로 군의관 김택진 소위를 봤다. 당연히 강태산 이병을 확인할 줄 알았는데 다른 환자를 보고 있었다.

“다음…….”

‘으음, 이대로 맡기고 가도 되나?’

오상진은 영 불안했지만 일단 군의관 김택진 소위를 믿고 밖으로 나갔다. 링거를 다 맞으려면 2시간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상진이 진료실을 나가자, 군의관 김택진 소위가 힐끔 문 쪽으로 시선이 갔다.

“지가 중위면 다야. 군의관도 아니면서 나대기는……. 아, 짜증 나.”

그러면서 다시 진료를 시작했다.

오상진은 일단 강태산 이병을 의무대에 두고, 부대로 복귀를 했다. 일단 두 시간 후에 다시 데리러 가면 되었다.

행정반으로 들어온 오상진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4소대장이 바로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누가 쓰러졌습니까?”

“아, 네에. 강태산 이병이 일하다가 쓰려졌습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강태산 이병 뺀질뺀질한 것이 꾀병 아닙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심각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때 이미선 2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참, 아까 중대장님 오셨습니다. 아무래도 보고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네에.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드린 후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 1소대장. 왔어?”

“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 보고?”

“저희 소대에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환자? 많이 아파?”

“네. 어제 낫에 베였던 강태산 이병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그래? 무슨 병이래? 아니, 왜 그런데?”

“군의관 말로는 몸살감기라고 하는데…….”

“몸살감기? 고작 그걸로 쓰러져?”

“아무래도 몸이 약해서…….”

“군인이 몸이 약해서야. 작업하다가 쓰러졌대?”

“네. 그렇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일단 확인 잘 해봐. 4중대에서는 관심병사를 괴롭혔다가 쓰러졌다고 하더라. 한번 조사해 봐.”

“저희 소대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인마, 확신을 가지지 마. 아니면 다행이고, 만약에 그런 일이 있으면…….”

김철환 1중대장은 다음 말을 잇지 않았다. 오상진의 눈빛이 매우 사나웠기 때문이었다.

“자식이, 눈빛 봐라. 중대장 잡아먹겠다.”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 소대는 절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알았어, 임마. 그래도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야.”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중대장은 노파심에 물어본 것이니까.”

“괜찮습니다.”

“일단 애 상태를 수시로 보고 하고.”

“네.”

“그만 나가봐.”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한 후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런데 자꾸만 뭔가가 걸렸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형님 전화번호가…….”

오상진은 한대만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접니다.”

-오오, 사랑스러운 나의 매제. 그래 무슨 일이야?

“여쭤볼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물어봐.

“실은 우리 소대 애 중에 다친 애가 있는데……. 사실 어떤 병인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상태가 어때?

“그게…….”

오상진은 강태산 이병의 상태를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군의관의 말로는 감기몸살이라고 하는데……. 영 찝찝해서 말입니다.”

-으음, 들어보니 감기몸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까?”

오상진의 표정이 심각했다. 그런데 감기몸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느낌이 이상했다. 솔직히 이런 느낌은 정말 몇 번 없었다. 옛날 방탄헬멧 사건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왜? 아닌 것 같아?

“그냥 뭔가 찝찝합니다.”

-좋아. 내가 매제의 느낌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다시 한번 차근차근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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