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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64화 (56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64화

45장 까라면 까야죠(33)

“으으으으…….”

이를 꽉 깨물었지만 잇새로 새어 나오는 신음은 막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는 군의관 안정모 중위는 피식 웃었다.

“자, 이제 바늘 들어갑니다.”

그 소리에 강태산 이병이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힘 풀어. 힘 안 풀면 바늘 안 들어간다.”

“그, 그런데 마취했습니까?”

“아까 봤잖아, 마취!”

“아…….”

강태산 이병은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두려움이 밀려왔다. 자꾸 손이 움직이자,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차우식 병장에게 말했다.

“어이, 거기 병장.”

“네.”

“이 녀석 손 꽉 잡고 있어. 움직이지 않게.”

“네.”

군의관 안정모 중위는 나름 실력이 있었다. 강태산 이병이 눈을 감고 있는 사이 후다닥 바늘을 움직여 꿰매버렸다.

“야, 눈떠! 눈! 사내새끼가 이걸로 쫄기는…….”

“끄, 끝났습니까?”

“그래! 저쪽으로 가 있어. 약 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이미 손에 붕대가 감긴 것을 확인했다. 아직은 마취 때문에 아프지는 않았다. 약을 기다리며 한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병실로 보이는 곳에서 몇몇 환자가 누워 있었다. 대부분 링겔을 맞고 있었다.

“이야, 링거도 맞고. 좋겠다. 나도 맞았으면 좋겠는데…….”

강태산 이병이 혼잣말을 하며 슬쩍 차우식 병장을 확인했다. 차우식 병장이 저 멀리 의무병을 통해 뭔가를 물어보고 있었다.

강태산 이병이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군의관 안정모 중위에게 갔다.

“군의관님.”

“왜?”

“저 링거 맞고 싶습니다.”

“뭐?”

군의관 안정모 중위는 혹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했다. 하지만 다시 말하는 강태산 이병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링거 맞고 싶습니다. 저 오늘 너무 힘들었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불쌍함으로 호소를 했지만 군의관 안정모 중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어쭈, 이런 어린놈의 녀석이…….”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피식 웃으며 뒤에 있던 차우식 병장을 불렀다.

“어이, 거기 병장.”

“네.”

차우식 병장이 황급히 뛰어왔다.

“야, 이 녀석이 링거 맞게 해달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차우식 병장이 강태산 이병을 홱 봤다. 강태산 이병은 차우식 병장의 시선을 외면했다. 차우식 병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링거 맞아야 합니까?”

“인마, 뭔 링거를 맞아. 그냥 항생제 먹고, 푹 쉬면 돼. 그리고 매일 와서 소독하고, 붕대 새롭게 교환하고 그러면 되는 거야.”

“얼마 정도 그래야 합니까?”

“한 5일 정도?”

“네, 알겠습니다.”

차우식 병장이 경례를 한 후 강태산 이병을 봤다.

“강태산 일어나.”

“이병 강태산.”

강태산 이병은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일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한마디 했다.

“어이, 병장.”

“네.”

“네가 고생이 많네. 저 녀석 딱 봐도 고문관인 것 같은데. 안 그래?”

차우식 병장이 애써 미소를 보였다.

“어쩝니까. 그래도 우리 소대원인데 잘 가르쳐 봐야죠.”

“오오, 그래도 괜찮은 선임을 뒀네. 자! 약 받아가.”

“네. 감사합니다.”

차우식 병장이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했다. 그때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강태산 이병을 향해 말했다.

“약 꼬박꼬박 챙겨 먹어!”

“네.”

강태산 이병은 차우식 병장의 뒤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런데 부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강태산 이병은 다시 부대로 가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야, 빨리 걸어.”

“네. 그런데 부대로 가는 길이 너무 멉니다.”

“멀기는……. 빠른 걸음으로 가.”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곧바로 시무룩해지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조금 걷다가 강태산 이병의 발걸음이 다시 느려졌다.

“태산아 빨리 좀 걷자.”

“네.”

강태산 이병이 마지못해 걸음을 빨리했다. 하지만 차우식 병장은 평소보다 보폭이 작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두 사람이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오후 작업을 마친 소대원들이 모두 다 복귀해 있었다. 김우진 병장이 강태산 이병을 보며 말했다.

“어디 봐.”

차우식 병장이 바로 옆에서 얘기를 해줬다.

“바늘로 꿰맸습니다.”

“뭐야? 꿰매야 했을 정도였어?”

“네, 뭐…….”

“잘했네. 어차피 상처가 벌어지면 안 되니까.”

“네.”

“언제 다시 오래?”

“당분간은 소독을 해야 하니까. 실밥 뽑기 전까지는 매일 오라고 합니다.”

“그래? 새끼, 완전 노 났네. 그래서 실은 언제 뽑는데?”

“아마 5일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5일? 그럼 진지공사 다 끝나잖아.”

“…….”

김우진 병장이 피식 웃었다. 강태산 이병을 보며 말했다.

“아무튼 진지공사 첫날부터 사고를 치고……. 아주 좋아. 응?”

강태산 이병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자리로 가서 앉아서 쉬고 있어. 야, 당분간 태산이 열외다.”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 앞으로 차우식 병장이 다가왔다.

“태산아.”

“이병 강태산.”

“약 꼬박꼬박 챙겨 먹고.”

“네.”

“참, 바로 하나 먹어야 하지 않냐?”

“좀 이따가 먹겠습니다.”

“이 자식이…… 빨리 나가서 먹고 와.”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내무실을 나가 복도에 있는 정수기로 향했다. 약봉지를 찢자, 약 하나가 툭 튀어나오며 바닥에 떨어졌다.

“에이씨…….”

바닥에 떨어진 약을 보며 강태산 이병이 인상을 썼다. 약이 더러워져 있었다.

“이걸 어떻게 먹어.”

강태산 이병은 혼잣말을 구시렁거린 후 그 약은 먹지 않고 다른 약만 먹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항생제였는데 말이다. 그 약은 몰래 화장실 변기통에 버려 버렸다.

“아무도 못 봤겠지?”

강태산 이병은 주위를 확인한 후 내무실로 들어갔다.

그다음 날 오전, 강태산 이병은 진지공사에서 열외가 되었다. 대신 김우진 병장과 함께 움직였다. 강태산 이병은 그것이 더 곤혹스러웠다.

“어이구, 우리 강태산 이병님. 손을 다쳐서 일을 못 하시네. 그래서 말년 병장과 함께 노가리를 까시겠다. 그런 거죠?”

김우진 병장이 강태산 이병과 함께 자리에 앉아 말했다. 강태산 이병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아닙니다.”

“여기 안이야? 밖이지?”

“네?”

강태산 이병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순간 김우진 병장은 살짝 당황했다.

“뭐야? 농담이야. 농담! 이 자식은 농담인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네.”

“아하…….”

“아하? 방금 아하 했냐? 그것도 이등병이?”

“네?”

또다시 강태산 이병이 당황했다. 그런 여러 가지로 변하는 강태산 이병을 보며 김우진 병장은 진심으로 재미있어했다.

“하하하, 이 자식 봐. 너 진짜 깬다. 재미있어. 그래, 그런 모습을 항상 유지해. 내가 심심하지 않도록 말이야.”

김우진 병장은 지금까지 강태산 이병과 함께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정확히 말을 하면 놀리는 맛이 있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강태산 이병은 김우진 병장 옆에 있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최강철 일병에게 갔다.

“저, 뭐 좀 시켜 주십시오.”

“뭐?”

“뭐라도 하겠습니다. 시켜 주십시오.”

“왜? 쉬고 있어.”

“저 도저히 김 병장님이랑 못 있겠습니다.”

“뭐?”

최강철 일병이 피식 웃었다. 강태산 이병은 진심으로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어디 보자. 그럼 벽돌을 가지고 올래?”

강태산 이병은 네모난 보도블록을 한 개 들었다. 이 정도는 무난히 들고 갈 수 있었다.

“무겁냐?”

“아닙니다.”

“무리하지 말고, 한 개씩 들고 가.”

“네, 알겠습니다.”

그때 보도블록을 들고 가는 강태산 이병을 본 차우식 병장이 말했다.

“야, 너 왜 벽돌을 옮겨?”

최강철 일병이 바로 말했다.

“뭐라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야, 인마. 그래도 넌 환자잖아. 그냥 있어.”

“아닙니다. 한 개 정도는 옮길 수 있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말했다. 차우식 병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너 빠져!”

“아닙니다. 저 할 수 있습니다.”

“빠지라고!”

“옮기게 해주십시오.”

“아, 이 자식. 말 진짜 안 듣네.”

강태산 이병은 진짜로 보도블록을 옮기고 싶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터벅터벅 걸어갔다. 부대에서 작업하는 곳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차우식 병장이 옆에 바짝 붙어서 갔다.

“태산아, 괜찮아?”

“네, 허억, 허억, 괜찮습니다.”

“야, 얼마 왔다고 호흡이 그래? 호흡 좀 가다듬어. 힘들면 중간에 좀 쉬고, 아니다, 쉴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걸어갔다. 그런데 점점 힘이 빠지고, 눈앞에 있는 것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어? 왜 이렇게 어지럽지? 이상하…….”

털썩!

강태산 이병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옆에 있던 차우식 병장이 소리쳤다.

“야, 강태산!”

그렇게 강태산 이병은 차우식 병장의 목소리를 들은 후 의식을 잃었다.

차우식 병장은 쓰러진 강태산 이병에게 뛰어갔다.

“야, 강태산! 강태산! 인마!”

차우식 병장이 강하게 소리쳤지만 강태산 이병의 의식은 깨어나지 않았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호흡은 매우 거칠었다.

“태산아, 강태산!”

차우식 병장이 다시 불렀지만 강태산 이병은 깨어나지 않았다. 차우식 병장은 곧바로 강태산 이병을 들쳐 업었다. 그는 다른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의무대를 향해 뛰어갔다. 김우진 병장이 그 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야, 우식아. 어디가?”

“의, 의무대에 내려갑니다.”

“야,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고도 없이 내려가면 어떻게 해. 일단 내무실로 가서 눕혀! 상태 확인해 보고 결정해도 안 늦어.”

“아, 네에.”

차우식 병장은 정신이 없었다. 솔직히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태산 이병을 둘러업고, 다시 방향을 바꿔 내무실로 뛰어갔다.

차우식 병장이 강태산을 내무실에 눕혔다. 그사이 소식을 들은 김우진 병장과 이해진 상병이 왔다.

김우진 병장 역시 심각한 얼굴로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지금 당장 소대장님께 보고해.”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후다닥 행정반으로 뛰어갔다. 행정반 문을 급히 열었다.

“충성. 상병 이해진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급히 말을 하고는 오상진 책상 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런데 오상진이 자리에 없었다.

“어? 혹시 저희 소대장님 어디 가셨는지 아십니까?”

3소대장이 눈을 번쩍 떴다.

“인마,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문을 그렇게 벌컥 열면 어떻게 해. 노크도 모르나?”

“죄송합니다. 지금 급해서 말입니다.”

이해진 상병이 급히 사과를 했다. 3소대장은 잠시 눈을 부릅떴다가 입을 열었다.

“몰라. 화장실 갔는지…….”

“아, 네에…….”

이해진 상병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3소대장이 그를 보며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저, 그게…….”

그때 뒤에서 오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진아.”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오상진이 서 있었다.

“소대장님.”

이해진 상병의 다급한 목소리에 오상진의 표정이 달라졌다.

“뭐야, 왜? 무슨 일인데?”

오상진도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다급한 이해진 상병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태산이가, 강태산이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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