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63화
45장 까라면 까야죠(32)
그 모습에 차우식 병장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태산아.”
“이병 강태산.”
“너 낫질 잘 못 하네. 그런데 왜 잘한다고 했어. 모르면 모른다고 말을 해 인마. 누가 뭐라고 하니?”
“아, 그게…….”
강태산 이병은 입으로 말을 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씨, 네가 뭐라고 하잖아.’
그런 것도 모르는 차우식 병장이 낫을 베는 요령을 설명했다.
“자, 봐봐!”
“네.”
“이렇게 한 손을 풀을 잡고, 밑둥에 낫을 가져가. 그리고 힘껏 끌어당기면서 풀을 베면 되는 거야.”
차우식 병장이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강태산 이병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저게 낫이고, 아, 저렇게 풀을 잡는구나. 그것이 다였다. 차우식 병장이 설명을 다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대답은 확실히 잘했다.
“좋아, 그럼 네가 해봐.”
“네.”
강태산 이병이 방금 본 대로 했지만 잘 안 되었다. 차우식 병장이 옆에서 소리쳤다.
“야, 인마! 누가 그렇게 하라고 알려줬어. 방금 내가 이렇게 하라고 했지.”
“아, 네에……. 죄송합니다.”
차우식 병장은 사과를 하는 강태산 이병을 봤다. 차우식 병장은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자식 많이 주눅이 들어 있네? 어떻게 하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우진 병장이 다가왔다.
“야, 우식아.”
“네.”
“웬만큼 좀 잡아. 너 때문에 태산이 주눅이 들어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잖아. 좀 봐봐.”
“그게 왜 저 때문입니까?”
“이야, 우리 우식이 많이 컸네. 너 기억 안 나? 예전에 강상식이 너 가르친다고 옆에 딱 붙여서는 이것저것 소리칠 때 너 기분이 어땠는데?”
“…….”
그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본 차우식 병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너는 가르쳐 주고 싶어서 가르쳐 주는 거겠지만, 태산이 입장에서는 숨 막히는 일이야. 그러니 적당히 해. 적당해.”
김우진 병장이 차우식 병장에게 충고를 했다. 차우식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차우식 병장도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강태산 이병에게 갔다.
“태산아.”
“이병 강태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네가 하고, 나는 저기까지 할 테니까. 알아서 해.”
차우식 병장은 김우진 병장의 충고를 듣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더 넓은 곳을 맡아서 했다. 하지만 강태산 이병은 자기만 부려 먹는 듯 했다.
‘에이, 더럽고 치사해서…….’
강태산 이병이 이빨 빠진 낫으로 풀을 베는 것이 아니라, 거의 뜯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김우진 병장이 나타났다.
“야, 태산아.”
“이병 강태산.”
“너 이래가지고, 오늘 안으로 작업 끝내겠어?”
“네?”
“옆에 봐, 옆에.”
차우식 병장이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벌써 자기 분량의 반 이상을 하고 있었다.
“태산아. 우식이가 너 생각해서 너보다 많이 하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등병이 그것도 말년 병장보다 못해서 되겠어?”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이등병이다! 라는 것을 보여줘.”
“알겠습니다.”
“좋아. 시작!”
강태산 이병이 다시 허리를 굽혀 낫질을 했다. 조금 전보다는 조금 더 속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낫이 문제였다. 이빨 빠진 낫으로 아무리 해도 일정 속도 만큼 올라가지 않았다. 게다가 억지로 힘으로 풀을 베는 것이라 금방 힘이 들었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픈 허리를 감싸고 열심히 낫질을 하다가 그만 손에 힘이 풀리면서 자신의 왼손을 낫으로 찔렀다.
“아악!”
강태산 이병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리고 제일 먼저 차우식 병장이 달려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낫, 낫으로 손을 벴어요.”
“뭐? 어디 봐?”
강태산 이병은 고통스러워하며 손을 내밀었다. 왼손은 이미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새끼야. 도대체 낫질을 어떻게 했기에…….”
차우식 병장이 안타까워 쏟아낸 말이었지만 강태산 이병은 자신을 나무라는 줄 알고 서운한 눈빛이 되었다.
“그게. 차 병장님 따라 가려다가…….”
“됐고. 야, 누가 물 가져온 사람! 어서!”
차우식 병장이 소리쳤다. 최강철 일병이 곧바로 자신의 수통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차우식 병장은 재빨리 수통의 물로 상처 부위에 부었다.
“으으으으…….”
“참아.”
차우식 병장이 확인을 했다. 상처를 확인해보니 엄지손가락 밑에 약 2㎝ 정도 상처가 나 있었다.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차우식은 곧바로 손목 부위를 압박하며 피를 멈췄다.
“야, 강태산 괜찮아?”
하지만 강태산 이병은 너무 아파서 울먹이고 있었다.
“아픕니다. 너무 아픕니다.”
“야, 이 정도가지고 뭐가 아프다고.”
“피, 피가 나지 않습니까.”
“됐어. 이 정도는 죽지 않아.”
차우식 병장이 말했다. 이해진 상병도 다가와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를 보니, 의무대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상처를 꿰매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그래야겠지?”
“네.”
그냥 자연적으로 아물기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차우식 병장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빼내 상처부위에 댔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여기 눌러! 알았지? 꽉 누르고 있어야 해.”
“네, 알겠습니다.”
“지금 소대장님께 보고하고. 바로 의무대로 애 데리고 갈 테니까.”
차우시 병장이 말했다.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상황을 정리했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오상진과 각 소대장들은 행정반에서 업무를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4소대 애들 작업 끝장납니다.”
“3소대는 말도 마십시오. 낫질이 거의 신급입니다.”
“하하하, 신급 말입니까?”
“네. 애들이 무슨 낫질을 그리 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어찌 보면 자랑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죠.”
“2소대는 어떻습니까?”
4소대장의 물음에 이미선 2소대장이 말했다.
“저희도 작업 진행이 착착 잘 되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아,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네.”
“그보다 말입니다. 솔직히 낫 상태가 너무 안 좋지 않습니까?”
“어? 4소대도 그렇습니까? 우리 3소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들이 새 낫 좀 달라고 난리입니다.”
“다들 난리구나, 난 또 우리 소대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중대 행보관님 말입니다. 좀 많이 해 드신 거 아닙니까?”
“네?”
“아니, 행보관이라면 알게 모르게 이래저래 많이 해 드신다는 소문을 들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니 이렇게 많이 해 드실 줄은 몰랐습니다.”
4소대장은 아예 김도진 중사가 뒤로 뭔가를 챙겨 먹은 것처럼 말을 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4소대장.”
“네.”
“우리 중대 행보관님은 아닐 겁니다. 막말로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행보관님이 어떤 분이신지.”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런 거지?”
3소대장도 4소대장의 말에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행정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문이 열리고 차우식 병장이 들어왔다.
“충성, 병장 차우식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상진이 차우식 병장을 발견하고 바로 말했다.
“그래, 우식아. 무슨 일이야?”
차우식 병장이 오상진 곁으로 다가갔다.
“그게 말입니다. 강태산 이병이 다쳐서 말입니다.”
“뭐? 다쳐? 얼마나?”
“손을 낫에 베였습니다. 약 2㎝ 정도 됩니다.”
“그래? 지금 태산이 어디 있어?”
“밖에 있습니다. 바로 의무대로 데리고 갈 참입니다.”
“그래. 일단 소대장이 확인부터 하고.”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갔다. 그 앞에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강태산 이병이 보였다.
“강태산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어디 크게 불편한 곳은 없고?”
“그냥 베인 곳이 좀 쓰라립니다.”
오상진이 막고 있는 손수건을 살짝 들어봤다. 하얀색의 손수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만해서 다행이다. 우식아, 지금 의무대 내려갈 거지?”
“네.”
“알겠다. 조심해서 다녀와라.”
“네. 충성!”
차우식 병장이 경례를 한 후 강태산 이병을 부축하며 의무대로 향했다. 의무대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거리였다. 강태산 이병이 쭈뼛거리며 물었다.
“저랑 차 병장님이랑 가는 겁니까?”
“그럼 인마, 너 혼자 가려고 했어?”
“그, 그게 아니라…….”
“인마, 이등병 혼자 의무대 가면 난리 난다. 잔말 말고 가자.”
“네, 알겠습니다.”
약 20분을 말없이 걸어서 의무대에 도착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환자가 많았다. 감기 환자가 많았지만 간혹 진지공사로 인해 환자가 많이 나온 모양이었다.
“여기 앉아 있어. 접수하고 올 테니까.”
차우식 병장이 접수대로 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손을 다친 환자가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여기 소속이랑 계급, 이름 적으시면 됩니다.”
의무병이 건네 종이에 차우식 병장이 강태산 이병 대신 적었다. 다 적고 난 후 물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아마 1시간은 안 걸릴 겁니다.”
“네.”
차우식 병장이 강태산 이병 옆으로 가서 앉았다. 차차 사람이 불리고, 1시간도 안 되어서 강태산 이병이 호명되었다.
“강태산 이병.”
“네.”
“진료실로 들어가십시오.”
차우식 병장과 강태산 이병이 들어갔다.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앉아 있었다.
“손을 다쳤다고?”
“네. 낫에 베였습니다.”
차우식 병장이 바로 대답을 했다.
“낫이라…… 어디 보자.”
강태산 이병이 인상을 쓰며 손수건을 걷어냈다.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확인을 하더니 말했다.
“아이고, 많이 아팠겠네. 이거 아무래도 꿰매야 할 것 같은데.”
“네?”
강태산 이병이 눈을 크게 떴다.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강태산 이병을 봤다.
“왜? 싫어? 그럼 이대로 두던가. 그냥 두면 곪아서 잘라야 할지도 모르는데?”
“네? 자, 자릅니까?”
강태산 이병이 크게 놀랬다. 군의관 안정모 중위가 피식 웃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곪는다고. 그러니 한 다섯 바늘 정도 꿰매면 될 것 같다.”
“…….”
강태산 이병은 말이 없었다. 그 사이 군의관 안정모는 소독솜으로 상처를 툭툭 건드렸다.
“으아아아.”
강태산 이병이 인상을 쓰며 아파했다.
“엄살은…….”
“진짜 아픕니다.”
“그럼 이렇게 베였는데 안 아프겠냐. 시끄럽고.”
“그, 그래도 마취는 안 합니까?”
“마취? 해야지. 그럼. 조금만 참아.”
의무병이 어느새 마취약이 담긴 주사기를 가져왔다. 그것을 본 강태산 이병이 잔뜩 긴장했다.
“자식이 왜 이렇게 긴장했어.”
“아, 아닙니다.”
“아니긴……. 가만히 있어. 그래야 마취를 하지.”
“네, 네.”
강태산 이병은 눈을 감아버렸다.
“가만있어 보자, 내가 손이 덜덜거려서 마취가 잘 될지 모르겠네.”
군의관 안정모 중위는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그때마다 강태산 이병은 몸을 움찔거렸다. 그사이 군의관 안정모 중위는 상처 부위에 마취를 다 놨다. 강태산 이병은 눈을 감은 채 느껴지는 따끔함에 신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