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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62화 (56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62화

45장 까라면 까야죠(31)

사실 이해진 상병이 먼저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김우진 병장이 나서는 바람에 다시 도로 자리에 앉았다.

어쨌거나, 그런 김우진 병장의 모습을 보고 다들 박수를 쳤다.

“와, 우리 김 병장님 멋있다.”

“이야, 저런 모습이 있었어?”

“진짜 의외입니다. 역시 계급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하더니…….”

“어쩌면 저 모습이 진정한 우리 김우진 병장님의 모습이 아닐까?”

구진모 상병의 말에 순간 소대원들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그때 한태수 상병이 말했다.

“에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절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신경을 끄고 밥을 먹었다. 구진모 상병도 살짝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하, 하긴……. 그럴지도.”

“그보다 우리 김 병장님 다시 봤단 말이야.”

“아마 김우진 병장님 지난번 일 때문에 최강철 일병 편을 들어주는 걸 거야.”

“아, 휴가 사건.”

“그래.”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철이 좋네.”

그렇게 소대원들의 얘기 소리를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강태산 이병은 왠지 모를 외로움이 밀려왔다.

‘나도 저렇게 챙겨주지.’

저런 모습을 보니, 또다시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때 옆에 앉은 노현래 일병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뭐해? 밥 먹어.”

“아, 네에. 먹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힘없이 대답했다.

“하아, 밥맛도 없는데……. 하지만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완전 강제 다이어트네. 이놈의 군 생활 언제 끝이 나려나.”

벌써부터 제대를 꿈꾸는 강태산 이병이었다.

그때 강태산 이병의 식판에 반으로 잘린 돈가스 하나가 툭 하고 놓였다. 강태산 이병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노현래 일병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원래 이등병 때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플 때야. 그러니 어서 먹어.”

강태산 이병의 시선이 다시 돈가스에 향했다. 돈가스 단면에 붙어 있는 밥풀을 보면서 강태산 이병의 미간이 확 일그러졌다.

‘이씨!’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작업을 위해 움직였다.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자자, 오후 공사도 부상 없이 하자.”

이해진 상병이 격려를 하며 말했다. 다시 낫을 잡고 풀을 베고, 그 외 사람은 땅을 고르며 돌멩이를 골라냈다. 그사이 오상진과 박중근 중사가 나타났다.

“얘들아, 작업 잘하고 있냐?”

“충성.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김 병장은?”

“아, 화장실 갔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바로 둘러댔다. 하지만 상대는 오상진이었다. 그런 꼼수는 다 알고 있었다.

“화장실? 이 자식 어디서 짱 박힌 모양이구만.”

“하하하…….”

이해진 상병이 어색하게 웃었다. 이미 다 알고 말하는 것 같은데 굳이 여기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작업은 잘 되고 있냐?”

오상진 역시도 김우진 병장의 농땡이를 나 몰라라 해줬다. 어차피 있어봤자 일도 안 한다는 걸 잘 알았다. 이해진 상병이 중심을 잡고 잘하면 족했다.

“현재 오전 작업으로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래? 이야, 풀이 많이 자랐구나.”

“네.”

오상진을 이해진 상병의 보고를 듣고 쭉 확인을 했다. 그 앞에는 소대원들이 열심히 풀을 베고 있었다.

“해진아, 낫 하나 줘봐.”

“아, 네에.”

오상진이 낫을 잡았다. 장갑을 끼려는데 박중근 중사가 말했다.

“소대장님 쉬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박중근 중사가 나섰다.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애들이 고생을 하는데 저만 이러고 있을 수 있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적당히 하십시오. 병나지 마시고.”

박중근 중사의 말에 오상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은근 보면 박 중사 저를 너무 보호하려 합니다.”

“하하하,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희 1소대의 정신적 지주이신데.”

“에이, 또 너무 띄우신다.”

“아, 그렇습니까?”

“네. 제가 알아서 천천히 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저 낫질 잘합니다.”

오상진이 웃으며 낫을 봤다. 그리고 옛 추억으로 젖어 들었다.

‘옛날 대민지원을 나갔는데 풍년이 들어서 벼를 얼마나 낫으로 베었던지…….’

그때의 일을 기억하며 오상진이 낫을 들었다. 풀을 한 움큼 잡고 ‘슥삭’ 낫을 움직였다. 어쨌든 낫질을 잘했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었다. 지금 잘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예전 삽질 때에도 잘 안 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일단 해보는 거지.’

그런데 낫질이 잘 안 되었다.

“어? 왜 안 되지?”

한 번에 쑥 훑어져야 제대로 된 낫질이라 할 수 있는데 몇 번을 해야 풀이 베어졌다.

“왜 이러지?”

그때 뒤에서 김우진 병장의 음성이 들렸다.

“아, 뭐하십니까? 빨리 가십시오.”

오상진이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나타난 김우진 병장이 씨익 웃고 있었다.

“어? 너 인마. 언제 왔어?”

“언제 오긴 말입니다. 원래부터 있었습니다.”

“아까 없었는데…….”

“그때는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그래, 화장실…….”

오상진은 이해진 상병에게 들었다.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그런데 믿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안 믿지만…….

“그런데 너 왜 내 뒤에 있어?”

“당연히 풀 베고 있지 않습니까. 소대장님께서 너무 늦게 베니까. 제가 할 일이 없지 말입니다. 빨리빨리 가십시오. 아니면 비키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야, 인마. 말년 병장이 무슨 쓸데없이 낫질을 하고 있어.”

“저도 하고 싶어서 합니까. 소대장님께서 열심히 안 하시니까 제가 나서는 것이 아닙니까.”

“이 자식이…….”

김우진 병장의 장난에 오상진이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낫이 들지 않아도 너무 안 들었다. 그래서 오상진은 낫 상태를 확인했다. 여기 저기 잔뜩 붉은 녹이 물들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못한 것이 아니야. 낫이 이상해.”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낫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다가 박중근 중사를 불렀다.

“박 중사.”

“네.”

“이것 좀 보십시오. 낫 상태가 영 아닙니다.”

박중근 중사가 다가왔다.

“어, 소대장님 것도 그러네.”

“박 하사 낫도 그렇습니까?”

“네. 이거 보십시오.”

서로 낫을 보는데 박중근 중사 낫도 마찬가지였다. 이빨이 빠지고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에이, 그래도 소대장님 것은 이는 안 나갔지 않습니까. 저는 이도 나갔습니다.”

“그럼 우리 것만 이렇습니까?”

“아뇨, 애들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중 제일 괜찮은 낫은 김우진 병장이 사용하고 있었다.

“어쩐지 김우진 네가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

김우진 병장이 바로 반박했다.

“왜 이러십니까? 장비빨도 실력입니다.”

“장비빨은 무슨……. 그보다 상태가 이리 좋지 않아서 어떻게 하냐?”

오상진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곧바로 김도진 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1소대장입니다.

-네, 소대장님.

“혹시 말입니다. 각 소대 낫 상태를 확인해 보셨습니까?”

-낫 말입니까?

“네.”

-왜, 많이 상태가 좋지 않습니까?

“이빨이 빠지고, 녹이 슨 것이 대부분입니다.”

-녹이야 없애면 되지만 이빨 빠진 것은 교체를 해야 합니다. 교체가 안 되어 있습니까?

“네. 지금 확인해 보니 그렇습니다.”

-어? 이상하다. 분명 낫을 구입한다고 했는데…….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과의 전화를 끊은 김도진 중사는 곧바로 군수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1중대 행보관인데 낫 보급 안 되었냐? 지금 확인해 보니 낫 대부분이 이빨이 나갔다는데.”

-어? 낫 안 들어왔는데 말입니다.

“그래? 확실해?”

-네.

김도진 중사는 이상하다 여기며 장부를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분명 낫이 입고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낫이 안 들어왔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김도진 중사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눈을 번쩍하고 떴다.

“혹시…….”

김도진 중사는 곧바로 민용기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민용기 상사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어디서 주워왔는지 생밤을 칼로 까고 있었다.

“아, 운이 좋았단 말이지. 생밤이 있고 말이야.”

오늘 잠깐 산을 돌아다녔다. 정확히 말을 하면 진지공사를 하는 길에 밤나무가 있었다. 그 주위를 확인해 보니 까지 않은 밤이 떨어져 있었다. 그곳에서 10개 정도 밤을 주워서 내려왔다.

“이야, 밤이 실하네. 맛있겠어.”

민용기 상사는 흐뭇한 얼굴로 밤을 까서 입에 가져갔다.

오드드득! 아그작, 아그작.

의자를 최대한 뒤로 눕히며 생밤을 먹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에이, 나의 사색을 방해하고, 누구야?”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김도진 중사였다.

“김 중사? 갑자기 무슨 일이지?”

민용기 상사가 전화를 받았다.

“김 중사 무슨 일이지?”

-충성, 지난번에 낫 말입니다. 지지난달 언제쯤인지 낫 보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낫이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순간 움찔한 민용기 상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쭈 이 자식 봐라. 갑자기 왜 낫을 찾고 그러지?’

그러면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잘 찾아봐. 어딘가 있겠지. 설마 내가 낫 안 보내놓고 보냈다고 했을까. 아무튼 사람 바빠 죽겠는데 쓸데없는 소리만 해. 끊어!”

민용기 상사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에이, 설마 이런 거로 트집 잡히고 그러지는 않겠지? 아닐 거야. 아니겠지.”

갑자기 불안해지는 민용기 상사였다.

오후의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어차피 낫은 바뀌지 않았다. 한참 낑낑거리며 낫질을 하던 구진모 상병이 김우진 병장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우리 계속 이 낫으로 작업을 하는 겁니까?”

“왜, 인마. 낫이 바뀌면 너의 풀 베는 실력이 좋아질 것 같아?”

“그래도 이 낫은 너무 위험합니다. 자칫 힘을 줬다가 다치기 쉽상입니다.”

“어이구, 그렇게 낫질을 잘해서 연장 탓을 합니까?”

“왜 그러십니까. 진심입니다.”

“됐어, 인마. 그냥 대충 해. 새 낫으로 베나, 이 낫으로 베나 똑같아.”

“아, 그렇습니까?”

“그리고 안 될 것 같으면 말이야. 날 봐봐. 딱 이렇게 힘주고, 확 끊어버려. 베지 말고, 자칫 잘못했다가 크게 상처를 입으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일병도 이해진 상병 옆에서 열심히 낫질을 했다.

“강철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봐봐.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야.”

이해진 상병은 최강철 일병에게 낫의 요령을 알려주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아까처럼 했다면 너 분명 힘떨어졌을 때 손 베인다.”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강태산 이병이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강태산 이병을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었다. 원래라면 최강철 일병이 신경 써야 했지만 최강철 일병도 처음이라 알려줄 수 없었다. 막말로 누가 누구를 챙기겠는가. 더불어 강태산 이병 옆에는 항상 차우식 병장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최강철 일병이 신경 쓰지 않았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왜? 잘 안 돼?”

“아닙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 해봐.”

강태산 이병은 눈치를 살피며 낫질을 했다. 그런데 생전 처음 잡아본 낫이었다. 잘해봤자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예상대로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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