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5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28)
‘으음, 말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별거하는 중인 것이 맞네.’
이미선 2소대장은 이곳으로 전입오고 각 중대장에 대해서 확인을 했다.
5중대장은 현재 별거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혼한 지는 3년 정도 되었고, 별거를 한 이유는 와이프가 사치가 심해서였다.
아직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소송 준비 중인 것은 알았다.
아무튼 돌싱같은 존재이고, 말하는 것을 보니 딱히 만나는 여자도 없어 보였다.
‘아, 이래저래 상황을 봐도 괜찮네. 그보다 난 왜 5중대장에게 끌리지? 왜 5중대장 같은 남자가 좋을까?’
이미선 2소대장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운전을 하던 5중대장이 슬쩍 물었다.
“다른 소대장들하고는 어때? 잘 지내?”
“다른 소대장, 누구요?”
“아니, 자네 중대 소대장 말이야. 3소대장이나, 4소대장 말이야.”
“잘 지내요.”
“그래? 거기 3소대장이 내 후배거든. 3사 후배.”
“아, 3소대장님하고는 잘 지내고 있지만 그리 친한 편은 아니에요. 그냥 일상적인 대화 정도?”
“그렇구나. 그럼 4소대장? 아님 1소대장?”
“글쎄요. 4소대장은 저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제가 별로구요. 1소대장은 연애하는데 바쁜 것 같아요.”
“오, 1소대장 연애해?”
“네. 왜요?”
“아니, 난 또 우리 미선이가 1소대장도 남자답게 생겨서 1소대장 좋아하면 어쩌나 걱정했지.”
이미선 2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에요. 저는 중대장님처럼 듬직한 남자가 좋아요.”
“어? 그래? 뭐, 접대성 멘트치고는 좋아.”
“어? 아닌데. 진심인데.”
이미선 2소대장의 말에 5중대장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러다가 이미선 2소대장이 잠깐 생각했다.
1소대장은 솔직히 남자답고 멋있어 보였다. 다만 그래 봐야, 소위, 중위? 자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만났던 것이 본부중대의 최 중사였다. 최 중사는 생긴 것도 잘 생겼다. 그중 가장 끌렸던 것은 최 중사 집이 잘살았다는 것이었다.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다. 군 생활은 취미고, 게다가 군대도 좀 늦게 온 편이라고 했다.
밖에서 사업을 하다가 군대를 가야 해서 군대에 왔다. 바로 부사관으로 지원을 해서 왔다.
그래서 최 중사는 항상 말하고 다녔다. 자기는 군 생활 짧게 한 다음에 밖에서 아빠 빌딩 물려받아서 그걸로 편안하게 살 거라고 했다.
그 말이 맘에 들어서 만났는데 역시 최 중사도 별 것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5중대장을 만났는데 뭔가 중후한 면과 멋짐이 느껴졌었다.
‘그래. 애 같은 남자 만나지 말고, 차라리 이런 남자를 만나서 결혼까지는 무리겠지만 군 생활하는데 도움은 되겠지.’
그렇게 차는 약 4시간 30분을 달려서 부산 해운대 근처에 도착을 했다.
“저쪽으로 가면 기장이 나와.”
“아, 그럼 꼼장어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아마도?”
거의 밤 10시쯤 되었다. 이 시간에 가게가 문을 열어 놨을지는 잘 몰랐다.
“그런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아닐 거야.”
5중대장이 애써 밝게 말했지만 한 편으로는 불안한 것도 있었다. 5중대장이 차를 몰고 원하던 가게 앞에 섰다.
다행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 아직 한다.”
“우왕, 다행이다. 진짜 꼼장어 먹으러 부산까지 올 줄을 몰랐어요.”
“후후후, 난 한다면 하는 남자야.”
“멋있어요.”
이미선 2소대장이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5중대장은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들어가자. 여기가 볏짚으로 태워서 해주는 곳이래. 고소한 것이 맛도 일품이라고 하데.”
“그래요? 빨리 먹으러 들어가요.”
“좋았어.”
5중대장이 차를 주차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미선 2소대장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4시간을 운전해서 왔는데 안 피곤하세요?”
“괜찮아, 우리 미선이랑 함께 왔는데 피곤할 것이 있나. 자, 왔으니까, 꼼장어 맛있게 먹자.”
곧바로 종업원이 왔다.
“뭐 드릴까요?”
“꼼장어 주시고, 소주는 한 병만 주세요. 음료수도 주시고요.”
“음료수는 뭐로 드릴까요?”
“사이다요.”
“그런데 소주 한 병 가지고 되겠어요?”
“아, 저는 운전을 해야 해서요.”
“어머나, 남자친구 잘 두셨네.”
순간 5중대장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어, 저는…….”
그러자 이미선 2소대장이 바로 나섰다.
“그렇죠. 저희 남자친구 멋지죠.”
“그럼요.”
종업원 아줌마가 크게 웃으며 주방으로 갔다. 5중대장은 괜히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었다.
잠시 후, 소주와 밑반찬부터 나왔다. 5중대장이 소주 뚜껑을 따며 말했다.
“자, 한 잔 마셔.”
“그래도 중대장님 한 잔만 드시면 안 돼요?”
“어, 나 운전해야지.”
“그래도 한 잔만 드세요. 저 혼자 마시면 쓸쓸한데. 딱 한 잔만요.”
“어험, 그, 그럼 한 잔만 먹을까?”
“네, 딱 한 잔만!”
“한 잔만이야. 더 이상 마시면 안 돼.”
“알았어요.”
이미선 2소대장이 조심스럽게 술을 따랐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소주를 마셨다.
“크으, 좋다.”
곧이어 잘 구워진 꼼장어도 나왔다.
“이야, 냄새 죽인다.”
“어멋! 맛도 너무 고소하고 맛있어요.”
이미선 2소대장이 진짜 신나하며 좋아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5중대장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거 더 먹어. 많이 먹어.”
“네.”
이미선 2소대장이 여우처럼 창가를 보며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5중대장이 바라봤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꼼장어와 소주 한 병을 다 먹었다.
“아, 배부르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럼 다행이고. 이제 가볼까?”
5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선 2소대장도 움직이는데 뭔가 많이 아쉬워했다.
“아쉽다. 내일 쉬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우리 몰래 부산에 온 거 알지? 위수지역을 벗어나서 온 거야. 그러니 빨리 올라가야 해.”
5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어서 가요.”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5중대장이 차에 타며 시계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지금 올라가면 한 새벽 4시쯤 도착하겠네. 잠깐 눈 좀 붙이고 출근하면 되겠다.”
“우왕. 2시간 밖에 못 자겠네.”
“미안, 괜히 여기까지 오자고 해서.”
“아니에요. 전 너무 좋았어요. 그보다 전 중대장님이 걱정이에요. 많이 피곤하시겠다. 제가 어깨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하하하, 아니야. 괜찮아. 미선이만 좋았으면 됐지. 자, 이제 가보자.”
5중대장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차를 몰고 출발을 했다. 한 참 가는데 저 멀리 호텔이 보였다.
“저, 중대장님.”
“왜?”
“우리 잠깐 쉬었다가 가면 안 되나?”
“응?”
5중대장이 눈을 크게 떴다. 이미선 2소대장이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아니, 술을 좀 먹었더니. 살짝 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미선 2소대장은 말을 하면서도 슬쩍 5중대장의 눈치를 살폈다.
“으음, 그게…….”
5중대장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그러지 말고, 잠깐 쉬었다가 가요. 네?”
이미선 2소대장의 말에 5중대장은 갈등을 하다가 스르륵 핸들을 호텔 쪽으로 꺾었다.
그다음날 아침 일찍 5중대장과 이미선 2소대장이 황급히 호텔에서 나왔다.
차에 올라탄 5중대장이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우리 어떻게 해요?”
“미안해. 내가 어제 너무 피곤해서.”
“아니에요. 저도 뭐…….”
“어제 내가 모처럼 만에 힘을 썼더니……. 좋기도 했고…….”
5중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미선 2소대장도 미소를 지었다.
“저도 좋았어요. 그보다 진짜 어떻게 해요?”
이미선 2소대장은 잔뜩 걱정이 되었다. 5중대장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지금부터 서둘러도 많이 늦을 것 같은데.”
5중대장이 슬쩍 이미선 2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1중대장 님에게 말해 줄까?”
“그러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 한다?”
“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괜찮겠어?”
“네.”
“그러자고, 그럼.”
5중대장은 서둘러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아침 9시가 지났다. 슬쩍 자리를 확인하던 4소대장이 말했다.
“어? 이상하네. 2소대장이 아직 안 나왔습니다.”
4소대장의 말에 오상진과 1소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 자리를 확인했다.
“혹시 연락받으셨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상진의 물음에 3소대장, 4소대장이 각각 말했다.
오상진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막 이미선 2소대장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띠링 하고 문자를 받았다.
-1소대장님 죄송해요, 제가 아침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열이 너무 났습니다. 아무래도 감기 기운인 것 같은데 병원에 갔다가 오후에 출근하면 안 되겠습니까?
오상진이 문자를 확인하고 말했다.
“어? 문자 왔습니다. 아무래도 좀 아픈 모양입니다. 병원에 갔다가 오후에 출근한다고 하니,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중대장님께는 따로 말씀하지 마시고 나중에 물어보면 그때 말씀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많이 서러운데……. 죽이라도 사 먹으면 좋을 텐데.”
4소대장은 이미선 2소대장이 아프다고 하자, 이래저래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미선 2소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알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시고, 오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4소대장이 박수를 쳤다.
“맞다! 2소대장 어쩜 아픈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4소대장의 갑작스러운 말에 오상진과 3소대장이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걱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야, 2소대장 사람이 참 얇네.”
“네? 무슨 말씀입니까?”
3소대장이 물었다. 4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2소대장이 아프다고 출근을 안 했던 적이 있습니까?”
“…….”
“아마 속병이 나서 죽으려고 할 겁니다.”
“속병?”
“네. 바로 또 다른 말로 술병이라고 하죠. 어제 또 누구랑 죽으라 퍼마셨나 봅니다. 그러니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오전을 빠지려고 하는 것이죠.”
“에이, 설마 2소대장이 그랬을 리가…….”
3소대장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4소대장은 거의 확신을 가지고 말을 했다.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서로 떠들어댔다. 오상진은 두 사람 얘기를 듣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행정반을 나갔다. 그때 5중대 소대장들끼리 얘기하는 것이 어렴풋이 들렸다.
“우리 중대장님 무슨 일이지?”
“그러게 평소에 휴가도 잘 안 쓰는 양반이.”
“맞아. 오늘 갑자기 아침에 전화 와서는 오후에 출근하겠다고 하네. 참 이상하지?”
“그게 뭐 어때서. 우리 중대장님도 사람인데. 이럴 때도 있는 거지. 그동안 얼마나 맘고생을 심하게 했냐. 사모님 때문에.”
“하긴…….”
5중대 소대장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달랐다. 어제 확실치는 않지만 5중대장 차에 이미선 2소대장이 탔던 것 같았다.
그런데 두 사람이 동시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
‘어? 두 사람이 동시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뭐지?’
순간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의아한 시선으로 5중대 소대장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