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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58화 (55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58화

45장 까라면 까야죠(27)

“아닙니다.”

이미선 2소대장은 빨리 박대기 병장의 면담을 마치고 싶었다. 서둘러 다이어리를 펼쳤다. 볼펜을 툭툭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박 병장, 제대 얼마 안 남았지?”

“이제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그럼 말년 휴가는 언제쯤 가려고?”

“말년 휴가는 5일 정도 남았습니다. 기간 봐서 신청할 생각입니다.”

“그래, 뭐. 그거야 박 병장이 알아서 할 거고. 요새 어떻게 지내? 듣기로는 그냥 말없이 조용히 지낸다고 들었는데.”

“네. 뭐. 그냥 조용히 이대로 제대할 생각입니다.”

“소대원들하고 사이는 좋고?”

이미선 2소대장의 날 선 질문에 박대기 병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또한 저 질문을 왜 했는지 알기에 더 그랬다.

“그냥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 일 없이?”

“네. 말년 병장이 뭐 할 것이 있습니까. 그냥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면서 가만히 있습니다.”

“그래? 귀찮아서는 아니고?”

“뭐, 그것도 있고 말이죠.”

“그래?”

이미선 2소대장이 말없이 박대기 병장을 바라봤다.

솔직히 박대기 병장은 진짜 말년 병장이었다.

말년 병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제대 한 달 전부터 모든 일과에서 제외된다.

불침번은 물론이고, 당직사병, 경계근무까지 모든 일정에서 빠진다. 그 외는 참여는 하지만 설렁설렁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애들이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히 제대를 하면 좋겠다고 다들 생각을 한다.

현재 박대기 병장도 그랬다. 모든 것이 귀찮았다. 지금은 말썽도 피우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제대만 하고 싶었다.

그것이 박대기 병장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이미선 2소대장에게 늘어놓았다.

“……지금 상황은 그렇습니다.”

“그래? 네가 그런 맘을 먹었다는 것이 대단하네.”

“…….”

박대기 병장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박대기 병장을 보며 이미선 2소대장은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래, 박 병장도 말년이라서 그런지 풀릴 대로 풀렸구나. 굳이 건드리고, 자극할 필요는 없지.’

이미선 2소대장도 어느 정도 편안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소대장에게 할 말은 없어?”

“없습니다.”

“진짜 없어?”

“네.”

이미선 2소대장이 찬찬히 박대기 병장을 바라봤다. 어깨가 축 처진 것이 어찌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알았다. 이만 가봐.”

“네.”

박대기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성.”

“그래.”

이미선 2소대장이 받아줬다. 그리고 박대기 병장이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주춤거렸다.

이미선 2소대장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왜 그래?”

“아니, 저, 그러니까…….”

“할 말 있으면 빨리해.”

“죄송했습니다.”

박대기 병장은 빠르게 고개를 숙인 후 상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이미선 2소대장의 눈이 커졌다.

“뭐야? 박 병장. 사람 기분 되게 이상하게 만들고 있어…….”

그러고 잠시 후 이미선 2소대장이 정리를 하고 일어나려는데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누구지?”

천천히 문이 열리며 강인한 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선 2소대장이 깜짝 놀랐다.

“어? 강 병장.”

“충성.”

“네가 여긴 웬일이야?”

강인한 병장이 상담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저기 박대기 병장이 면담순서라고 가보라고 해서 말입니다. 혹시 저 아닙니까?”

그제야 이유를 안 이미선 2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아, 박 병장. 쓸데없는 일을 했네.”

“네?”

“아니야. 일단 여기 앉아.”

강인한 병장이 자리에 앉았다. 이미선 2소대장은 덮었던 자신의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다.

“그래. 면담하자. 어차피 해야 하니까. 강 병장.”

“병장 강인한.”

“요새 소대 분위기는 어때?”

“아, 요새 소대 분위기 말입니까? 분위기는…….”

강인한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소대 분위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강인한 병장의 말을 들으면 자신의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었다.

* * *

“으으으으…….”

이미선 2소대장은 방금 하영운 상병과 면담을 마치고 기지개를 켰다.

“이것도 은근히 힘드네. 아무래도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이미선 2소대장은 찌뿌둥한 어깨를 몇 번 돌리고는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아무래도 나눠서 해야겠어.”

오늘 이미선 2소대장은 면담을 총 다섯 명을 했다. 아직 반 정도가 남아 있지만 다음에 할 생각이었다.

“어디 보자.”

시계를 확인해 보니 퇴근 시간이 다 되었다.

“아니, 벌써 시간이…….”

이미선 2소대장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한 후 일어났다. 면담실을 나가며 문을 잠갔다.

“아, 오늘은 소주가 당기네. 누구랑 한잔할까?”

이미선 2소대장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마침 문자가 ‘띠링’ 하고 왔다.

“응? 누구지?”

이미선 2소대장이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5중대장에게서 온 문자였다. 이미선 2소대장이 환한 미소와 함께 배시시 웃었다.

“아무튼 타이밍 하는 환상이야. 내가 또 술친구 생각하는 것을 어찌 알고.”

이미선 2소대장이 웃으며 문자 확인을 했다.

-우리 미선이, 밥 먹었어?

“칫, 뭐야.”

이미선 2소대장은 은근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곧바로 답 문자를 보냈다.

-저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어요. ㅠㅠ

-아이고 못 먹어서 어떻게 해. 뭐 땡기는 거라도 있어?

-갑자기 꼼장어에 소주가 땡기네요.

-꼼장어에 소주? 후후, 내가 또 꼼장어를 기가 막히게 하는 곳을 알고 있지.

-그래요? 그래도 꼼장어하면 부산 아니겠어요?

-어? 내가 아는 곳도 거긴데 기장 쪽이라고 유명한 곳이 있어. 우리 그냥 부산에 갈까?

-이 시간에 말입니까?

-왜? 못 갈 건 또 뭐야? 가자! 4시간이면 가는데. 부산에서 꼼장어 먹고 올라오면 딱이겠네.

이미선 2소대장이 문자를 보고 피식 웃었다.

“아무튼 말은 참 잘한다니까.”

-괜찮아요. 중대장님 피곤해서 안 돼요. 우리 날 잡아서 가시죠.

-아니야, 나 준비 다 했어. 가자! 주차장으로 올라와.

-진짜요?

이미선 2소대장이 깜짝 놀랐다.

-그럼 진짜지 가짜일까? 대신 나 술은 못 마셔. 운전해야 하니까. 나 대신 미선이가 먹어.

-오케이!

이미선 2소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퇴근 시간 맞춰서 곧바로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5중대장은 미리 차에 올라타 있었다.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환해지면서 곧장 조수석에 탔다. 두 사람은 간단히 대화를 하고는 차가 떠나갔다.

* * *

오상진이 밖으로 나와 걸어가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소희 씨에게 전화나 해 볼까?”

때마침 한소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튼 텔레파시가 통한다니까.”

오상진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소희 씨.”

-매일 이렇듯 퇴근 시간 맞춰서 통화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 같아요. 그냥 습관처럼 통화 버튼을 눌러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소희 씨에게 고마워요.”

오상진은 주희 일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뭘요.

“주희에게 다 들었습니다. 소희 씨 덕분에 일이 잘 풀렸습니다. 그리고 최 변호사님에게서도 전화가 왔어요. 이게 다 소희 씨 덕분입니다.”

-이게 다 제 덕분이에요. 상진 씨가 여자 친구를 잘 둔 덕이죠.

“어? 그게 그거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이번 주에도 볼 수 있는 거죠?

“그럼요. 당연히 봐야죠.”

-그런데 왜 이렇게 바람 소리가 들려요? 밖이에요?

“네, 잠깐 밖에 나왔어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상진 씨.

“네?”

-이제 그만 관사에서 나오면 안 돼요? 부대 근처에 아파트나 오피스텔 하나라도 장만해요.

“으음, 저 혼자 사는 것에는 재주가 없어요. 관사도 정리를 잘 안 하고 있어요. 남자 혼자 사는 것이…….”

-칫, 바보. 그렇게 살면 내가 종종 가서 볼 수 있잖아요.

“어어, 그러다가 제가 집에 안 보내면 어쩌려고 그래요?”

-어쩌기는 어째요. 남자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는 거죠. 그러다가 내 집 되는 거고.

“요고 요고, 처녀 입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

-어멋! 제가 그랬나요?

“하하핫!”

-호호호.

오상진은 웃고 얘기를 나누다가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봤다. 5중대장 차였다.

“응? 5중대장이 다시 부대에 무슨 일이지?”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주차장으로 누가 후다닥 뛰어갔다. 그런데 멀리서 봐도 이미선 2소대장이었다.

“어? 2소대장인데…….”

이미선 2소대장이 5중대장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5중대장 차가 빠르게 부대를 벗어났다.

“두 사람이 왜…….”

오상진이 중얼거리는데 수화기에서 한소희에 음성이 들려왔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제가 뭘 본 것 같은데…… 에이 설마…….”

-뭐가요?

“아니에요. 아무튼 우리 주말에 봐요.”

-네.

오상진은 휴대폰을 끊었다. 그리고 5중대장 차량이 간 곳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설마하니, 2소대장이 탔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내가 잘못 봤을 거야.’

오상진은 그냥 신경을 끊어버렸다.

* * *

5중대장과 이미선 2소대장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5중대장은 한 손은 핸들에 다른 한 손은 기어봉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진짜 부산 가시는 겁니까?”

“그럼. 보면 몰라. 지금 경부 올리고 있잖아.”

“어? 진짜네. 저는 그냥 근처 맛있는 곳 가도 되는데.”

“나 그렇게 허언하는 남자 아니야. 안전벨트 단단히 메시고, 갑니다.”

5중대장은 신나게 액셀을 밟았다. 이미선 2소대장은 슬쩍 5중대장을 바라봤다.

‘나는 또 왜 이런 박력에 끌리지?’

이미선 2소대장은 5중대장을 찬찬히 바라봤다. 5중대장은 유부남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하면 현재 이혼 대기 중이었다.

‘아, 나는 참 왜 유부남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모르겠네. 내가 유부남 취향인가?’

이미선 2소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운전대를 잡고 가는 옆모습이 그리 멋있어 보였다.

그러다가 5중대장이 힐끔 이미선 2소대장을 봤다. 이미선 2소대장이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미선 2소대장이 씨익 웃었다.

“뭔데? 같이 웃자.”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미선 2소대장이 애교를 떨었다. 그러자 5중대장이 슬쩍 껌 통을 꺼냈다.

“껌 씹을래?”

“제가 까 드릴게요. 줘봐요.”

이미선 2소대장이 껌 하나를 까서 5중대장 입으로 직접 넣어 주었다. 5중대장은 또 이렇게 연인처럼 대해주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 그러고 보면 우리 미선이. 참 다정다감하고 좋아.”

“뭘요. 그런데 중대장님 차 안이 되게 깔끔하네요.”

이번에 이미선 2소대장이 다나까를 쓰지 않았다. 그러는 것이 더 애교가 있었다.

“아, 그래? 미선이 태운다고 적당히 치운 건데. 깔끔한가?”

“대충 치웠는데 이래요? 이야, 5중대장님 집도 되게 깔끔하시겠다. 혹시 도우미 쓰세요?”

“아니, 도우미 쓰기는. 그럴 돈이 어디 있어. 그냥 나 혼자 적당히 치우는 거지.”

“혼자 치우시기 힘드시겠다. 어디 제가 한 번 가서 청소해 드려요?”

“응?”

5중대장이 깜짝 놀랐다.

“냉장고 청소 안 한 지는 꽤 됐죠?”

“아, 뭐…….”

5중대장이 살짝 부끄러운지 ‘허허허’ 웃었다.

“괜찮아요. 남자들은 다 그렇지 않아요. 제가 가서 청소해 드릴까요?”

“그, 그래 주면 고맙지. 그래도 미안해서 어쩌지?”

“뭐 어때요. 우리 사이에.”

“어험, 그럼 언제 한 번 초대해야겠네.”

“좋아요.”

5중대장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 이미선 2소대장이 히죽 웃으며 정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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