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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57화 (55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5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26)

“드시죠.”

“고마워.”

“그러지 마시고, 건너편 커피숍으로 가시지 그랬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난 여기 자판기 커피가 맛있어. 언제부터인가 여기 이 맛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야.”

최 변호사가 씨익 웃었다. 박태환도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저도 가끔 생각날 때면 내려와서 먹곤 합니다.”

“그래. 여기 자판기 커피는 잊을 수가 없지.”

“맞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가 최 변호사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자네 딸이랑 얘기는 좀 해 봤나?”

“아…… 그게 말이죠.”

“왜? 얘기가 잘 안 돼?”

“그게 뭐, 제가 딸아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말입니다.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빠로서 딸자식이 다쳤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 문제로 끝까지 가자고?”

“저도 가장으로서 체면도 있고. 이해해 주십시오, 선배님.”

“물론 이해는 하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 전에 말이야. 자네 이거 한 번 보겠나?”

“…….”

최 변호사가 태블릿을 꺼냈다. 몇 번 터치를 하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 폰으로 보냈네. 한 번 확인해 보게.”

박태환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했다. 순간 박태환이 놀란 눈이 되었다.

“이건…….”

“일단 한 번 보게나.”

최 변호사가 동영상 하나를 켰다. 그 동영상에는 박태환의 딸인 박지혜가 찍혀 있었다.

박지혜가 어떻게 지내는지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그 와중에 담배는 기본이고, 애들 괴롭히는 장면과 대낮에 학교에 있지 않고, 김태희랑 노래방에서 나오는 것까지 찍혀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박태환은 보면 볼수록 너무 놀라 충격이었다. 박태환이 떨리는 눈으로 최 변호사를 봤다.

“서, 선배님. 이건…….”

“원래 애들이 다 이래. 자네 딸만 특별한 것이 아니고. 뭐, 그게 지혜 잘못이겠나. 못된 애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그런 것이지.”

박태환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애를 잘 보게.”

최 변호사가 김태희를 가리켰다. 김태희는 자신의 딸인 박지혜와 잘 어울려 다녔다.

그리고 최 변호사가 그다음 장면을 보여줬을 때 박태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기에는 박태희가 주희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박태환은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그 안에 자신의 딸이 없다고 해도 정황상 같이 괴롭혔을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제 딸이 학교 폭력에 개입되어 있다는 말씀입니까?”

“우리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뒤편에 나오는 그 녀석 있지? 그 녀석이 괴롭힌 것이…… 이것 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아무튼 아가씨 결혼할 사람의 사촌동생이야.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오정진 군이 나서게 된 거고 말이야. 오정진 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자네도 알다시피 오정진 군이 1학년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수재야. 학교 선생들에게서도 칭찬이 그렇게 자자해. 자네는 모르겠지만 그 일이 있고 교감 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교감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모든 선생님이 다 오해라며 오정진 군은 절대 그럴 애가 아니라고 하지 뭐야.”

“…….”

박태환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 자네는 왜 정진 군이 나섰는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봐줬으면 좋겠네.”

“정황상 제 딸이 잘못했다는 거네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진실은 두 사람 얘기를 최종적으로 다시 들어봐야 알 수 있는 거지. 하지만 내 말은 그래.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거고 말이야. 지금 상황에서 끝까지 가면 과연 누가 더 힘들까?”

최 변호사의 말을 박태환은 다 알아들었다.

“선배님,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냥 딸 단속 잘하고. 혹시라도 징계위원회 열려서 이런 얘기 나오면 별말 없도록 잘 넘어가 줬으면 좋겠어.”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아무래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 다니는 것이 좀…… 아아, 그냥 내 혼잣말이야. 신경 쓰지 마.”

최 변호사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박태환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일단 전학 보내겠습니다.”

“아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자네가 그렇게까지 해 준다면 내 체면이 좀 서네. 허허허.”

“…….”

“그래, 혹시라도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고.”

최 변호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박태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네, 선배님.”

대답하는 박태환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 길로 최 변호사가 가고, 박태환은 다시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아…….”

박태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박태환에게 이렇게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 그때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왜?”

-당신 사무실 아니에요? 바빠요?

“왜?”

-무슨 일은 무슨 일이야. 지혜 어떻게 할 거예요. 학교에서 징계위원회 열린다고 하는데. 당신 참석할 거죠.

“후우, 집에 가서 얘기해.”

-그러니까, 당신 참석하는 거죠? 오케이, 알았어요.

아내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박태환은 휴대폰을 넋을 잃고 쳐다봤다.

“아이고, 이놈의 여편네는……. 그보다 어디로 가야 하지?”

박태환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1중대 중대장 사무실에서 오랜만에 회의가 진행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도했고, 나머지 소대장들은 다이어리에 뭔가 열심히 적고, 체크를 했다.

“이상 오늘 나온 말이고, 그리고 이번 달에 춘계진지공사가 있는 거 알고 있지?”

“네? 또 합니까?”

“뭘 또 해?”

“지난번에 유격장…….”

“인마, 그건 보수공사고. 이번에는 원래 매년 하던 춘계진지 공사잖아. 그것이랑, 이것은 엄연히 다른 거지.”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소대장들의 표정이 다들 좋지 않았다.

“인마, 어차피 할 거 그냥 하면 안 되냐?”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는 어느 구역을 맡습니까?”

“아마도 작년과 같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다면…….”

그런데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작년과는 같지 않을 거야.”

“아닙니까? 그럼 어디입니까?”

“오늘 회의를 하면서 대대장님께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어.”

“어떤 발언을 말입니까?”

“13-7구역에서 15-4구역을 지나는 길 있지.”

“네? 거기가 어디입니까?”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말입니다.”

소대장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아, 탄약고 뒤쪽 구역 말입니까?”

“맞아!”

“어? 그곳은 길이 막혔지 않습니까. 그 길로 지나다니지 않은지가 한참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갑자기 대대장님께서 그 길을 뚫어야겠다고 말씀을 하시네.”

“으음, 왜 그러시지.”

“그야 모르는 일이고, 뭐 아직 그곳을 우리가 맡을지 다른 중대가 맡을지 결정은 되지 않았다. 아무튼 춘계진지공사가 있으니까, 그리 알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아, 또 공사야. 만날 공사야. 파고, 묻고, 또 파고, 묻고.”

“전 진짜 진지공사 너무 싫습니다. 훈련을 하고 싶습니다.”

“걱정 마! 춘계진지공사가 끝나면 훈련 빡시게 하게 해 줄 테니까.”

김철환 1중대장의 의미 있는 말에 다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 설마 제가 말실수를 한 겁니까?”

“후후후…….”

김철환 1중대장은 그저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단에서 지침이 내려왔다. 각 소대별로 애들 면담을 해서 나에게 보고를 하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

이미선 2소대장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면담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면담. 왜?”

“아,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입니다.”

“왜? 2소대장은 면담이 싫어? 소대원들의 마음도 알 수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네. 좋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각 소대장들은 알고 있었다. 왜 이미선 2소대장이 면담을 살짝 꺼려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말했다.

“어차피 위에서 하라고 하면 우린 하면 되는 거야. 지금 우리 사단이 사단장님께서 바뀌었잖아. 그럼 각 부대 상황을 알고 싶어 할 것이고.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면담해. 혹시라도 관심병사가 있는지 잘 체크하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오늘 일과도 시작해.”

“네.”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갔다.

그 사이 소대장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중대장실을 나갔다.

그러면서 3소대장과 4소대장이 한마디씩 했다.

“아, 면담 귀찮은데.”

“하긴 보기 싫은 얼굴도 봐야 하고 말이야.”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할 건 해야죠.”

“그래야죠.”

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 오상진이 먼저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이미선 2소대장은 생각이 많은지 혼자 심각한 얼굴로 행정반으로 향했다.

‘그래, 약간 껄끄러운 얼굴도 봐야 하긴 하지만……. 할 건 해야겠지.’

이미선 2소대장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앞서 걸어가던 4소대장이 고개를 돌려 이미선 2소대장을 불렀다.

“2소대장.”

“네?”

“박대기 병장은 아직 제대 전이죠?”

“네, 하지만 곧 제대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구나. 저 박대기 병장 상담이 영 불편하면 저에게 넘기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었다.

이미선 2소대장의 말에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네. 그리하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은 대답을 하고도 다시 면담 생각에 살짝 짜증이 났다.

‘아, 면담……. 그건 그렇고 4소대장은 지치지도 않나. 만날 나에게 들이대네. 그런다고 내가 좋아해 줄 줄 아나. 그보다 면담을 누구부터 해야 하나?’

이미선 2소대장이 행정반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책상에 앉았다. 그곳에서 잠깐 고민을 하던 이미선 2소대장이 속으로 말했다.

‘에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그래, 박 병장 부르자.’

이미선 2소대장은 생각을 마치고, 곧장 행정계원에게 2소대로 가서 박대기 병장 상담실로 오라고 말했다.

그 사이 이미선 2소대장은 상담실로 갔다.

이미선 2소대장은 상담실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박대기 병장이 들어왔다.

이미선 2소대장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순간 움찔했다. 그러다가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들어와서 앉아.”

“네.”

박대기 병장은 매우 복잡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 부르셨다고…….”

“어, 널 포함해서 2소대 전부 면담할 거야.”

“다 면담입니까?”

“그럼 설마 너 예뻐서 불렀겠니?”

이미선 2소대장은 예전 일 때문인지 말이 좋게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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