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56화
45장 까라면 까야죠(25)
“어떻게 좀 해봐. 해보라고!”
김태희도 고함을 질렀다. 한소희가 그런 김태희를 보며 말했다.
“야야, 너! 못생긴 애.”
한소희의 시선이 김태희에게 향했다. 김태희는 황당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켰다.
“네? 저요?”
“그래, 여기서 네가 제일 못생겼네.”
순간 주희의 입에서 ‘풋’ 웃음이 터졌다. 그 모습을 본 김태희가 버럭 했다.
“야, X발! 지금 웃어?!”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그러지 말고, 네가 덤벼. 아주 내가 깽값 제대로 물어줄 테니까. 들어와, 들어와!”
한소희의 손짓에도 김태희는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언젠가 아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태희야. 누가 뭐라고 해도 먼저 때리지는 마라. 그렇지 않으면 아빠가 널 도와줄 수가 없어.
김태희는 아빠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서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 태희야.”
“가만있어 봐, 이년아. 아무래도 찬성 오빠를 불러야겠다.”
“찬성 오빠? 그래. 어서 부르자.”
김태희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오빠, 어디야? 나 지금 완전 어이없는 일 겪었거든. 아, 몰라. 빨리 와. 알았으니까 오기나 해. 여기 학교 뒤쪽으로 오면 놀이터 있잖아. 그래, 거기!”
김태희가 전화를 끊고 말했다.
“넌 이제 뒤졌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주희가 한소희에게 말했다.
“언니, 우리 빨리 도망가요.”
“응? 왜?”
“아무래도 태희가 아는 오빠를 부른 것 같아요.”
“그래? 부르라고 해.”
한소희는 바로 뒤쪽에 세워진 차를 바라봤다. 그쪽에는 최 변호사가 연신 카메라를 들고 촬영 중이었다.
“여차하면 우리 변호사 아저씨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걱정 마.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해보자. 어디 누가 오나 보자!”
잠시 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한 대가 김태희 앞에 섰다. 김태희가 바로 다가가 말했다.
“오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야, 너 때문에 밥 먹다가 나왔잖아. 그런데 뭔데?”
“쟤, 쟤 말이야.”
“아, 네 남친 뺏었다는 그년?”
“어! 아, 빨리 어떻게 좀 해줘 봐.”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에 이딴 식으로 부르지 마라.”
“알았으니까, 빨리!”
“에이, 귀찮게.”
찬성은 심드렁하게 말을 한 후 헬멧을 오토바이 손잡이에 걸치고 내렸다.
뚜벅뚜벅 주희와 한소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멀리서는 잘 안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찬성의 표정이 바뀌었다.
모자를 쓴 한소희의 얼굴이 점점 더 뚜렷해 졌다.
“어? 자, 잠깐만. 쟤는?”
한소희도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당황했다.
“뭐야? 너 찬성이냐?”
순간 찬성은 한소희의 목소리까지 듣자, 기억 한편에 묻어 두었던 것이 떠올랐다.
“뭐야? 한소희?”
한소희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야, 너는 아직도 이러고 사니?”
그렇게 긴박했던 상황이 어느 순간 확 바뀌었다.
찬성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기쁨도 가득했다.
“야, 한소희. 네가 여기 무슨 일이야? 그리고 핑크색 츄리닝…… 이야, 그 옷도 오랜만이다.”
찬성은 진짜 반가워했다. 한소희도 살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찬성이 화들짝 놀라며 김태희와 다른 여자애들을 둘러보며 변명했다.
“어, 그게……. 얘네들 그냥 아는 동생. 아무 관계도 아니야. 진짜 아는 동생이야.”
그러자 김태희가 소리쳤다.
“오빠!”
“조용히 해.”
찬성이 윽박지른 후 다시 한소희를 바라봤다. 얼굴은 여전히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한소희의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
찬성은 괜히 뜨끔했다.
“진짜인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닌데.”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데?”
한소희의 물음에 찬성이 움찔했다.
“야야,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성년자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야. 아,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아무튼 미성년자들하고 같이 안 놀아. 그래, 이 말이 맞네.”
찬성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한소희는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
“누가 뭐래?”
“그런데 네가 왜 여기 있어?”
“여기 내 동생.”
한소희가 주희를 가리켰다. 찬성이 주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동생……. 아는 동생?”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중요할까? 아무튼 니 동생이 내 동생을 괴롭혔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한소희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찬성이 당황했다.
“어어, 그, 그래?”
그러자 뒤에 있던 김태희가 다시 소리쳤다.
“오빠 뭐하냐고! 빨리 어떻게 좀 해 봐요. 저, 저년이 내 친구 팔뚝을 꺾었단 말이에요.”
찬성은 한소희와 김태희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일단 찬성은 한소희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일단 찬성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다. 한소희는 여신으로 통하고 있었고, 그런 한소희를 찬성은 매우 좋아했다.
게다가 한소희의 성격이 한 성깔 했다. 거기다가 한소희의 집안 역시 엄청 잘 살았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학창시절 한소희를 건드렸던 애들 전부 쥐도 새도 모르게 전학을 갔다는 것이다.
항간의 소문으로는 아주 그냥 한소희네 집에서 그 집을 풍비박산을 냈다고 했다.
이런 모든 소문을 알고 있는 찬성이었다.
‘하아, 진짜 미치겠네. 하필 건드려도…….’
찬성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김태희가 다가와 졸랐다.
“오빠, 진짜 이럴 거예요?”
찬성이 확 짜증이 치솟았다. 그는 김태희를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야, 너는 도대체 뭔데 나한테 자꾸 연락하냐?”
“오빠, 진짜…….”
“야, 오빠라고 부르지 마라. 내가 너랑 딱히 친하냐? 그런데 왜 오빠라고 부르고 지랄이야!”
“오, 오빠…….”
김태희가 울먹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성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너 말이야. 경고하는데, 다시는 나 부르지 마라.”
“오빠!”
“그냥 확! 오빠라고 부르지 말랬지!”
찬성이 손을 들어 한 대 치려고 했다. 김태희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들며 눈을 감았다.
“아휴, 그냥…… 나 찾지 마라. 아무튼 경고했다. 아참! 참고로 충고하는데. 앞으로 다시는 쟤 괴롭히지 마라.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그리고 내 귀에 쟤 괴롭힌다는 얘기만 들려도 내가 너 가만 안 둬!”
찬성이 으름장을 놓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아직 한소희 안 죽었네.’
한소희가 몸을 돌려 주희를 봤다. 주희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한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희는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됐어. 우리 그만 가자.”
“네?”
“여기도 이제 끝난 것 같은데, 가자.”
“아, 네에.”
한소희는 땅에 떨어진 주희의 책가방을 들어 주었다. 주희가 냉큼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언니.”
“그래. 일단 가만히 있어 봐.”
한소희가 다시 몸을 돌려 김태희와 아이들을 봤다.
“어이, 꼬맹이들. 쟤 말하는 거 들었지?”
“그래서 뭐요? 어쩌라고요?”
“경고하는데 그만 까불고.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진짜 가만 안 둔다. 그리고 저기 차 보여?”
한소희가 최 변호사가 탄 차량을 가리켰다.
“저기 차에서 너희들이 한 행동들을 다 찍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어디 한 번 까불어봐. 세상 무서운 줄 알려 줄 테니까.”
그러자 김태희가 당황했다.
“나 참, 어이없어. 진짜!”
“미쳤나 봐! 아이씨…….”
“뭐래.”
한소희는 그녀들이 떠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주희에게 갔다.
“집에 가자.”
“네, 언니.”
“그러지 말고, 우리 출출한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예.”
“뭐 먹으러 갈까? 이런 상황에서는 매콤한 것이 최고겠지?”
한소희의 말에 주희의 눈에 번쩍하고 떠졌다.
“어? 저 떡볶이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후후, 나도 좋아하거든. 떡볶이 먹으러 가자.”
한소희와 주희는 얘기를 하면서 차에 올라탔다. 최 변호사가 말했다.
“아니, 괜찮았어요?”
“제가 해결한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아까는 조금 위험해 보였습니다.”
“괜찮아요. 어쨌든 해결 잘 되었잖아요. 그보다 촬영은요?”
“잘 되었습니다.”
“후후후, 그럼 됐어요. 참, 그리고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 건데 제일 맵게 하는 곳으로 가 주세요.”
“네?”
“혹시 모르세요?”
“하하핫, 설마요. 알고 있습니다.”
최 변호사가 차의 시동을 걸었다. 졸지에 운전기사가 된 최 변호사였다.
한소희와 주희는 떡볶이집에서 아주 매운 떡볶이를 맛나게 먹었다.
“쓰읍, 주희야. 여기 떡볶이 정말 맵다. 그치.”
“네, 언니. 너무 매워요. 그런데 맛있어요.”
“나도 그래.”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주인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조용히 주희에게 말했다.
“그래도 상어 떡볶이가 맛있지?”
“네, 저도 살짝 그 생각 했는데…….”
그런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듣고 물었다.
“상어 떡볶이? 거기가 그렇게 맛있어? 어디 있는데? 어디야?”
“아아, 그런 곳이 있어요.”
“여기도 맛있어요.”
“그렇지?”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주희가 손을 들며 말했다.
“여기 오뎅 국물 좀 더 주세요.”
“어, 그래요.”
아주머니가 오뎅 국물을 가지러 갔다. 그러자 한소희가 슬쩍 말했다.
“조용히 말한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귀가 무척이나 밝아.”
“네, 그런가 봐요. 호호.”
한소희와 주희가 환하게 웃었다. 배불리 떡볶이를 먹은 두 사람은 잠깐 대화를 나눴다.
“주희야, 타지에서 서울로 전학 와서 많이 힘들지? 애들이 텃세도 부리고, 괜히 시비 걸고 말이야.”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사실 언니도, 아빠 때문에 잠깐 부산에 전학 간 적이 있거든. 그때 애들 텃세 장난 아니었다. 사투리로 시비를 거는데…… 와, 진짜 서러워서 엄청 울었다. 그래서 학교 자퇴할 뻔했다니까.”
“언니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응, 그런데 그것도 다 옛날얘기고, 추억이야. 지난 일이지. 그래도 주희가 잘해야지.”
“네.”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언니에게 얘기해. 언니 전화번호 저장했지?”
“네. 언니.”
“그래. 그럼 우린 또 떡볶이를 마저 먹어 볼까?”
“네.”
두 사람은 남은 떡볶이를 마저 클리어했다.
다음날 서초동의 어느 빌딩.
이곳은 박지혜의 아빠 박태환이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곳이었다.
똑똑똑.
“변호사님, 누가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박태환이 고개를 들자 그 앞에 최 변호사가 웃으며 서 있었다.
박태환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이고, 선배님. 어서 오세요.”
“자네 바쁜가?”
“지금은 바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무슨 일은 그냥 겸사겸사 들렸네.”
하지만 최 변호사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아…… 그럼 잠깐 앉으시지요.”
“그러지 말고 우리 밖에 나갈까? 날씨도 좋고 하던데.”
최 변호사의 말에 박태환이 움찔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그래.”
최 변호사 하는 말은 안에서 할 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 나가시죠.”
“가지.”
두 사람은 길거리 벤치로 향했다. 바로 뒤에는 공원이 있었다.
벤치 옆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빼내 하나를 최 변호사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