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55화
45장 까라면 까야죠(24)
-저요? 저는 그냥 제가 다 따시켜버렸어요. 히힛!
한소희 웃으면서 말했다.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정말요? 그게 가능해요?”
-농담이에요. 그냥 저는 대화로 잘 풀었어요. 에잇! 옛날얘기니까, 자세한 것은 묻지 마요.
한소희가 딱 끊어버리자, 오상진도 더 이상 묻지 못했다. 그러면서 오상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소희 씨가 주먹을 휘두르고, 머리채 잡고 싸우지는 않았겠지.’
오상진은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웃어넘겼다.
“그럼 저는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보다 상진 씨는 내일 부대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렇죠.”
-그럼 이 일 신경 쓸 시간 없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그럼 저한테 맡겨 볼래요?
“소희 씨에게요?”
-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그렇게 한소희가 이번 일에 끼어들게 되었다.
주희는 자신의 반에서 한창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그때 주희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야, 박주희!”
누군가 시끄럽게 불렀다. 주희는 고개를 숙인 채 인상을 썼다.
‘하아, 쟤 또 왔네.’
주희는 일부러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태희를 비롯해 꼬봉 둘이 나타났다. 김태희는 주희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희의 책상을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야이 씨! 내 말 안 들려?”
“아니, 들려. 왜?”
주희가 바로 말했다. 그러자 김태희가 인상을 썼다.
“이게 진짜……. 아, 됐고, 너 말했어, 안 했어.”
“뭘?”
“정현이에게 말했냐고!
“나 아직 안 했는데.”
주희가 태연하게 말했다. 김태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년이 장난하나. 내 말이 우스워? 내가 가서 말하라고 했잖아!”
“야, 나 지금 수업 준비해야 해.”
“지금 수업이 중요해?”
“그럼 학생이 수업이 중요하지 뭐가 중요한데?”
“얘 미친년 아니야? 지난번에는 너희 사촌오빠 때문에 넘어갔는데 그래서 그런 거야? 너희 사촌오빠 믿고? 너만 오빠 있어? 나도 오빠 많아. 너 한번 큰일 나 볼래?”
김태희가 협박을 했다. 주희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말 안 했어? 정현이에게 가서 말하라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주희가 당당하게 말했다. 이런 당당함에 김태희는 화가 잔뜩 났다.
“이년이…….”
김태희가 주희의 어깨를 ‘팍’ 하고 밀쳤다. 주희가 옆으로 ‘콰당탕’ 하고 넘어졌다. 옆의 친구가 바로 다가와 말했다.
“어머나! 주희야, 괜찮아?”
그러자 반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김태희! 너 자꾸 왜 남의 반에 와서 소란이야.”
“뭐? 반장, 너 끼어들지 마라.”
“뭘 소리야.”
김태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반장 너도 얘 편이야?”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어. 제발 좀 소란피우지 말고 너희 반으로 가 줄래?”
“나 참 어이가 없네. 여기 이 반은 왜 이렇게 간땡이 부은 사람들이 많지?”
김태희는 반장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홱 돌려 주희를 바라봤다.
“아무튼 넌 운 좋은 줄 알아. 그리고 박주희 너! 수업 끝나고 남아라. 어디 튈 생각하지 말고.”
“…….”
주희는 아무 말 없이 김태희를 노려봤다. 김태희는 손을 들어 위협한 후 같이 온 애들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다.
“주희야 일어나자.”
옆의 친구가 주희를 부축했다.
“응, 고마워.”
주희는 옆 친구의 부축을 받고 자리에 도로 앉았다. 옆 친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
“주희야 괜찮아?”
“어,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야?”
“괜찮다니까.”
주희가 친구의 손을 두드리며 괜찮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화들짝 놀라며 주희의 무릎을 가리켰다.
“주, 주희야! 너, 너 무릎에서 피나!”
주희가 슬쩍 자신의 무릎을 봤다. 그곳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휴지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다.
“괜찮아, 이 정도는……. 고마워, 상미야.”
“피가 나는데?”
“응. 아무것도 아니야.”
주희가 애써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반장이 터벅터벅 다가왔다.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피가 나는 주희의 무릎을 찍었다. 주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반장 뭐해?”
주희의 물음에 반장이 태연하게 말했다.
“증거 수집.”
반장이 특유의 뿔테 안경을 손으로 올렸다.
“일단 이것도 증거 되니까. 일단 이 사진 너한테 메시지로 보내줄 테니까. 나중에 필요할 때 써. 아니면 선생님에게 다 말하던가. 그리고 내 말 잘 들어. 내 친구도 저런 애들 때문에 전학 갔거든? 너 전학 가기 싫지?”
“어.”
“그럼 꼭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아, 알았어. 고마워.”
주희는 뜻밖의 응원군을 만나 약간 어리둥절했다.
수업과 자율학습이 끝이 날 무렵, 한소희가 탄 차량이 동강고등학교로 들어왔다.
“최 변호사님, 저쪽으로요.”
“네.”
차량은 한소희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서 차를 댔다.
“하교 시간이 몇 시입니까?”
“이제 곧 끝날 때 되었어요. 라이트 불 끄고요. 기다려 보자고요.”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혹시 모르잖아요. 제가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찾을지요.”
한소희는 추리닝과 모자를 꾹 눌러쓴 채로 차 안에서 학교 종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학교 종이 울렸다. 몇 분이 흐른 후 학생들이 하나둘 나왔다.
“어, 나와요.”
“고개 숙여요. 고개! 너무 티 나잖아요.”
“괜찮습니다. 차에 선팅을 했기 때문에 밖에서는 안이 잘 안 보입니다.”
“그래요? 그런 것은 진즉에 말씀해 주셔야죠.”
한소희는 말을 한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한소희의 눈에 박주희가 보였다.
“주희다!”
“저 학생입니까?”
최 변호사가 슬쩍 봤다. 그런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우르르 다가와 주희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주희를 어딘가로 끌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요.”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한소희가 예전에 이런 일을 겪었다. 꼭 학교 끝나고 와서 지랄하는 놈들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소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최 변호사님, 조용히 뒤를 밟아 주세요.”
“네?”
“조용히 뒤를 밟아주시라고요. 지금 나서 봤자, 친구끼리 장난친 거라고 하고 넘어가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 돼요.”
“아, 그렇습니까?”
“네. 확실히 증거를 촬영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반성하지 않아요.”
“후후후, 어떻게 변호사보다 더 잘아는 것 같습니다.”
“그건 나중에 따지시고요. 어서 빨리 가요.”
“아, 네에.”
최 변호사는 주희가 빠져나간 곳으로 조용히 차를 몰았다.
주희는 끌려가며 인상을 썼다.
“야, 너희들 어디까지 끌고 갈 거야.”
“닥치고 따라와! 아이씨!”
그러자 주위에 있던 여자애들이 말했다.
“왜 쫄았냐?”
“킥킥, 쫄았네.”
주희가 버럭했다.
“안 쫄았거든.”
“뭐, 이년아!”
“너, 대체 뭘 믿고 까불어.”
여자애 중 한 명이 눈을 부릅떴다. 김태희가 바로 나섰다.
“됐고, 저쪽에서 하자.”
김태희가 가리킨 곳은 음침한 놀이터였다. 그곳으로 주희를 데리고 갔다. 김태희와 애들이 가방을 툭 내려 놨다. 그리고 주희를 둘러쌌다. 주희는 살짝 두려운 눈빛으로 말했다.
“왜 그래!”
“왜 그래? 야, 너 겁대가리를 상실했지. 야!”
김태희가 주희의 이마를 툭툭 밀쳤다.
“박수희, 너 도대체 뭘 믿고 까불어?”
주희가 손을 툭 치며 말했다.
“밀치지 마!”
“너 진짜 말로 해서는 안 되는구나. 너 좀 맞자!”
김태희가 동복 겉옷을 벗고는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김태희가 주희를 막 한 대 때리려고 할 때 라이트 불이 ‘팟’ 하고 켜지며 그곳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동작 그만!”
김태희가 라이트 불에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아이, 시발. 누구야!”
라이트 불이 꺼지며 그곳에 서 있는 한소희가 있었다. 한소희는 핑크색 추리닝을 입고 입꼬리를 올렸다.
“너, 뭐야!”
김태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러는 너희들은 뭐니? 우리 주희에게 볼일 있어?”
“우리 주희?”
주희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한소희를 보고 어디서 많이 본 언니가 서 있는 것이었다.
“어? 소희 언니?”
“주희 잘 있었어?”
한소희가 반갑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그러자 김태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는 뭐야.”
“뭐? 아줌마? 너 눈이 삐였냐? 내가 어딜 봐서 아줌마야. 그리고 이렇게 예쁜 아줌마 봤어?”
한소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예쁘대……. 풋!”
애들이 웃었다. 한소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말했다.
“그보다 꼬맹이 너희들은 누구냐?”
“꼬맹이? 존나 어이없음! 우리 꼬맹이 아니거든요.”
“야, 까불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가라. 아, 참고로 말하는데 조금 전에 너희들이 주희에게 한 행동들 저기 뒤에 차 보이지? 카메라에 다 찍혔거든. 동영상까지 말이야. 그러니 좋은 말 할 때 가라. 경고하는데 또 주희 건드리면 저거 다 풀어버린다.”
한소희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애들이 겁을 먹고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김태희와 다른 애들은 달랐다.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뭐야? 그거 찍어서 뭐 어쩌라고? 우리가 겁낼 줄 알았나?”
“뭐야? 이거 농담 아니야!”
“우리도 농담 아닌데. 어차피 그거 뺏으면 그만인데.”
김태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애들을 봤다.
“야! 저거 뺏어서 부숴 버려! 우리 아빠 돈 많아! 걱정 말고 부숴 버려!”
김태희가 애들을 향해 소리쳤다. 애들의 표정이 환해지며 말했다.
“오케이. 태희 믿고 간다.”
“가자!”
애들이 천천히 한소희에게 다가왔다. 한소희가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주희를 자신의 등 뒤로 감췄다.
“주희야 언니만 믿어!”
그때 앞에 있던 여자애 한 명이 한소희의 머리채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한소희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무튼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가 않아요.”
한소희도 옛날에 여자애들과 싸울 때 꼭 머리채부터 잡고 흔들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한소희가 고개를 뒤로 홱 젖혔다. 그리고 날아드는 여자애의 손목을 확 잡아챘다.
“어?”
한소희는 있는 힘껏 팔을 뒤로 꺾어버렸다.
“아아아앗! 놔놔놔놔!”
여자애가 비명을 말했다.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놔? 놔는 반말이고!”
“놔요, 놔요. 아프다고요.”
“그러게 누가 내 머리 잡으라고 하래?”
한소희가 한소리 했다. 그러자 상대방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거 놔요. 안 놔요? 놓으라고요!”
한소희는 전방에 있는 다른 여자애들을 보며 말했다.
“자신 있으면 들어와 봐. 이 애의 팔을 확 꺾어 버릴 테니까.”
“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그럼 아프지, 내가 안 아프게 잡았을까? 그리고 너희들! 날 우습게 봤나 본데.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치 않다.”
그러면서 또 한 번 팔을 꺾었다.
“아아아아. 아프다고.”
앞에 있던 김태희와 다른 애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다들 김태희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좀 해봐. 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