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53화
45장 까라면 까야죠(22)
“인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로 형을 학교에 오라고 해야 해?”
“미안해.”
“그런데 왜 내 전화번호를 가르쳐 줘? 엄마 번호를 알려줘야지.”
“그게…….”
“왜?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이 창피해?”
“아니, 그 친구 아빠가 변호사라고 해서 엄마를 부를 수가 없었어.”
오정진의 대답에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엄마가 오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겠지.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겠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한소희를 바라봤다.
“그보다 소희 씨 그 와중에 어떻게 변호사를 부를 생각을 했어요?”
“아, 그거요?”
한소희가 잠깐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
“내가 예전에 몇 번 써먹던 방법이에요.”
“네?”
“아니, 이거 좀 부끄러운 얘기인데요. 저 고등학교 때 몇 번 사고를 좀 쳤거든요. 그때마다 변호사 아저씨 부르니까, 조용하더라고요.”
한소희는 말을 하고는 씨익 웃었다. 오상진은 멋쩍게 웃었다. 한소희가 바로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이왕 도련님도 만났는데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그럴까요? 정진이는 뭐 먹을래?”
“나? 그냥 아무거나.”
“자식이 만날 아무거나야.”
한소희가 오정진에게 갔다.
“정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한소희를 똑바로 보던 오정진이 조용히 말했다.
“저…… 갈비요.”
“좋아요. 갈비 먹으러 가요. 네? 상진 씨.”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오상진의 팔짱을 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먹으러 가요.”
오상진이 발걸음을 옮기다가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참, 정진아.”
“엉?”
“너 지금 수업시간 아니야?”
“어, 그게…….”
오상진이 오정진의 이마를 손날로 팍 때리며 말했다.
“이 자식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연스럽게 땡땡이를 치려고 해. 빨리 수업 들어가.”
“아이씨, 알았어.”
오정진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교실을 향해 올라갔다. 멀어지는 오정진을 보며 한소희가 말했다.
“오늘 같은 날은 땡땡이치게 그냥 두지!”
“안 돼요. 그런 버릇 들이면 안 됩니다.”
“알았어요. 어서 가요. 배고파요.”
“네, 가요.”
그렇게 오상진과 한소희가 나란히 학교를 벗어났다.
오정진이 자신의 반으로 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오정진은 깨끗이 무시하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자리에 앉아 애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정진이 왔다.”
“아, 교무실 갔다고 하던데. 지금 왔네.”
“교무실? 왜?”
“있잖아, 2학년 7반에 박지혜 말이야. 걔랑 싸웠대.”
“뭐? 여자랑 싸워? 왜?”
“그건 나도 모르지. 아무튼 그 일로 교무실에 다녀온 모양이야.”
“그래?”
오정진의 눈썹이 꿈틀했지만 애들의 수군거림에 반응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애들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그것도 예전에 오정진의 신발을 뺏고 그랬던 녀석들이었다. 그중 한 녀석이 오상진 근처에 와서 말을 붙였다.
“야, 오정진.”
“…….”
“오정진, 대답 안 해? 내 말 씹냐!”
그 녀석이 오정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제야 오정진이 고개를 돌려 그 녀석을 째려봤다.
“치워라.”
“와, 새끼. 요새 좀 운동하냐? 3학년 올라오더니 겁이 없어졌다.”
오정진이 살짝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본 녀석이 바로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눈에 힘 빼. 이 새끼 진짜 남들이 보면 네가 우리 반 짱인 줄 알겠다.”
사실 지금 말하고 있는 녀석이 이 반의 짱이었다. 짱은 진짜 궁금했던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뭔데?”
“진짜 2학년 짱인 박지혜 때렸냐?”
“때린 거 아니거든. 그냥 밀친 거거든.”
“어쨌든 네가 하긴 했네. 야, 그런데 왜 그랬어?”
“…….”
오정진은 또 입을 다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짱은 계속해서 말했다.
“지혜 그년. 집이 좀 잘 산다고 하던데 너 괜찮겠어? 아니면 너 전학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솔직히 짱은 그전까지 오정진을 어떻게 못 해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옆에서 신나 하며 떠들어 댔다.
정확하게 말하면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오정진은 자신의 밥이었다. 그런데 확 달라진 것이 2학년 말부터였다. 누군가 시비를 걸었는데 그걸 그대로 엎어치기를 해버렸다.
다행히 책가방을 메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녀석은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을 오정진이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만 더 나에게 시비를 걸면, 여태껏 나에게 했던 짓거리 선생님에게 다 일러바칠 거야.”
오정진의 싸늘한 그 모습을 보고 그 이후 애들이 건들지 않기 시작했다. 때마침 다른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큰일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 내부적으로 교원 내 학교폭력 단속한다는 품이 일었다. 그때 이후로 오정진하고는 애매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아무튼 2학년 중순까지는 오정진은 그냥 밥이었다. 하지만 말부터 못 건들게 되자,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아무튼 학교 일진들 사이에서는 오정진은 그냥 건들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오정진이 이번에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것이었다. 반의 짱으로서 살짝 기분이 좋은지 오정진을 툭툭 건드렸다.
“그래서 너 어떻게 하려고 그래? 박지혜 걔네 집 엄청 잘살아. 아버지가 변호사잖아. 너 이제 이 학교 다 다닌 거 아니냐?”
“…….”
짱이 그렇게 떠드는데도 오상진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 시발. 너는 짖어라 이거지.”
짱이 피식 웃었다.
“나 혼자 떠드마. 아무튼 미리 말할게. 잘 가라. 멀리 안 간다.”
짱이 키득키득 웃으며 자신의 맨 뒷자리로 갔다. 옆에 있던 정수현이 슬쩍 오정진에게 물었다.
“정진아, 무슨 일이야. 너 어디가?”
“내가 어딜 가. 아무 데도 안 가.”
“그런데 쟤가 왜 그런 소릴 해?”
“저 녀석 원래 헛소리하잖아. 신경 쓰지 마.”
“그런데 너 정말 사실이야?”
“뭐가?”
“지혜 정말 네가 그런 거야?”
“그냥 그렇게 됐어.”
“나에게도 비밀이야?”
정수현은 살짝 서운한 얼굴이 되었다. 오정진이 한숨을 푹 쉬었다.
“후우, 그냥 자꾸 주희 괴롭히길래.”
“주희? 아, 너희 사촌 동생?”
“응.”
“이야, 너 멋지다. 그런데 너 원래 사촌 동생이라 친해?”
정수현은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오정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로 안 친해.”
순간 정수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별로 안 친해? 그런데 왜 도와준 거야?”
“사촌이잖아. 가족이고.”
“아, 그렇구나.”
정수현이 말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부럽다.”
“응? 너 뭐라고 했어?”
오정진의 물음에 정수현이 귀까지 붉게 변했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래?”
오정진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수업 준비를 했다.
딩동댕동!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오정진은 서둘러 가방을 챙긴 후 교실을 나갔다. 서둘러 오정진이 향한 곳은 교문 앞이었다. 교문 앞에서 오정진이 휴대폰을 꺼냈다. 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어디야?”
-나 이제 나가는 중.
“빨리 나와, 교문 앞이야.”
-아, 알았어. 오빠.
잠시 후 주희가 교문 앞으로 나왔다. 오정진을 보며 물었다.
“오빠, 많이 기다렸어?”
“아니야. 가자.”
오정진이 몸을 홱 돌려 먼저 걸어갔다. 그 뒤를 뛰어가며 주희가 따랐다.
“오빠, 나 기다린 거야? 안 그래도 되는데.”
“아니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어차피 너도 집에 가는 길인데 혼자 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게 낫잖아.”
“아니, 오빠, 여자 친구는?”
주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정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자 친구 아니라니까.”
“그럼 그 언니하고 같이 가면 되잖아. 아니면 셋이 같이 가던가.”
“먼저 갔어.”
두 사람은 말없이 걸어갔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주희가 입을 뗐다.
“그런데 오빠 괜찮아? 교무실 불려갔다며.”
“괜찮아.”
“혹시, 상진 오빠 왔어?”
“어떻게 알았어?”
“교무실에 가족이 찾아왔다고 하던데. 이모는 아닌 것 같아서.”
“맞아. 형 불렀어.”
“상진 오빠가 뭐라고 안 해?”
주희가 슬쩍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오정진이 바로 말했다.
“형에게 별말 안 했어. 그냥 내가 그 애랑 일이 있어서 싸운 거로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신경 쓰지 마. 혹시나 앞으로도 그런 일이 생기면 나에게 말해. 만날 당하고만 있지 말고.”
오정진이 마치 친오빠처럼 말했다. 하지만 주희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 않았다. 이곳에 전학을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학우들하고 잘 지내고 싶은데 오해가 생겨서 이런 일이 생겨났다.
그 와중에 오정진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주희를 보는 시선이 더 불편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오빠 때문에 나만 곤란해 졌잖아.’ 이렇게 말할 성격도 아니었다. 주희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오빠. 걱정하지 마. 별일 없었으니까.”
“그래도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말해.”
“응.”
주희는 애써 밝은 척을 했다.
집에 도착한 주희는 휴대폰 테러를 당했다.
지잉지잉.
주희가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썼다. 그리고 그대로 덮어 버렸다. 잠시 꺼졌다가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문자가 날아왔다.
-야! 죽을래? 빨리 안 받아.
주희가 한숨을 푹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왜? 무슨 일인데.”
-무? 무슨 일인데? 이년이 나날이 겁대가리를 상실하네. 너 어디야?
“나 집인데.”
-야, 너 끝나고 놀이터로 오라고 한 말 못 들었어?
“나 안 간다고 했는데.”
-너 뭐 믿고 나대니. 뭘 믿고 나대?
“나 아무것도 안 믿는데.”
-됐다. 넌 말이 안 통하네. 너 내일 학교 와서 보자. 죽을 줄 알아.
주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있잖아, 뭐 하나만 묻자.”
-……뭐?
“너 나에게 왜 그래?”
-몰라서 물어? 네가 먼저 정현이에게 꼬리 쳤잖아.
“고작 그 이유야?”
-고작 그 이유? 야! 너 죽을래! 이게 진짜…….
“잘 들어. 나 정현이랑 애 관심도 없고. 별로 친하지도 않아. 그런데 무슨 꼬리를 쳐!”
-그런데 왜 걔가 화이트데이 때 너에게 사탕을 줘?
“내가 어떻게 알아. 같은 반 친구니까 줬겠지.”
-야! 우리 반에서 사탕 받은 사람 너밖에 없거든.
순간 주희가 당황했다.
“모, 몰랐어.”
-몰랐어? 아무튼 나 너 때문에 완전 빡쳤거든. 너는 진짜 졸업할 때까지 죽을 줄 알아.
“하아, 그래서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뭔데?”
-방금 말했잖아. 넌 뒤질 줄 알라고.
“그런 거 말고, 진짜 나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
-너 말이야. 정현이에게 가서 나 너 안 좋아해라고 말해. 그렇게 말해.
주희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 걔에게 고백받은 적도 없는데.”
-그냥 가서 말해!
“그럼 나만 이상한 사람 되잖아.”
-그냥 네가 미친년 한 번 되는 게 좋을 텐데……. 아니면 졸업할 때까지 괴롭힘을 당하던가.
주희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생각해 볼게.”
-빨리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알았어.”
주희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