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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48화 (54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48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42)

반면, 1중대는 한 골 앞선 상황에서 절대 무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의 빈틈을 공략하며 또 한 번 골을 노리고 있었다.

이대우 3중대장이 박정태 병장을 노려봤다.

‘박정태 너 날 이런 식으로 물 먹인다 이거지. 그래 너 어디 두고 보자.’

이대우 3중대장이 이를 빠드득 갈 때 4소대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고 박정태 병장을 의무대로 데리고 갔다.

그러는 사이 우창수 병장의 지휘 아래 3중대가 노력을 해봤지만 뾰족한 답은 없었다. 분위기는 완전히 1중대로 넘어와 있었다.

“자자, 이제 드디어 우리에게 승기가 넘어왔다. 차근차근 역습을 노리자.”

“네.”

김우진 병장의 지휘에 1중대는 빠른 역습을 노렸다. 골이 급한 3중대는 공격수를 놓쳤고, 두 골을 더 먹었다. 이 와중에 이은호 이병의 눈부신 패스가 있었다.

그리고 경기는 1중대가 3 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렇지, 됐어!”

김철환 1중대장은 주먹을 쥐며 기뻐했다. 1중대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이 밝아지며 기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들어오는 팀원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그래, 잘했어! 잘한 거야.”

오상진 역시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말했다.

“중대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내가 한 것이 뭐가 있어. 그리고 우리 1중대 너무 맘에 든다.”

“그럼 중대장님, 오늘 우리 팀원들 삼겹살 쏩니까?”

“삼겹살?”

김철환 1중대장이 잠시 망설였다.

“에이씨, 그래 먹자, 먹어. 오늘 우리 1중대 삼겹살 파티다!”

“중대장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래는 그냥 장난삼아 물어본 것이었다. 물론 고생한 1중대 팀원들에게는 오상진이 따로 맛난 것을 먹일 생각이었다.

“그래, 먹자. 먹어! 우리 김 중사에게 물어보고, 삼겹살 지원되는지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김도진 중사도 이 사실을 알고, 곧바로 지원을 해줬다. 그리고 그날 저녁 1중대는 식당에서 그들만의 삼겹살 파티를 했다.

이선주는 친구인 강경자를 만나러 커피숍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경자가 미리 와 있었다.

“어머, 경자야.”

“선주 언니 왔어? 어서 와 앉아.”

“차는?”

“커피 마시지 뭐.”

“여기요. 우리 커피 두 잔 주시겠어요?”

“네.”

두 사람은 그동안 밀렸던 얘기를 꺼냈다.

“어떻게 지냈니.”

“잘 지냈지.”

“오늘은 외출이 된 것 같네. 형부가 보내줬어?”

“그럼 보내줬지.”

“그보다 형부가 뭐라고 안 해? 한번 외출할 때마다 형부가 이것저것 다 따지잖아.”

“그건 옛날 일이고, 지금은 안 그래.”

“아무튼 형부는 너무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어. 좀 유들유들해져야 하는데.”

“많이 바뀌었다니까. 그리고 환자는 잘 보잖아.”

“에고, 환자를 잘 보면 뭐해. 지 새끼와 마누라에게 잘해야지.”

“다 잘해. 이제 그만해.”

강경자는 피식 웃었다.

“으구, 언니도 참……. 형부 욕한다고 또 감싸주기는…….”

“그럼 우리 남편 욕하는데 어떤 마누라가 들어주겠니.”

“좋겠어요, 언니.”

강경자가 한마디 툭 던졌다. 이선주는 그저 웃고 말았다. 그사이 커피가 나왔다. 두 사람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강경자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참, 손주는 언제쯤 나와?”

“으응, 5월 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그래도 대만이가 이 여자 놓쳤다가, 저 여자 놓쳤다가 하더니……. 이렇게 빨리 효도할 줄은 몰랐네.”

이선주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효도는 무슨……. 네 형부가 호적에서 파겠다는 것을 겨우 말렸어.”

“맏며느리가 군인이었다면서?”

“어. 군인인데 예뻐. 참하기도 하고. 혹시 간호장교인 줄 알았는데 현역장교더라고.”

“그래? 그보다 많이 예뻐?”

“뭐, 예쁘긴 하더라.”

“그럼 군대에서 좀 많이 시달렸겠다. 많이 예뻐서 말이지.”

이선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대만이가 그 꼴 보기 싫어서 지가 데리고 나왔단다. 아무튼 쓰잘떼기 없이 오지랖은 넓어서는…….”

강경자가 씨익 웃었다.

“그럼 식은 언제 올려?”

“글쎄다. 애 아빠 체면이 있는 만삭일 때 결혼시킬 수는 없어서. 애 낳고 난 다음에 올가을쯤에나 생각하고 있어.”

“며느리가 아쉽다고 안 그래?”

“본인도 그걸 원하던데.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인데 예쁘게 나오고 싶다고 말이야.”

“으음, 그건 맞는 말이네.”

강경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래도 의외다. 형부가 크게 반대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이었으면 애 지우라고 난리를 쳤을 거야. 그런데 모르겠다. 며느리가 조곤조곤하니 애가 참하고 말을 잘해서 그런지 허락을 하더라고.”

“그렇구나.”

강경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이선주가 먼저 물었다.

“참, 너희 딸은?”

“우리 딸?”

“그래, 시집 갈 때 되지 않았어? 서른 넘었잖아.”

“언니! 아직 만으로는 서른 안 되었는데 뭐. 게다가 우리 남편이 아직도 끼고 있어요.”

“웃겨! 우리가 언제부터 만으로 따졌다고 그래.”

“언니, 말도 마. 지숙이 걔는 나이 얘기만 나오면 어찌나 발끈하던지. 요즘은 만으로 따진다고, 아직 만으로 서른 살도 안 되었는데 시집 얘기 꺼낸다고 난리도 아니야.”

“지숙이는 대학 교수라 그런지 말은 참 잘해.”

“교수는 무슨, 아직도 시간 강사야.”

“뭐야? 전에는 부교수가 될지도 모른다며.”

“그게 열심히 노력은 했는데 잘 안되었나 봐.”

강경자가 쓴 웃음을 지었다. 이선주가 위로의 말을 했다.

“엄마가 이렇듯 열심히 뒷바라지해 주는데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

“그러게 말이야.”

두 사람은 어느새 입을 다물었다. 잠깐 동안 말이 없다가 강경자가 입을 열었다.

“참, 언니.”

“응?”

“소희는 요새 집에 잘 들어와?”

“꼬박꼬박 집에 들어오는데, 왜?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아니, 소희 만나는 남자 있는 거 알잖아.”

“뭐, 잘 만나고 있는 것 같던데. 왜, 무슨 문제라도 있니?”

“아니, 문제는 없고. 글쎄, 소희 남자 친구가 또 빌딩을 샀더라고.”

“뭐? 또 빌딩을 사?”

“어, 샀대.”

이선주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에 빌딩을 샀대?”

“으음, 언니도 아는 곳인데…… 아, 홍대 근처 신문사 있는 빌딩.”

“아아, 거기 알아. 그런데 거기 꽤 비싼데 거기가 매물로 나왔어?”

이선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경자가 환한 얼굴로 얘기를 했다.

“으응, 원래 주인이 세금 때문에 급매로 내놓았나 봐. 그걸 또 어떻게 바로 알고 샀나 보더라고.”

“그런데 그거 제법 나오지 않았어?”

“30억이나, 40억은 줘야 했을걸. 아마 제대로 받았으면 50억 정도는 했을 거야.”

이선주는 가만히 생각하며 말했다.

“40억이라……. 그걸 한 번에 샀어? 은행 대출 없이?”

“그렇지 않아도 슬쩍 등기부등본도 떼봤다. 근데 정말로 아무것도 안 걸려 있어. 한마디로 한 번에 샀다는 거야. 대출 없이 말이야. 대단하지 않아?”

이선주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정도 여력이 있다면……. 혹시 어느 재벌 집 자제 아니야?”

“아니야, 언니! 소희 남자 친구 자수성가한 것 같던데.”

“그래? 나이도 많지 않다며.”

“으응, 20대 중반 정도 되었지.”

강경자의 말에 이선주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강경자가 이선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튼 언니는 재주도 좋아. 어떻게 맏며느리도 복덩어리가 들어왔고. 소희도 좋은 남자 만나고. 소희도 이러다가 금방 시집가는 거 아니야?”

“에이, 무슨……. 지금 소희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시집이야.”

“나이가 무슨 중요해. 좋은 남자 만나는 빨리빨리 시집가는 것이 좋지. 솔직히 말해서 요즘 세상에, 그것도 20대 중반의 나이로 그런 재력을 가진 사람이 또 어디 있어.”

“하긴 그렇네.”

이선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IMF 이후 경기가 많이 안 좋아졌다. 그나마 지금은 조금 살아났다고 하지만 부자들도 많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뭐하는 남자래?”

“소희에게 못 들었어?”

“못 들었지. 그냥 남자 만나는 것만 들었어. 직업은 뭔지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몰라. 나에게 잘 말을 안 해. 그냥 어련히 알아서 말해줄까. 그렇게 믿고 있는 거지.”

“아니, 왜?”

“혹시 내가 반대할까 봐 그러는 거겠지.”

“그래서 언니는 반대할 거야?”

“글쎄다. 일단 얼굴을 봐야 알 수 있겠지.”

“지금 상태에서는?”

“지금? 재력도 괜찮고, 소희가 많이 좋아하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엄청 미남은 아닌데, 그렇다고 못생긴 것은 아니야. 뭐랄까, 남자답게 생겼다고 할까?”

“혹시 사진 있어?”

이선주의 물음에 강경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에게 사진이 어디 있어.”

“없구나…….”

이선주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경자가 박수를 쳤다.

“맞다, 언니!”

“응?”

“중만이에게 물어봐.”

“우리 둘째?”

“응! 중만이가 소희 남자 친구 빌딩에 들어가 있다고 하던데.”

“그래? 이 자식이 엄마에게 말도 안 하고.”

강경자와 헤어진 이선주는 그 길로 미리내 빌딩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린 이선주가 빌딩을 올려다봤다.

“여기가 맞나?”

이선주가 슬쩍 빌딩 이름을 확인했다. 미리내라고 적힌 것을 확인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탄 이선주가 버튼을 눌렀다.

“5층이라고 했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5층에 섰다. 이선주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주위를 확인했다. 신문사 옆에 ‘중만픽처스’라고 적힌 작은 간판을 확인했다.

“이 녀석 진짜 여기에 들어와 있네.”

이선주가 ‘똑똑’ 문을 두드린 후 조심스럽게 열었다.

“저기…….”

머리가 스포츠인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여기 혹시 한중만이라고…….”

“아, 네에. 사장님이요. 잠시만요.”

김일도가 안을 향해 소리쳤다.

“사장님 손님 오셨어요.”

“손님? 들어오시라고 해.”

“네.”

김일도가 이선주를 봤다.

“저기 안쪽입니다. 들어가 보세요.”

“고마워요.”

이선주가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에 머리를 박고 고민하고 있는 한중만이 보였다.

“한중만!”

그 소리에 한중만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어, 엄마……. 여긴 어떻게…… 아니, 어쩐 일이세요?”

“이 녀석아. 넌 좀 소식도 전하고…….”

이선주가 씨익 웃으며 말한 후 또각또각 다가와 손을 쭉 뻗어서 한중만의 등짝을 후려쳤다.

짝!

“아얏, 엄마…….”

“넌 인마, 이사를 했으면 엄마에게 말을 했어야지!”

“어? 내가 말 안 했어?”

한중만은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선주는 팔짱을 끼며 한심스럽게 바라봤다.

“어이구, 내가 이런 것을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국을 먹었어.”

한중만은 따가운 등을 만지며 말했다.

“엄마, 지금 직원이 보고 있잖아.”

이선주가 힐끔 김일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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