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47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41)
반면, 이대우 3중대장은 팀원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특히 박정태 병장에게 이야기를 쏟아붓고 있었다.
“야, 박정태.”
“…….”
“넌 인마. 내게 공 보내라고 했지. 패스를 재깍재깍했으면 벌써 3골이나 넣었어, 인마!”
“…….”
박정태 병장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장석태 중위가 1중대에게 보고를 한 후 3중대에게 왔다.
“3중대장님.”
“어, 왜? 무슨 일이야?”
“사단장님 가셨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가시면 어떻게 해.”
이대우 3중대장은 설마 자신이 빠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후반전은 말이야. 나에게…….”
이대우 3중대장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말을 하려는데 장석태 중위가 입을 열었다.
“3중대장님.”
“어, 왜? 할 말 남았어?”
“네. 대대장님께서 후반전에는 중대장님들이 나와서 쉬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 진짜 쉬어야 해? 나 이제 막 몸이 풀렸는데.”
“그게 말입니다. 대대장님께서…….”
장석태 중위가 3중대 팀원들을 한 번 보고는 이대우 3중대장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순간 이대우 3중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에이씨……. 아후, 괜히 땀 흘렸네.”
이대우 3중대장은 잔뜩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뒤로 물러나더니 털썩 앉아버렸다.
“야,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
순간 3중대 팀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꼴을 보던 이대우 3중대장이 살짝 열을 받았다.
“야, 박정태.”
“병장 박정태.”
“너, 진짜 말하는데 못 이기면 말년 휴가 다 잘라버린다.”
“그런 것이 어디 있습니까. 말년 휴가는…….”
박정태 병장은 곧바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 박정태 병장의 말을 끊으며 이대우 3중대장이 눈을 부릅떴다.
“이 자식이…… 말년이라고 내가 우스워? 아까 1중대의 병장도 나에게 까불더니 너도 나에게 이러는 거냐?”
“그런 거 아닙니다.”
“야! 박정태.”
이대우 3중대장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무조건 이겨! 저 지면 말년 휴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잘라버린다.”
“아, 진짜 중대장님…….”
박정태 병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대우 3중대장이 바로 말했다.
“이기라고, 이기면 되잖아.”
“네, 알겠습니다.”
박정태 병장이 몸을 돌려 구시렁거렸다.
“시발, 전반전은 지가 다 날려 버려놓고선. 나한테 지랄이야.”
박정태 병장이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눈치 빠른 후임병 하나가 다가와 말했다.
“중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기면 됩니다. 이기면! 딱 봐도 1중대 애들 별거 없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공격만 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이길 수 있지?”
“물론입니다.”
박정태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두 골 차이로 이겨봐야 중대장님께서는 성에 차지도 않을 거야. 무조건 나에게 공을 패스해. 내가 기본적으로 해트트릭부터 하고 시작할 테니까.”
박정태 병장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임병이 바로 얘기를 꺼냈다.
“다들 들었지? 공을 잡으면 무조건 앞에 계시는 박 병장님께 보내. 어떻게든 오케이?”
“넵!”
“좋았어, 후반전에 한번 이겨보자.”
다들 손을 내밀었다. 그 위로 손이 차곡차곡 쌓였다.
“자, 3중대!”
“화이팅!”
3중대 팀원들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며 연병장으로 나섰다. 1중대 팀원들 역시 파이팅을 하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다시 포지션을 잡고, 장석태 중위의 휘슬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삐이이익!
휘슬이 불리고 이번에는 1중대가 공을 돌렸다.
“야, 공 받아!”
“네.”
하지만 3중대 미드필더가 중간에서 공을 가로채 곧바로 박정태 병장에게 공을 뻥 찼다.
“좋았어. 마이 볼!”
박정태 병장은 가슴으로 트래핑을 한 후 곧바로 골대를 향해 드리블을 시작했다.
“자식들아, 비켜!”
슬라이딩을 가볍게 제친 박정태 병장은 불도저가 따로 없었다.
“너희들 다친다. 비켜!”
그때 하영진 상병의 멋진 슬라이딩에 공을 빼앗겼다.
“앗, 시발!”
“야, 내 걸 뺏어!?”
“그럼 뺏지 어떻게 합니까?”
하영진 상병이 공을 옆으로 패스했다. 박정태 병장이 다시 뛰어가며 공을 뺏으려 했지만 공은 이미 전방으로 날아갔다.
“하아, 진짜…….”
박정태 병장이 하영진 상병을 노려봤다. 하영진 상병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 뒤로 또 한 번 하영진 상병에게 막힌 박정태 병장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야, 네가 또 막아!”
“그러게 뻔히 보이는 드리블은 왜 하십니까? 이미 저에게 다 들켰습니다.”
“제기랄……. 다음에는 안 봐줘.”
“넵! 제발 그러십시오.”
박정태 병장은 인상을 쓰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이대우 3중대장이 아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정태 병장에게 소리쳤다.
“야, 새끼야. 똑바로 안 해! 그것 하나 제치지 못해서 번번이 막혀!”
박정태 병장은 그 소리를 들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그사이 1중대가 공을 돌렸다. 중간에 있던 이은호 이병에게 공이 갔다. 그 순간 전방에 있던 두 명의 스트라이크가 곧바로 빈 자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이은호 이병의 눈이 번쩍였다.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 이용진 일병이 손을 번쩍 들었다.
3중대 수비수가 이은호 이병을 막기 위해 덤벼들었다.
“야, 막아! 막으라고 새끼들아!”
이대우 3중대장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이은호 이병은 자로 잰 듯한 찔러 주기 패스를 넣었다. 이용진 일병이 곧바로 발을 들어 공을 잡았다.
“막아! 수비수들 뭐 하고 있냐.”
그러는 사이 이은호 일병이 공을 한 번 터치 하더니 그대로 우측 상단을 향해 공을 뻥 하고 찼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삐이이이익!
순식간에 역습을 당한 3중대 수비수들은 망연자실했다. 이용진 일병은 두 손을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오오오오오!”
그 길로 이은호 이병에게 뛰어갔다.
“이은호 패스 좋았어!”
“골도 멋있었습니다.”
오상진과 박중근 중사는 두 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하하하핫!”
3중대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먼저 선제골을 넣은 쪽은 1중대였다. 순간의 역습 찬스에서 이은호 이병의 빠른 패스와 이용진 일병의 반 박자 빠른 슈팅에 의한 골이었다.
박정태 병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야, 수비수들! 제대로 안 해!”
“…….”
3중대 수비수들 모두 고개를 숙였다. 허리에 손을 올려 고개를 흔들었다. 곧바로 박정태 병장이 3중대 팀원들을 불렀다.
“모두 모여봐.”
팀원들이 모이고 박정태 병장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왜 수비가 뚫려?”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절 제치고 뛰쳐나가는데, 순식간이었습니다.”
“그럼 파울이라도 끊었어야지.”
“센터박스 안이었습니다. 페널티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야이씨! 차라리 페널티킥을 줘. 어차피 골을 줄 바에는.”
“…….”
박정태 병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됐고, 어차피 한 골 준 거야. 우리가 골을 더 넣으면 돼. 내가 넣을 테니까. 보조 잘 해줘.”
“네. 알겠습니다.”
“자, 가자!”
박정태 병장이 박수를 치며 팀에게 격려를 보냈다. 하지만 박정태 병장은 이은호 이병에게 시선이 갔다.
‘저 자식…….’
솔직히 이등병이라고 신경을 거의 안 썼다. 전반전에는 3중대장 신경 쓰느라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저 아는 거라고는 볼 터치가 좀 깔끔한 정도였다. 하지만 저렇게 패스가 정확하고 빠른 줄은 몰랐다.
‘김일도 병장이 제대해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은호 이병의 패스 하나로 순식간에 경계 대상이 되었다.
“야, 이은호 이병. 전담 마크해. 저 녀석에게 공이 못 가게 막으라고!”
“네, 알겠습니다.”
다시 휘슬이 불려졌다.
“삐이이익!”
경기가 시작되었고, 3중대의 공격이었다. 박정태 병장은 곧바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다른 반대편에서 움직였다.
“박 병장님!”
곧바로 박정태 병장에게 공이 날아갔다. 박정태 병장은 한 골을 먹히자 조바심이 났다.
‘내가 넣어야 해. 내가…….’
이런 부담감 때문인지 몸이 좀 무겁게 느껴졌다.
“야, 비켜.”
“못 비낍니다.”
“이 자식이…….”
박정태 병장이 이를 악물고 수비수 한 명의 제쳤다. 그리고 곧장 김우진 병장과 만났다.
“박 병장님 어디 가십니까.”
“야. 김우진. 한 골만 넣자 좀 비켜주라.”
“에이, 신성한 경기에서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아, 진짜…….”
박정태 병장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때 3중대 공격수 하나가 재빨리 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박정태 병장이 그쪽으로 패스를 한 후 곧바로 김우진 병장을 제치고 지나갔다. 다시 공격수가 박정태 병장에게 공을 보냈다. 정말 깔끔한 2 대 1 패스였다.
“좋았어!”
박정태 병장의 눈에 골대가 보였다. 이 순간 슛을 할 찬스라는 것을 알았다.
“좋아, 일단 먼저 한 골!”
그렇게 중얼거리며 공을 놓고 차려는데 뒤에서 태클이 들어와 공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어?”
하지만 이미 박정태의 발은 공이 있던 위치를 차고 있었다. 다만 그곳은 허공이었다.
“어라?”
박정태 병장의 발이 힘껏 허공을 휘둘렀다. 그 순간 몸의 중심을 잃고 하늘로 붕 떠올랐다.
“이런 젠장…….”
쿵!
박정태 병장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 박정태 병장이 넘어질 때 팔부터 땅을 짚었다. 그 순간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박정태 병장의 괴성이 들려왔다.
“으악!”
순간 전해지는 팔의 통증에 박정태 병장이 뒹굴었다. 공이 라인을 벗어난 후 장석태 중위가 휘슬을 불렀다.
“삐이이익!”
3중대 팀원들이 재빨리 다가왔다.
“박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박 병장님.”
“으으으윽…….”
박정태 병장은 왼팔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장석태 중위가 물었다.
“박정태. 괜찮아? 박정태.”
장석태 중위의 부름에도 박정태 병장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장석태 중위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너희들 박 병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리고 후보 선수 빨리 내보내고.”
“네. 알겠습니다.”
박정태 병장은 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라인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도 인상을 쓰며 팔을 잡고 고통에 일그러졌다. 그리고 새롭게 팀을 이끄는 우창수 병장이 입을 열었다.
“야, 이거 진짜 우리가 안일하게 대처를 한 거다. 어떻게 이등병에게 허를 찔려!”
“…….”
“자,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자. 이제 박 병장님도 없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다시 한 골 가져오자.”
그렇게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3중대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밖에서는 이대우 3중대장의 고함이 들려오고, 안에서는 병장과 상병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급기야 우창수 병장과 정대만 병장은 슬슬 짜증이 치솟았다.
“야, 새끼들아. 무슨 공을 그리 허무하게 뺏겨!”
“야, 저기 뚫리잖아! 막아! 막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