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46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40)
“야, 3중대장!”
“네?”
“방금 뭐라고 했냐?”
“제가 뭐 말입니까?”
“우리 애들에게 뭐라고 했냐고!”
“맞지 않습니까. 내가 가볍게 터치한 것 가지고 과하게 넘어지고 말입니다. 축구를 이렇게 할 겁니까? 아니지, 침대 축구 하는 겁니까?”
이대우 3중대장이 강하게 말했다.
“뭐? 이 자식 말 싸가지 없이 하는 거 봐라.”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이대우 3중대장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때 장석태 중위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에헤이, 왜 그러십니까? 다들 진정들 하십시오. 지금 사단장님께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도 이대우 3중대장도 모두 힐끔 단상 쪽으로 시선이 갔다.
이대우 3중대장은 하영진 상병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어디 한번 두고 봐.”
그러면서 몸을 홱 돌려 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그런 이대우 3중대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새끼가…….”
하영진 상병은 약간 기죽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하 상병.”
“상병 하영진.”
“잘했어, 신경 쓰지 마. 또 지랄 떨면 나에게 말해. 그리고 저 지랄 떨어도 절대로 물러서지 마.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잘하고 있어.”
하영진 상병은 대답은 했지만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멍하게 서 있었다. 그렇다고 3중대장 말은 안 들을 수도 없었다.
‘하아, 진짜 난감하네.’
솔직히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또 망설여질 것 같았다.
“아아, 진짜 미치겠네. 어떻게 태클을 해.”
하영진 상병이 고뇌하는 사이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하영진 상병 앞으로 또다시 이대우 3중대장이 왔다. 하영진 상병은 고심하는 사이 이대우 3중대장이 제치고 지나갔다.
“아이씨…….”
하영진 상병이 인상을 쓰며 몸을 돌렸다. 그때 강인한 병장이 이대우 3중대장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이대우 3중대장과 몸싸움을 치열하게 했다.
“어어! 야이씨……. 뭐야. 안 비켜?”
“못 비킵니다.”
“비켜, 좋은 말 할 때 비키라고 했다.”
“전 못 비킨다고 했습니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전 병장입니다.”
“뭐?”
“병장이라고 했습니다.”
“와, 이 자식 봐라. 그래서 뭐? 병장이라서 못 비킨다. 병장은 중대장 말 안 들어?”
“지금은 축구 시합 중입니다. 게다가 서로 다른 타 중대 아닙니까. 여기서 뭘 따집니까. 쪼잔하게…….”
강인한 병장이 이대우 3중대장에게 강하게 말했다. 순간 이대우 3중대장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와,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 비켜, 비키라고 새끼야.”
이대우 3중대장이 소리쳤다. 강인한 병장이 끝까지 달라붙었다. 그러자 이대우 3중대장이 공을 힘껏 찼다.
뻥!
하지만 이대우 3중대장이 찬 공은 골대에서 한참 벗어나 라인 아웃이 되었다. 이대우 3중대장이 인상을 쓰며 강인한 병장을 노려봤다.
“너 이 자식, 두고 보자.”
이대우 3중대장이 몸을 홱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런 수비도 한두 번이지, 강인한 병장이 혼자서 계속 막을 수는 없었다.
“허헉, 허헉, 허헉…….”
강인한 병장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옆으로 하영진 상병이 다가왔다.
“강 병장님 괜찮습니까?”
“와, 말도 마라! 저 양반이 팔꿈치로 얼마나 날 치던지. 나 축구 하다가 의무대에 실려 가는지 모르겠다.”
그 소리를 들은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뗐다.
“야, 저 새끼 공 잡으면 내가 간다. 애들 다 빠져! 3중대 이 새끼…….”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눈에 불을 켰다.
“너희들 걱정 말고, 수비해.”
“중대장님 정말이십니까?”
“그래! 내가 맡아야지, 안 되겠어. 저런 빌어먹을 녀석이……. 와, 진짜 화나네.”
김철환 1중대장이 도를 넘은 이대우 3중대장의 행동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후 축구는 개판이 되어버렸다. 3중대가 공을 잡으면 무조건 이대우 3중대장에게 공을 넘겼다.
이대우 3중대장이 공을 잡으면 김철환 1중대장이 막으러 움직였다. 이후로는 그야말로 지루한 시소게임이 되어버렸다.
“비켜, 비켜!”
이대우 3중대장이 손을 휙휙 저으며 소리쳤다.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치켜떴다.
“뭐, 인마? 비켜는 반말이지.”
“아, 지금 축구 중이지 않습니까.”
“너는 아까 우리 애들에게 뭐라고 했는데?”
“좀 나오십시오.”
“네가 비키라고 한다고 내가 비켜줄 것 같냐?”
김철환 1중대장이 더욱 몸을 비볐다. 그러자 서로 발이 엉키며 그대로 넘어졌다. 그 순간 장석태 중위의 휘슬이 불렸다.
삐이이익!
그 모습을 보던 장기준 사단장이 피식 웃었다.
“재밌네, 재밌어. 우리 중대장들이 젊어서 그런지 패기가 넘치네.”
반면, 한종태 대대장은 어이없어했다.
‘저 미친 녀석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사단장님 지켜보고 계신다.’
한종태 대대장이 슬쩍 장기준 사단장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의를 줬어야 했는데…….”
“아니지, 아니야. 저게 또 군대 축구의 맛이 아닌가. 그리고 나 때는 말이지. 내가 어디서 나왔더라?”
“네, 34사단입니다.”
“그렇지. 거기! 5033 여단에 있을 때 말이야. 자네 혹시 기억나나?”
“아, 네네. 그때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은 기억이 안 나지만 지금은 난다고 해야 했다.
“그때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일 있었지. 그때 우리 여단장님께서 말이야. 축구로 날아다녔는데 그분이 아주 그냥 한가운데에서 공을 뻥 차면 30~40미터는 그냥 날아갔어. 그거뿐인 줄 아는가. 중거리 슛이 완전 대포알 슛이었다니까. 아. 홍명빈 알지. 미국 월드컵에서 중거리 슛 넣은 선수.”
“물론입니다.”
“그 선수 뺨치는 사람이었다니까. 나도 그런 곳에서 축구를 하다 보니까. 완전히 기술이 끝내주지.”
장기준 사단장은 앉아 있으면서도 발재간을 부리는 듯 몸을 움직였다. 한종태 대대장은 박수를 치며 공감을 했다.
“아, 그러셨습니까. 대단하십니다.”
“내가 좀 대단했지.”
장기준 사단장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한종태 대대장은 연신 박수를 치며 리액션을 취해줬다.
“지금 저 둘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나도 조금 젊었다면 같이 뛰고 싶다니까.”
“지금도 뛸 수 있으십니다.”
“아냐, 아냐. 지금 나이가 들어서 조금만 뛰어도 힘에 부쳐.”
“에이, 제가 보기에는 많이 정정하십니다.”
“그리 봐주니 고맙네. 그래도 실력이 예전만큼은 아니야.”
장기준 사단장의 말에 계속해서 동조를 해주는 한종태 대대장은 죽을 맛이었다. 솔직히 지금 얘기하는 장기준 사단장의 말이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한종태 대대장의 시선이 다시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막장으로 변해버린 축구가 40분을 지나 하프타임이 되었다. 전반전이 끝난 스코어는 아직 0 대 0이었다.
“흐흠…….”
한종태 대대장이 낮은 한숨을 내쉬며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에 있는 곽부용 작전과장에게 갔다.
“지금 나 계속 이걸 봐야 하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사단장님께서 원하시는데…… 아니면 제가 슬쩍 말해서 후반전에는 두 사람 빼라고 건의를 드려봅니까?”
“네가 할 수 있겠냐? 작전과장이 할 수 있겠냐고.”
“그, 그건…….”
“됐어. 못할 걸 뻔히 아는데……. 그보다 저 자식들 축구 좀 하지 않았냐?”
“아, 아뇨. 저도 지금 봐서 잘 몰랐습니다.”
“하아, 내가 저 꼴 보려고 이 날을 기다렸는지 알아?”
한종태 대대장은 괜히 곽부용 작전과장을 닦달했다. 그때 나종덕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걸렸다.
“그래, 나다. 어, 어. 그래? 알았다. 지금 바로 말씀드리겠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장기준 사단장에게 다가갔다.
“저기 사단장님.”
“뭔가?”
“지금 사단에 들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그게…….”
나종덕 비서실장이 귓속말로 말했다. 장기준 사단장은 진지한 얼굴로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장군이 왜?”
“오늘 약속이 있으셨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나랑?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나? 그럼 가야지. 차 대기시켜 놔.”
“네.”
장기준 사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이 정 자세를 취했다.
“충성대대장.”
“네.”
“잘 봤어.”
그러면서 한종태 대대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닙니다. 또 구경하러 오십시오.”
“그래, 그래. 그럼 수고들 해.”
장기준 사단장이 자신이 타고 온 차량에 올라탔다.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이 바로 섰다. 한종태 대대장이 경례를 했다.
“충성.”
장기준 사단장이 손을 들어 답을 준 후 차는 곧바로 떠나갔다.
“어후, 이제 갔네. 그나마 다행이야.”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이제 후반전에는 전반전과 같은 경기를 안 봐도 되기 때문이었다.
“후반전은 이제 제대로 경기를 해야겠지?”
“네, 물론입니다.”
“바로 내려가서 중대장들 빠지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바로 내려가 장석태 중위를 따로 불러 전달을 했다.
한편, 김철환 1중대장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을 마셨다.
“아아, 힘들다. 힘들어! 후반전을 또 어떻게 뛰냐?”
김철환 1중대장은 잔뜩 인상을 썼다. 오상진이 옆으로 다가왔다.
“괜찮습니까?”
“넌 내가 괜찮아 보이냐? 후반전에는 나 못 뛰니까, 그리 알아.”
“하지만 사단장님께서…….”
“젠장…….”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그보다 3중대장 저 새끼…….”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이대우 3중대장을 노려봤다. 이대우 3중대장은 그것도 모르고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오상진도 힐끔 보며 물었다.
“3중대장이 어땠습니까?”
“말도 마! 저 자식 날 밀치고, 반말하고 아주 가관이었다. 아니지, 직접 보여줘야겠네.”
김철환 1중대장이 상체의 유니폼을 올려 옆구리를 보여줬다.
“야, 여기 보이냐. 멍들었지? 그렇지.”
“글쎄 말입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야, 인마! 좀 잘 좀 봐봐. 확실하게 말이야.”
“자세히 보니, 또 그렇긴 합니다.”
“그렇지. 저 자식이 어찌나 팔꿈치로 쥐어패던지……. 이 상태로 나 풀타임으로 뛰어야 하냐? 저 새끼에게 얻어 맞아서 뒤질 것 같은데.”
김철환 1중대장이 앓은 소리를 했다. 그때 장석태 중위가 1중대로 먼저 왔다.
“중대장님.”
“어, 왜?”
“사단장님 가셨습니다.”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 그래? 그럼 나 축구 안 해도 돼?”
“네. 대대장님께서 빠지시라고 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유니폼을 벗었다.
“1소대장, 나 빠지라는 소리 들었지. 이제 나 안 한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네. 저도 들었습니다.”
“그래, 와! 하늘이 돕는구나. 하늘이 도와. 야, 김우진!”
“병장 김우진.”
“너 바로 투입해. 자, 터치!”
“그, 그럼 제가 3중대장 맡아야 되는 겁니까?”
김우진 병장이 바로 울상이 되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야, 인마. 내가 빠졌는데 3중대장도 빠지지. 걱정하지 마. 이제 제대로 경기해.”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씨익 웃었다. 유니폼을 다시 입고는 팀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