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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41화 (54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41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35)

그에 오상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한소희를 보며 말했다.

“우리 가요.”

“네.”

오상진은 한소희를 데리고 나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한중만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밖으로 나갔다. 한소희는 오상진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

“오늘은 부대에 일이 있어서 못 나올 것처럼 말하더니.”

“축구 훈련하는 거 애들 잠깐 봐주다가 나왔어요.”

“그런데 정말 나 보고 싶어서 나온 거예요?”

“그럼 제가 왜 왔겠어요?”

“칫!”

한소희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오상진이 그런 한소희를 보며 물었다.

“밥 먹었어요?”

“으음,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상진 씨가 먹으면 저도 먹죠.”

“그래요. 우리 오늘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요?”

“네. 좋죠.”

오상진과 한소희는 차에 올라탔고, 기분 좋게 시동을 걸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보수공사는 시작되었다. 지난주에 흰색 페인트칠로 간판을 칠해놨던 곳에 이번에는 검은색 글자를 새겨 넣을 생각이었다.

“야, 거기 잘 잡아.”

“네.”

간판에 글자를 판 달력을 붙였다. 양옆에 떨어지지 않게 테이프로 고정까지 시켰다.

“자, 페인트!”

“네.”

이해진 상병이 진지한 얼굴로 붓에 검은색 페인트를 찍었다. 그리고 집중한 표정으로 새겨진 글자 위로 페인트칠을 했다.

쓱싹, 쓱싹.

몇 번 한 후 고정된 테이프를 뜯었다.

“천천히 떼! 천천히.”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일병과, 강태산 이병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천천히 떼어 냈다.

쫘아악.

그러자 흰 간판 위에 검은색 글씨가 새겨졌다.

안전수칙

제대로 찍힌 글씨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진 상병이 뒤를 향해 말했다.

“자, 확인 다 했지. 이렇게 하는 거다. 그리고 누구 하나 실패하면 다시 색칠해야 하니까 집중해서 해라.”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모두 해산!”

이해진 상병이 소리쳤다. 각자 맡은 구역에서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리고 각 코스별 기구에는 국방색 페인트로 칠을 했다. 이번 여름에 다시 유격 훈련을 열심히 받기 위해서 말이다.

“하아, 우리가 고치고, 이번 여름에 또 유격을 하겠구나. 젠장할!”

구진모 상병이 열심히 페인트칠을 하며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유격장 공터에서는 축구 연습을 했다.

“와, 부럽다. 축구나 하고 있고.”

강태산 이병이 부러운 얼굴로 공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사이 최강철 일병이 말했다.

“야, 강태산 뭐 해? 페인트칠 안 해?”

“네네, 합니다.”

강태산 이병이 다시 고개를 돌려 페인트 뚜껑을 땄다. 순간 확 하고 역한 냄새가 강태산 이병의 코를 건드렸다.

“우욱!”

“왜 그래?”

최강철 일병이 물었다. 강태산 이병이 뒤로 물러나며 손으로 코를 감쌌다.

“무슨 냄새입니까? 이거 진짜 역합니다.”

“야, 페인트 냄새가 뭐가 역해.”

“머리가 다 아픕니다.”

강태산 이병은 잔뜩 인상을 쓰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보수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들렀다.

“왜 그러지?”

순간 김우진 병장이 후다닥 달려왔다.

“야,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중대장님 페인트 냄새를 너무 맡았더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래? 일단 한쪽으로 물러서서 맑은 공기 좀 마셔.”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김우진 병장을 보며 말했다.

“넌 애 잘 살피고.”

“네.”

“그보다 작업은?”

“이곳만 하면 끝입니다.”

“그래, 수고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김우진 병장이 힘차게 경례를 했다.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이 발걸음을 옮긴 그 순간, 김우진 병장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저 새끼가…….”

한쪽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강태산 이병을 봤다. 그러다가 최강철 일병을 불렀다.

“최강철.”

“일병 최강철.”

“이병 관리 똑바로 안 할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등병이 페인트 냄새 좀 맡았다고, 그것도 중대장님 앞에서 저런 행동을 해?”

“죄송합니다.”

최강철 일병이 슬쩍 강태산 이병을 봤다. 강태산 이병이 정말 힘들어했다. 사실 최강철 일병은 강태산 이병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페인트의 ‘페’ 자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하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았겠지.’

최강철 일병은 약간 안쓰럽게 바라봤다. 한마디로 자기에게 잘 보이겠다고 군대까지 따라온 놈이 아닌가. 그래서 미워할 수도 없었다.

‘어후, 저걸 어떻게 해. 민폐 녀석…….’

최강철 일병이 김우진 병장을 보며 말했다.

“제가 바로 주의를 시키겠습니다.”

“그렇다고 막 갈구라고 그런 것은 아니야. 너무 오냐오냐해 주지 말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잡아준 것을 고맙게 생각해. 안 그랬으면 진모나 다른 일병들이 난리를 쳤을 거야.”

“네.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알기는……. 자식이.”

김우진 병장이 최강철 일병을 툭 쳤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다른 곳으로 갔다. 김우진 병장과 최강철 일병은 알게 모르게 휴가증 이후로 좀 친해져 있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보수공사의 끝이 보였다. 이해진 상병이 마지막 기구에 페인트칠을 마무리하고 난 후 입을 뗐다.

“자, 다 끝났다. 모두 고생했다.”

“와아, 드디어 끝났다.”

“유격장을 보수공사 하다니. 뿌듯하네.”

모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때 오상진이 나타났다.

“모두 고생했다.”

“아닙니다.”

“자, 다들 장비 챙겨라.”

“네.”

오상진은 말을 하며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유격장에서 좀 쉬다가 복귀할까?”

“와아, 좋습니다.”

“소대장님 배가 고픕니다.”

“자식들……. 그래 뭐가 먹고 싶냐?”

“지난번에 먹었던 치킨이 먹고 싶습니다.”

박중근 중사가 바로 말했다.

“이 자식들아, 소대장님이 너희들 간식 시켜 주는 사람이냐. 그냥 쉬고 있어.”

“우우우우.”

소대원들이 박중근 중사에게 야유를 보냈다. 박중근 중사가 버럭 했다.

“이 자식들이…….”

오상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두십시오. 애들이 이렇듯 고생하는데 소대장으로서 사 줄 수 있죠.”

“그래도 소대장님…….”

“괜찮습니다. 그래, 치킨 먹고 싶다고?”

“네.”

“알았다. 치킨 사 올 테니까. 여기서 쉬고 있어.”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박중근 중사가 바로 말했다.

“소대장님 계십시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닙니다.”

“소대장님 이건 제가 다녀와야죠.”

“그러시겠습니까?”

“네.”

오상진이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박중근 중사가 말렸다.

“아닙니다. 제가 사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써도 됩니다. 게다가 전 혼자 아닙니까.”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박중근 중사가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번번이 얻어먹고 죄송합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죄송하죠. 심부름시키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절대 아닙니다.”

박중근 중사가 서둘러 이동했다. 1소대원들은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로부터 약 40분이 흐른 후 박중근 중사가 나타났다.

“야, 먹어라.”

“와, 치킨이다.”

“이 녀석들아, 먼저 소대장님부터 챙겨라.”

박중근 중사의 한마디에 이해진 상병이 커다란 다리 하나를 들고 오상진에게 갔다.

“소대장님 드십시오.”

“이야, 다리 주는 거야? 소대장은 이거 하나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먹어라.”

“네. 잘 먹겠습니다. 소대장님.”

“많이 먹어라.”

오상진은 치킨을 먹는 소대원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유격장 공터로 차량 한 대가 도착을 했다. 오상진과 박중근 중사의 시선이 그 차량으로 향했다.

“응? 김도진 중사 차량입니다.”

“행보관? 행보관이 여긴 웬일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김도진 중사가 차에서 내렸다. 보수공사도 오늘로서 끝이 났고, 잘했는지 확인 차 들른 것이었다. 김도진 중사가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어후, 소대장님. 보수공사 다 끝난 겁니까?”

“네.”

“어? 이게 무슨 냄새……. 치킨이네. 이야, 맛나겠다.”

“이리 와서 좀 드십시오.”

“아이고, 내가 치킨 먹으러 온 것이 아닌데…….”

김도진 중사는 그리 말하면서도 웃으며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 옆에 있던 한태수 상병이 바로 치킨 한 조각을 내밀었다.

“어? 퍽퍽살이네. 나 이거 안 좋아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다른 걸로…….”

“아니야. 맛난 건 거의 다 먹었네. 이것도 감지덕지지.”

김도진 중사가 웃으며 말을 했다. 한태수 상병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너희들 말이야. 소대장님 잘 만나서 만날 이런 것도 먹고, 좋겠다. 나도 1소대 들어가고 싶네.”

김우진 병장이 바로 얘기를 꺼냈다.

“그럼 들어오십시오.”

“야, 김우진이. 제대 얼마 안 남았다고 막 나가냐.”

“농담입니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행보관님 이번에 고생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진짜 위에서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걸로 쪼아 대던지.”

“네?”

“아닙니다. 여기서 말할 것은 아닙니다.”

김도진 중사가 바로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 해줘서 제가 맘은 좀 편합니다.”

김도진 중사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몇 마디 더 주고받고, 김도진 중사가 일어났다.

“전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김도진 중사가 경례를 하고 돌아갔다. 오상진은 그런 김도진 중사를 차분하게 바라봤다.

민용기 상사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그는 볼펜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얼마 남지도 않겠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계산기를 두드렸다. 원래 계산했던 내용이 맞는지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군수계원이 말을 걸었다.

“행보관님.”

“왜?”

민용기 상사는 살짝 짜증이 난 상태에서 대답했다.

“오늘 중으로 보수공사는 다 끝났다고 합니다.”

“확실히 다 되었나 확인해 봤어?”

“일단 각 중대에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래? 알았어.”

민용기 상사는 대답을 하고 난 후 다시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진짜. 큰 공사 하나를 하든지 해야지 원.”

“네?”

군수계원이 바로 대답했다. 민용기 상사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아냐, 네 일이나 해.”

“네, 알겠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있지 않아 군수과 문이 열리더니 PX병이 나타났다.

“행보관님.”

“어, 왜?”

“대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대대장님께서?”

“네.”

“알겠다.”

민용기 상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에이씨, 바빠 죽겠는데 또 왜 날 찾지?”

민용기 상사는 하던 일을 대충 정리한 후 책상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열쇠로 잠근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대대장실 다녀올게.”

“네. 다녀오십시오.”

군수계원이 답했다. 민용기 상사는 슬쩍 군수과장 자리를 바라봤다.

“쩝, 과장님은 도대체 어딜 가신 거야. 자리를 도통 지키지를 않으니…….”

민용기 상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군수과를 나와 대대장실로 향했다. CP병이 있는 곳을 열고 들어갔다. CP병이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앗, 오셨습니까. 지금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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