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39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33)
강태산 이병은 강한 의욕을 보였다. 모든 준비가 끝난 오상진은 본격적으로 축구 테스트를 시작했다.
축구 테스트는 간단했다. 미니 축구 시합을 통해 테스트를 하는 것이었다.
A팀과 B팀으로 나눴다. 각각 4명씩 작은 공간에 두고 시합을 시켰다.
“자자, A팀과 B팀이 시합을 통해 테스트를 한다. 각자 준비가 되면 신호를 하도록. 골키퍼는 없어도 된다. 전원 골키퍼가 될 수 있고, 안 해도 된다. 단 골키퍼도 손을 써서는 안 된다. 무조건 발로만 막아야 한다.”
오상진은 간단히 규칙을 정했다.
“전반, 후반 각각 20분씩. 준비되면 말해.”
“네,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소속된 B팀은 이은호 이병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은호야.”
“이병 이은호.”
“넌 그냥 가볍게 뛰기만 해. 뒤에서 공이 오면 걷어내기만 하고.”
“알겠습니다.”
A팀은 구진모 상병, 조영일 일병, 이상준 일병, 강태산 이병.
B팀은 한태수 상병, 손주영 일병 노현래 일병, 이은호 이병.
이렇게 멤버가 구성되었다.
“준비되었습니다.”
“좋아 시작해.”
박중근 중사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리고 곧바로 미니 축구 시합이 시작되었다.
“야, 여기 패스!”
“날려! 날리라고!”
여기저기서 고함이 들려왔다. 지켜보는 김우진 병장과 다른 소대원들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다가 간혹 목소리를 높였다.
“야야, 거기서 그렇게 패스하면 안 되지.”
“강태산! 너 축구 잘한다며 지금 보니까, 완전 개 발인데!”
최강철 일병이 봐도 강태산 이병은 공만 잡으면 패스가 이상하게 나갔다. 그리고 알았다. 강태산 이병은 공을 잘 찾는 것이 아니라, 의욕만 앞서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야, 시발! 강태산! 너 축구 잘한다며.”
“저, 저…….”
실력이 드러난 강태산 이병은 답을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B팀에서 실력을 드러내는 이등병이 있었다. 바로 이은호 이병이었다. 뒤에서 공을 가로채 이리저리 발재간도 부렸다. 그리고 전방으로 정확한 패스를 넣어 주기도 하고, 때론 직접 드리블해 중거리 슛도 날렸다.
“와! 은호 축구 잘하는데.”
“오오오, 저 자식 패스 죽인다.”
“김일도 병장의 자로 잰 패스를 보는 듯합니다.”
오상진도 지켜보다가 눈을 반짝였다.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가 절실했는데 그것이 지금 막 해결되고 있었다.
“이야, 이은호. 생각지도 못한 수확인데.”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체크를 했다. 구진모 상병은 전방에서 공을 몰고 가다가 노현래 일병을 만났다.
“야, 노현래.”
“일병 노현래.”
“안 비켜? 네가 감히 고참을 막아?”
“지, 지금은 축구 테스트 아닙니까?”
“야, 축구 테스트고 뭐고, 내가 고참 아니냐?”
“맞습니다.”
“그럼 비켜줘야지.”
“그, 그래도…….”
“비켜!”
구진모 상병이 고함을 질렀다. 노현래 일병이 움찔하며 몸을 피했다.
“자식 고맙다.”
구진모 상병이 씨익 웃으며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이은호 이병이 나타나 공을 가로챘다.
“한태수 상병님.”
이은호 이병이 한태수 상병을 부른 후 공을 정확하게 패스를 해줬다.
“나이스 패스!”
한태수 상병이 엄지 손가락을 올린 후 드리블을 해갔다. 구진모 상병이 바로 이은호 이병에게 다가갔다.
“너, 많이 컸다.”
“네?”
“감히 고참의 공을 빼앗아?”
“추, 축구 테스트인데 말입니다.”
“으음…….”
구진모 상병은 더 이상 이은호 이병을 몰아붙이지 못했다. 이은호 이병이 어떤 식으로 1소대에 온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이은호 이병은 어떤 식으로든 갈구지 말라는 것이었다. 구진모 상병이 인상을 쓰며 몸을 돌렸다.
그 와중에 강태산 이병은 수비를 하다가 한태수 상병에게 밀려 넘어졌다.
“으으으, 파울! 파울!”
강태산 이병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곧바로 박중근 중사가 뛰어왔다.
“일어나.”
“박 중사님 안 보셨습니까? 한태수 상병이 저 밀었습니다.”
“일어나라고.”
“파울 아닙니까?”
“정당한 몸 싸움이었다.”
강태산 이병은 잔뜩 억울한 얼굴이 되며 일어났다.
“진짜 강하게 밀었는데…….”
하지만 강태산 이병은 군대스리가의 무서움을 아직 잘 몰랐던 것이다. 그 뒤로도 강태산 이병은 거친 몸싸움에 이리 튕기고, 저리 튕겼다. 그때마다 파울을 크게 외쳤지만 심판을 보고 있는 박중근 중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편, 이은호 이병이 공을 잡고 움직였다. 한태수 상병이 손을 올리며 소리쳤다.
“올려!”
이은호 이병이 크로스를 올렸다. 그런데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정확하게 한태수 상병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한태수 상병이 깜짝 놀라 공을 놓쳤다.
“저 녀석…….”
한태수 상병이 이은호 이병에게 달려갔다.
“은호야.”
“이병 이은호.”
“너 공 좀 찼냐?”
“취미 생활로 축구를 좀 했습니다.”
“그래? 자식 좋았어. 너에게 공이 가면 무조건 나에게 공을 넘겨. 알았지?”
“네. 노력하겠습니다.”
그 뒤로도 이은호 이병은 착실하게 한태수 상병에게 공을 넘겼다. 이렇듯 미니 게임을 통해 실력이 있고, 없는 사람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구진모 상병 역시도 축구를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 시발. 공을 제대로 줘야. 골을 넣지.”
구진모 상병은 연신 투덜거렸다.
“구 상병님 공 좀 잘 잡아주십시오.”
조영일 일병이 소리쳤다. 구진모 상병이 인상을 썼다.
“야, 새끼야. 네가 공을 똑바로 패스해야지.”
“제대로 정확하게 패스했지 않습니까.”
“어쭈, 이 자식 봐라. 지금 나에게 개기냐?”
“아닙니다.”
“인상 안 펴!”
“…….”
“아무튼 축구 끝나고 보자.”
이렇듯 A팀은 구진모 상병에 의해 완전히 무너졌다. 그리고 B팀은 이은호 이병의 안정적인 패스와 한태수 상병의 부드러운 터치로 점점 점수를 쌓아갔다.
삐이익!
박중근 중사가 시합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A팀과 B팀이 오상진 앞으로 갔다. 모두 숨을 헐떡이며 앞에 섰다.
“그래, 모두 수고했다. 몇몇은 잘하는 것 같고, 나머지는……. 후후후. 물 먹고 한쪽으로 가서 쉬어라.”
“네.”
김우진 병장이 쉬고 있는 곳으로 갔다. 김우진 병장이 이상준 일병을 보며 말했다.
“야, 상준이.”
“일병 이상준.”
“너 제법이더라.”
“감사합니다.”
“골키퍼 서면 딱이야. 그리고 우리의 이은호.”
“이병 이은호.”
“자식 잘했어! 너 의외로 공을 좀 차더라.”
“감사합니다.”
한태수 상병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을 향해 걸어간 후 조용히 물었다.
“소대장님.”
“왜?”
“이등병도 시합 나갈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그럼…….”
한태수 상병의 시선이 이은호 이병에게 향해 있었다.
1소대의 축구 테스트가 끝나고 2소대, 3소대, 4소대의 축구 테스트도 모두 끝이 났다.
1소대 이상준 일병, 이은호 이병.
2소대 박유하 일병.
3소대 오태석 일병, 이해임 이병.
4소대 김도율 일병, 하태권 일병.
이렇게 인원이 뽑혔다. 대부분 일병과 이병으로 이뤄진 인원이었다. 어차피 상병과 병장들은 이미 확인을 했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인원 위주로 확인을 해보니 다행히 쓸 만한 인원이 뽑힌 것이었다.
“음…….”
오상진은 최종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다이어리를 닫았다. 박중근 중사가 다가오며 환한 얼굴이 되었다.
“제법 볼을 차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다행이죠.”
“솔직히 전 반신반의 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자, 어쨌든 괜찮은 애들도 뽑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손발을 한번 맞춰봐야겠죠?”
“물론이죠. 3중대는 벌써 훈련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우리 1중대를 잡으려고 아주 기를 씁니다.”
“저희도 그것에 대한 보답을 해줘야겠죠.”
“당연합니다.”
“자, 그럼 다음을 준비해 봅시다.”
“네.”
오상진과 박중근 중사는 환하게 웃으며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유격장 보수공사는 계속 진행되었다. 약 이틀간 사포로 페인트와 녹을 제거를 했다. 그리고 또 이틀간 간판에 들어갈 글자를 팠다.
이번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간판을 다시 칠할 차례였다.
“야, 꼼꼼히 해.”
“네, 알겠습니다.”
간판에 페인트칠을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글자를 팠다. 이런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니 다들 조금씩이지만 구색이 갖춰져 가고 있었다.
“오늘 중으로 페인트 작업 다 끝내야 한다. 다음 주부터는 코스별 시설물 페인트 작업에 들어가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의 진두지휘 아래 빠르게 작업이 완료되어 갔다.
그사이 오상진과 박중근은 보수공사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선수 배치에 대해서 의논했다.
“네, 맞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번 주말에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훈련도 하고 그러죠.”
“네. 좋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했다.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덮고 마무리를 지으려는데 박중근 중사가 물었다.
“소대장님.”
“네.”
“유니폼은 체육대회 때 입은 그걸로 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축구화는 안 맞는 애들이 많습니다.”
“몇 명 정도 있습니까?”
박중근 중사가 곧바로 확인을 했다.
“네. 3명 정도 있습니다.”
“그럼 그 녀석들 발 사이즈 다시 한번 체크해서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제가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보수공사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가 보시죠.”
“네, 소대장님.”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상진과 나란히 움직였다.
그날 저녁 오상진은 퇴근을 했다. 관사로 가서 가볍게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었다.
오상진은 일단 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 축구화와 티를 구입할 예정이었다.
밖으로 나온 오상진이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데 익숙한 사람을 만났다.
“어? 민 상사네.”
민용기 상사가 어떤 업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상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많이 바쁜 모양이네.”
오상진은 말을 붙이려고 하다가 바쁜 것 같아서 그냥 무시했다. 때마침 스포츠 매장 앞에 도착한 것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전에 말씀드렸던 축구화 받으러 왔습니다.”
“아, 전에 오셨던 그분이구나. 이쪽으로 오세요.”
“네.”
사장은 곧바로 뒤쪽 창고로 가서 축구화를 가지고 나왔다.
“이겁니다. 확인해 보시죠.”
“에이, 제가 사장님하고 어디 한두 번 거래합니까. 다 맞겠죠. 여기 계산해 주세요.”
오상진이 카드를 꺼내 계산을 했다. 사장은 환한 미소로 오상진에게 말했다.
“매번 이렇듯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축구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 뒤에서 사장이 연신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에 또 오십시오.”
오상진은 차에다가 물건들을 넣고, 잠시 주위를 확인했다. 저 멀리 익숙한 치킨집이 보였다.
“그래도 고생했는데 애들 치킨이나 사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