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38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32)
“냉동만두?”
구진모 상병이 살짝 흔들렸다. 최강철 일병은 여기서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냉동만두만 먹으면 곤란하니까. 음료수까지 어떻습니까?”
“음료수라…….”
그래도 구진모 상병이 망설이는 것 같았다.
“야, 냉동 닭강정까지.”
“아, 알겠습니다. 거기까지 사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식들 돈 많구나.”
“네, 좀 있습니다.”
“이 자식 봐라. 그보다 태산아.”
“이병 강태산.”
“너 누나 없어?”
강태산 이병이 구진모 상병 얼굴을 확인하며 말했다.
“없습니다.”
“이 자식 너, 내 얼굴 보면서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런 거 아닙니다.”
“일단 알겠어. 가자!”
구진모 상병이 슬리퍼를 신었다. 그리고 내무실을 나섰다.
구진모 상병은 PX에 당당히 들어갔다. 그 뒤를 최강철 일병과 강태산 이병이 따라 들어왔다. 최강철 일병이 강태산 이병에게 말했다.
“내가 구진모 상병님을 상대할 테니까. 넌 축구화만 빨리 골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강철 일병님.”
“됐고, 빨리 가.”
“네.”
최강철 일병이 구진모 상병 옆으로 갔다.
“구 상병님.”
“그래.”
“자리에 앉아 계시면 제가 해동해서 가져가겠습니다.”
“야, 강철아.”
“일병 최강철.”
“역시 넌 맘에 들어. 잘 해동해서 가져와라.”
“네.”
최강철 일병이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전자레인지로 갔다. 그사이 강태산 이병은 축구화를 찾았다.
“어? 없네?”
강태산 이병은 다시 한번 훑어봐도 축구화가 보이지 않았다. 주위 눈치를 살피던 강태산 이병이 PX병에게 다가갔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PX병이 상병이었다. 그래서 쉽게 말을 붙이지 못했다. 그때 다른 중대 일병이 PX병을 불렀다.
“아저씨, 딸기 콘 없어요?”
“냉장고에 없으면 없는데요.”
“아, 그래요? 아, 언제 와요?”
“그건 저도 모르죠.”
“빨리 좀 들여놔요.”
“그게 제 맘대로 되나요. 뭐, 올려놓기는 할게요.”
강태산 이병은 눈치를 보더니 PX병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 아저씨…….”
“어? 왜요?”
“혹시 축구화 없어요?”
“축구화? 축구화 사러 왔어요?”
“네.”
“사이즈가 몇이에요?”
“270㎜입니다.”
“잠깐만 있어 봐요.”
PX병이 창고로 가서 확인을 했다. 다행히 270㎜ 축구화가 있었다. 그것을 들고 나왔다.
“자요. 확인해 보세요.”
강태산 이병이 확인을 했다. 그런데 상태가 영 아니었다. 강태산 이병이 생각하는 그런 축구화도 아니었다.
“이거 말고 좀 더 좋은 것은 없습니까?”
“좀 더 좋은 거? 어떤 걸 말하는 거죠?”
“프로 선수들이 신는 그런 축구화요. 발밑에 징도 쇠로 된 거 있잖아요.”
PX병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저씨. 왜요? 이번에 축구 테스트 하는 것 때문에 그렇죠?”
“어?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모르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아무튼 내가 충고 하나 해줄게요.”
“…….”
“축구는 축구화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 저 축구 잘하는데요.”
“그러니까. 이등병이라고 아이템빨 세우지 말고, 이거 살 거면 사고, 아니면 그냥 가세요.”
강태산 이병이 살짝 고심을 하다가 축구화를 들었다.
“얼마에요?”
“이거 좀 비싼데.”
“그러니까, 얼마데요.”
“4만 5천 원이요.”
순간 강태산 이병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 얼마 안 하네요. 주세요.”
강태산 이병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PX병이 바로 말했다.
“이거 한 번 신으면 반품 안 됩니다.”
“네.”
그렇게 강태산 이병이 축구화를 득템하였다. 강태산 이병은 구진모 상병과 최강철 일병이 있는 곳으로 갔다.
“샀니?”
최강철 일병이 물었다.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기.”
강태산 이병이 손에 든 축구화를 보였다. 구진모 상병이 축구화를 보더니 살짝 인상을 썼다.
“너 진짜 축구화 샀냐?”
“네.”
“이등병이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난 진짜 축구화 사러 올 줄은 몰랐다. 그보다 이등병이 벌써부터 축구화를 신고 축구를 할 생각을 다 하냐?”
“그러면 안 됩니까?”
“안 되는 것은 아닌데 넌 다른 고참들 보기 무섭지 않냐?”
“네?”
“넌 인마, 강철이 눈치는 엄청 보면서…….”
구진모 상병이 최강철 일병을 봤다.
“와, 강철아. 너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켰냐?”
“…….”
강태산 이병이 바로 말했다.
“신으면 안 되는 거면 벗겠습니다.”
물론 다른 소대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1소대는 달랐다. 오상진은 이런 꼴을 절대 못 봤다.
“됐어, 인마. 그냥 신어. 그리고 너 우리 소대 잘 들어온 줄 알아. 다른 소대였으면 벌써 고문관 소리 듣고, 뒤지게 욕 먹었을 텐데. 너 우리 소대라는 것에 감사히 생각해.”
“그럼 신어도 되는 겁니까?”
“그런데 김우진 병장님께 말하고 신어.”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은 최강철 일병이 사 준 냉동만두와 닭강정을 먹고 내무실로 복귀를 했다. 김우진 병장이 구진모 상병을 보며 말했다.
“너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
“저 말입니까? 애들 데리고 PX에 다녀왔습니다.”
“PX?”
“네. 그런데 말입니다. 저 강태산이, 뭐 샀는 줄 아십니까?”
“뭐 샀는데?”
구진모 상병이 강태산 이병에게 말했다.
“야, 어서 보여드려.”
강태산 이병이 손에 든 축구화를 보여줬다. 김우진 병장이 눈을 크게 했다.
“어? 이게 뭐냐? 웬 축구화?”
김우진 병장이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신병이 내일 축구 테스트를 한다고 하니까. 거기 참가하려고 축구화를 산거야?”
“네. 그렇답니다.”
“대단하다, 대단해!”
김우진 병장이 구진모 상병을 노려봤다.
“야, 구진모.”
“상병 구진모.”
“넌 이등병이 축구화를 산다는데 그냥 두고 봤어? 널 그렇게 가르쳤어!”
“아닙니다.”
구진모 상병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이제 너도 상병이라고 막 나가는 거야?”
“아닙니다.”
“아니면 군 생활 끝나?”
“아닙니다.”
“새끼가, 이등병하고 같이 놀려고 하고 있어.”
“…….”
구진모 상병은 잔뜩 굳은 체 입을 다물었다. 강태산 이병은 완전히 가시방석이었다. 김우진 병장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축구화를 강태산 이병에게 줬다.
“야, 받아.”
“이병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축구화를 받았다. 구진모 상병은 자신이 허락을 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눈치를 보던 조영일 일병이 입을 열었다.
“강철아.”
“일병 최강철.”
“넌 인마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네가 교육을 잘못시켜서 구 상병님이 혼났잖아.”
“죄송합니다.”
최강철 일병이 바로 사과를 했다. 강태산 이병은 솔직히 이런 내리 갈굼이 짜증이 났다. 왜 이래야 하는지도 몰랐다.
‘아, 짜증 나. 그냥 나에게 화를 내. 나에게.’
강태산 이병이 속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내리 갈굼은 계속 이어졌다.
“잘하자!”
“네.”
“제발 부탁인데 내무실에 혼란을 야기하지 말자.”
“알겠습니다.”
조영일 일병은 강태산 이병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튼 넌 신기한 녀석이야. 이런 식으로 고참 욕 먹이고 말이야. 제발 부탁인데 여긴 군대야.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
조영일 일병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강태산 이병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다음 날 오상진은 1소대부터 축구 테스트를 시작했다.
“1소대 모여봐.”
“네.”
“1소대 전부 테스트하자.”
그러자 김우진 병장이 입을 뗐다.
“어? 소대장님. 테스트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뭐? 애들 테스트받을 동안 너희는 일할래?”
“아, 아닙니다.”
김우진 병장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1소대를 보며 말했다.
“자, 일단 쉴 사람은 여기 옆에서 쉬어.”
그러자 바로 김우진 병장이 오상진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럼 전 쉬겠습니다.”
오상진은 그런 김우진 병장을 보며 말했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쉬냐?”
“넵!”
“그러지 말고 말년의 투혼을 좀 보여줘.”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봤다.
“소대장님, 전 말년 휴가도 없습니다. 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그저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차우식 병장도 스윽 다가와 김우진 병장 옆에 앉아 쉬었다.
“어? 차 병장.”
“병장 차우식.”
“너도 축구 좀 하지 않냐?”
“저 완전 개 발입니다.”
“하아…….”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니 상병들이 서 있었다.
“그래, 그래. 상병들 중에서 최소 한 명은 나서야지.”
박중근 중사가 입을 열었다. 한태수 상병이 손을 들었다.
“그래, 태수.”
“저는 이미 뽑혔는데 굳이 해야 합니까? 안 해도 되지 않습니까?”
“그래, 태수는 나오고. 구진모와 이해진 둘 중에 한 명은 하자.”
이해진 상병이 나서며 말했다.
“저는 태생적으로 축구를 할 수 없는 몸입니다.”
“왜?”
“저 야구부였지 않습니까.”
“야, 야구부였다고 축구를 못 한다는게 말이 되냐?”
“차라리 저 야구를 시켜주십시오.”
“지금 야구를 어떻게 해? 알았어, 들어가!”
“네.”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우진 병장이 그런 이해진 상병을 보며 씨익 웃었다.
“해진아, 변명 좋았다.”
구진모 상병은 축구 테스트를 받고 싶었다.
“진모는 할래?”
“제가 꼭 필요하다면 당연히 나가야죠.”
“그런데 너 축구는 좀 하냐?”
“왜 그러십니까? 김일도 병장 수제자였습니다.”
“그래? 일도는 전혀 그런 말 없었는데.”
“김일도 병장이 키운 게 접니다. 같이 축구하고 그랬습니다.”
“정말이야?”
“저 못 믿으십니까?”
“알았어. 그럼 진모는 하는 걸로 하고. 일병들은 어떻게 할래?”
1소대 일병들은 대부분 다 참가를 했다. 그중 최강철 일병이 손을 들었다.
“저는 쉬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일병을 보며 물었다.
“넌 왜 안 뛰어?”
“저 호흡기가 안 좋아서 오래 뛰지 못합니다.”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이 자식 봐라. 일병이라고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최강철 일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라운드도 아니고, 여기서 어떻게 뛰어. 아후!’
사실 최강철 일병은 사회에선 축구를 종종 하는 편이었다. 잔디가 잘 깔린 필드에서 말이다. 그래서 흙먼지 날리는 이런 그라운드에서는 뛰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강태산 이병은 너무 의욕적이었다. 어제 산 축구화를 힘차게 동여메고 폴짝폴짝 뛰었다. 최강철 일병은 그런 강태산 이병을 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의욕적인데. 축구를 진짜 잘하긴 하나?”
최강철 일병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강태산 이병은 홀로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그래, 축구만 잘하면…….’
군대 들어오기 전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부대에서 축구만 잘해도, 고참들에게 사랑을 받고 휴가도 매번 나갈 수 있다.
정확하게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꽤 신빙성이 있는 정보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축구만 잘하면 된다고 했지? 두고 봐, 내가 아주 그냥 부대에 있는 포상휴가를 다 쓸어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