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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37화 (53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37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31)

그 시각, 한종태 대대장에게도 축구 경기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 뭐? 1중대랑 3중대가 축구 경기를 한다고?”

“네.”

“아니, 왜?”

“그게 팬티가 분실되어 가지고, 그것 때문에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뭐? 팬티? 웃기는 놈들이네. 무슨 팬티 가지고 저래.”

한종태 대대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보급품이 그렇게 없데?”

“그렇다기보다는 자존심 싸움이죠. 그래서 축구 시합을 벌인 것 같습니다. 아마 2중대가 중재를 한 모양입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입을 뗐다.

“그래? 2중대장이 제법이네. 그런 것도 할 수 있고. 그건 그렇고, 1중대와 3중대라……. 두 중대 원래 앙숙이지 않아?”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피 터지게 싸우겠네.”

“그럴 거라 예상이 됩니다.”

“오호라, 그래?”

한종태 대대장의 눈빛이 탐욕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곽부용 작전과장을 보며 말했다.

“대대장인 내가 이 경기에 빠질 수야 없지. 안 그런가.”

“아, 네에…….”

곽부용 작전과장은 한종태 대대장이 무슨 뜻을 말하는지 이해를 했다.

‘또 시작이구만. 이번에도 역시 1중대에 돈을 걸겠지?’

곽부용 작전과장이 속으로 생각을 한 후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대대장님께서 참관하신다고 통보를 합니까?”

“그렇게 해. 그보다 지금 재미난 게임을 하는데 내기는 해야겠지?”

한종태 대대장이 원하는 것이 이거였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역시나 하며 피식 웃었다.

“네.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대대장실을 나섰다.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몸을 깊게 눕혔다.

“아이고, 그렇지 않아도 주머니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잘되었군. 용돈 좀 챙겨야겠어.”

한종태 대대장은 벌써부터 내기에 승리를 한 것 마냥 씨익 웃음을 흘렸다.

그다음 날 1소대는 여전히 유격장에서 사포로 녹과 페인트를 제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안 쓰는 달력을 가져와 글자를 파고 있었다.

“야, 잘 그려! 삐뚤게 그리지 말고.”

“네. 걱정 마십시오.”

노현래 일병이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켜보는 이해진 상병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 여기에 ‘안전수칙’을 그리면 되겠죠.”

노현래 일병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자를 대고 연필로 글자를 그렸다. 그걸 다 그리고 난 뒤에 칼로 글자를 도려냈다. 그러면 나중에 간판에 대고 검은 페인트로 칠하면 글씨만 찍히게 되는 것이었다.

“좋았어. 잘하고 있어.”

이렇듯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참, 오늘 축구 테스트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점심 먹고 오후에 한다는데?”

“그럼 테스트받는 사람은 오늘 보수공사 안 하는 겁니까?”

“에이, 설마. 테스트 끝나면 작업하겠지.”

“그렇겠지 말입니다.”

“당연하지.”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오상진과 박중근 중사는 유격장 공터에 있었다. 두 사람은 몇 마디 주고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도록 하죠.”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오상진 발 앞에는 축구공이 턱 하니 놓여 있었다. 박중근 중사는 1차 합격자 명단을 들고 애들을 부르러 돌아다녔다. 오상진도 새롭게 짠 명단을 확인했다.

미드필더-강인한 병장(2) 하영운 하영진 상병(2) 한태수 상병(1)

수비수-이재민 상병 심도민 상병(4) 조규식 상병 박가람 상병(3)

오상진은 명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수 두 명과 예비 선수 두 명만 뽑으면 된다.”

오상진은 보수공사를 하러 오기 전 행정반에서 각 소대장들에게 얘기를 했다.

“오늘 축구 테스트를 할 생각입니다.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축구 시합입니까? 와, 흥분됩니다.”

3소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공격수가 전부 제대를 했는데 괜찮은 겁니까? 3중대는 그대로 남아 있던데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 불리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3중대에서 엄청 벼르고 있던 것 같던데 말입니다.”

“와, 진짜. 그래도 우리 1중대가 3중대를 이겨야 합니다. 항상 이겨 왔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우리 1중대가 이길 겁니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한마음 한뜻으로 말했다. 다만 이미선 2소대장은 뭔 말을 하는지 잘 몰라서 호응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4소대장에게 슬쩍 물었다.

“4소대장님.”

“네.”

“저희 1중대랑 3중대는 원래부터 라이벌이었습니까?”

“모르셨습니까? 3중대와 우리 1중대는 역사가 무척 깊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한번 얘기해 드립니까?”

“네.”

이미선 2소대장은 매우 흥미를 가지며 그 얘기를 들었다. 4소대장은 신나 하며 얘기를 떠들었다.

“아, 그랬구나.”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사이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아무튼 우리 중대 축구 대표로 뽑히면 다음 주부터 연습을 시켜야 할 것 같아서 그 점에 대해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감사하다고 말을 한 후 행정반을 나갔다. 때마침 2층에서 김철환 1중대장이 내려왔다.

“충성.”

“아, 상진아. 잘 만났다.”

“왜 그러십니까?”

“큰일 났다. 이번에 대대장님께서 참관하신단다.”

“대대장님께서 말입니까?”

“그래. 아무튼 그 양반. 이런 기회는 놓치지 않아. 분명 내기 때문에 그럴 거야.”

“그럼 일정대로 합니까?”

“아니, 3중대장이 일주일 미루자고 하네.”

“그럼 보수공사 끝나고 바로 합니까?”

“그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편이 저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왕 할 것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죠. 대대장님 앞에서 망신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 그게 낫겠지?”

“네.”

“오케이! 그러면 한 주 준비 기간을 갖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종태 대대장이 경기에 참관하면서 두 중대만의 축구 경기가 대대 전체의 관심 경기로 발전되었다.

[1중대 전 중대원에게 알린다. 이번 토요일 축구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참가할 중대원은 각 소대장이나, 혹은 행정반으로 참가 신청을 해주면 된다. 이상!]

공고문 앞에 강태산 이병이 서 있었다. 공고문을 읽은 그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최강철 일병이 지나가다가 강태산 이병을 봤다.

“저 녀석 뭘 보는 거야?”

최강철 일병이 강태산 이병 옆으로 갔다. 그럼에도 강태산 이병은 공고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강철 일병이 공고문을 봤다.

“축구 테스트?”

그때 강태산 이병이 움찔하며 옆을 쳐다봤다.

“어? 최강철 일병님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그런데 너 축구 테스트해 보게?”

“아, 네에.”

“해도 되겠습니까?”

“하면 하는 거지. 나가봐.”

“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뭐? 혹시 말입니다. PX에서 축구화 팝니까?”

“응, 팔아.”

그 소리에 강태산 이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저, PX에 가도 됩니까?”

“인마, 이등병이 PX 갔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그러자 강태산 이병이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에 최강철 일병이 말했다.

“고참이랑 가면 괜찮아.”

“그렇습니까? 그럼 최강철 일병님 저 PX 데리고 가 주십시오.”

“나도 안 돼. 이제 갓 일병 달았는데 최소 일병 5호봉이나 말호봉쯤은 되어야지.”

“아, 또 그렇습니까?”

강태산 이병은 또다시 시무룩해졌다. 최강철 일병이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해진 상병님께 부탁해 볼게.”

“정말입니까?”

강태산 이병이 눈을 반짝였다. 최강철 일병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일단 내무실에 가자.”

“네.”

최강철 일병이 앞장서서 1소대로 걸어갔다. 강태산 이병이 그 뒤를 따르며 걷다가 힐끔 공고문을 확인했다. 그러곤 주먹을 불끈쥐었다.

‘그래 내 실력을 보여주는 거야.’

강태산 이병은 속으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간 최강철 일병이 내무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해진 상병은 없고, 구진모 상병만 있었다.

“어? 안 계시네?”

구진모 상병이 고개를 돌렸다.

“누굴 찾는데.”

“아, 이해진 상병님을 찾습니다.”

“이 상병님? 이 상병님 아까 나가셨는데.”

“아, 그렇습니까?”

최강철 일병이 말을 한 후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안 되겠다. 나중에 가야겠다.”

강태산 이병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힐끔 구진모 상병을 봤다.

“저, 구 상병님.”

“왜?”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구진모 상병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이제 갓 들어온 이등병이 상병에게 부탁을 한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순간 화가 난 구진모 상병이 최강철 일병을 봤다.

“엎드려!”

최강철 일병이 바로 엎드렸다. 구진모 상병이 조용히 말했다.

“야, 군 생활 많이 좋아졌다. 이등병이 상병에게 말을 붙이고, 게다가 부탁까지 하고 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군 생활 끝나?”

“아, 아닙니다.”

강태산 이병은 당황했다.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구진모 상병을 봤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네. 이등병님 걱정 마십시오. 당신의 생각 없는 행동으로 바로 윗고참이 졸라 얼차려 받고 있으니까.”

“…….”

구진모 상병은 최강철 일병에게 말했다.

“정신 안 차리지.”

“아닙니다.”

“애들 관리 똑바로 해라.”

“알겠습니다.”

“일어나.”

최강철 일병이 곧바로 일어났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강태산 이병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죄송합니다. 최강철 일병님.”

“됐어. 아무튼 나중에 가자.”

그 소리를 듣고 구진모 상병이 살짝 흥미를 보였다.

“아, 최강철.”

“일병 최강철.”

“뭐야? 뭘 나중에 가.”

“아, 그게…….”

“괜찮으니까, 말해봐. 아니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아까 부탁이 뭐야? 그것부터 말해봐.”

강태산 이병이 슬쩍 최강철 일병을 봤다. 눈빛으로 ‘말을 해도 됩니까’ 물어봤다. 구진모 상병이 곧바로 말했다.

“괜찮아, 새끼야. 내가 직접 물어보잖아.”

“아, 네에. 알겠습니다. 부탁이 뭐냐면 저, PX에 좀 데리고 가 주십시오.”

“뭐? PX?”

“네, 그렇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순간 어이가 없었다. 곧바로 최강철 일병을 노려봤다. 최강철 일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너 이 자식……. 그래 좋아. PX에 왜 가고 싶은데.”

“구입하고 싶은 물품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그건…….”

강태산 이병이 말을 하지 못했다. 구진모 상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말 못 해?”

“아닙니다.”

“뭐 사고 싶은지 말해주면 PX 데리고 가주지.”

“정말입니까?”

“이 자식아. 난 거짓말 안 해.”

강태산 이병이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뗐다.

“사실 축구화를 사고 싶어서 그럽니다.”

“뭐? 축구화?”

“네. 그렇습니다.”

“너 축구 테스트에 참가하게?”

“……네.”

“하하핫. 태산이 너 축구 좀 하냐? 아니다, 뭐 누구나 참가하라고 했으니까. 그보다 말이야. 세상에 꽁짜는 없어, 안 그래?”

그러자 최강철 일병이 바로 나섰다.

“다, 당연하지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님께서 좋아하시는 냉동만두 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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