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36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30)
“와, 최 병장님 너무 하시네.”
“뭘 너무해. 그냥 밥이나 쳐드시죠.”
“헐, 날 알아주는 사람이 이렇게도 없단 말인가.”
한탄하며 국에다가 밥을 말아 먹었다.
1중대 1소대도 자리를 잡고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한창 밥을 먹던 구진모 상병이 김우진 병장을 보며 물었다.
“김우진 병장님 소식 들었지 말입니다.”
“축구?”
“네. 그렇습니다.”
“들었지. 뭔 놈의 축구야. 축구는…….”
김우진 병장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그러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맞다. 이번에 태수 너도 들어가지?”
“상병 한태수. 네, 그렇습니다.”
“하긴 태수 너도 볼 좀 차더라.”
“그냥 군대 축구를 좀 할 뿐입니다.”
한태수 상병이 씨익 웃었다. 김우진 병장도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하긴 우리 한태수의 군대 축구는 진짜 화려하지!”
김우진 병장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축구 멤버는 어떻게 되려나?”
김우진 병장이 옆에 앉은 구진모 상병을 봤다. 그 순간 바로 구진모 상병이 말했다.
“아무래도 2소대는 강인한 병장, 하영운, 하영진 상병이 당연히 나올 것 같습니다. 3소대는 강유석 병장, 박가람 상병. 4소대는 이재민 상병, 심도민 상병 이렇게 예상되고 있습니다. 모자라는 인원은 아무래도 일병과 이등병에서 뽑을 예정인 것 같습니다.”
“으음…… 그렇군.”
김우진 병장은 구진모 상병의 정보력에 매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구진모 상병이 잠깐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김 병장님.”
“왜?”
“김 병장님도 이번에 뛰실 겁니까?”
김우진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내가 이 짬에 흙먼지 뒤집어쓰면서 해야겠냐?”
“그렇지만 지난번 체육대회 때 김우진 병장님께서 뛰셨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때 김일도 병장이랑, 나, 그리고 한태수, 이렇게 뛰었지.”
“아, 그렇구나.”
구진모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우진 병장이 슬쩍 한태수 상병을 불렀다.
“태수야.”
“상병 한태수.”
“태수 네가 우리 소대 애들 좀 챙겨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 병장님 우리 소대에 축구 좀 하는 애들이 있습니까?”
한태수 상병의 말에 김우진 병장도 살짝 의문이 들었다. 그의 시선이 한태수 상병 밑의 애들에게 향했다.
“아, 누굴 데리고 가야 하지?”
한태수 상병이 고개를 돌리며 확인을 했다. 그때 조영일 일병이 말했다.
“한 상병님 멀리서 찾으십니까. 저 있지 않습니까, 저!”
“어어, 그래. 개발은 빠져.”
“에이, 조영일 일병님은 아니지 말입니다. 자고로 축구는 제가 좀 더 잘하지 않습니까?”
손주영 일병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한태수 상병이 손주영 일병을 보며 말했다.
“손주영.”
“일병 손주영.”
“너도 빠져!”
한태수 상병이 쭉 훑어보다가 구석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이상준 일병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준 일병은 테니스 관리병으로 큰 훈련 빼고는 거의 테니스 코트가 있는 곳에만 있다. 하물며 소대원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상준.”
“일병 이상준.”
이상준 일병이 고개를 들었다. 순간 김우진 병장이 깜짝 놀랐다.
“와우, 시발! 저 자식 있었어? 와, 난 저 자식만 보면 깜짝 놀라. 언제 어떻게 소리소문없이 우리 내무실에 있다가 쓰윽 사라지고 그러더라.”
“테니스 관리병이지 않습니까. 거의 매일 테니스 코트를 관리를 하니…….”
구진모 상병도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저 자식은 마치 꼭 유령 같다니까.”
“유령처럼 왔다가 유령처럼 사라진다.”
“됐고! 시끄러워.”
김우진 병장은 바로 신경을 끊었다. 구진모 상병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한태수 상병은 이상준 일병을 보며 말했다.
“너 축구 할래?”
“축구 말입니까? 저는 테니스 말고는 다른 운동은 잘 못 합니다.”
“에이, 전에 축구 하는 모습 보니까 제법 차던데.”
한태수 상병이 웃으며 말했다. 이상준 일병이 잠깐 생각했다.
“그래도 잘 찾아보시면 저 말고도…….”
“아니야, 됐어. 네가 가장 잘 차! 그러니 네가 해.”
한태수 상병이 말을 끊으며 지목을 했다. 이상준 일병은 막 말을 하려다가 수긍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노현래 일병이 눈치를 살피더니 번쩍 손을 들었다.
“한태수 상병님.”
“왜?”
“전 하면 안 됩니까?”
“현래야.”
“일병 노현래.”
“너 뭐할 건데? 포지션 어디 할 건데?”
“전 시켜주는 것은 뭐든지 다 잘할 자신 있습니다.”
“그러니까, 뭘 잘하는데.”
“시켜만 주시면 뭐든지 다…….”
“뭘 잘하냐고!”
“…….”
한태수 상병이 무섭게 노려봤다. 노현래 일병이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야, 인마. 이게 무슨 소대끼리 부식 걸고 하는 것도 아니고, 중대끼리 경기하는 건데 너처럼 뭘 할 줄도 모르는 선수를 어떻게 선발해.”
“그래도 선수 선발은 소대장님께서 하시는 거 아닙니까?”
노현래 일병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 오상진을 거론했다. 하지만 한태수 상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소대장님께서 선발해. 그래도 넌 안 돼! 헛소리하지 마.”
노현래 일병은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강태산 이병이 옆에 앉아 있는 최강철 일병에게 조용히 물었다.
“최강철 일병님. 축구는 이등병은 못 합니까?”
“아니 할 수 있지. 너 축구 좀 하냐?”
최강철 일병의 물음에 강태산 이병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고, 자세 역시 정 자세로 바뀌었다.
“제가 이런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그럼 하지 마.”
“네?”
“안 하려 했다며.”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강태산 이병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최강철 일병은 슬쩍 장난을 치다가 그만뒀다.
“알았어. 그래서 축구 좀 한다고?”
“네. 제가 소싯적에 볼 좀 다뤄봤지 말입니다.”
“그래?”
최강철 일병은 강태산 이병을 봤다. 솔직히 뭔가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강태산 이병의 눈빛은 뭔가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알았어. 내가 말해줄게.”
최강철 일병이 결심을 하고 한태수 상병을 불렀다.
“한태수 상병님.”
“왜?”
“강태산 이병 축구 하고 싶다고 합니다.”
“태산이가? 야, 강태산!”
“이병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관등성명을 댔다.
“너 축구 좀 하냐?”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한태수 상병은 노현래 일병 옆에서 밥을 먹는 이은호 이병에게 향했다.
“이은호.”
“이병 이은호.”
“축구 좀 하냐?”
그러자 김우진 병장이 팔꿈치로 한태수 상병을 툭 건드렸다.
“야, 물어볼 사람에게 물어봐. 은호야, 그냥 밥 먹어. 괜찮아.”
“네.”
이은호 이병이 다시 밥을 먹었다. 한태수 상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테스트는 한번 받아볼 수 있게 하지 말입니다. 은호 축구 하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의외로 잘할지도 모릅니다.”
“뭐 하러 그래. 은호 힘들게.”
“태산이 혼자 테스트받게 하는 것이 좀 그래서 그렇습니다.”
“하긴 좀 그런가?”
김우진 병장이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은호 이병을 불렀다.
“은호야.”
“이병 이은호.”
“너 테스트 한번 받아볼래?”
“네, 하고 싶습니다.”
“그래? 알았다. 테스트받아.”
“네,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의 입가로 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 시각 오상진은 박중근 중사와 퇴근을 미루고, 행정실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지금 우리 체육대회 때 멤버가 몇이나 남았습니까?”
“거의 다 제대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대로 축구 하는 것은 좀 애매합니다.”
“그건 3중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박중근 중사가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3중대 에이스 박정태 병장이 아직 살아 있고, 우창우 병장, 정대만 병장까지 핵심 멤버가 다 살아 있습니다.”
“와, 그럼 우리가 엄청 불리하지 않습니까?”
“다만 이 세 명이 전부 말년 병장이라는 것입니다.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는 거죠. 아마 열심히 뛰지 않을 것이 아닙니까. 그래도 저쪽은 경험이 풍부하니까, 저희가 불리한 것은 맞습니다.”
오상진이 자신이 생각하던 바를 얘기했다.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럼 저희는 몇 명이 남아 있습니까?”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꺼내 확인했다.
“일단 1소대를 보면 일도 나가고, 우진이랑 한태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진이가 뛰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상진은 살짝 부정적으로 생각이 되었다.
“김우진 병장 말입니까? 훈련 빼준다고 하면 뛰지 않겠습니까?”
“훈련 빼준다고 하면 뛰지 않겠습니까?”
“아, 김우진 성격 아시지 않습니까. 그 녀석 차라리 훈련을 할 놈입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2소대는?”
“2소대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강인한 병장도 있고, 하영운 하영진 쌍둥이 상병 둘 다 남아 있습니다.”
“3소대는 어떻습니까?”
“3소대는 이나우두라고 해서 이근우 병장이 제대했고, 골키퍼를 보던 김성진 병장이 얼마 전에 제대를 했습니다.”
“아, 성진이가 있어야 하는데…….”
박중근 중사가 안타까워했다.
“그럼 남는 애가 누굽니까?”
“조규식 상병과 박가람 상병이 남아 있습니다.”
“강우식 병장이 남아 있지만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죠.”
“으음, 그럼 조규식 상병과 박가람 상병을 남겨두고, 4소대로 넘어가시죠.”
“4소대 말씀해 주시죠.”
박중근 중사가 말했다.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넘기며 입을 뗐다.
“이중이는 벌써 제대를 했고, 이재민 상병과 심도민 상병이 남아 있죠. 뭐 이렇게 있습니다.”
“으음…….”
박중근 중사가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 포지션을 확인했다.
“일단 골키퍼가 없습니다. 미드필더 하영운, 하영진 상병, 강인한 병장이 있었다. 이렇듯 미드필더 라인은 그나마 살아 있습니다. 한태수 상병이 수비를 맡아주고, 이재민 상병과 심도민 상병까지 수비수로 돌리면 될 것 같습니다. 수비수 한 명 다시 뽑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공격수입니다. 저희 전술의 핵심인 공을 전달해 줄 플레이메이커도 없습니다.”
박중근 중사가 다이어리를 보여주며 핵심만 드러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해 보니 그렇습니다. 일단 수비수야 한 명 보충하면 되고, 미드필더도 마찬가지고……. 문제는 공격수인데…….”
“아니면 미드필더 쪽에서 올리시죠.”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공격수는 이런 식으로 올리면 안 됩니다. 솔직히 공격수는 재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중대 명예가 걸려 있는데 테스트를 하시죠.”
“테스트 말입니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입니까?”
박중근 중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대장님 성격 아시지 않습니까. 다른 중대는 져도, 3중대만큼은 목숨 걸고 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뭐, 박 중사가 중대장님 감당할 수 있다면…….”
“아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실언을 했습니다.”
“아무튼 3중대가 저렇게 준비를 하는데 우리도 맞게 움직여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박중근 중사도 수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