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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35화 (53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35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29)

각 소대장들이 속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1소대장과 2소대장은 대번에 눈치를 챘다.

‘아아, 알겠다. 이미선 소위에게 잘 보이고 싶다 이거지.’

‘아이고, 우리 중대장님. 총각 딱지 한번 떼고 싶은 거구나.’

‘그래, 그럼 우리가 도와드려야지.’

소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2소대장이 5중대장의 체면을 적당히 채워줬다. 5중대장은 헛기침을 하며 이미선 2소대장을 봤다.

“어험, 그래 이 소위. 팬티 몇 장이나 비어?”

“네, 얘기를 들어보니 3장 정도 빈다고 합니다.”

“그래? 잠깐만 어디 보자……. 이걸 또 찾아서 돌려주기 그렇고…….”

5중대장이 행정반을 두리번거렸다.

“함 중사, 어디 있지?”

“함 중사는 현재 창고 사무실에 있습니다.”

“그래? 전화 좀 해봐.”

“네.”

잠시 후 함 중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충성, 중대장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행보관, 우리 중대 창고에 보급품 좀 남았나?”

“네.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필요하십니까?”

“팬티.”

“아, 팬티 말입니까? 그게 갑자기 왜 필요하십니까?”

“그냥 3장만 빼줘.”

“어디에 쓰실 예정입니까?”

함 중사의 물음에 5중대장이 다그쳤다.

“그냥 빼줘. 중대장이 그 정도 부탁도 못 하나.”

“그, 그건 아니지만……. 네 알겠습니다.”

함 중사는 행정반을 나서며 인상을 썼다.

“아이씨, 바빠 죽겠는데 팬티 가지고 지랄이야.”

함 중사는 잔뜩 인상을 쓰며 이동했다. 창고에 도착한 함 중사는 일하고 있는 병사를 불렀다.

“야.”

“일병 이기훈.”

“너 팬티 3장 중대장님께 가져다드려.”

“사이즈는 어떤 거로 합니까?”

“대충 아무거나 갖다 줘.”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기훈 일병 손에는 아직 봉지도 뜯지 않은 초A급 팬티 3장이 들려 있었다.

“중대장님 여기 있습니다.”

5중대장은 흐뭇한 얼굴로 팬티 3장을 이미선 2소대장에게 건넸다.

“이미선 소위 여기 있네.”

“가,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이미선 2소대장은 솔직히 쪽팔렸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손에 남자 팬티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5중대장은 뿌듯한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감사는 무슨…… 이 정도는 뭐. 그보다 이 소위, 힘들지?”

5중대장은 예전 수류탄 사건과 그전에는 박대기 병장 전출 사건을 함축적으로 모아서 얘기한 것이었다.

“네?”

정작 이미선 2소대장은 5중대장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5중대장은 이해한다는 듯 안타까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 소위 힘들겠지만, 힘내! 중대장은 여군이라고 해서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소위가 열심히 해서 모든 여군의 본보기가 되어줬으면 좋겠네.”

이미선 2소대장은 조금 전 5중대장의 말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를 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활짝 웃었다.

“네, 5중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미선 2소대장은 5중대장을 바라보는 눈길이 이번에 바뀌었다.

‘뭐지? 뭔가 약간 어리숙해 보이지만 멋있어 보이네. 그리고 저런 자신감 있는 모습……. 왠지 잘 될 것 같은데.’

이미선 2소대장이 눈을 반짝였다. 그런 이미선 2소대장의 눈빛에 5중대장은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하물며 조금 전 환하게 웃는 모습에 5중대장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으음, 날 보고 웃었어. 역시 웃는 모습이 예쁘군.’

5중대장 역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 소위. 언제든지 힘든 일 있으면 날 찾아와서 얘기해.”

이미선 2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래도 됩니까?”

순간 5중대장이 움찔했다. 사실 5중대장은 그냥 해본 말이었다. 그런데 이미선 2소대장이 이런 반응을 보이자 속으로 놀랐다.

“어어, 물론이지.”

이미선 2소대장은 입가로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그럼 중대장님, 연락처 좀…….”

5중대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3중대 3소대 박정태 병장은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뭐야, 말년에 말이야.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

그런 그의 시선이 앞에 앉은 일병에게 향했다.

“동기!”

“일병 김동기.”

“나 전역 며칠 남았냐?”

“박정태 병장님 전역은 지금으로부터 약 20일가량 남았습니다.”

“아, 말년 휴가 빼고도 10일 남았네. 아, 지겹다. 지겨워.”

박정태 병장이 입을 열 때마다 이등병과 일병들은 부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 내무실로 상병 하나가 들어왔다.

“박 병장님.”

“왜?”

“중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뭐? 누구?”

“중대장님 말입니다.”

“소대장님이 부르시는 걸 잘못 말하는 거 아니야?”

“에이, 박 병장님도. 제가 지금 짬이 얼마인데, 중대장님과 소대장님 구분을 못 하겠습니까. 중대장님이 찾으십니다. 빨리 가 보십시오.”

“하아…… 왜? 날 왜 찾는다니, 왜!”

박정태 병장의 얼굴에 귀찮다는 것이 물씬 느껴졌다.

“나 요새 뭐 잘못한 거 없는데. 동기야.”

“일병 김동기.”

“나 요즘 뭐 잘못한 거 있냐?”

“없습니다.”

“그런데 중대장님이 뜬금없이 날 왜 찾지? 이 타이밍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설마 박 병장님 포상휴가 줄려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야, 인마. 말년에 무슨 포상휴가야. 게다가 내가 뭘 한 것이 있어야 받지.”

“…….”

김동기 일병이 입을 다물었다. 박정태 병장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없었다.

“으음. 지금의 호출……. 왠지 섬뜩한데…….”

박정태 병장이 혼잣말을 하다가 빠르게 내무실을 둘러봤다.

“야, 너희들. 혹시 마음의 소리함에 나 찔러 넣었냐?”

“아닙니다.”

“막말로 나 요즘 엄청 착하게 지내고 있지 않냐?”

“…….”

“어쭈, 대답 안 하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박정태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가만……. 너희들 만약에 나 엿 되면 다 뒤지는 수가 있어.”

박정태 상병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이대우 3중대장을 만나러 갔다.

똑똑.

“들어와.”

박정태 병장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들어갔다. 이대우 3중대장은 자신의 책상에 있고, 1소대장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충성. 병장 박정태 중대장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그러자 이대우 3중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 왔어?”

“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박정태 병장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대우 3중대장은 그런 박정태 병장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어서 와. 일단 거기 앉아.”

“네.”

“차 줄까? 믹스커피?”

“아, 아닙니다.”

“아니긴…… 믹스커피 먹어.”

“아, 네에…….”

이대우 3중대장이 직접 믹스커피를 타서 박정태 병장에게 내밀었다.

“마셔.”

“감사합니다.”

박정태 병장이 홀짝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모습을 찬찬히 보던 이대우 3중대장이 입을 뗐다.

“맛 괜찮아?”

“네, 맛있습니다.”

“하하하, 중대장이 나름 믹스커피 좀 타지.”

박정태 병장은 자꾸만 이상한 소리만 하는 이대우 3중대장이 이상했다. 그래서 박정태 병장이 먼저 물었다.

“저,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아, 그, 그렇지. 그것 때문에 불렀지.”

이대우 3중대장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너, 제대까지 얼마 남았냐?”

“이제 20일 정도 남았습니다.”

“그럼 그때까지는 3중대 맞지?”

이대우 3중대장의 물음에 박정태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그 소리에 이대우 3중대장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보며 박정태 병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뭔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지?’

그 생각을 할 때 이대우 3중대장이 말했다.

“그래, 박 병장. 중대장이 바로 말할게. 박 병장 너, 축구 한번 하자!”

“네? 축구 말입니까?”

박정태 병장은 잔뜩 긴장했다가 순간 어이없는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축구였습니까?”

“그래. 3중대 대표로서 마지막 피날레를 멋지게 펼치자.”

이대우 3중대장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박정태 병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그러자 이대우 3중대장이 박정태 병장을 위아래로 훑었다.

“야, 너 뭐야?”

“왜 그러십니까?”

“몸이…… 몸이 왜 이렇게 불었어. 옛날 날렵했던 모습이 사라졌잖아.”

“중대장님, 그때가 언제입니까. 그리고 저 지금 운동하고 있습니다.”

“운동? 딱 봐도 살찐 거네. 무슨 운동이야. 그 상태로 뛸 수 있겠어?”

“중대장님 좀 봐주십시오. 저 말년 병장입니다. 지금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판에…….”

그러자 옆에 있던 1소대장이 인상을 ‘팍’ 썼다.

“야, 박 병장! 이 자식 중대장님 앞에서 지금 뭔 말을 하는 거야.”

이대우 3중대장이 손을 들며 말렸다.

“됐어, 하지 마.”

“아, 네에.”

이대우 3중대장이 다시 박정태 병장을 봤다.

“그래서 뛸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뛸 수는 있지만……. 그런데 중대장님 제가 꼭 뛰어야 합니까! 대회도 아니고, 그냥 내기 시합 같은데 말입니다.”

“야, 상대가 1중대야. 그래도 안 뛸 거야?”

그 순간 박정태 병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1중대라고 했습니까?”

“그래.”

“아아, 그러면 진즉에 1중대라고 말씀을 하시지 그랬습니까. 게다가 미리 말을 했다면 몸도 만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박정태 병장이 안타까워했다.

“어차피 주말에 시합하니까, 아직 며칠 남았잖아. 그때까지 몸 만들면 되지.”

“알겠습니다.”

“그래, 박정태! 중대장은 너만 믿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1중대 복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왔습니다.”

박정태 병장은 설욕을 위해 갑자기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아니,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이번 기회에 꼭 복수를 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한편, 충성대대에 1중대와 3중대 축구 시합에 관해서 소문이 퍼졌다.

“야, 그 얘기 들었어?”

“뭐”

“1중대와 3중대 축구 시합한대.”

“그래?”

“3중대는 벌써 선수 뽑아서 연습하고 그러던데.”

“무슨 체육대회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친선경기 아냐?”

“친선경기래도 3중대는 지난번 체육대회 때 1중대에게 개 발렸잖아.”

“그런가?”

충성대대원들이 뒤에서 쑥덕거렸다. 1중대와 3중대의 축구 시합은 그들만의 시합이 아닌 대대 전체의 시합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바로 1중대원들의 귀에 들어갔다.

“야, 우리도 축구팀 뽑히면 우리 보수공사 안 해도 되는 거냐?”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저쪽에서도 연습을 하는데 우리도 연습하겠죠.”

“그럼 오랜만에 내가 나서야 하나?”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고참이 한마디 했다.

“야야, 시끄러워. 어서 밥이나 먹어.”

“최 병장님 왜 그러십니까.”

“야, 너 개발이잖아. 네가 무슨 축구야. 축구는…….”

“그래도 우리 중에서는 제가 축구를 더 잘하지 않습니까.”

“아, 그 접대 축구! 만날 애들이랑 하면, ‘비켜, 비켜!’ 소리치고, 계급으로 찍어누르는 그런 축구. 너 같은 놈이 무슨 축구야. 말도 안 되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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