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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33화 (53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33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27)

“아, 이 멍청한 놈아.”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도 똑같이 해줘야지.”

“똑같이 훔쳐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이제 머리가 돌아가네.”

“그, 그래도 그건 좀…….”

“이 자식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인마, 손해는 네가 보는 거지.”

구진모 상병이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멈춰 서서 다시 입을 열었다.

“태산아.”

“이병 강태산.”

“진짜 마지막 충고인데. 당한 만큼 다시 돌려준다. 이것만 생각해.”

“네?”

“인마, 팬티는 돌고 도는 거야!”

구진모 상병은 자신이 훔친 팬티를 손가락에 끼워 빙글빙글 돌린 후 관물대에 넣었다. 강태산 이병이 다시 최강철 일병을 봤다. 최강철 일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구 상병님 말이 맞아. 그대로 해야 해.”

“진짜입니까?”

최강철 일병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아…….”

강태산 이병이 침상에 철퍼덕 앉았다.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김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야, 강태산!”

“이병 강태산.”

“야, 이 자식아. 누가 그렇게 축 처져 있으라고 했어. 얼른 안 일어나!”

“이병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벌떡 일어났다.

“출격!”

“네?”

“출격하라고 이 자식아! 어서 잃어버린 팬티를 사수해!”

“…….”

“얼른 안 튀어 나가!”

김우진 병장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강태산 이병이 후다닥 내무실을 빠져나갔다.

“나, 나갑니다.”

그런 강태산 이병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최강철 일병이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저런 얼빠진 놈……. 쯧쯧쯧.”

그러다가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올랐다. 김우진 병장이 최강철 일병을 보며 말했다.

“참, 강철아.”

“일병 최강철.”

“네 동기 놈, 그놈 이름이 뭐였더라?”

“강대철입니다.”

“그래, 그놈! 강대철이 그 자식도 웃긴 놈이지. 옆 중대 누구 거더라? 유도하던 놈이었는데. 생각 안 나냐? 아무거나 훔쳐 오라고 했더니 그놈 것을 훔쳐 왔잖아. 하하핫. 그때 진짜 대박이었지.”

김우진 병장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웃던 구진모 상병이 말했다.

“설마 강태산 이병도 그런 비슷한 고참 거 훔쳐 오는 거 아니겠지 말입니다.”

“와, 그러면 대박이지 말입니다.”

“킥킥킥!”

1소대 고참들은 강태산 이병을 안주 삼아 웃고 떠들었다. 반면, 웃지 못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최강철 일병이었다. 최강철 일병은 강태산 이병이 잔뜩 걱정되었다. 결국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내무실을 나온 최강철 일병은 강태산 이병을 찾으러 다녔다. 솔직히 강태산 이병은 온실 속 화초처럼 집에서는 귀하게 자란 아이였다. 그런 녀석이 어떻게 도둑질을 할 것이며, 남의 속옷을 입을 수 있겠는가.

“하아, 이 자식 어디 있는 거야?”

최강철 일병이 투덜거리며 건조실로 갔다. 내부에는 강태산 이병이 없었다.

“야, 강태산! 강태산.”

“이병 강태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강철 일병이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너 어디 있어.”

“여기 있지 말입니다.”

최강철 일병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가 봤다. 강태산 이병은 건조실 밖 외곽을 살피고 있었다.

“인마, 팬티에 발이 달렸냐. 여기 밖에 나와 있게.”

“그래도 혹시 모르지 말입니다.”

“잘 생각해 봐. 여기 비닐을 뚫고 팬티가 나오겠냐고.”

그러자 강태산 이병이 우뚝 멈췄다. 고개를 들어 최강철 일병을 바라봤다.

“어? 최강철 일병님의 말이 맞습니다.”

강태산 이병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며 진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태산아. 강태산아……. 널 어쩌면 좋니?”

“최강철 일병님, 아니, 강철이 형. 저 진짜 못하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강태산 이병이 울먹이며 말했다. 최강철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내가 기회를 봐서 팬티 괜찮을 거로 하나 빼돌려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자식이…… 그건 그렇고 왜 이름을 작게 적었냐?”

“저, 정말 창피했습니다. 이름 쓴 팬티를 어떻게 입고 다닙니까.”

“야, 그걸 누가 보냐. 이름 써진 팬티를 누가 보냐고! 그리고 제발 좀 정신 차려라. 여기 군대야. 이래 가지고 어떻게 군 생활을 하려고 그래.”

“저도 진짜 미치겠습니다. 전 절대로 이런 적이 없었단 말입니다.”

“그래, 그래. 괜찮아.”

최강철 일병이 강태산 이병을 위로할 때 그쪽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하냐?”

최강철 일병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오상진이 떡하니 서 있었다.

최강철 일병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받아줬다. 최강철 일병이 바로 말했다.

“소대장님 오셨습니까?”

그리고 최강철 일병과 강태산 이병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오상진이 가까이 다가와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여기서 뭐 하니, 너희들? 설마 강철이 너…….”

“네?”

오상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기합 주고 있었냐?”

오상진의 말투에서 실망스러움과 노기가 약간 담겨 있었다. 최강철 일병이 바로 당황하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그, 그게…….”

최강철 일병은 입을 오물거리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옆에 있던 강태산 이병이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최강철 일병이 눈짓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가만있던 최강철 이병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최강철 이병이 생각하기에 오상진은 강태산 이병이 믿고 같이 갈 수 있는 라인이라고 생각했다.

‘맞아, 우리 최강철 일병님이 존경하는 소대장님이시잖아. 분명 힘을 써주실 거야.’

강태산 이병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최강철 일병이 옆에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

“됐어. 내가 말씀드릴게.”

최강철 일병의 말에 강태산 이병이 바로 물러났다.

“저, 소대장님.”

“말해.”

오상진이 최강철 일병을 바라봤다.

“다름이 아니라, 강태산 이병이 오늘 팬티를 잃어버렸습니다.”

“팬티? 속옷을 잃어버렸단 말이야?”

“네.”

“어디서?”

“건조실 안에서 말입니다.”

순간 오상진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번에 눈치를 챘다.

“아이고, 이 녀석들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오상진은 짧게 한숨을 내쉰 후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래서,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르고?”

“네.”

“그럼 일단 그것부터 알아봐. 알아보고 소대장에게 말해. 소대장이 한 번 알아볼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밖에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어서 내무실로 들어가.”

“알겠습니다, 충성!”

최강철 일병이 경례를 한 후 강태산 이병을 데리고 서둘러 내무실로 향했다.

오상진 역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살짝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후우, 정말이지. 예전부터 왜 자꾸 팬티를 훔쳐 가고 그러지? 도대체 왜 군대에서 보급품 가지고 쩨쩨하게 구는지 모르겠네.”

오상진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강철 일병과 강태산 이병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이은호 이병이 곧바로 일어났다.

“최강철 일병님.”

“어, 그래 은호야.”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

“제가 본 것 같습니다.”

“봐? 뭘 봐?”

“그게 말입니다. 얼핏 건조실을 지나가면서 살짝 안을 봤는데 3중대 3소대 애들이 우리 건조대 쪽에서 걸어오는 것을 봤습니다.”

“뭐? 그럼 3중대 3소대였어?”

“그래서 누군데?”

“강도경 일병이었습니다.”

“그 쥐새끼같이 생긴 애?”

“네.”

최강철 일병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최강철 일병은 조금 전 만난 오상진을 떠올렸다. 지금 아무리 중대가 달라도 약간 껄끄러운 면은 없잖아 있었다.

‘일단 소대장님께 보고는 해볼까?’

최강철 일병이 보고를 한 후 곧장 오상진을 찾아갔다. 다행히 오상진은 퇴근 전이었다.

“어, 강철아.”

“저 소대장님 아까 말씀드렸던 일 때문에…….”

최강철 일병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얘기를 들은 오상진이 3소대로 향했다. 때마침 3소대장이 내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 3소대장 아직 퇴근 안 했습니까?”

“네. 애들 좀 보고 오느라……. 그런데 1소대장님은 왜 아직 계십니까?”

“아, 실은 말입니다.”

오상진은 옆에 서 있는 최강철 일병을 힐끔 보고는 얘기를 꺼냈다.

“사실 우리 애들 중에 하나가 속옷을 잃어버렸답니다. 그래서 왔습니다.”

3소대장이 약간 비웃는 듯 웃어 보였다.

“핫, 나 참. 1소대장님 참 한가하십니다.”

오상진은 그 말을 듣고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살짝 이마에 주름이 졌다.

“네?”

하지만 3소대장은 이런 일이 좀 웃긴 모양이었다.

“아니, 애들 속옷을 가지고…….”

그 뒷말은 ‘굳이 소대장이 나서야 합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오상진이 표정을 확 굳히며 말했다.

“최 소위. 내가 지금 한가해서 여기 온 줄 아십니까?”

오상진의 날카로운 눈매에 최 소위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내무실 일입니다. 당연히 소대장이 나서서 확인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오상진이 강하게 나가자, 최 소위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하필 그 모습을 지나가던 이대우 3중대장이 봤다.

“거기 뭐야!”

오상진이 고개를 돌리자 이대우 3중대장이 다가왔다. 오상진이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오 중위가 여긴 무슨 일이야? 1중대는 여기가 아닌데.”

이대우 3중대장은 바로 날을 세우며 오상진에게 말했다.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볼일? 무슨 볼일?”

“다름이 아니라, 저희 소대에서 속옷을 잃어버렸는데 확인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오상진이 솔직하게 말했다. 이대우 3중대장의 눈이 커졌다.

“뭐? 속옷? 야, 고작 속옷 때문에 여길 왔어? 이야, 너희 1중대는 왜 그러냐? 이해가 안 된다. 아니, 같이 세탁도 하고, 건조실에서 널다 보면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지. 그걸 가지고 소대장이 직접 나서야 해?”

“그게 아니라 3소대 애들이 직접…….”

오상진이 말을 하는데 이대우 3중대장이 말을 자꾸 끊었다.

“그래서 뭐? 우리 3소대 애들이 도둑이야? 아, 도둑 찾으러 온 거 구만.”

“3중대장님, 그냥 확인차 온 겁니다. 혹시라도 저희 1소대 속옷이 있으면 돌려주십사 해서…….”

“그래서 여기까지 속옷 돌려받으러 왔단 말이야? 소대장이? 야, 진짜! 웃긴 자식이네. 인마, 너 솔직히 말해봐. 그거 아니잖아. 지금 딱 보니, 3소대를 완전히 도둑놈 소굴로 생각하고 있잖아.”

“아닙니다.”

“아니긴! 어디 하나만 걸려봐라. 지금 이런 거 아니야!”

이대우 3중대장의 언성이 올라갔다. 이대우 3중대장은 오상진을 상대로 완전히 삐딱하게 굴고 있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대우 3중대장이 성질을 부렸다. 오상진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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