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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27화 (52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27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21)

그때 한대만이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서 수저에 올렸다. 그리고 김소희에게 향하며 말했다.

“자기야, 아, 해봐. 아!”

김소희가 주변 눈치를 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대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뜨거우니까, 호호 불어서 꼭꼭 씹어 먹어요.”

김소희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여보, 그만 좀 하세요.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내 마누라에게 밥 좀 먹이겠다는데.”

“아이, 진짜…….”

그 모습을 한소희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것을 눈치챈 오상진이 바로 실천에 옮겼다.

“자, 소희 씨도 드세요.”

“어? 절 위해서 준비해 주신 거예요?”

“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한중만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휴, 여자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한중만이 툴툴거렸다. 그러자 한소희가 오리 다리를 하나 떼 내어 앞접시에 놓았다.

“오빠, 투덜거리지 말고. 다리 먹어. 다리!”

“됐어! 너나 많이 먹어!”

“칫! 챙겨 줘도 뭐라고 그래.”

한소희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한중만을 봤다.

“그런데 둘째 형님은 왜 연애 안 하십니까?”

그러자 한대만이 ‘풋’ 하고 웃었다.

“처남! 표현이 잘못되었어.”

“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거지.”

“왜 못하는 겁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한중만이 바로 인상을 썼다.

“아, 진짜. 형!”

그러나 한대만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한소희가 조용히 말했다.

“작은 오빠는 영화에게 혼을 내놓은 사람이에요. 여자를 만나도 만날 영화 얘기만 하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도 영화 좋아하는 사람은 있을 것 아니에요. 그런 여자 만나면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이쪽에서 일하는 예쁘장하게 생긴 스태프를 꼬셨는데 안 넘어오더라.”

한중만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대만이 바로 입을 뗐다.

“그럼 인마. 그 사람들도 인물은 보잖아. 어쩌다가 저런 돌연변이가 나와서는…….”

한대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장난식으로 말했다. 오상진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애써 웃음을 참아냈다.

한대만, 한중만, 한소희 중에서 한대만은 잘생긴 편이었다. 물론 한소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둘째인 한중만만 인물이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리고 한중만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대번에 알아챈 후 오상진을 날카롭게 쳐다봤다.

“이봐, 처남.”

오상진이 움찔하며 대답했다.

“네?”

“웃음을 억지로 참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건 뭐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말투가 약간 날 비웃는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을 자꾸 받아.”

“에이, 형님. 절대 아닙니다. 이거 드십시오.”

오상진은 환하게 웃으며 오리 백숙에서 다리를 하나 젓가락으로 들어 앞접시에 놓았다. 그럼에도 한중만은 찝찝함이 계속 느껴졌다.

“뭐지? 나만 왕따 같은 분위기는?”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나섰다.

“작은 오빠. 쓸데없는 소리 말고 먹어 빨리.”

“에이씨. 먹자, 먹어!”

한중만은 오상진이 준 오리 다리와, 한소희가 준 오리 다리를 들어 우걱우걱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대만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야, 여기 사람 많네.”

“그러게요. 사람 많이 오네요.”

김소희 역시 환하게 웃으며 커피숍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한대만이 슬쩍 오상진에게 물었다.

“그런데 처남. 자네 건물에는 커피숍 안 넣을 거야?”

그러자 한소희가 치고 들어왔다.

“아, 무슨 커피숍이야. 2층에는 병원 넣을 거야.”

“무슨 병원이야. 5층에 영화사도 있고, 신문사도 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에이, 소희야. 넌 뭘 모른다.”

“내가 뭘 모른다는 건데?”

한소희의 눈이 치켜 떠졌다. 한대만이 실실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잘 봐. 영화사든 신문사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그럼 뭐야? 차라도 대접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럼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 있어야지.”

“여기 좋네. 사람도 많고, 분위기도 좋고.”

“야야, 여긴 길 건너잖아. 손님을 길 건너 커피숍에 데리고 와야겠어? 그리고 뭐하러 남의 가게에서 팔아줘?”

그 순간 한소희의 눈빛이 확 바뀌며 팔짱을 꼈다.

“그래서! 오빠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한대만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처남, 우리 2층에 커피숍을…….”

“안 돼!”

한소희가 바로 한대만의 말을 잘랐다. 한대만이 한소희를 보며 펄쩍 뛰었다.

“야, 한소희! 네가 뭔데 안 된다고 그래!”

그러자 한소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빠, 여기 건물 이름 안 봤어?”

“건물 이름? 미리내? 그게 뭐?”

“미리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지 않아?”

“미리내, 미리내라…….”

순간 한대만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야이씨! 네가 지은 거냐?”

“예전부터 내가 가진 건물에 짓고 싶었던 이름이잖아.”

“그런데 왜 여기다가 이름을 붙였어?”

“훗! 왜일까? 오빠가 한번 잘 생각해 봐.”

한대만의 시선이 한심스럽게 바뀌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헐, 처남! 그런 거였어?”

오상진은 차마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형님 그렇게 되었습니다.”

“나는 진짜 처남만은 다를 줄 알았는데……. 자네도 별수 없군.”

한대만은 살짝 실망한 투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소희가 물었다.

“뭐가 별수 없다는 거죠?”

“아니, 애처가! 처남이 완전히 애처가라고.”

“아, 그런 말이었어요?”

김소희가 피식 웃었다. 한소희가 한대만을 보며 물었다.

“그럼 오빠는 한울빌딩에 커피숍이 있는데 또 여기다가 커피숍을 차리려고 그래?”

“소희야. 한울빌딩에 있는 커피숍. 전통찻집으로 바꿨잖아.”

“그래서 지금 장사 잘되잖아.”

“장사는 잘되지. 그런데 거기는 우리 스타일이 아니야.”

“오빠 스타일이 뭔데? 장사만 잘되면 되는 거 아냐?”

그러자 듣고 있던 김소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사는 잘되죠. 그런데…….”

한대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

“거긴 우리가 할 것이 아니라, 장모님에게 맡길까 해.”

“네? 언니 어머니가요?”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희 엄마가 나이가 많으신 편도 아니고 예전부터 전통찻집을 하고 싶어 하셔서 동생 대신에 나와서 도와주시고 계세요. 그런데 어머니가 또 적응을 하셔서 아마 동생보다는 어머니가 맡아서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한대만이 다시 불쑥 끼어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2층 자리 주면 안 될까?”

“와, 오빠! 진짜 해도 너무 하네.”

“야, 그러지 말고 같이 하자. 형제 좋은 것이 뭐냐. 같이 잘 먹고 잘살자! 진짜! 그리고 중만이만 해주고 난 안 해주는데.”

“오빠는 한울빌딩에 있잖아.”

“한울빌딩은 한울빌딩이고! 그리고 거긴 우리 장모님이 하시기로 했고!”

“와, 진짜……. 큰 오빠 얼굴에 철판 깔았어? 진짜 뻔뻔한 거 알아?”

한소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만히 듣고 있는 오상진은 지금 한대만의 심정을 이해는 했다.

김소희의 집안은 가난했다. 그래서 과거에 이상한 놈이랑 결혼했다가 인생이 풍비박산 나버렸다. 오상진은 그것이 안타까워서 한대만을 소개시켜 줬고, 지금은 둘이 잘살고 있다.

무엇보다 둘이 결혼을 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다만, 아이 때문에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하지만 결혼하고 지내는 것에 있어서 집안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김소희를 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생각은 어떻습니까?”

“네?”

김소희가 깜짝 놀랐다. 한대만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처남, 아주머니가 뭐야.”

그러자 한중만이 불쑥 끼어들었다.

“호칭으로 따지자면 아주머니가 맞지.”

“야. 그렇게 부르면 진짜 아주머니 같잖아. 그렇게 부르지 말고, 차라리 김 중위라고 해.”

“그래도 제대를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부릅니까.”

오상진이 난색을 표하자, 잠깐 생각을 하던 한대만이 슬쩍 김소희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냥…… 소희 씨라고 해.”

“저도 그렇게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김소희도 조심스럽게 승낙을 했다. 그런데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 소희 씨도 있는데 그렇게 부르기가…….”

오상진이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괜찮아요. 매일 만나는 것도 아닌데요.”

한소희가 김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언니 생각은 어때요? 여기에 커피숍을 내고 싶어요?”

김소희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애 낳고 나면 저도 일을 해야 하는데. 어르신들 상대로 장사를 할 자신은 없어요.”

“아이 키우시려면 안 불편하세요?”

“그렇다고 남편 혼자 고생시킬 수는 없잖아요. 어쩌다 보니 임신을 해서 제대를 했는데, 제 밥벌이는 해야죠.”

김소희가 약간 압박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한소희는 그런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 다른 곳에다가 커피숍을 차리면 되죠. 왜 꼭 여기다가 하려고 해요?”

한소희가 직접적으로 물었다. 순간 김소희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건…….”

“야, 한소희!”

한대만이 소리치며 불렀다.

“왜!”

“내가 하자고 했어. 너희 언니 말고 내가!”

“그러니까, 왜?”

“가족이 좋다는 것이 뭐냐. 서로 돕고 그러는 거지.”

“오빠, 뭔가 큰 착각을 한 것 같은데. 나랑 상진 씨 아직 결혼 안 했어. 정식으로 가족도 아니야. 그런데 무슨 그런 부탁을 해?”

한소희가 정색을 하며 강하게 나갔다. 순간 한대만이 움찔했다.

“야, 인마. 어차피 결혼할 거잖아.”

“그건 모르지.”

“넌 결혼 안 할 거야?”

“할 거야!”

“그런데 뭐?”

“아직 우린 결혼한 사이가 아니잖아. 내가 한울빌딩까지는 양보를 했어.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또 부탁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

한소희의 직접적인 말에 한대만은 입을 다물었다. 막말로 한대만 스스로도 약간 뻔뻔한 점이 없잖아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냉기가 흘렀다. 오상진이 중간에서 입장에 살짝 난처했다.

‘이것 참…….’

그렇다고 모르쇠로 있는 것도 그랬다. 지금은 오상진이 나서야 했다.

“형님도 소희 씨도 이제 그만해요.”

“그렇지만, 상진 씨…….”

“괜찮아요, 소희 씨.”

오상진이 한소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사실 한소희 입장도 충분히 이해를 했다. 큰 오빠가 무리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면이 솔직히 짜증도 나고, 쪽팔렸을 것이다.

오상진이 잡고 있는 한소희의 손을 톡톡 두드렸다. 한소희가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희는 뭔가 미안한지 고개를 숙였다.

“자!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형님과 김소희 씨가 2층 커피숍 하는 거로 하죠!”

“…….”

한대만이 막 입을 열려는데 선뜻 말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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