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25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9)
그리고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들어갑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바로 말했다.
“아뇨, 1소대장님 말마따나 우리끼리 가시죠.”
4소대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어? 괜찮겠습니까?”
“뭐 어떻습니까. 3소대장님도 좋죠?”
“저는 두 분이 좋다면 콜입니다.”
“그럼 됐습니다. 우리 셋이서 가시죠.”
“하하핫. 좋습니다.”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간 이미선 2소대장이 3소대장과 4소대장 사이로 들어가 팔짱을 꼈다.
“자, 가시죠! 노래방으로…….”
순간 4소대장 얼굴에 한가득 웃음이 피어올랐고, 3소대장 역시 싫지 않은 눈치였다.
한편, 오상진은 관사로 향하면서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희 씨, 뭐 합니까?”
-상진 씨 전화 기다렸죠. 이제 회식 끝난 거예요?
“네.”
-그런데 왜 갑자기 회식이에요?
“아, 행정반 분위기가 좀 어두워서 내가 1소대장인데 그냥 가만히 지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회식을 했습니다.”
-그랬구나. 술 많이 마셨어요?
“아뇨. 많이 안 마셨습니다. 내일 소희 씨도 만나고 형님도 봐야 하는데 적당히 마시고 끝냈어요.”
-잘했어요. 우리 남친 장하네.
“칭찬 받으니 기분 좋네요.”
-그래요? 그럼 매일 해줄까요?
“저야 좋죠.”
-알았어요, 매일 해줄게요. 그보다 내일 우리 미리내 빌딩에서 볼까요?
“아뇨, 내가 소희 씨 픽업하러 갈게요.”
-괜찮은데…….
“제가 소희 씨 빨리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겠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지 마요. 그냥 소희 씨 준비 다 되었을 때쯤 톡 보내요. 그럼 내가 맞춰서 나가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통화를 마친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그다음 날, 오상진은 한소희를 태우고 미리내 빌딩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니 빌딩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빌딩에 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인사를 했다.
“어, 사장님 오셨습니까.”
바로 리모델링 업체 사장이 와서 인사를 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리모델링은 잘되고 있는 거죠?”
“아이고, 당연히 잘되고 있죠. 어디 한번 보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사장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해주시겠습니까. 계속 수고해 주십시오.”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인테리어 사장이 바로 말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오상진은 인사를 한 후 1층 떡볶이 집으로 들어갔다. 상어 떡볶이 집 2호점이었다. 그곳에 사모님이 아닌 양 사장 혼자 나와 정리를 하고 있었다.
“오, 사장님 장사 준비 잘되세요?”
양 사장이 정리를 하다가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확인했다.
“아, 사장님. 어서 오세요. 리모델링은 거의 끝났고, 이제 설비만 들어오면 다음 주부터 영업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상진이 가게 내부를 쭉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가게 인테리어가 1호점 하고 거의 똑같습니다.”
“네. 가능하면 똑같이 해달라고 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느낌으로 말이에요.”
“잘하셨습니다. 이대로 3호점, 4호점 계속 나가시면 되겠다.”
“어이구, 3호점, 4호점이라니요. 그저 사장님께서 기회를 잘 주셔서 가게를 하나 늘리긴 했는데 이거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장사 잘될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사장님.”
“네.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렇게 오상진과 한소희가 양 사장에게 인사를 한 후 바로 5층으로 올라갔다. 신문사 옆 사무실로 들어갔다.
딸랑!
종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누군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어서 오세요.”
낯익은 목소리가 오상진을 반겼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일도야, 나 왔다.”
“어? 소대장님.”
김일도는 깜짝 놀라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야, 제대한 지가 얼마인데 소대장이야.”
“그래도 한 번 소대장님은 영원한 소대장님입니다. 그보다 어쩐 일이십니까? 연락이라도 주시고 오시지.”
김일도는 많이 당황했다.
“아, 여기 아는 사람이라서 겸사겸사 왔지. 그런데 내가 너한테 연락하고 와야 되냐?”
“그래도 연락을 주시면……. 어? 옆에 분은…….”
김일도가 한소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혹시…… 배우세요?”
한소희가 ‘풋’ 하고 웃었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소대장 여자 친구라고.”
“에이, 거짓말!”
김일도는 믿지 않았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라니까.”
“소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뻥은 좀 너무하죠. 막말로 이 여자분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소대장님이랑……. 그러겠습니까?”
순간 오상진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소희도 평소와 같았으면 정색을 했을 텐데, 장난을 치면서 ‘호호’ 하고 웃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말했다.
“소희 씨, 뭐라고 말 좀 해봐요.”
한소희가 오상진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 세요?”
“소희 씨?”
오상진은 깜짝 놀랐고, 김일도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다며 박수를 쳤다.
“거 봐요. 아니죠?”
그러는 사이 화장실에 갔다 왔던 한중만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이구, 시원하게 똥 잘 쌌다.”
그러다가 한소희를 보며 말했다.
“어? 소희 왔어? 처남도 왔네.”
순간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한소희는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오빠 뭐야? 이 타이밍에 와서는 산통을 깨고 있어.”
그 말에 김일도가 당황했다.
“뭐죠?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은?”
그러자 오상진이 김일도의 뒤통수를 툭 치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여자 친구라고.”
한소희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김일도에게 말했다.
“처음 봐요. 저 상진 씨 여자 친구 한소희라고 해요.”
“정말 여자 친구분이세요?”
“예.”
김일도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한소희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혹시 말입니다. 협박을 받고 있다면……. 오른쪽 눈을 깜빡거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호호호, 정말 재미있으신 분이다.”
오상진은 다시 한번 뒤통수를 ‘퉁’ 치며 말했다.
“이 자식이! 그만 까불어!”
“아, 진짜. 해도 너무 하십니다.”
“뭐, 인마?”
“아니, 이렇게 예쁘신 여자 친구분이 계시면서 어떻게 새끼를 안 치십니까?”
“이 녀석아. 엊그제까지 말년병장이었던 놈이 무슨 새끼 타령이야.”
김일도는 한중만에게 시선이 갔다.
“사장님! 사장님이 생각해도 너무 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너, 아까 내 말 못 들었어?”
“네?”
“내가 뭐라고 그랬니?”
“처남이라고 했죠.”
“그게 무슨 뜻이야?”
김일도가 깜짝 놀랐다.
“어? 왜 처남이죠?”
“왜 처남이긴, 인마. 내 여동생이랑 결혼할 사람이니까. 처남이지.”
“그래요?”
김일도는 더욱 놀란 눈이 되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소대장님…… 설마 양다리세요?”
“야 이씨!”
오상진이 주먹을 들며 한 대 칠 요량으로 다가갔다. 김일도가 바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한중만이 입을 열었다.
“어이, 일도!”
“네, 사장님.”
“아까 말했잖아. 내 동생이라고. 내 동생, 이쪽이!”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한중만 옆으로 갔다. 김일도가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안 닮았는데요.”
“야, 잘 찾아봐. 잘 보면 닮은 곳이 있다니까. 넌 무슨 시야가 그리 좁아.”
“앗! 닮았다.”
“그렇지.”
“네.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닮았네요.”
“이 자식이…….”
김일도는 이때까지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사장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김일도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한중만이가 말했다.
“아니, 처남 어디서 저런 놈을 보냈어.”
“후후, 애가 좀 장난이 심하죠?”
“그걸 떠나서 어찌나 말이 많던지. 세상에 나보다 말 많은 놈 처음 봤어.”
“그래요? 군대에 있을 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 말로는 분대장이었을 때 분위기 잡는라고 죽는 줄 알았다는데.”
“아이고, 저는 그것도 모르고……. 괜히 형님만 고생시켜드린 것 같습니다.”
한중만이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래도 자식이 영화에 대한 열의는 좋아. 게다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는데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하고 말이야. 솔직히 그거 하나는 맘에 든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싹싹 하기도 하고, 혼자 있으면서 전화도 잘 받고. 그래서 한번 키워보고 싶은 맘이 나.”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사무실을 나섰던 김일도가 커피 세 잔을 뽑아서 들어왔다.
“커피 드십시오.”
“고맙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어이구, 제대한 우리 일도가 타준 커피를 다 마셔보네.”
“헤헤헤, 그럼 대화 나누십시오.”
김일도는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김일도를 봤다.
“그보다 일도는 어때? 일은 할 만해?”
“사장님이 잘해주십니다.”
“불만 사항은 없고?”
“으음…… 하나 있긴 합니다.”
“뭔데?”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계속해서 짜장면은 좀 그렇습니다. 저 짜장면은 그만 먹고 싶습니다.”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라이……. 형님 아무래도 저 자식. 배가 덜 고픈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나중에 영화촬영하게 되면 짜장면은 고사하고 제대로 끼니도 못 먹을 텐데……. 쯧쯧쯧.”
한중만이 혀를 차며 말했다. 오상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한소희가 한중만을 보며 슬쩍 물었다.
“참, 오빠.”
“왜?”
“지난번에 하기로 했던 영화 말이야. 영화는 잘 진행되고 있어?”
그 물음에 한중만이 머리를 붙잡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게 말이야. 내가 그 감독님 때문에 미치겠다.”
“감독? 감독님이 왜?”
“아, 이준일이라고 꼴통 감독이 하나 있는데. 말도 안 되는 걸로 찍자고 하잖아.”
“말도 안 되는 것이 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연산군이 남자를 좋아했다고 하네. 그게 말이 되는 거냐?”
한소희가 깜짝 놀랐다.
“진짜? 연산군이 남자 좋아했어?”
“야, 연산군이 남자를 좋아하다니. 여자 좋아하잖아. 연산군이 좋아했던 여자가 그 누구야? 장녹수잖아.”
“장녹수가 누구야, 세기의 요녀잖아.”
“그렇지.”
“그런데 세상에…… 장녹수를 옆에 두고……. 난 감독이 그 말을 하기에 미친놈인 줄 알았다니까.”
한중만은 잔뜩 열이 나는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한소희도 걱정이 되는지 오상진을 바라봤다.
“상진 씨, 괜찮은 거예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연산군에 대해서 재해석을 한 것입니다. 설마하니 동성애에 관한 것을 과하게 넣겠습니까? 그냥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일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중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감독도 그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어후 난 찝찝해 가지고. 알잖아, 나 여자 좋아하는 거.”
한소희가 그런 한중만을 보며 한심하게 쳐다봤다.
“오빠, 자랑이다. 자랑이야. 동생 앞에서 잘하는 소리다.”
“동생아! 그럼 이 와중에 남자 좋아한다고 그럴까?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니야, 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