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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24화 (52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24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8)

이미선 2소대장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오상진이 저 멀리 사라진 것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갔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이미선 2소대장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젠장. 괜히 한다고 했나. 아, 짜증 나!”

이미선 2소대장이 버럭 했다. 그러다가 최 중사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나지? 내가 최 중사에게 차여?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미선 2소대장은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 창피해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지?”

이미선 2소대장이 혼자 구시렁거렸다. 사실 이미선 2소대장은 아까 수류탄 때문이 아니라 진짜 창피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 길로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을 만났다.

“왜?”

“이미선 2소대장 말입니다. 사실…….”

오상진은 조금 전 이미선 2소대장과 나눴던 것을 김철환 1중대장에게 전달했다.

“이런 상태라 아무래도 강의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인상을 썼다.

“야, 내가 말했지. 여자는 못 한다고 말이야. 아, 괜히 나서서는……. 그래서 어쩔 거야? 네가 할 거야?”

“네. 제가 하겠습니다.”

오상진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하는 게 맞지.”

그런데 가까이서 얘기를 듣던 3소대장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중대장님, 1소대장님. 혹시 그거 제가 하면 안 됩니까?”

“3소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이 되물었다.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꼭 훈련 한번 진행해 보고 싶었습니다.”

“야, 그럼 회의 때 손들지.”

“그때는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이미 이미선 2소대장이 손을 들어서 말입니다.”

“와, 그래도……. 어쨌든 지나간 일이고. 알았다. 3소대장이 해봐.”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그리고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1소대장님. 제가 뺏은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뺏다니,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야말로 3소대장이 해주면 고맙죠.”

“알겠습니다.”

3소대장이 씨익 웃으며 몸을 돌렸다. 사실 오상진은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3소대장 눈에는 오상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것 같이 보였다.

수류탄 훈련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이 났다. 3소대장의 탁월한 지휘 능력에 김철환 1중대장은 박수를 보내줬다.

“3소대장 잘했어. 오늘 괜찮게 했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

“네. 중대장님.”

3소대장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반면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미선 2소대장은 잔뜩 표정을 굳힌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3소대장 역시 이미선 2소대장에게 말도 붙이지 않았다. 중간에서 4소대장만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선 2소대장은 3소대장이 자신을 대신해 수류탄 훈련을 무사히 마무리 지어 비교가 되는 것이 싫었다. 3소대장 입장에서는 아직 준비도 안 된 이미선 2소대장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걸 가지고 자신에게 껄끄러운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 불편했다.

4소대장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아직까지 저 상태면 어쩌냐고.’

화요일에 시작된 껄끄러운 관계는 수류탄 훈련이 끝난 금요일까지 진행되었다. 4소대장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자, 다들 퇴근들 하셔야죠.”

“…….”

“…….”

두 사람의 입에서는 그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4소대장은 살짝 민망해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2소대장, 가시죠? 3소대장도 퇴근해야죠.”

3소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을 슬쩍 봤다.

“아닙니다. 전 조금 이따가 퇴근하겠습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그냥 다 같이 나가죠.”

4소대장이 슬쩍 말을 하고는 오상진을 바라봤다.

“1소대장님도 바로 퇴근하실 거죠?”

“네.”

오상진은 퇴근 준비를 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이미선 2소대장과 3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우리 그러지 말고, 저녁 같이 먹는 것 어떻습니까? 아니다, 회식하죠. 회식!”

순간 4소대장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오오, 회식 말입니까? 저야 좋죠! 2소대장, 3소대장, 어떻습니까?”

“으음…….”

3소대장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미선 2소대장은 조용했다.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1소대장님께서 회식을 제안하셨습니다. 우리 예전부터 회식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까.”

“…….”

“…….”

두 사람은 또 말이 없었다.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네. 수류탄 훈련도 다 끝냈고. 그동안 회식하자고 했는데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오늘 회식은 제가 쏘겠습니다. 자, 가시죠.”

이미선 2소대장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3소대장도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에 4소대장이 한마디했다.

“아, 진짜 이 사람들……. 좀 갑시다. 내가 두 사람 때문에 중간에서 매우 난처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1중대 소대장들끼리 뭉치죠.”

오상진도 적극적으로 말했다. 사실 오상진도 딱히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선 2소대장과 3소대장이 서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오해를 풀어줘야 했다.

4소대장이 슬쩍 물었다.

“우리 뭐 먹으러 갑니까?”

“우리나라 대표적인 회식 식품 있지 않습니까?”

“혹시 삼겹살?”

“네. 그렇습니다.”

“오오, 삼겹살 좋습니다. 가시죠.”

4소대장이 3소대장에게 갔다. 3소대장은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은 이미선 2소대장에게 갔다.

“2소대장. 그렇게 회식하자고 했는데 이제야 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가시죠.”

오상진이 직접 다가와 말하자 이미선 2소대장 역시 눈동자가 흔들렸다.

“1소대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알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좋습니다. 다들 오늘 회식하러 가시죠.”

“오예!”

4소대장이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그렇게 1중대 소대장들의 회식이 시작되었다. 부대 앞 잘 가는 삼겹살 집으로 갔다.

“이모 여기 삼겹살이랑 소주 주십시오.”

4소대장은 신나 하며 주문을 했다. 그 와중에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은 계속해서 굳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3소대장이 슬쩍 한마디 했다.

“2소대장은 삼겹살이 부담스럽습니까?”

“네. 뭐…….”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던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두 사람 요 며칠 서먹하신 것 같은데……. 왜 그러십니까?”

3소대장이 바로 말했다.

“저는 딱히 그런 것 없습니다. 그런데 2소대장은 불편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홱 돌려 3소대장을 봤다.

“3소대장님 이상한 말씀 하십니다.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순간 주위가 어색해졌다. 오상진도 살짝 난감해졌다. 막말로 남자끼리라면 술 한잔하면서 바로 ‘풉시다’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2소대장이 여자니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3소대장이 슬쩍 물었다.

“2소대장, 도대체 왜 그러는지 물어봐도 됩니까?”

“아뇨, 전 전혀 불편한 것이 없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딱딱하게 말했다. 3소대장이 재차 물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전혀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은 계속해서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그 말 속에 불편함이 가득했다. 3소대장은 그 말을 들을수록 표정이 굳어졌다. 막말로 3소대장 입장에서 딱히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오상진은 할 수 없이 원칙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이 왜 그러는지 짐작은 가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이 애들도 아니고, 알아서 잘 푸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우리 같은 행정반을 공유하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불편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설사 서운한 것이 있더라도 서로 맘에는 담아두지 마시죠.”

“…….”

“우리 같이 계속 행정반을 쓰면서 군 생활을 할 건데 서로 얼굴 보는 사이끼리 불편하면 좋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오상진은 꼰대 마인드로 설명을 했다. 막말로 일일이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최고였다. 오상진의 말을 듣고, 3소대장이 먼저 움직였다.

“2소대장, 내 술 한 잔 받으시죠.”

이미선 2소대장이 힐끔 보며 말했다.

“술 말입니까?”

“네. 내 술 한 잔 받고 기분 푸십시오. 저도 뭐 수류탄 훈련을 하고 싶어서 그런……. 아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수류탄 훈련을 진행해 보고 싶었습니다. 2소대장이 사정상 못하겠다고 하시니, 내가 욕심을 좀 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2소대장 맘을 헤아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3소대장이 남자답게 먼저 사과를 했다. 이미선 2소대장 입장에서도 3소대장이 너무 잘해서 비교당하고, 뒷말이 나오면서 빈정이 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3소대장 잘못은 아니었다. 게다가 3소대장이 알아서 먼저 사과를 하니 이미선 2소대장도 계속 꿍 하게 있을 수도 없었다.

“아닙니다. 솔직히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닌데, 3소대장님께서 그리 말씀을 하시니 알겠습니다. 우리 이런 일로 불편해지지 마시죠.”

이미선 2소대장이 3소대장의 술을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짠 하며 그대로 술을 마셨다. 그 모습을 보던 4소대장이 나섰다.

“그럼 두 사람 아무 일도 없는 겁니다?”

그렇게 본격적인 회식이 시작되었다. 조금 전까지 서먹했던 자리는 이내 웃음이 나왔고 어느 정도 술 기운도 돌았다.

그런 와중에 4소대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4소대장에게 향했다.

“질문! 우리 이대로 끝나는 겁니까? 2차는 노래방으로 가면 안 됩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노래방 말입니까?”

“네.”

“으음. 오늘은 노래방을 가고 싶긴 합니다.”

3소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1소대장님 이렇게 헤어지기는 좀 아쉽지 않습니까? 2차로 노래방 어떻습니까?”

3소대장의 질문에 다시 모두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좀 부담스러웠다. 오상진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한데 제가 내일 급히 서울 집에 가 봐야 해서 말입니다. 오늘 저는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래방은 세 분이서 가십시오. 정말 죄송합니다.”

“…….”

“…….”

“……1소대장님.”

세 명 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오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상진은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마친 후 가게를 나갔다.

그렇게 가게에 남아 오상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세 명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때 4소대장이 술잔을 비우며 말했다.

“아, 1소대장님 이대로 가시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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