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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23화 (52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23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7)

4소대장이 속으로 숫자를 외친 후 뒤로 홱 하고 던졌다.

쾅!

지켜보는 중대원들이 저마다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는 저렇게 하면 안 되었다. 4소대장은 괜히 이미선 2소대장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

“봤냐? 딱 5초 후에 터지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혹시라도 손에서 미끄덩거렸다고 해도 쫄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하라고. 알았냐!”

“넵!”

4소대장은 자신이 해냈다는 뿌듯한 얼굴로 이미선 2소대장을 바라봤다.

“자, 2소대장 지금 하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시 이미선 2소대장이 설명을 했다. 4소대장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3소대장 옆으로 갔다.

“무리하셨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2소대장 때문입니까?”

“에이, 아닙니다. 전 진짜 순수하게…….”

“그렇다고 굳이 3초까지 세고 던질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건 엄청 위험한 행동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선 2소대장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겁니까?”

“네, 뭐…….”

“담부터는 그러지 마십시오. 중대장님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봤다면…….”

4소대장이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김철환 1중대장을 찾는 듯 보였다.

“중대장님 안 계시죠?”

“네.”

“아무튼 그런 허세는 좀 아닙니다. 뭐, 어쨌든 사고가 안 나서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괜찮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안 괜찮습니다. 엄청 긴장했습니다. 손에 땀 찬 거 보이십니까?”

4소대장이 바로 손바닥을 보였다. 그곳에 땀이 흥건했다.

“아무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이렇게까지 무리를 했는데 말입니다.”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4소대장이 다시 강의를 시작한 이미선 2소대장에게 향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4소대장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셔서 정확하게 5초 후에 터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수류탄 던지는 법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수류탄 던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뭐 뭐 있다고 했죠?”

이미선 2소대장이 물어봤다.

“서서 던져와, 한쪽 무릎 앉아 던져가 있습니다.”

“네. 그럼 소대장이 ‘서서 던져’의 시범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일단 자세를 잡았다.

“잘 봅니다. 일단 어깨를 어깨너비만큼 벌립니다. 그리고 수류탄 파지법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안전손잡이가 엄지손가락 뒤편으로 오게 해서 꽉 쥐는 겁니다.”

중대원들이 이미선 2소대장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자, 그리고 수류탄을 자신의 가슴높이에 가져갑니다. 여기서 안전클립 제거하고, 안전핀을 뽑은 후 저 앞에 보면 둥근 공간 보이죠. 저기까지 힘차게 던지면 됩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말을 한 후 던지는 시범을 보였다. 안전클립을 제거하고 안전핀을 뽑는데 그만 ‘핑’ 소리와 함께 안전핀이 뽑혀 버렸다. 그 순간 3소대장이 바로 말했다.

“2소대장 안전핀!”

이미선 2소대장이 당황하며 뒤로 날아간 안전핀을 주웠다. 그러자 중대원들이 입을 가리며 ‘킥킥’ 웃기 시작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나타나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그만! 누가 강의 시간에 웃으라고 했나. 지금 2소대장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중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찬찬히 말했다.

“너희들 나중에 수류탄 투척 후 안전핀 꼭 챙겨라. 그것 버리면 큰일 난다. 알겠냐!”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이미선 2소대장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자신의 실수를 김철환 1중대장이 덮어 준 것이었다.

‘아이씨, 쪽팔려.’

이미선 2소대장이 잔뜩 부끄러웠다. 어쨌든 이미선 2소대장은 그 뒤로도 남은 강의를 끝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각 소대들끼리 모여 있었다. 1소대원들도 둘러앉아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우와, 부대 복귀하지 않고 밖에서 먹는 겁니까?”

“야, 기대하지 마. 소풍 왔니? 어차피 국은 똥국이야.”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점심 배식합니다. 오십시오.”

“야, 밥 먹으러 가자.”

이미 식판을 준비해 왔다. 그 식판 위에 위생비닐을 씌워서 배식을 받으러 갔다. 모두 점심을 배식받은 후 각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최강철 일병도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힐끔 강태산 이병을 봤다.

“음?”

강태산 이병이 밥을 조금 먹고 있었다.

“태산아. 왜 그것밖에 안 먹어?”

“이병 강태산. 아, 그게……. 밥 생각이 없습니다.”

“인마, 이등병이면 한창 배고플 때인데…….”

“괜찮습니다. 나중에 PX에 가서 먹으면 됩니다.”

강태산 이병이 참 해맑게 말했다. 그 순간 최강철 일병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야! 강태산. 너 미쳤냐?”

“네? 왜 그러십니까?”

강태산 이병이 깜짝 놀랐다. 갑자기 최강철 일병이 화를 내는 것에 말이다.

“너 미쳤구나. 미쳤어. 이등병이 뭐? PX를 간다고?”

“아, 안 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 나도 PX에 못 가는데 이등병이 간다고? 완전히 돌았구나.”

“그, 그럼 어떻게 합니까.”

강태산 이병이 울상이 되었다.

“뭘 어떻게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밥이나 먹어.”

“최 일병님, 저 도저히 못 먹겠습니다. 이거 너무 맛없습니다.”

그 모습에 최강철 일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야, 짬밥을 무슨 맛으로 먹냐? 너 진짜 배가 덜 고팠구나.”

최강철 일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식사를 했다. 강태산 이병이 말했다.

“최 일병님 저 진짜 배고픕니다.”

“그럼 인마, 밥을 먹어.”

“그런데 어떻게 만날 똥국만 나옵니까? 이게 진정 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저희 집에서는 절대 이렇게는 안 먹었습니다.”

“야, 신교대에서도 밥 안 먹었냐?”

“먹었습니다. 그때는 국을 먹지 않았습니다.”

“미친……. 잔말 말고 어서 밥이나 먹어.”

“진짜 못 먹겠습니다. 최 일병님은 어떻게 먹을 수 있습니까? 전 절대 이렇게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강철 일병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넌 군대 온 거 맞냐? 여기서 너희 집밥을 생각하면 어떻게 하냐. 그리고 우리 집은 그렇게 과하게 먹는 스타일이 아니야.”

“그렇습니까? 저희 집은 매번 상에 고기가 올라옵니다. 아버지가 고기를 엄청 좋아하십니다.”

“그래? 이야, 잘 해 먹었네.”

“그보다 나중에 저희 집으로 밥 먹으러 오십시오.”

“내가? 왜?”

“저희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실 겁니다.”

“…….”

최강철 일병이 강태산 이병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오상진이 다가왔다.

“다들 맛있게 먹어라.”

“네. 소대장님은 식사하셨습니까?”

“난 먹었다.”

오상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한 무더기의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이것들이 가까이 붙어서 먹으라니까.”

오상진이 한마디 하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그들끼리 얘기하는 것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야, 웃기지 않냐? 아까 2소대장 말이야.”

“네. 저도 봤습니다. 무슨 안전핀을 떨어뜨립니까? 그게 말이 됩니까?”

“만약 우리가 그랬다면 난리 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

“나중에 두고 봐라, 사격할 때 분명히 탄피도 잊어버린다.”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야, 내기할래?”

“무슨 그런 거 가지고 내기입니까. 아무튼 전 2소대가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 그들 뒤로 그림자가 생겨났다. 밥을 먹던 소대원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쓰읍! 너희들 여기서 뭐 해?”

“바, 밥 먹습니다.”

“그래 점심을 먹는 건 좋아. 그런데 왜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먹지?”

“죄송합니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말입니다.”

“앉을 자리가 마땅한 곳이 없어? 잘 찾아보면 있겠지. 게다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이 근처에서 밥 먹으라고 말이야. 그런데 너희들끼리 이렇게 나와서 밥 먹냐? 무슨 예비군 훈련 나왔냐?”

“아닙니다.”

다들 고개를 푹 숙였다. 오상진은 조금 전에 들었던 얘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이미선 2소대장 얘기는 또 뭐지?”

“어, 그게…….”

병사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오상진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병사가 감히 장교의 뒷담화를 해도 되는 거냐?”

“죄송합니다.”

“됐고! 저쪽으로 가서 밥 먹어.”

“네. 알겠습니다.”

녀석들이 후다닥 중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그 녀석들이 구시렁거렸다.

“아니, 우리한테만 그럽니까?”

“1소대장님 2소대장 좋아합니까?”

“야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기나 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멀어지는 그 녀석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옛날이나 지금이나 병사들은 달라지지가 않아. 쯧쯧!”

그런데 또 다른 곳에서 이미선 2소대장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었다. 아예 이미선 2소대장을 반찬 삼아 밥을 먹는 듯했다.

또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이미선 2소대장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오상진이 나타난 것을 확인하며 바로 입을 닫았다.

한마디로 온 중대가 이미선 2소대장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용히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상진의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하아, 자식들…….’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하며 강의하던 곳으로 갔다. 그곳 귀퉁이에 이미선 2소대장이 풀이 죽어 앉아 있었다.

“2소대장 괜찮아?”

“어? 1소대장님. 솔직히 저 힘듭니다. 훈련 못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전 그 일 때문에 그래? 그냥 편하게 해. 전에 육사에서 해봤다고 하지 않았냐.”

이미선 2소대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실은 저 육사 때도 잘 못 했습니다.”

“뭐?”

“이번에 만회해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던 오상진이 움찔했다. 트라우마라는 말에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솔직히 오상진이 수류탄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회귀 전 그는 수류탄에 죽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백 퍼센트 낫지 않았다. 수류탄만 봐도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오상진은 군인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이겨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로였다.

사실 조금 전 수류탄을 손에 쥐어봤다. 그러나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바로 손을 놨다. 그것도 아무런 살상력이 없는 연습용 수류탄인데도 말이다.

‘하아, 내가 이래서 이미선 2소대장에게 미뤘던 것인데…….’

그런데 이미선 2소대장이 차마 못 하겠다고 하는데 대놓고 ‘군인이 이것도 못 해!’라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알았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럼 제가 중대장님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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