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22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6)
“그래, 우진이 믿는다.”
“네. 소대장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무실을 나갔다. 강태산 이병이 슬쩍 최강철 일병에게 다가갔다.
“최 일병님 수류탄 훈련 안 해보셨습니까?”
“나 자대 배치받은 지 이제 6개월째다. 당연히 안 해봤지.”
“그래도 신교대에서 해보셨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런데 얼마 되었다고 가물가물하다.”
“수류탄은 진짜로 던지는 겁니까?”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보다 넌 신교대 때 진짜 수류탄 안 던졌어?”
“저는 연습용 수류탄만 던졌습니다.”
“나도 그런데…….”
최강철 일병의 시선이 이해진 상병에게 향했다.
“이 상병님.”
“응?”
“이번에 수류탄 훈련 있지 않습니까? 그거 진짜 수류탄을 던집니까?”
“아마 그럴걸?”
“와, 진짜면 완전 긴장됩니다. 지금 생각해도 손에 땀이 차는 것 같습니다.”
최강철 일병이 말하자, 옆에 있던 노현래 일병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야, 걱정하지 마. 수류탄 별거 아니야. 다 똑같아.”
노현래 일병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김우진 병장이 노현래 일병에게 다가갔다.
“어이구 우리 현래. 진짜 수류탄 한 번도 안 던져봐 놓고, 자신감 보소.”
“김 병장님. 애들 보는데 놀리지 마십시오.”
“이 자식은 애들이 보든 말든……. 우리 현래가 진짜 많이 컸네. 이제 나에게 대들 줄도 알고 말이지.”
“일, 일병 노현래…….”
“아니야, 아니지. 하긴 나도 제대 한 3개월 남았나? 그런데 벌써부터 뒷방 늙은이 취급하면 안 되지. 안 그래? 아니지, 딱 보면 우리 현래가 실세야. 그치?”
김우진 병장이 눈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 노현래 일병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닙니다. 왜 그러십니까.”
이해진 상병이 슬쩍 끼어들었다.
“김 병장님 그러지 마시고, 애들에게 수류탄 잘 던지는 노하우 좀 알려주시죠.”
“그럴까?”
김우진 병장이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중앙으로 가서 1소대원들을 쭉 훑어보며 말했다.
“자, 일단 여기서 질문! 수류탄의 살상범위는 몇 미터일까?”
“…….”
소대원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손주영 일병이 손을 들었다.
“일병 손주영.”
“그래 말해봐.”
“혹시 몇 킬로미터 단위로 터지는 거 아닙니까?”
순간 김우진 병장은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 몇 킬로미터? 야, 바보냐. 주먹만 한 수류탄이 몇 킬로미터? 핵폭탄도 아니고 말이야. 전쟁이 나면 아주 난리가 나겠다. 수류탄 하나에 몇 킬로미터가 쑥대밭이 되고 말이야.”
김우진 병장의 핀잔에 손주영 일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말이 헛나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나?”
이해진 상병이 손을 들었다.
“그래, 해진이.”
“살상범위는 10~15미터입니다.”
“역시 해진이! 맞다. 수류탄의 살상범위는 10~15미터다. 게다가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것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엄청 위험한 물건이기도 하지.”
“그런데 진짜 수류탄을 잘못 던지면 어떻게 됩니까?”
“말 그대로 뒤지는 거지! 흔적도 없이 팡!”
김우진 병장이 좀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그러자 이등병들이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김우진 병장이 슬쩍 말했다.
“수류탄은 절대 위험해. 내일 물론 교육을 받겠지만 특정 기준에 못 미치면 진짜 수류탄을 던지지 못해. 그리고 이건 들은 얘기인데.”
김우진 병장의 진지한 말에 모두의 귀가 쫑긋했다.
“실제로도 수류탄 사고로 인해 희생된 사고 사례가 꽤 많이 있어. 그중 가장 유명한 사건이 바로 강고수 소령 사고야.”
“소령?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병사가 던졌는데 왜 간부가 사고를 당합니까?”
노현래 일병의 물음에 김우진 병장이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너희들 내 얘기 잘 들어. 특히 이등병들!”
“넵!”
“아주 옛날 일이야. 훈련 중에 한 이등병이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실수로 놓치는 사고 일어났어. 손을 몸 뒤쪽으로 올린 상태에서 놓친 터라 수류탄은 불행히도 몸 뒤로 빠져 중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굴러갔던 거야. 그 광경을 본 강고수 소령이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수류탄을 막은 사건이지.”
“아…….”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분이 중대원 100명의 목숨을 살린 것이지. 자신의 몸을 산화시키면서 말이야.”
이등병들의 표정이 잔뜩 굳었다. 하긴 진짜 수류탄을 손에 쥐고 있다면 긴장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게다가 수류탄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많았고 말이지.”
“그렇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수류탄 훈련은 일 년에 한 번 정도 해. 워낙에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니까. 그보다 여기서 원한 진 사람은 없지?”
김우진 병장이 둘러보며 말했다.
“없습니다.”
“진짜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아니, 어떤 부대에서는 자신을 왕따시켰다고, 왕따시킨 부대에 수류탄을 던져버린 사이코 같은 녀석이 있었거든.”
“와, 대박! 진짜입니까?”
“그럼 진짜지, 가짜겠냐? 정말 없는 거지.”
“없습니다.”
노현래 일병이 힘차게 대답했다. 김우진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음성으로 노현래 일병을 불렀다.
“현래야.”
김우진 병장은 노현래 일병을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따뜻했다.
“일병 노현래.”
“내가 잘못했다.”
“네?”
“내가 잘못했어, 그동안 놀려먹은 거 미안해. 화 풀어 알았지?”
“왜 그러십니까?”
“그냥 화 풀라고 그런 거야. 화 풀라고.”
“저 아닙니다. 그런 생각 안 했습니다.”
“그러니까, 화 풀라고. 알았지?”
“아, 진짜 전 아닙니다. 왜 자꾸 그러십니까? 자꾸 이러시면 저 진짜…….”
노현래 일병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김우진 병장이 움찔했다.
“어? 노현래. 설마 우리에게 수류탄 던지려고?”
“아, 진짜 그만 좀 하십시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알았어, 인마.”
“우씨…….”
노현래 일병이 잔뜩 화를 냈다. 김우진 병장은 그런 노현래 일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알았어, 그만할게. 그보다 수류탄을 잘 던지는 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겠다.”
김우진 병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수류탄 던지는 법을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 줬다.
그리고 그다음 날 수류탄 던지기 첫 훈련이 시작되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교육을 위해 교육장에 모였다.
“모두 반갑다. 난 1중대 2소대장 이미선이다. 다들 아침밥은 잘 먹었나?”
“네. 그렇습니다.”
중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목소리가 크고 좋네. 자, 그럼 수류탄을 잘 던지기 위해서는 수류탄 구조부터 알아야겠지?”
이미선 2소대장은 잔뜩 열의를 보이며 교육에 임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수류탄 교구를 꺼냈다.
“자, 여기 보이는 것이 수류탄이다. 자, 여기를 보면 안전클립과 안전핀이 있다. 이 두 개를 제거하면 여기 보이는 안전손잡이가 풀린다.”
이미선 2소대장은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갔다.
“안전손잡이가 풀리면 눌려 있던 격철이 튕겨 올라가 뇌관을 누르게 된다. 그다음은 눌러진 뇌관이 신관의 지연제를 점화시킨다. 지연제가 수 초간의 연소 후에 기폭제를 점화시키고, 기폭제가 작약을 점화시켜 수류탄이 폭발하는 원리이다. 모두 이해했나?”
“네. 그렇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수류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교육장에 있는 중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서 질문 지연제가 연소하는 시간은 몇 초일까? 아는 사람 손!”
“…….”
이미선 2소대장의 물음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
“이야, 1중대 아무도 모르나? 자신 있게 말해봐.”
“3초입니다.”
“3초?”
“아닙니다. 5초입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렇다. 지연제가 연소하는 시간은 5초다. 5초의 시간이 지나면 ‘쾅’ 하고 터진다.”
“네, 알겠습니다.”
그 외에도 수류탄을 던지는 자세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수류탄을 던지는 자세는 서서 던지기, 무릎 꿇고 던지기 두 가지 동작이다.”
“조교 앞으로!”
이미선 2소대장의 말에 2소대 강인한 병장이 조교로 뛰어 나왔다.
“자, 서서 던지기 자세를 잘 확인해라.”
강인한 병장이 서서 던지기 자세를 보여줬다.
“그다음은 한쪽 무릎 꿇고 던지기 자세다.”
강인한 병장의 시범 동작을 보여줬다. 그렇게 교육은 약 40분간 계속되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마지막으로 입을 뗐다.
“자, 지금 여기 손에 쥔 수류탄은 연습용 수류탄이다. 물론 실제로 폭발을 한다. 다만 화약만 터지지 전혀 살상무기는 아니다.”
그때 4소대장이 내려왔다.
“2소대장.”
“네.”
“혹시 안전손잡이 풀어내고 손에서 3초 정도 쥐다가 던져 보셨습니까?”
“아뇨. 그걸 왜 합니까?”
“5초 안에 진짜 터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혹시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그런 것은 제가 던지면 어떻습니까?”
4소대장의 말에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연습용 수류탄을 건넸다. 4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저, 이거 잘합니다.”
4소대장은 괜히 자기 자랑을 했다. 아무튼 4소대장은 이미선 2소대장에게 뭔가 어필을 하고 싶었다.
“그럼 부탁합니다.”
“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4소대장이 호기롭게 나섰다. 연습용 수류탄을 손에 쥐고 중대원들에게 말했다.
“자! 우리 2소대장님께서 설명을 참 잘해주셨다. 다들 잘 이해했지?”
“네.”
“좋아, 그럼 소대장이 직접 연습용 수류탄을 던지는 것을 보여주겠다. 이건 화약만 있지. 실제 살상 무기는 아니다.”
4소대장이 호기롭게 말을 하고는 수류탄을 오른손에 쥐었다.
“자, 수류탄 파지법을 들었지?”
“네.”
“안전손잡이가 정확하게 손바닥 안쪽으로 들어가게 해서 감아쥔다. 그 상태에서 안전클립을 제거한다.”
팅!
안전클립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다음은 여기 안전핀! 이걸 제거를 한다. 참고로 안전핀은 절대 버리면 안 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자, 다들 수류탄에 대해서 겁을 먹을 수가 있다. 처음 던져보는 녀석도 있을 것이고 한 번 정도 던져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사 가장 중요한 것은 손에 쥐고 있는 이거, 안전손잡이라고 불리는 이거 말이야. 이것만 꽉 쥐고 있으면 절대 터지지 않아.”
“네. 알겠습니다.”
4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소대장이 수류탄을 던져 보이겠다. 참고로 이건 절대로 살상력이 없다. 그냥 뇌관이 터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10~15미터 이상은 던져 줘야 한다. 저기 줄 그은 것 보이지. 저길 넘겨야 해.”
“…….”
“자, 여기 안전손잡이를 제거한 후 터지는 시각은?”
“5초입니다.”
“그래. 5초다. 그럼 5초후에 터지는지 볼까?”
4소대장은 호기롭게 안전손잡이를 엄지로 ‘팅’ 하고 뺐다. 순간 중대원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 뭐야. 안전손잡이를 버렸어.”
“어어, 저거 터지겠는데.”
“뭐야. 왜 안 던져! 던져야지.”
중대원들이 다들 한마디 했다. 하지만 4소대장은 뭔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