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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20화 (52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20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4)

“그럼 네 생각은 이미선 2소대장도 연관이 되어 있단 거야?”

“네.”

“확실해?”

“제가 이미선 2소대장에게 잘못을 할 때마다 최 중사가 나타나 절 괴롭혔습니다. 소대장에게 까불지 말라면서 말입니다.”

“하아, 진짜.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냐?”

나직이 한숨을 내쉬던 오상진이 다시 물었다.

“아까 그놈들은? 사주를 받았다는 증거는 있어?”

“증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저를 딱 찍어 놓고 시비를 건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절 때리면서 은연중 누군가가 시켰다는 뉘앙스를 흘렸습니다.”

“그래? 으음……. 그럼 일단 형사하고 다시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그 녀석들을 잡아야 증거를 확보할 수 있잖아.”

오상진의 말에 박대기 병장이 말렸다.

“소대장님. 저 솔직히 두 달 후면 제대입니다. 여태까지 악착같이 버텼는데 이제 와서 소란 피우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헌병대에 조사받고, 그 두 사람이랑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제대하고 싶습니다.”

“그럼 인마, 나에게 말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형사도 오고, 헌병대까지 왔지 않습니까. 담당 소대장님을 부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박대기 병장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오상진 역시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나만 묻자. 널 이렇게 만들었는데 억울하지는 않아?”

“억울합니다. 억울해 미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태껏 제가 한 짓이 있지 않습니까. 그냥…… 벌 받았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박대기 병장은 이은호 이병에게 행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 일로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오상진은 그런 박대기 병장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가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버린 박대기 병장이었다. 그는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오상진은 솔직히 마냥 안쓰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너는 이대로 내일 아무렇지 않게 복귀하겠다는 거야?”

“네.”

“너 얼굴은 어떻게 하고?”

“멍은 금방 빠집니다. 어차피 저희 소대에서 관심을 가지지도 않을 건데 말입니다.”

“그럼 이대로 덮고 넘어가려고?”

“……그건 아닙니다.”

“그럼? 아까와 말이 다르잖아.”

“그냥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지. 그냥 덮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아,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데? 소대장에게 솔직히 말해봐.”

“소대장님께서 도와주시면 됩니다.”

“도와달라고? 내가? 뭘 어떻게?”

“소대장님 저 이대로 복귀해서 그 사람 본다면 진짜 저 사고 칠지도 모릅니다. 아니, 헌병대에 가서 아마 다 말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야! 박대기!”

오상진이 눈을 크게 하며 박대기 병장을 강하게 불렀다. 박대기 병장은 그래도 자기 할 말은 다 했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최 중사만 다른 곳에 보내주십시오. 그럼 저 진짜 얌전히 군 생활하면서 전역하겠습니다. 아니, 있는 둥 없는 둥 지내겠습니다.”

박대기 병장은 솔직히 지금 절실했다. 오상진은 살짝 난감해 했다.

“야, 그걸 내가 어떻게 해. 대대장도 아니고, 소대장이 무슨 권한이 있어서 그렇게 하냐 말이야.”

“소대장님께서 힘을 좀 써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솔직히 제가 지금 하소연할 곳은 소대장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폭로를 해버리면 부대가 엄청 시끄러워지지 않겠습니까.”

박대기 병장의 말을 듣고, 오상진은 답답해졌다. 솔직히 오상진의 마음 같아서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해보고 싶었다.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고 싶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박대기 병장을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최 중사만 부대 없으면 되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일단 알았다. 이제 어떻게 할래?”

“집에 가겠습니다.”

“부모님 걱정은 안 하실까?”

“그냥 둘러대면 됩니다.”

“어떻게 둘러대려고?”

“그냥 넘어졌다고 하죠.”

“야, 넘어진 얼굴이 아닌데.”

“괜찮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저에게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 알았다. 내일 부대로 복귀하는 거지?”

“네.”

“너 딴 길로 새지 말고 바로 부대로 복귀해라.”

“걱정 마십시오. 저 제대 진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알았다. 소대장도 들어가서, 중대장님과 상의 한번 해보고, 네 부탁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그렇게 박대기 병장과 오상진은 헤어졌다. 커피숍을 나서는 오상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하아, 이일을 어떻게 하지.”

오상진의 머릿속이 엄청 어지러웠다.

한편, 최 중사에게도 연락이 갔다.

“어떻게 됐어?”

-형님, 그것이 그냥 겁만 주려고 했는데 애들이 참지 못하고 손을 댄 모양입니다.

“뭐? 그래서?”

-일단 쓰러진 것까지 보고 왔답니다.

“야, 자식아. 그걸 그냥 보고 오면 어떻게 해.”

-사람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아, 미치겠네. 일을 크게 키우면 어쩌라는 거야.”

-저희도 그리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저희를 아직 못 찾은 것 같습니다.

“야, 새끼들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만에 하나 경찰이 저희를 찾더라도 절대 형님 얘기는 없을 것입니다. 밑에 동생들은 누가 시켰는지 모릅니다. 저만 알고 있습니다. 동생들이 날 불어버릴 놈들도 아니고, 저도 형님을 불 놈은 아니지 않습니까.

“확실한 거지?”

-네, 형님. 대신 형님도 당분간 조심하십시오. 저에게 연락하지 마시고.

“그래, 알았다. 고생했다.”

최 중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잔뜩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젠장할…….”

그다음 날 오상진은 어두운 얼굴로 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보고 물었다.

“어? 무슨 일이야?”

“긴히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봐.”

오상진은 어제 박대기 병장과 나눴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끝까지 들은 김철환 1중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니까, 네 말은 이미선 소위랑 최 중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데. 둘이 창고에서 뻘짓하는 걸 박대기 병장이 봤고, 박대기 병장은 최 중사에게 시달렸다는 거야?”

“네, 박대기 병장 말은 그렇습니다.”

“하아, 진짜 어이없다. 아무리 요새 군대가 좋아졌다고 해도. 어떻게 장교와 부사관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니냐.”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미선 2소대장은 뭐래?”

“아직 2소대장에게는 말 안 했습니다. 솔직히 이 일을 사방팔방 떠들고 다닐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머리를 감쌌다.

“와, 골치 아프네. 이 일을 어떻게 하라고? 내 선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잖아.”

김철환 1중대장이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제가 어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말입니다. 이 일을 그냥 몰래 처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뭐?”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제가 살짝 당황도 했고, 정신이 없어서 박대기에게 그리 말했지만 어젯밤 복귀해서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뭐야. 아까 네가 말했을 때는 최 중사만 보내면 입 다물기로 했다며.”

“아무리 그래도 이 일은 군대의 또 다른 비리이지 않습니까. 폭력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조용히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잘못을 했으면 2소대장도 그렇고, 최 중사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오상진은 어제 한숨도 잠을 못 잤다. 이 생각으로 말이다.

박대기 병장이 조용히 제대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쌓아 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일은 절차대로 해결하는 것이 맞는다고 오상진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이대로 신고를 하면 헌병대이 출동을 하고, 박대기 병장을 조사할 것이다. 박대기 병장을 조사하다 보면 분명 최 중사와 이미선 2소대장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 나올 것이다. 그리된다면 정말 가혹행위가 있다고 나오고, 또 충성대대는 이 일로 인해서 부대가 한바탕 뒤집어질 것이다.

가뜩이나 총기 사건으로 인해 신임 사단장에게 찍혔는데 또 사건이 터지면 충성대대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박대기 병장의 말처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잘못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오상진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의협심을 앞세울 때가 아니었다.

“1소대장. 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하지만 우리 부대를 생각해서는 일을 더 이상 키우면 안 될 것 같다. 솔직히 당사자가 저렇게 원하는데 무조건 절차대로 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오상진은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심정도 이해 못 할 게 아니었다.

“아무튼 1소대장. 이 문제는 내가 직접 대대장님께 보고를 올리고 상의를 하도록 할게. 너는 쓸데없는 소리 말고, 행정반에서 기다려.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철환 1중대장이 중대장실을 다급하게 나섰다.

김철환 1중대장은 다급하게 대대장실을 찾았다. 그곳에 작전과장인 곽부용 소령도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설명을 했다.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붉게 변하며 소리쳤다.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아, 진짜! 김철환이. 너희 중대 왜 그러냐? 오상진이 뭘 하나 해결하면 딴 놈이 사고 치고. 이게 뭐냐고.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대대장님.”

“하아, 진짜 미치겠네.”

한종태 대대장은 잔뜩 짜증을 냈다. 옆에 있던 곽부용 작전과장이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그렇지 않아도 헌병대에서 저희부대로 온다고 하던데 빨리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고?”

“이미 사건이 접수되었기 때문에 헌병대로 보내야 하는 것 맞습니다. 그전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답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대기 병장도 뭔가 약속을 받아놔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 테고 말입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서 박대기가 원하는 것이 다른 부대로 전출을 보내는 것이다 이거지?”

“네.”

“가능하겠어?”

곽부용 작전과장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가능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사격장 관리장인 오 하사가 작전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장 최 중사 곁으로 가서 자기가 들은 내용을 이야기했다.

“최 중사님 혹시 그거 들으셨습니까?”

“뭐?”

“제가 얼핏 들은 것이 있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부대에 헌병대가 올 모양입니다.”

“헌병대? 헌병대가 왜?”

“충성대대 휴가 나간 병사가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거 조사하러 온다고 합니다.”

“그래?”

최 중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헌병대까지 나서는 거야? 아, 미친 새끼들. 내가 적당히 겁만 주라고 했더니…….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최 중사는 답답했다. 그때 최 중사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곽부용 작전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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