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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19화 (51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19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3)

-어떤 일입니까?

“우리 부대에 관심종자 놈이 하나 있는데.”

-관심종자요?

“그래, 이 새끼가 나에게 좀 찍혔어. 그런데 밖에서 뭔 짓을 하고 다닐지 몰라.”

-혹시라도 형님에 대해서 이상한 소리 하고 다닐까 봐, 걱정이 되신다 이 말씀이시죠?

“어, 자식. 말귀를 알아들어서 좋다. 어떻게 네가 알아서 잘 단도리 할래?”

-아, 또 제가 그 방면으로 전문가 아닙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저와 형님 사이에 그 정도 일도 못 하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선까지 합니까?

“말년이라 곧 제대야. 그러니까, 다시 부대로 복귀해야 하니까. 적당히 손보면 될 것 같다.”

-네, 적당히 말이죠.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래, 휴가 나가면 술 한잔 사 줄게.”

-넵, 형님! 그럼 좋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냐. 수고해라.”

최 중사가 휴대폰을 끊었다.

“자, 그럼 박대기 그놈 일은 처리했고, 자, 그럼 단장을 좀 해볼까? 오늘 즐거운 데이트를 위해서 말이야.”

최 중사가 실실 웃으며 휴게실을 벗어났다.

한 주가 지난 목요일 저녁에 오상진은 한소희와 통화 중이었다.

-우리 이번 주말에 보는 거죠?

“그래요, 소희 씨.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것은 없고, 우리 그냥 영화 봐요.

“영화 좋죠. 보고 싶은 영화 있어요?”

-음. 이거는 상진 씨가 별로 안 좋아 할 수도 있는데, 음란한 선생이라고…….

“아, 그거요.”

-알아요?

오상진은 이 영화를 알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기억도 있었다.

‘이걸 둘이 보잔 말이지?’

오상진 잠깐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소희 씨. 제가 듣기로는 이 영화가 좀 야하다고 하던데…….”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뭐 어때요? 우리 사이에……. 그리고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죠. 작품으로 볼지, 아니면 상진 씨처럼 야하다고 생각하고 볼지 말이에요.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생각보다 노출이 심하다고 해서 그런 거죠.”

-아무튼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잖아요.

“하아……. 네에. 미안합니다.”

오상진이 깊은 한숨과 함께 사과를 했다. 요즘 들어 한소희에게 꼼짝을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 됐어요. 아무튼 그 영화 보는 거예요?

“네.”

-히히, 알겠어요. 그럼 우리 금요일 저녁에 봐요.

“알았어요.”

오상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튼 귀엽다니까.”

오상진의 콩깍지는 아직까지 벗겨지지 않았다. 행정반 문을 열고 들어가던 그때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통신보안, 오상진 중위입니다.”

-네, 혹시 충성대대 1중대 1소대장 오상진 중위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오상진 중위입니다. 누구 십니까?”

-네, 여긴 사단 헌병대입니다.

“헌병대? 헌병대에서 무슨 일입니까?”

오상진은 헌병대에서 전화가 오자 저절로 신경이 쓰였다.

-혹시 소대원 중에 박대기 병장이라고 있습니까?

순간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박대기 병장은 2소대잖아. 그런데 왜 날…….’

오상진은 잠깐의 사이에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되었다.

‘헌병대, 그리고 박대기 병장. 이건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오상진은 낌새가 이상함을 느끼고 일단 수긍을 했다.

“네. 맞습니다. 지금 휴가 중일 텐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박대기 병장이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일단 병원에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병원 말입니까?”

오상진의 언성이 올라갔다. 주위에 있던 소대장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상진에게 향했다. 오상진은 일단 자리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박 병장에게 무슨 일 있습니까?”

-자세한 건 와서 이야기하시죠.

자초지종이라도 듣고 싶었지만 분위기로 봐서 병원에 오기 전까지는 말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문자로 어디 병원인지 찍어주시겠습니까?”

-그러죠.

오상진이 휴대폰을 끊고, 슬쩍 이미선 2소대장을 바라봤다.

‘말해야 하나? 아니야. 2소대장을 찾지 않고, 날 찾았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오상진은 이미선 2소대장에게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뗐다.

“저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상진은 후다닥 행정반을 뛰쳐나갔다. 일단 김철환 1중대장에게 간단히 보고를 한 후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두 명의 헌병이 나와 있었다. 그중 소대장으로 보이는 부사관 한 명이 다가왔다. 그들은 1차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오상진 중위 되십니까?”

“네.”

“신분 확인 부탁드립니다.”

오상진은 부대 신분증을 내밀었다. 헌병대 부사관이 확인을 마친 후 신분증을 도로 줬다.

“저희는 박대기 병장이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경찰서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박대기 병장은 괜찮습니까?”

“조금 전에 의사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괜찮다고 합니다. 작은 타박상만 있고,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박대기 병장이 상대방이 전혀 누군지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박대기 병장 상태부터 확인한 후에 얘기 나누시죠.”

오상진은 헌병대를 지나 박대기 병장이 누워 있는 곳으로 갔다. 옷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 있고, 얼굴은 엉망이었다. 입술이며, 코, 눈 주위에는 피와 함께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오상진은 그런 박대기 병장의 상태를 확인하고 인상을 썼다.

“야, 박대기. 어떻게 된 일이야.”

“……소, 소대장님.”

“박대기. 진짜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이랬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

“네. 술을 좀 많이 먹어서…….”

“그래?”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래?”

그때 헌병대 부사관이 다가왔다.

“그건 저희가 다 조사를 했습니다. 뭐, 추가 조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대기 병장 내일 복귀하죠?”

“네.”

“그럼 복귀하는 대로 헌병대로 보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헌병대가 그대로 사단으로 복귀를 했다. 오상진은 다시 박대기 병장을 봤다.

“박대기, 어떻게 된 거야?”

박대기 병장이 눈을 떴다. 그리고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헌병대는 갔습니까?”

“뭐야? 박대기, 정신 차린 거야?”

“네. 말짱합니다.”

“술은?”

“별로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아까는 취했다며!”

“그건 헌병대가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랬냐? 그보다 확실하게 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

“그,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박대기 병장은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오상진은 그런 박대기 병장을 보며 버럭 했다.

“어쨌든 사고 친 거네. 그렇지? 인마, 밖에서 사고 치지 말라고 했지.”

“저 사고 치지 않았습니다.”

“그럼 뭔데?”

“술 마시고 나오다가 갑자기 덩치 큰 세 명이 시비를 거는 겁니다.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데 그 세 명이 절 데리고 골목으로 갔습니다. 그러면서 무작정 구타를 하는 겁니다.”

“넌 가만히 있었고?”

“네. 제가 아무리 막 나가는 녀석이라도, 군인의 신분으로 절대 민간인에게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자식……. 그래, 그건 잘했네. 그런데 진짜 널 폭행한 사람은 몰라?”

“네. 모릅니다.”

“그래? 그럼 묻지마 폭행인가?”

오상진이 혼잣말을 하는데 박대기 병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하지만 누가 시켰는지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순간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뭔 소리야? 누가 시키다니?”

박대기 병장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소대장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믿어주실 수 있습니까?”

오상진은 박대기 병장이 하는 말을 듣고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박대기 병장이 진지한 얘기를 할 것 같았다. 오상진이 막 말을 하려고 하는데 담당 의사가 왔다.

“어, 보호자 오셨습니까?”

“네.”

“간단히 검사는 했는데, 타박상 외에는 특별히 이상 있는 곳은 없습니다. 얼굴의 상처와 팔 타박상은 며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을 겁니다. 진통소염제를 처방해 드릴 테니까. 그거 드시면 됩니다.”

“아, 네에. 그럼 지금 퇴원해도 됩니까?”

“물론 퇴원하셔도 되지만, 하루 정도는 입원하고 가시는 것을 좋을 텐데요.”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박대기 병장을 봤다. 박대기 병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휴가 나온 군인이라서 퇴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하긴 국군병원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박대기 병장을 보며 말했다.

“옷 챙기고 있어. 소대장은 진료비 납부하고 올 테니까.”

“제, 제가 내겠습니다.”

“됐어.”

오상진은 그리 말을 하고는 진료비를 수납하러 갔다. 잠시 후 진료비를 납부하고 박대기 병장에게 갔다. 박대기 병장은 옷을 다 입고 대기 중이었다.

“가자.”

오상진과 박대기 병장이 나왔다. 오상진이 박대기 병장을 보며 물었다.

“괜찮아?”

“안 괜찮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뭐?”

“아닙니다.”

“자식이 왜 이렇게 날이 곤두서 있어.”

“…….”

박대기 병장은 말없이 걸어갔다. 오상진이 그런 박대기 병장을 향해 물었다.

“야, 날 부른 이유는 말해줘야지. 왜 너희 소대장을 두고 날 불렀냐고.”

그러자 박대기 병장이 우뚝 멈췄다. 오상진이 박대기 병장 옆으로 갔다. 그러자 박대기 병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도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알았다.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얘기를 들어보자.”

오상진은 박대기 병장을 데리고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앞에 두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제 말해봐. 뭐야? 아까 하고 싶었던 말을 해봐.”

“먼저 묻겠습니다. 제가 하는 말을 믿어주시겠습니까?”

박대기 병장은 뭔가 확답을 원하는 것 같았다. 오상진은 그런 박대기 병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박대기 병장의 눈빛에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 믿어줄게. 말해봐.”

“알겠습니다. 그럼 예전에 있었던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상진은 박대기 병장이 이상한 핑계를 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박대기 병장의 입에서 나온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이 배후에 최 중사가 있단 말이야? 본부중대 작전과에 있는 최 중사?”

“네.”

“정말 최 중사가 그랬단 말이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박대기 병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넌 계속 최 중사에게 괴롭힘을 당해 왔고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걸 본 사람은?”

“저희 소대원들 아무나 잡고 물어보십시오. 뭐만 하면 최 중사가 절 물러서 말도 안 되는 거로 꼬투리 잡아서 얼차려 주고 그랬습니다.”

“그래?”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불현듯 박중근 중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소대장님.”

“네?”

“본부중대 최 중사 말입니다. 저희 중대 엄청 드나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보통 세네 번은 오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던 양반이 말입니다. 저는 저희 중대에 꿀이라도 발라 놓은 줄 알았습니다.”

박중근 중사가 농담 식으로 말했다. 오상진은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떠오르는 것을 보면 뭔가 이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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