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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17화 (51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17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1)

“그러니? 뭐야. 휴대폰 사 준 보람이 없잖아.”

오상진이 작게 투덜거렸다. 그런 오상진을 보며 주혁이가 ‘쿡’ 하고 웃었다.

“그러게요.”

그로부터 약 10분이 흘렀을 때 학생들이 교문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그때를 같이 해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형 무슨 일이야?

“너 끝났어?”

-어.

“그럼 빨리 나와. 주혁이랑 학교 앞이야.

-학교 앞? 왜?

“모처럼 너희 얼굴 보러 왔으니까. 잔소리 말고 빨리 나와.”

-알았어. 지금 나가.

오상진은 전화를 끊었다.

오정진은 가방을 챙기고 휴대폰을 꺼내 곧바로 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지?”

오정진이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가방을 챙겼다. 그 길로 주희가 있는 교실로 찾아갔다.

“주희가 아마 1학년 3반이었지.”

오정진이 1학년 여자 반으로 찾아갔다. 여자애들이 나오며 힐끔힐끔 오정진을 봤다.

“어? 뭐야.”

“뭐긴, 정진 선배님이잖아.”

“어, 그러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으응. 안녕.”

오정진이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여자 후배들은 오정진을 힐끔거리며 지나갔다. 주희 반에 도착을 한 오정진이 막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쪽 구석에 여자애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 주희가 있었다.

“주희야!”

오정진이 부르자 여자 중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나, 주희 사촌 오빠인데.”

그때 여자애들이 가려진 틈 사이로 주희가 고개를 내밀었다.

“어, 오빠.”

“주희 너 안 끝났어? 여기서 뭐 해?”

주희가 힐끔 여자애들을 보다가 말했다.

“끝났어.”

“그럼 빨리 가자.”

“아, 알았어.”

주희가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그런데 그 여자애 중 하나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야, 신주희. 너 운 좋은 줄 알아.”

그 소리를 들은 오정진의 얼굴에 살짝 인상을 쓰며 그 여자애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 여자애가 한마디 툭 던졌다.

“뭘 봐요.”

그러면서 오정진을 지나쳐 갔다. 오정진이 고개를 돌리며 그 여자애를 보며 중얼거렸다.

“쟤 뭐지?”

그때 주희가 다가왔다.

“오빠, 전화를 하지.”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온 거야.”

“아, 그랬나? 가자, 오빠.”

“그런데 주희야.”

“응?”

“저 애들 뭐야? 너 괴롭히는 거야?”

“아니야. 무슨…….”

주희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

“그럼 뭔데?”

“오빠,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야.”

“아니던데. 뭐야?”

“조, 조별 과제.”

주희가 둘러댔다.

“벌써부터 조별 과제를 해? 어느 과목? 무슨 선생님이?”

“어, 그런 게 있어.”

주희는 애써 답을 피하는 눈치였다. 그것만 봐도 오정진이 대충 알 수 있었다. 오정진 본인도 저런 일을 당해봤기 때문이었다.

“주희야.”

“응?”

“솔직히 말해. 쟤네들이 너 괴롭혀?”

“아, 아니야.”

“괜찮으니까, 오빠에게 말해.”

“으응, 그냥 내가 전학 왔으니까. 애들이 텃세 부리는 거야. 애들이 날 별로 맘에 들어 하지 않나 봐.”

“그런 거니?”

오정진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주희가 애써 밝게 웃었다.

“이제부터라도 친해져 봐야지.”

“하아, 만약에 저 애들이 계속 그러면 오빠에게 말해. 알았지.”

“오빠한테? 오빠가 어떻게?”

“어떡하긴, 혼내줘야지.”

“아, 오빠. 합기도 했다고 하더니 막 그러는 거야? 우리 오빠 멋있어 졌다.”

“농담 아니니까, 꼭 말해.”

“내가 그래도 공부 하나는 열심히 해서 아는 선생님들이 많아. 오빠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아이고, 오빠. 걱정 마세요. 그리고 학교 다니다 보면 저런 애들 꼭 있어요. 저런 애들을 어떻게 일일이 신경 쓰고 다녀. 안 그래, 오빠?”

“그렇긴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나 그렇게 약한 애 아냐.”

“이 녀석이…….”

“에이, 가자.”

주희가 오정진의 팔짱을 꼈다. 오정진이 그런 주희를 빤히 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알았다. 가자.”

오정진과 주희가 학교를 나섰다. 교문 앞에 도착을 하자 오상진과 주혁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 너희 둘이 같이 나왔네.”

그러자 주희가 오정진을 보며 말했다.

“정진이 오빠가 우리 교실로 마중 왔어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오오, 정진이.”

오정진은 부끄러워했다.

“뭐야.”

주희가 오상진에게 말했다.

“우리 뭐 먹으러 가요? 나 출출해요.”

“뭐 먹고 싶어? 맛있는 거 사 줄게.”

그러자 주희가 손을 들며 말했다.

“떡볶이요.”

주혁이가 잔뜩 인상을 썼다.

“아, 뭐야. 누나는 만날 떡볶이야.”

“뭐? 떡볶이가 맛있는데.”

주희가 말했다. 주혁이가 바로 오상진에게 고자질을 했다.

“누나, 만날 엄마가 떡볶이를 가져와서 저래요. 그 떡볶이를 먹더니 자꾸 그래요.”

“그래, 나 그 떡볶이 좋아한다. 그리고 엄마가 사 오시는 떡볶이는 식어서 좀 그래. 거기서 막 한 것을 먹고 싶단 말이야.”

“으구, 떡볶이에 환장했어.”

주혁이가 투덜거렸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희가 강력하게 원하니까. 가자.”

“오예!”

주희가 기뻐했다. 오정진은 뭘 먹어도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가만 보자, 거기 문을 몇 시까지 열더라.”

오상진이 생각을 했다.

“아마 10시까지 할 것 같은데…….”

오상진이 중얼거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9시 20분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오상진은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어봤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상진입니다.”

-어머나, 사장님. 어쩐 일이세요?

“아직 문 안 닫았죠?”

-네, 지금 정리하려던 참이에요.

“아, 그래요? 사실 저희 사촌 동생들이랑 지금 갈 건데 괜찮으시다면 떡볶이 좀 남겨주시면 안 될까요?”

오상진이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어이구, 그래요. 오세요. 오시면 새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사장님이면 당연히 해드려야죠.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휴대폰을 끊고 말했다.

“가자! 빨리 차에 올라타.”

“아싸!”

주희가 기뻐하며 차에 올라탔다. 한울빌딩에 도착해 애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마침 밖에 나와 있던 이모랑 마주쳤다.

“사, 상진아 너희들이 여기 웬일이야? 애들까지.”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들이 떡볶이 먹고 싶다고 해서요.”

“뭐? 국밥이 아니라 떡볶이?”

이모는 말을 하다가 주희를 바라봤다.

“떡볶이 먹자고 한 사람, 주희지.”

“맞아. 엄마!”

주혁이가 대뜸 말했다. 이모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렇게 떡볶이를 사다 줬는데도 질리지도 않아?”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 가서 먹어라.”

“네. 퇴근할 때 같이 가시죠.”

“알았어. 언니에게 말해놓을게.”

“네.”

오상진과 애들이 우르르 떡볶이집으로 들어갔다. 오상진이 자리에 앉아 떡볶이를 먹는 애들 모습을 봤다. 투덜거리던 주혁이도 떡볶이를 아주 맛나게 먹었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물었다.

“주희야, 학교에 별일 없지?”

“네, 별일 없어요.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있고요.”

그 모습을 오정진이 약간 안쓰럽게 바라봤다. 오상진은 그것을 못 느끼고 말했다.

“그럼 됐다.”

그때 떡볶이집 양 사장이 오상진 앞으로 슬쩍 좀 더 매콤한 떡볶이 한 접시를 내밀었다.

“사장님 이거 한번 드셔보십시오.”

“이게 뭔가요?”

“이게 지금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신메뉴 떡볶이인데, 좀 매운 겁니다.”

“그래요?”

오상진이 젓가락으로 한 개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처음에는 달달한 것이 괜찮았는데 나중에 갑자기 매운맛이 확 밀려왔다.

“우와, 진짜 매워요.”

오상진은 바로 물을 찾았다. 주희가 대뜸 도전을 했다. 그런데 한 번 먹더니 막 입으로 가져갔다.

“사장님 이거 너무 맛있어요. 적당히 맵기도 하고요.”

양 사장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맛있어요?”

“네. 진짜 맛있어요.”

“절대 못 먹을 정도는 아니죠?”

“전혀요.”

오상진이 눈을 크게 하며 물었다.

“이게 안 매워?”

“맵죠. 그런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런데 오빠는 매운 거 못 먹어요?”

주희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오정진과 주혁이도 한 번씩 먹어봤다.

“어? 괜찮은데.”

“네. 맛있어요.”

두 사람 다 얼굴이 붉게 변하고 이마에서 땀이 흘렀지만 일부러 안 매운 척했다. 그것을 확인한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양 사장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이것도 잘될 것 같은데요.”

“저희 와이프도 잘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이걸 잘 한번 밀어보겠습니다.”

“예, 잘될 겁니다.”

오상진이 응원을 해줬다. 그렇게 떡볶이를 다 먹고 난 후에 밖으로 나갔다. 때마침 국밥집도 정리를 거의 끝내가고 있었다.

“엄마, 저희 왔어요.”

“어, 왔니?”

신순애와 이모가 정리를 끝내고 나왔다. 문을 잠근 후 밖으로 나와 오상진의 차량에 올라탔다.

“뒷자리 안 좁아요?”

인원이 많아. 뒷자리에 4명이 앉았다. 다행히 오상진 차량이 SUV라 여자 3명과 주혁이가 앉아도 충분했다.

“괜찮아. 충분히 앉을 수 있어.”

“네. 그럼 집으로 출발할게요.”

“그래.”

그렇게 오상진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행정반에 들어왔다. 행정계원이 바로 다가와 말했다.

“2소대장님 박대기 병장 휴가 신청했던데 말입니다. 이거 이대로 진행하면 됩니까?”

“언제부터지?”

“다음 주 월요일부터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진행해.”

“네, 알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펴졌다.

“박대기 정말 휴가 간다 이 말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이미선 2소대장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최 중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최 중사님 지금 어디입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

-많이 바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읽었는데도 답이 없었다.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읽어놓고 답이 없다니.”

이미선 2소대장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연락을 기다리던 최 중사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직접 가 봐야겠어.”

이미선 2소대장이 혼잣말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투모를 챙겨서 나가려는데 눈치 없는 4소대장이 불렀다.

“어? 2소대장 어디 가십니까?”

“네.”

“커피 한 잔?”

만약 그렇다고 하면 따라올 것만 같았다.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잠깐 볼일이 있어서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4소대장은 살짝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아, 네에. 다녀오십시오.”

이미선 2소대장이 행정반을 나갔다. 쌀쌀맞은 그녀의 행동에 4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진짜 말 한번 붙이기 힘드네.”

옆에 있던 3소대장이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그만 포기하십시오.”

“저도 포기하고 싶은데……. 주변에 여자라고는 이미선 2소대장밖에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뭐 그래도 가끔 미소를 지어주곤 합니다.”

“에이, 내가 봤을 때는 2소대장이 4소대장 약간 간 보는 것 같습니다.”

“3소대장 생각도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 포기하십시오. 항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본부중대 작전과에 최 중사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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