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16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10)
“그래.”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소대원들을 쭉 훑으며 말했다.
“오늘 김일도 병장이 전역을 했다. 나갈 사람은 나가고, 또 들어올 사람은 들어왔다. 김우진 병장을 필두로 다시 열심히 하는 1소대가 되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래, 쉬어라.”
김우진 병장이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오상진이 손을 흔들며 내무실을 나왔다. 행정반으로 가서 마저 마무리를 짓고 퇴근을 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관사로 가서 빠르게 샤워를 한 후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한소희도 예쁘게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희 씨!”
오상진이 손을 흔들었다.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달려와 차에 올라탔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뇨, 저 온 지 얼마 안 되었어요.”
“그래요. 그럼 바로 출발할게요.”
“여기서 멀어요?”
“아뇨, 얼마 안 멀어요.”
오상진은 한소희를 태우고 약속장소로 갔다. 1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자 소갈비 집에 도착했다.
“여기에요?”
“네, 왜요? 소갈비 싫어요?”
“아뇨. 산 중턱에 이런 집이 있나 싶어서요.”
“아, 여기. 사실은 사단 간부들이 주로 오는 곳이에요. 중대장님께서 소희 씨를 위해 특별히 예약을 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다가 윗사람 만나면 어떻게 해요?”
“어쩌긴요. 바로 경례하고 조용히 물러나야죠.”
“조용히 물러나요?”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들 뭐라고 안 그래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 네에.”
“들어가죠.”
오상진이 한소희를 안내해 소갈비집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 그리고 김소은이 먼저와 있었다.
“어서 와요.”
김철환 1중대장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한소희를 소개시켰다.
“중대장님 제 여자 친구 한소희입니다.”
한소희가 예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하하하, 상진이에게서 들었습니다. 엄청 예쁘시다고 하더니. 역시 거짓말이 아니었네요.”
“감사합니다.”
“일단 앉으시죠.”
“네.”
오상진과 한소희가 나란히 앉았다. 김선아는 한소희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때 김소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은아.”
김선아가 당황했다. 김소은은 한소희를 보며 쪼르르 뛰어갔다.
“나, 예쁜 이모에게 갈래.”
그리고 한소희 앞에 엉덩이를 들이밀며 앉았다. 김선아와 김철환 1중대장이 당황했다.
“소은아. 이모에게 그러면 안 돼. 엄마에게 와.”
“싫어. 나 이모 앞에 앉을 거야.”
그러자 한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두세요.”
“그래도 미안해서…….”
“아니에요. 예전에 소은이랑 꽤 친해졌거든요.”
한소희가 말을 하고는 김소은과 놀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김선아가 피식 웃었다.
“애를 참 잘 돌보네요.”
“아니에요, 저 애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네?”
김선아는 한소희의 뜻밖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분위기마저 싸해졌다. 그런데 한소희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소은이는 너무 예뻐요.”
한소희는 말을 하고는 다시 소은이와 놀았다.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는 그제야 눈치를 챘다. 한소희의 말투가 원래 저런 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때마침 소갈비가 나오고 종업원 옆에서 고기를 구웠다.
“식사하시죠.”
“네.”
그러면서 별의별 얘기를 다 했다. 주된 얘기는 두 사람의 연애 얘기였다. 둘은 어떻게 만났으며 얼마나 되었나. 그리고 한소희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것과 경영학을 전공 중이라는 것까지 이런 소소한 얘기들을 했다.
물론 주로 한소희의 신상 조사(?)에 관한 얘기였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중간쯤 지났을 때는 김철환 1중대장 내외의 연애에 관한 얘기로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김선아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이구. 이이는 정말 주책이야. 여기서 그 말은 왜 해요.”
“내가 뭘? 우리도 한때는 저런 적이 있었다. 이런 걸 말하고 싶은 거지.”
“그때가 언제인데요. 당신이 얘기하는 것은 우리 나이 들었다는 것밖에 더 되나요.”
“아! 그런가? 그래도 뭐 거짓말은 아니지. 나이가 들긴 들었지!”
“전 아직 어려요!”
순간 김선아가 소리를 빽 질렀다.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선아도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주책없죠?”
“아니에요.”
“아닙니다, 형수님.”
김선아는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는 김철환 1중대장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당신 이런 모습 오랜만이네.”
“뭐예요.”
“뭐긴 매우 사랑스럽다는 거지.”
“이이가 진짜…….”
그렇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한 참 분위기가 좋은 그때 김소은이 눈을 비비며 김선아에게 갔다.
“엄마, 나 졸려.”
“졸려? 엄마 다리 베고 누울래?”
“응.”
“그래. 여기 누워.”
김선아는 소은이가 누울 수 있도록 다리를 펼쳤다. 그 위로 소은이가 머리를 베고 누웠다. 한소희가 그 모습을 보며 방긋 웃었다.
“참 귀여워요.”
“네.”
“이제 초등학교 가나요?”
“아뇨, 내년에 가요. 아직 유치원생이에요.”
“유치원에서 엄청 사랑받겠어요.”
김철환 1중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왜요? 소은이가 무슨 사고를 쳤어요?”
“아니요. 사실 우리 소은이가 친우들과 잘 못 지내는 것 같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요.”
“어? 소은이는 그런 것 같지 않던데요.”
“그렇지 않아도 애 엄마에게 신경 좀 쓰라고 했어요. 아무래도 유치원이라고 해서 너무 안 가고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등하교만 신경 쓰면 되는 거라 했는데, 그게 또 아닌가 봐요.”
한소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을 했다.
“맞아요. 저희 사촌 언니도 유치원에 보냈는데 거기 엄마들이 엄청 극성이라고 하더라고요. 서로 자기 애 잘 봐달라고 선생님들에게 말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요? 우리도 선생님께 신경을 써야 하나?”
오상진이 가만히 듣고 있는데 불현듯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물론 육군사관학교를 갔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왠지 씁쓸해졌다.
만약에 그때 엄마가 좀 더 신경을 써줬고, 담임 선생님을 자주 만나고 그랬다면 자신이 육군사관학교를 갔을까? 아니면 평범한 캠퍼스 생활을 했을지도 몰랐다. 오상진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선생님도 그랬다.
“너희 집안 형편상 육사를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런데 그 가정형편이 엄마가 학교를 찾아오지 못할 정도의 가정형편은 아니었다. 오상진은 문득 떠오른 옛날 기억을 털어내고 다시 얘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만남이 끝이 나고, 오상진은 한소희를 바래다주기 위해 차를 몰았다. 조수석에 앉은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상진 씨. 우리 내일 영화 볼래요?”
“내일요?”
“네. 영화 보고, 주말에는 가까운데 놀러 가요.”
오상진이 얘기를 듣고 입을 열었다.
“토요일 날 놀러 가는 것은 좋은데요. 금요일 저녁에는 집에 들러야 할 것 같아요.”
“왜요?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오랜만에 애들 얼굴 좀 보고 싶어서요.”
“으음, 그래요. 알겠어요.”
한소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대신 주말에 진짜 좋은 곳으로 가요.”
“네.”
오상진은 한소희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관사로 복귀를 서둘렀다.
“아, 엄마에게 전화라도 걸어볼까?”
오상진은 곧장 신순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예요.”
-그래, 아들.
“엄마 뭐 하세요.”
-식당일 정리하고 이모랑 들어가는 길인데. 왜? 무슨 일이야?
“저 내일 집에 좀 들르려고요.”
-내일? 알았어. 저녁은?
“저녁은 알아서 챙겨 먹을게요.”
-알았다. 그럼 아들이 애들도 좀 챙겨줘.
“그럴게요. 그럼 전화 끊어요.”
-알았어.
오상진은 엄마와 통화를 끝냈다.
그다음 날 저녁 오상진은 퇴근을 한 후 집으로 향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집이 조용했다.
“저 왔습니다.”
아무도 답변이 들려오지 않았다.
“집에 아무도 없나?”
그때 주혁이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상진이 형이야. 주혁이 집에 있었어?”
“네.”
오상진이 주혁이 방에 들어갔다. 주혁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순간 오상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뭐야. 주혁이 너 혹시…….”
“네?”
“이상한 거 보고 막 그러는 거 아냐? 그래서 형이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고 말이지.”
“아니에요. 저 그런 거 벌써 뗐거든요.”
“뭐?”
오상진이 다소 놀랐다.
“저 그런 것은 이제 시시해서 안 봐요.”
오상진은 이번에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주혁아.”
“네?”
“너, 형이 무슨 소리를 할 줄 알고 그런 거야?”
“에이, 제가 애인 줄 알아요? 알건 다 알아요. 저는 별로 그런 것에 관심 없어요.”
“그럼 너 뭐 하고 있었니?”
오상진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곳에 복잡한 프로그램 언어가 올라가 있었다.
“저 그냥 간단한 슈팅 게임 만들고 있어요.”
“뭐? 게임? 네가?”
“보여줄까요?”
그러면서 주혁이가 보여줬다. 뭔가 조잡하지만 간단한 슈팅 게임은 맞았다. 옛날 갤럭시와 비슷한 게임이었다. 주혁이는 신나 하며 막 설명을 해줬다.
“여기서 이렇게 나가면요. 저렇게 뜨거든요. 저걸 먹는 거예요. 그럼 속도도 2배, 공격도 2배가 되요. 그리고…….”
오상진은 그것을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다. 하지만 오상진은 이렇게 생각했다.
‘주혁이가 지금부터 이렇듯 열심히 했구나. 컴퓨터 사 주길 참 잘했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주혁아, 너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네.”
“앞으로 너 컴퓨터에 관한 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형이 다 사 줄 테니까. 그러니 열심히 해.”
“정말요?”
“그래.”
“아싸!”
주혁이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봤다.
“그런데 형은 오늘 무슨 일로 집에 왔어요?”
“그냥 너희랑 오랜만에 밥 먹으러 왔지.”
“밥이요? 형이랑, 누나 오려면 멀었을 텐데요.”
“몇 시에 오는데?”
“아마, 9시쯤 끝날걸요.”
“그래?”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그럼 주혁아. 우리 9시까지 기다리기 출출한데 뭐 좀 먹을까?”
“네.”
“뭐 먹을래?”
“햄버거요.”
“알았어. 햄버거 먹으러 가자.”
주혁은 신나 하며 옷을 걸쳤다. 오상진도 그런 주혁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은 오상진이 말했다.
“정진이랑 주희 데리러 갈까?”
“네.”
“그래, 가자.”
오상진은 주혁이를 태우고 오정진의 학교로 갔다. 주희도 그곳에서 같이 다니고 있었다. 학교 앞에 도착을 한 후 오상진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알림이 왔다.
“어이구, 이 자식은 휴대폰을 사 줬는데 전원을 꺼 놓으면 어떻게 해.”
그러자 옆에서 주혁이가 말했다.
“아마, 야자 때문에 꺼 놨을 거예요. 원래 정진이 형 야자 때는 휴대폰 꺼 놓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