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11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5)
김철환 1중대장 오상진, 김일도 병장이 차를 타고 위병소를 나갔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뭔가를 발견했다.
“어? 박 중사 아냐?”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오상진도 차를 멈추고 확인을 했다. 박중근 중사가 맞았다. 그런데 손에는 네모난 상자가 들려 있었다.
“박 중사 맞습니다.”
“잠깐 근처에 세워봐.”
“네.”
오상진이 박중근 중사 옆에 가서 차를 세웠다. 박중근 중사는 깜짝 놀라며 차를 바라봤다. 차창이 열리며 조수석에 탄 김철환 1중대장이 나타났다.
“박 중사 어디 갔다 와?”
“충성. 잠깐 밖에 볼일이 있어서…….”
박중근 중사는 손에 든 것을 바로 뒤로 감췄다. 하지만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확인을 했다.
“중대장님은 어디 가십니까?”
“아, 나야 1소대장하고, 뒤에 있는 일도 내일 전역이라고 술 한 잔 사 주려고 그러는 거지.”
“아, 그러십니까?”
“그보다 뒤에 숨긴 거 케이크 아니야?”
“아, 네. 맞습니다.”
“케이크는 왜?”
“와이프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하나 사 왔습니다.”
“자상하네.”
김철환 1중대장의 칭찬에 박중근 중사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그보다 박 중사. 그러지 말고 같이 가지.”
“괜찮습니다.”
“에이, 그래도 일도가 전역하는데 같이 축하해 주자고. 그리고 오랜만에 술도 한잔하게 말이야.”
“그건 그렇지만…….”
박중근 중사가 슬쩍 오상진의 눈치를 살폈다. 오상진이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말 같이 가도 괜찮습니까?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까?”
“이 사람아. 무슨 방해야. 일도 전역 축하해 주는 자리인데. 일도 너도 괜찮지?”
김일도 병장이 바로 말했다.
“물론 괜찮습니다. 당연히 박 중사님도 함께 해주신다면 영광입니다.”
박중근 중사가 김일도 병장의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케이크 놓고 바로 가겠습니다.”
“그럼 삼겹살집으로 와. 우리가 항상 가는 곳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볼일 마치고 그곳으로 와.”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따가 보자.”
“충성.”
오상진은 다시 차를 몰고 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도야.”
“병장 김일도.”
“박 중사 손에 들린 케이크, 아무래도 너를 위해서 산 것 같은데.”
“네? 아까 박 중사님 아내 줄 거라고…….”
“자식, 모르는 척하기는……. 일도야, 너 내일 제대인데 소대원들이 그냥 보내겠어? 아니면 너 군 생활 개판으로 했어?”
“그건 아닙니다. 단지 애들이 돈이 어디 있다고…….”
“돈이 없어도 케이크가 얼마나 한다고……. 저거 네 거야, 네 거! 확실해.”
김철환 1중대장이 확신을 가지며 말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아, 또 중대장님 산통을 깨고 그럽니까. 애들이 몰래 준비를 한 것인데.”
“내가 또 눈치 없이 굴었나?”
오상진이 백미러를 통해 뒤에 앉은 김일도 병장을 봤다.
“그래도 일도야. 좋지?”
“예, 좋습니다.”
“제대하는 것도 좋지만, 저렇게 애들이 너 챙겨주는 것도 기억하고 가. 그리고 오늘 일도 너 케이크 먹으려면 술 적당히 마셔야겠다.”
“예,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뭐든 적당히 하는 것이 좋아.”
김철환 1중대장이 씨익 웃었다. 그런 중대장을 보는 오상진은 뭔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대장님이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네. 아무래도 오늘 2차까지는 가야겠다.’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을 했다.
먼저 세 사람이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박중근 중사가 합류를 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우리도 온 지 얼마 안 되었어.”
“아, 네에.”
박중근 중사가 테이블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아직 주문 안 하셨나 봅니다.”
“박 중사 오면 주문하려고.”
“먼저 드시지 말입니다.”
박중근 중사가 미소를 지으며 바로 이모를 불렀다.
“이모, 여기 삼겹살 4인분이랑, 공깃밥도 주시고. 소주도 주십시오.”
“네에.”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뗐다.
“어허, 박 중사! 4인분을 누구 코에 붙여.”
박중근 중사가 슬쩍 김일도 병장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럼 좀 더 주문하겠습니다.”
다시 이모에게 주문을 했다.
“이모, 4인분 말고 7인분 주십시오. 김치찌개 하나도 주십시오.”
주문을 마친 박중근 중사가 김철환 1중대장을 봤다.
“중대장님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사는 거 아닌데.”
“네?”
“너희 소대장이 사는 거야.”
“아, 그렇습니까?”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상진을 봤다. 오상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제가 사는 겁니다. 괜찮습니다. 나야, 이렇게 한 끼 사는 거 아무 부담 없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우리 일도 전역하는데 이 정도는 사야죠.”
오상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잠시 후 이모가 고기와 반찬을 테이블에 깔았다. 불 위에 불판이 올라가자 박중근 중사가 집게를 들었다.
“고기는 제가 굽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김일도 병장이 나서려고 하자, 박중근 중사가 말렸다.
“인마, 넌 내일 전역이잖아. 이 자리도 그걸 위한 거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먹기나 해.”
오상진도 나섰다.
“그래, 일도야 넌 가만히 있어.”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뗐다.
“자자, 그럼 고기는 박 중사가 굽는 거로 하고. 그보다 일도야.”
“병장 김일도.”
“너 밖에서 삼겹살 많이 먹지 않았냐? 좀 질리지? 이럴 때는 회를 먹으러 가야 하는데 그치.”
“아, 아닙니다. 저 진짜 삼겹살 좋아합니다. 사실 날것을 잘 못 먹습니다.”
“그래? 아니, 왜?”
김철환 1중대장도 오상진도 박중근 중사도 놀라는 눈치였다. 김일도 병장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릴 적에 회를 먹다가 한번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뒤로 회를 별로 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야, 그 좋은 회를 못 먹다니.”
“안타깝네.”
“괜찮습니다.”
“그럼 삼겹살 많이 먹어! 너희 소대장이 오늘 크게 한턱내는 거니까.”
“넵!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힘차게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말을 하고는 슬쩍 오상진을 봤다. 오상진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물었다.
“그보다 이제 전역하면 뭐 해? 복학할 거야?”
“복학보다는 일단 일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너희 집이 좀 어려워?”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리 넉넉한 편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
“네. 저희 부모님의 워낙에 금실이 좋아서 그런지 형제들이 많습니다. 그중 제가 맏이고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바로 물었다.
“형제가 많아? 몇이나 되는데?”
“저 포함해서 넷입니다.”
“오오, 요즘 세상에 드문데.”
김철환 1중대장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상진도 박중근 중사도 공감을 했다.
“뭐,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먼저 한다? 학비 벌려고?”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효자네.”
“당연한 겁니다. 그보다 취업이 잘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때 박중근 중사가 말했다.
“고기 다 구워졌습니다.”
“일단 먹자! 먹으면서 얘기하자.”
“넵!”
그러면서 술이 오가고, 그사이 김일도 병장의 사생활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김일도 병장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국어국문학과라고 했지?”
“네.”
“졸업하려면 몇 년이나 남았니?”
“지금 졸업하려면 3년을 더 다녀야 합니다.”
“졸업하면 뭐 해? 임용고시 준비할 거야?”
“아, 저도 그럴 생각이긴 한데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 체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 인마. 하다 보면 하는 거지. 아니면 글 쓰려고? 작가?”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김일도 병장이 슬쩍 고개를 가로저었다.
“솔직히 그런 타입은 아닙니다. 뭐, 글 쓰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작가는 굶어 죽기 딱 좋은 직업 아닙니까.”
“그거야 모를 일이지. 그보다 무슨 글을 쓰냐? 시집? 아니면 수필? 아니면 판타지나 무협지? 나 아는 사람은 그걸로 돈 좀 벌었다고 하던데. 그건 쓸 생각이 없어?”
김철환 1중대장은 생각나는 것을 말했다. 김일도 병장이 바로 말했다.
“그것도 아무나 쓰지 않더란 말입니다. 군대 들어오기 전에 도전을 해봤습니다. 그때 무슨 사이트였더라…….”
김일도 병장이 고기 한 점을 입에 가져가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이트가 떠오르자 바로 말했다.
“아, 고무판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거기가 연재 사이트인데 거기다가 제가 연재를 했는데 조회 수가 얼마 나왔는지 아십니까?”
“백? 아니면 이백?”
김일도 병장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후, 그 정도나 나왔으면 다행이지 말입니다. 조회 수가 7 나왔습니다.”
“뭐? 7? 그럼 한 편당 일곱 명이 봤다는 거야?”
“아닙니다. 10편을 올렸는데 다 해서 일곱 명이 읽었습니다.”
“뭐라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김일도 병장은 지나간 일이라 그런지 별일 아니라는 듯 솔직하게 말했다.
“첫 편에 5명, 그다음 편이 2명, 그다음 8편은……. 말씀 안 드려도 알겠죠.”
“홍보가 잘 안 돼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제가 다른 글을 봤는데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더란 말입니다.”
“고작 열 편 가지고 포기하는 거야? 좀 더 써 보지.”
“아닙니다. 그리고 솔직히 얘기 들어보니까, 연재가 잘돼서 출간이 된다고 해도 그리 큰돈은 벌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긴 내가 아는 사람도 한 권 쓰면 백만 원? 그 정도 받는다고 하던데.”
“한 달에 꼬박꼬박 쓴다고 해도 그걸로 먹고 살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또 그렇네. 자식, 일도 너 은근히 현실적이네.”
“어쩔 수 없습니다. 밑에 동생들이 한창 커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오상진이 소주병을 들어 소주 한 잔을 따라줬다.
“그런데 일도야.”
“네.”
“그럼 넌 뭘 하고 싶은 거야? 하고 싶은 걸 말해봐.”
“제가 하고 싶은 건…….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그래, 말해봐.”
“사실 영화 시나리오 쓰고 싶습니다.”
“어? 영화 시나리오?”
오상진이 깜짝 놀랐다. 김철환 1중대장이 소주잔을 비우며 입을 뗐다.
“야, 너 조금 전에는 소설 싫다며.”
“아, 시나리오는 다릅니다.”
“그래? 뭐가 다른데?”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이게 말입니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면 말이죠. 한 번에 큰돈이 들어옵니다. 그게 또 영화로 만들고 그러면 그거 관련해서 좀 더 받을 수 있고 말입니다.”
“그래? 그런 것이 있어?”
“네. 물론 좋은 회사 만나서 계약을 해야 되겠지만. 제가 군대 생활 하면서 이것저것 구상한 시나리오가 많습니다.”
“오호, 많아?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김일도 병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들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