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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08화 (50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08화

44장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2)

“하하하, 남자는 다 늑대입니다.”

그러면서 한소희를 바로 감싸 안아서 들었다.

“어멋! 왜 그래요?”

“뭘 왜 그래요. 오랜만에 사랑 좀 하자는데.”

“네?”

한소희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러면서 오상진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쳤다.

“이 남자 은근…….”

“은근? 섹시하다고요?”

“……네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한소희를 침대 위에 살며시 눕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오상진이 천천히 다가갔고, 한소희가 슬쩍 눈을 감았다. 오상진의 두툼한 입술이 한소희의 붉은 입술 위로 살며시 포개졌다.

김일도 병장은 복귀하기 하루 전 행정반에 전화를 걸었다. 행정반에는 행정병이 홀로 남아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따르르릉!

행정병이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통신보안 충성대대 1중대 행정병입니다.”

-나 1소대 김일도 병장인데, 우리 소대 김우진 병장과 통화를 하고 싶은데.

“아, 네에. 5분후에 다시 연락 주십시오.”

-알았다.

행정병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1소대로 뛰어갔다.

“김우진 병장님.”

“왜?”

“지금 행정반으로 가서 전화 받으시지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님께서 전화 주셨습니다.”

“김 병장님이? 알았다.”

김우진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정반으로 향했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울렸다.

“통신보안 충성대대 1중대 행정반입니다.”

-1소대 김일도 병장이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행정병이 곧바로 김우진 병장에게 전화를 넘겼다.

“통신보안 병장 김우진입니다.”

-우진아, 나다.

“김 병장님. 휴가 잘 보내고 계십니까?”

-뭐, 나야 그렇지. 사회에 적응하려고 무진장 노력 중이다. 그보다 별일 없지?

“무슨 큰일이 있겠습니다. 바로 제가 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아, 참! 우리 신병 들어왔습니다.”

-뭐? 벌써?

“네. 김 병장님 휴가 나가고 이틀 후인가? 그때 들어왔습니다.”

-그래? 빨리 왔네.

“그렇죠. 그보다 김 병장님은 내일 복귀하십니까?”

-그렇지. 내일이지. 그런데 복귀하기 싫다.

“복귀하지 마십시오.”

-정말? 그럼 진짜 복귀 안 한다?

“네. 탈영병 되어서, 영창 한번 다녀오십시오.”

-에라이. 그보다 말이야. 우리 신병 어때? 괜찮냐?

“괜찮겠습니까? 그 뭐냐. 허세라고 해야 하냐? 아무튼 신병 놈이 신병답지 않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 간 것이 영 맘에 안 듭니다.”

-그래?

“네. 어딘가 독특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럼 말이다. 우진아.

“네, 말씀하십시오.”

-우리 추억 하나 만들까?

“추억 말입니까? 무슨 추억을…….”

-추억이 별거 있냐. 그냥 재미난 기억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지.

“어떻게 말입니까?”

-신병 있잖아. 아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우진 병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그래, 고전적인 방법 있잖아. 내일 내가 좀 일찍 복귀를 하마. 그 대신 우진이 네가 밑밥을 깔아 놔.

김우진 병장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김우진 병장은 곧장 구진모 상병을 불러서 김일도 병장과 통화했던 내용을 알렸다. 그리고 구진모 상병은 1소대원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상황을 전파했다. 물론 신병인 강태산 이병만 빼고서 말이다.

그리고 취침 점호를 받기 전 김우진 병장이 1소대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신호였다. 김우진 병장이 입을 열었다.

“아까 내가 행정반에 갔었지?”

“네.”

“가서 내가 무슨 소식을 들었는지 아냐?”

“뭔 소식말입니까?”

“내일 우리 소대에 또 신병이 온단다.”

“네? 내일 말입니까? 아니, 왜 또 신병입니까?”

“모르지. 아무튼 신병 오니까 좋지 않냐?”

“좋습니다.”

다들 호응하며 기뻐했다. 김우진 병장이 강태산 이병을 봤다.

“이야, 강태산.”

“이병 강태산.”

“네 밑으로 후임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네?”

강태산 이병이 깜짝 놀랐다. 그러자 김우진 병장이 과장되게 얘기를 했다.

“아니, 어떻게 네 밑으로 바로 후임이 들어오냐. 안 그러냐?”

“네. 그렇습니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너 자대 배치받은 지 며칠이나 되었지?”

“일주일 넘었습니다.”

“와, 일주일 만에 후임을 받다니. 복 받은 녀석! 팔자 편 녀석! 세상에 이런 일은 없는 것이야.”

옆에 앉아 있는 최강철 일병의 입술이 근질근질거렸다. 솔직히 최강철 일병은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강태산 이병이 물어왔다.

“최강철 일병님. 얘기 들으셨습니까?”

“뭐?”

“저 후임 들어온답니다.”

“방금 들었잖아. 자식, 부럽다 야. 하하하…….”

최강철 일병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 강태산 이병이었다.

“감사합니다.”

강태산 이병의 얼굴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김우진 병장이 최강철 일병을 따로 불렀다.

“야, 최강철.”

“일병 최강철.”

“이리와봐.”

최강철 일병이 후다닥 김우진 병장에게 뛰어갔다. 김우진 병장이 슬쩍 강태산 이병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너, 태산이에게 이상한 소리 안 했지?”

“네, 안 했습니다.”

“너 혹시라도 산통 깨면 안 된다. 알겠냐?”

“네. 제가 보기에 완전히 속은 것 같습니다.”

“그래? 이걸 속아?”

“군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얘기를 들어보니까 원래는 군대에 올 생각이 아예 없었답니다.”

“그래?”

“네. 어쩌다 보니 오게 되었는데 그것만 봐도 군대 무시자 아니겠습니까.”

최강철 일병이 조곤조곤 말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노현래 일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열흘 차이인데도 선임 대접을 해줘야 합니까?”

“아, 진짜. 노현래.”

“일병 노현래.”

“일병인데 얼 탈래?”

“네?”

“열흘이라도 선임은 선임이지.”

“그래도 제가 듣기로는 같은 달에 들어오면 동기라고 들었습니다.”

노현래 일병이 바로 말했다. 김우진 병장의 얼굴이 확 바뀌었다.

“오오, 노현래. 그걸 알고 있었어?”

“아, 또 절 놀리셨지 말입니다.”

노현래 일병이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해진 상병이 말했다.

“현래야 그게 아니라. 같은 달에 들어오면 동기지만 다른 달에 들어오면 하루 차이라도 후임이야.”

“아, 그렇습니까?”

사실 강태산 이병이 그것을 알고 있다면 바꿀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노현래 일병이 슬쩍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어후, 강태산은 생긴 것은 멀쩡한데 군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야, 당연하지. 신병이 뭘 알겠냐. 너도 처음부터 다 알았냐?”

“그, 그건 아니지만…….”

“인마 똑같은 거야. 아무튼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김 병장님!”

노현래 일병이 김우진 병장을 강하게 불렀다. 그러자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다고. 자식이 이제 일병 달았다고 큰 소리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알았다고 자식아! 아무튼 김일도 병장님 제대하시는데 좋은 추억 하나 만들자.”

“네.”

그렇게 강태산 이병 신고식 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그다음 날 오후 김우진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작업 가자.”

“아, 작업 말입니까?”

이 말이 작전 시작이라는 신호였다. 강태산 이병 빼고 1소대원들이 서로 눈치를 줬다. 김우진 병장을 선두로 각자 움직였다.

“자, 진모야.”

“상병 구진모.”

“넌 애들 데리고 가서 창고에서 물건 좀 가지고 와라.”

“네.”

구진모 상병이 자신 밑에 있는 후임병들을 몇 명 데리고 갔다. 그때 이해진 상병이 말했다.

“오늘 후임 오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 맞다. 후임 오기로 했지. 그럼 누가 내무실에 있어야겠네.”

김우진 병장이 슬쩍 말했다. 노현래 일병이 손을 들었다.

“일병 노현래. 제가 있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인상을 썼다.

“야, 노현래. 이 자식 봐라. 너 일병이잖아. 일병은 일하라고 달아주는 거야. 그런데 빠져 가지고……. 넌 안돼!”

“그럼 누가 신병을 봅니까?”

김우진 병장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강태산 이병을 봤다.

“야, 강태산.”

“이병 강태산.”

“네가 신병 봐.”

“제가 말입니까?”

“너도 전입 온 지 얼마 안 되었잖아. 어차피 작업하라고 해도 못 할 거 네가 남아서 신병 데리고 있어.”

강태산 이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그래도 됩니까?”

“새끼, 좋아하는 거 봐라.”

강태산 이병은 바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대신에 너 신병 오면 괜히 군기 잡고 그러지 마. 그냥 가만히 있어.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힘차게 대답을 했다. 김우진 병장이 피식 웃으며 내무실을 나갔다. 모두 나간 내무실에는 강태산 이병 혼자 남았다.

“후와, 숨 막혀. 이제 좀 편히 쉬겠네.”

강태산 이병은 홀로 남은 내무실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긴장은 늦추지 않았다.

“와, 내무실에 얼마 만에 혼자 있는 거냐.”

강태산 이병은 처음에는 경직된 자세로 있다가 천천히 자세가 풀어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침상 뒤로 두 손을 두고 있었다.

“아하……. 군대 더럽게 시간 안 가네. 언제 제대하냐?”

강태산 이병이 홀로 구시렁거렸다. 그러다가 김우진 병장의 관물대를 바라봤다. 눈을 가늘게 하며 입을 뗐다.

“저, 김우진 저 자식은 왜 나만 보면 못살게 굴지. 나보고 만날 어리바리하다 하고. 내가 어디가 어리바리해? 지가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혼잣말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만, 그런데 신병이 온다고? 와, 진짜……. 가만 그럼 나 팔자 핀 건가?”

혼자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눈을 번쩍하고 떴다.

“가만, 신병 혹시 아빠가 보낸 건가?”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아빠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아무튼 난 신병 오면 엄청 잘해줘야지.”

한편 그 시각 1소대원들은 전부 부대 밖에 있었다. 김우진 병장이 큰 대로변을 힐끔 거렸다. 그리고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제 올 때쯤 됐지?”

“네.”

“와, 왜 이렇게 긴장이 되지?”

“저, 저도 그렇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노현래 일병이 곧바로 말했다.

“저, 저기 오십니다.”

1소대원 전부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김일도 병장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김우진 병장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잠시 후 김일도 병장이 1소대원들 앞에 섰다.

“김 병장님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너희들도 잘 지내냐?”

“네.”

“자식들…….”

“그보다 신병은?”

“네. 지금 내무실에 있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시작해 볼까?”

“네!”

최강철 일병이 어디서 준비를 했는지 작대기 하나로 된 전투모와 야상을 준비해 왔다.

“여기 있습니다.”

“좋았어.”

김일도 병장이 전투모와 야상을 바꿔 입은 후 피식 웃었다.

“자, 그럼 우리 신병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

“좋습니다.”

“한 시간 후에 들어와라.”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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