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07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26)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오상진은 당황스러움에 멋쩍게 웃었다. 그렇다고 냉정히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참 웃긴 일이네. 하긴 제대로 확인도 안 했는데…….’
오상진이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우선 이 두 사람을 보낸 뒤 제대로 확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두 분은 가서 기다리세요. 제가 소장님이랑 얘기를 한 후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네,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꼭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갔다. 나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어이구 딱 맞춰서 건물주가 와 있었네.”
“그러니까, 다행이지. 아무튼 얘기 잘해준다고 했으니까. 집에 가서 기다려 보자고.”
“네. 그래요.”
두 사람은 건물을 나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오상진은 윤해숙을 관리사무실로 불렀다. 윤해숙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뭐 좀 물어보려고 불렀어요.”
“네…….”
윤해숙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
윤해숙은 오상진이 권한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 맞은편에 오상진이 앉으며 물었다.
“혹시 장씨 부부는 언제 오셨습니까?”
윤해숙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일을 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왔습니다.”
“언성을 막 높이고 그러던데…….”
“아, 보셨구나.”
윤해숙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들며 바로 말했다.
“사장님, 저 진짜 억울해요. 제가 일방적으로 당했고요. 그렇다고 막 또 고자질하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오상진이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어요. 압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설마 제가 장씨 부부의 말을 믿겠습니까. 이 건물 관리는 전부 소장님이신 이모부께 맡겼거든요. 그래서 소장님의 결정에 대해 제가 반대할 권리는 없습니다. 소장님이 어련히 합당하게 결정을 내렸겠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상진이 대화를 하며 윤해숙을 안심시켰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모부가 들어왔다. 이모부는 두 사람을 보며 살짝 놀랐다.
“어? 두 사람이 왜……. 아니지, 그보다 뭐야? 왜 내 얘기 하고 있었어?”
“이모부 오셨어요? 저쪽 건물은 어때요?”
“야, 말도 마라. 건물 좋아. 아주 좋아.”
이모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윤해숙을 봤다.
“어? 아줌마는 왜 여기에 계세요?”
“아, 사장님이 뵙자고 해서요.”
“아, 그래요? 그보다 창고 청소는 다 하셨어요?”
“네네, 소장님 다 끝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참, 아줌마. 혹시 말이에요. 근무처를 다른 곳으로 옮겨도 괜찮겠습니까?”
윤해숙의 눈이 커졌다.
“네? 근무지를요? 혹시 저 잘리는 건가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저희 조카가 건물 하나를 더 매입했는데 그쪽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거기가 어디죠?”
“홍대 근처인데요. 가만 보자, 우리 아줌마 집이 거기 근처 아닙니까?”
“네, 저희 집이 그쪽이랑 가깝죠.”
“집도 가깝고 하니까. 윤씨 아줌마가 그쪽 좀 맡아 주시면 좋겠는데. 나도 양쪽 왔다 갔다 하면서 살펴보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그쪽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윤해숙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도 소장의 신임에 기분은 좋았다.
“아이고, 소장님. 맡겨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오상진의 눈치를 살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제 눈치 보지 마십시오. 여기 소장님 말씀만 들으시면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오상진이 두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모부가 끼어들었다.
“일단 윤씨 아줌마는 저쪽 건물로 가는 것으로 알고 계세요.”
“네.”
“나가보세요.”
“그럼…….”
윤해숙은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이모부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넌 왜 왔어?”
“소희 씨가 떡볶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왔다가 이모부도 드실 것 같아서 같이 사 왔죠.”
“아, 그거야?”
“네.”
“여기다 둬. 그보다 윤씨 아줌마랑 무슨 얘기를 나눴어?”
“아, 실은…….”
오상진은 조금 전 있었던 얘기를 쭉 해줬다. 모든 얘기를 다 들은 이모부는 크게 성질을 냈다.
“도대체 그 부부는 양심도 없나. 어떻게 너에게 그런 얘기를 하고 그래?”
“그러게요. 저도 이모부에게 그 얘기를 못 들었다면 속을 뻔했어요.”
“어이구, 진짜……. 내가 그 사람들 때문에 내 속이 말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저쪽 건물에 가 있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 때문에 여길 비울 수가 없어. 내가 자리만 비우면 이런 짓을 하니까.”
“그건 그렇고 그 사람들 어찌하면 좋을까요?”
“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 상주하는 일이 있더라도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할 테니까.”
오상진은 그래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이모부 좋게좋게 말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이고, 상진아. 그런 소리 하지 마. 저런 사람 한번 양보해 주면 끝도 없어. 그리고 너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여기서 돈 벌어야 조카며느리랑 결혼도 하고 그러지. 들어보니 조카며느리 집이 엄청 잘산다며. 듣기론 한방 병원을 크게 한다고 하던데.”
“네.”
“그럴 거면 이 정도는 안 돼. 한방 병원 보면 몇백억씩은 할 거 아니야. 이런 건물 5~6개 정도는 있어야지.”
이모부의 얘기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럼 그 건물들은 이모부가 다 관리해 주시게요?”
“야, 5~6개가 문제겠냐. 이모부는 열 개고, 스무 개고 문제없으니까. 어디서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해. 건물을 사는 족족 이모부가 다 관리해서 너 부자 만들어줄 테니까.”
“알겠어요, 이모부만 믿을게요.”
오상진은 이모부와 얘기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왔다. 곧바로 아지트로 가서 문을 열자 한소희에게서 냉기가 풀풀 흘러나왔다.
“소희 씨, 저 왔어요.”
한소희가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떡볶이를 사러 간 사람이 직접 만들고 온 거예요?”
“아, 미안해요. 오는 길에 사무실에 떡볶이 드리러 갔다가 이모부를 만나서 얘기를 좀 하고 오는 길이에요.”
“아, 이모부요.”
한소희의 눈빛이 바뀌었다. 오상진은 사 온 떡볶이를 풀었다.
“좀 식었지만 그래도 맛있을 겁니다.”
오상진이 나무젓가락을 건넸다. 한소희가 떡볶이 하나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 오물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이모부랑 무슨 얘기를 나누신 거예요?”
“아, 무슨 얘기를 했냐면요…….”
오상진은 방금 있었던 얘기를 한소희에게도 들려줬다. 그러자 한소희 역시 바로 화를 냈다.
“와, 그 사람들 정말 웃기다. 우리 이모부님을 이상한 사람 만들었네요.”
“괜찮아요. 이모부 그런 일에 휘둘릴 분이 아니세요.”
“그러게요. 이모부님께서 관리를 해주셔서 참 다행이에요. 솔직히 저도 청소가 안 된 것을 보면서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한마디 하시지 그랬어요.”
“어떻게 그래요. 그때는 어머님 눈치 보느라 여기 건물도 조심히 들어오고 했는데요. 그런데 이모부님께서 오시고 난 후부터는 확실히 건물이 깨끗해진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참, 우리 저쪽 건물 이름을 뭐로 할까요?”
“상진 씨는 생각해 놓은 것이 있어요?”
한소희가 오히려 물어왔다.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래서 소희 씨랑 의논해 보려고요.”
“으음……. 사실 말이에요. 내가 생각한 빌딩 이름이 있는데요. 그거 쓰면 안 돼요?”
“소희 씨가 생각해 놓은 것이 있었어요?”
“네. 사실 아빠가 물려주신 빌딩에 그 이름을 쓰려고 했는데요. 아빠가 빌딩 이름은 절대 바꾸면 안 된다고 해서요. 아무튼 작명 센스가 아주 구려요.”
“빌딩 이름이 뭔데요?”
“만복빌딩요. 하아…….”
한소희는 빌딩 이름을 말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창피한 이름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고 있었다.
“뭐예요? 지금 내 빌딩 비웃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이름이 확실히 너무 올드하네요. 그보다 우리 빌딩 이름은 뭐라고 지을 생각이에요?”
“여러 가지 있었는데요. 여기 한울빌딩도 순우리말로 지으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생각한 것이 바로 ‘미리내’라는 거예요.”
“미리내? 혹시 은하수를 뜻하는 순 우리 말이죠?”
“네. 솔직히 은하수 빌딩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 않아요? 미리내……. 딱 들어봐도 순수할 것 같잖아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내. 좋네요. 그걸로 해요.”
“정말요?”
“빌딩 이름 짓는 건데 뭐 어때요. 미리내 아주 좋아요.”
오상진이 바로 호응을 해줬다. 그러자 한소희가 방긋 웃었다.
“그건 그렇고 구상은 좀 해봤어요?”
오상진이 물었다.
“네. 좀 해봤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다이어리를 꺼냈다. 한소희는 다이어리를 펼쳐서 오상진에게 보여줬다.
“이렇게 하고 싶어요.”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받아서 확인을 했다. 5층에는 신문사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1층에는 상어 떡볶이 2호점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그리고 1층에는 편의점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편의점이요? 으음, 괜찮네요. 그럼 2층은요?”
“2층은 우리 원래 얘기했던 것처럼요. 치과나 병원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이 수익이 좀 좋아요.”
“어우, 예! 괜찮네요.”
“그 외 3층과 4층은 좀 더 구상해 볼게요.”
“네.”
“그리고 5층은 신문사가 그대로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 옆에 공간이 하나 남잖아요.”
“그렇죠.”
“그거 우리 작은 오빠, 영화사 사무실로 주면 안 될까요?”
“작은 형님요? 작은 형님 사무실 있잖아요.”
“아, 거기. 사실 월세도 비싸고, 터도 좋지 않아요. 그때 당시 너무 급하게 구하느라. 그리고 형님이 처남 좋다는 것이 뭐예요.”
한소희가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만약에 형님이 괜찮다고 하신다면 저는 좋아요.”
“아싸!”
한소희가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물었다.
“그렇게 좋아요?”
“가끔 작은 오빠 얼굴 겸사겸사 보면 좋잖아요.”
한소희의 말은 다른 건물에 작은 오빠 사무실이 있으면 자신이 있을 공간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미리내 빌딩에 가서도 한소희가 있을 공간이 생긴다는 거였다.
“오빠 사무실이 생기면 제가 죽치고 있을 공간도 있고요.”
“아, 결론은 그거였구나.”
“겸사겸사죠.”
“아, 네에. 그러네요.”
“후후후, 제가 머리 좀 잘 썼죠?”
오상진이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네. 그보다 이제 다 끝났죠?”
“으음, 대충은요?”
그러자 오상진이 한소희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어머, 뭐예요? 이 남자 좀 봐.”
“이제는 좀 봐줘요. 하루 종일 안지도 못하고, 일 얘기만 했어요. 이제 어느 정도 끝났으니까. 이래도 되잖아요.”
오상진이 살짝 볼멘소리로 말했다. 한소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어요. 오늘도 열심히 했으니까.”
한소희도 오상진의 허리를 강하게 안았다. 그러면서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알아요?”
“뭘요?”
“요즘 들어서 상진 씨 너무 응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