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05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24)
“네.”
그리고 그날 저녁 이모부와 장씨는 인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이 얘기 저 얘기를 했다.
“소장님은 여기 오시기 전에 뭐하셨습니까?”
“저는 이곳에 오기 전에 제주도에서 펜션 사업을 했었습니다.”
“아, 펜션요. 제주도 펜션 좋죠.”
“요새, 제주도에 사람들 많이 가지 않습니까.”
“그렇죠. 제주도에서 펜션 5개 정도 했습니다.”
“어이구, 크게 하셨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자식들이 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 그것 때문에……. 막말로 애들이랑 마누라 다 보내놓고, 홀로 제주도에 있으려니까. 많이 외롭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우리 조카가 사업 정리하고 자기를 도와달라고 해서 말이죠. 사실 우리 조카가 돈이 좀 많아요. 건물 사업을 할 모양인지 몇 개 더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관리해 달라고 해서 고민 끝에 올라오게 된 것입니다.”
이모부가 약간 허세를 부리며 말했다. 그리고 소주잔을 딱 꺾은 모습을 본 장씨가 말했다.
“어이구 그러셨군요.”
장씨는 소주를 따라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펜션 5개는 무슨……. 딱 봐도 탱자탱자 놀다가 올라온 것 같구만. 허세는…….’
그러면서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모부가 물었다.
“그럼 장씨 아저씨는 이쪽 일 얼마나 했습니까?”
“아후, 이 일을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어림잡아 한 20년 했나?”
“음, 그럼 건물 이런 쪽으로는 잘 알겠습니다.”
“그럼요. 하실 것이 있다면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다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지금까지는 좀 어수선해서 그랬던 거죠?”
“네, 뭐. 그렇죠. 사실 말이죠. 막말로 주인이 바뀌고 적극적으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이 건물이 부도가 나면서 바뀐 것이지 않습니까.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그래서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이해합니다. 대신 앞으로는 확실하게 관리해 주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한잔하시죠.”
장씨가 술잔을 들어 이모부와 ‘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그 다음 날 장씨는 눈을 뜨고 어제일을 곱씹었다.
“후후, 어제 같이 술을 먹었으니까. 한동안은 잔소리가 없겠군.”
장씨는 그렇게 믿고 집에서 밍기적거렸다. 그런데 자꾸만 전화가 왔다.
“뭐야, 아침부터…….”
장씨는 약간 짜증을 냈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관리소장이었다.
“아, 네. 소장님.”
-장씨 아저씨, 지금 어디에요?
“아이고, 어제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봅니다.”
-아직까지 자고 있었어요?
“어이구, 소장님 죄송합니다.”
-아니, 아직도 안 나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교대를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얼른 출근하십시오.
“네네, 알겠습니다.”
장씨는 휴대폰을 끊고 바로 투덜거렸다.
“뭐야, 이 사람. 나랑 같이 술 먹어 놓고. 나한테만 지랄이야.”
장씨가 옷을 설렁설렁 입으며 출근을 했다. 그러나 이모부는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출근 한 장씨를 보며 말했다.
“저랑 어제 같이 술 드셔놓고. 너무 늦게 나오신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빨리 교대하시고, 밀린 업무 해주세요.”
“네.”
장씨는 교대를 한 후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 술이 떡이 되도록 먹어서 그런지 속도 부대끼고, 일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느릿느릿 업무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늘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웠다. 때마침 이모부가 내려왔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씨를 보며 물었다.
“장씨 아저씨. 여기서 뭐해요?”
“네, 소장님.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잠깐 쉬고 있었습니다.”
“쉬는 것은 좋은데 분리수거를 아직까지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 여기가 쌓인 것을 보고 세입자들이 난리입니다.”
“네, 오늘 중으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진짜 오늘 중으로 끝내셔야 합니다. 내가 나중에 또 확인하겠습니다.”
“네네.”
이모부가 다시 그곳을 떠나고, 장씨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 빌어먹을 녀석. 융통성이 없어요. 융통성이…….”
장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담배를 마저 피웠다.
그리고 강선자에게도 계속해서 청소에 대한 잔소리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쌓여만 갔다.
“여보, 미치겠어요. 저 청소할 때 옆에 붙어서 감시까지 해요.”
“정말이야?”
“내가 살다 살다 소장 눈치까지 봐야 해요.”
“다른 건 없고?”
“네. 그보다 계속 저러다가 꼬투리 잡아서 우리 자르는 거 아니에요?”
강선자가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말했다. 장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어제 술 마시면서 다 얘기를 끝냈어.”
“정말이에요?”
“그렇다니까. 어제 서로 잘 지내보자고 했다니까.”
“그런데 왜 저러지. 싸이코인가?”
“신경 끄고 할 일이나 해.”
“알았어요. 점심 때 봐요.”
“그려.”
그렇게 두 사람이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러 움직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장씨는 이모부의 호출을 받고, 관리사무실로 갔다.
“네. 소장님.”
“장씨 아저씨.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앞으로 장씨 아저씨랑 일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모부의 통보에 장씨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장님. 불편한 것이 있다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바로 할 텐데…….”
이모부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장씨 아저씨도 그렇고, 아주머니에게도 뭐라고 그랬습니까? 건물 소등이나, 분리수거 잘 확인해 달라고 그랬죠. 그리고 주차도 잘못된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라고도 했고요. 그런데 확인하셨습니까?”
“화, 확인했습니다.”
장씨가 눈을 피하며 말했다. 이모부가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확인해 보셨다고요?”
“네.”
“지금 내려가서 확인해 볼까요? 며칠째 똑같은 장소에 엉뚱한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지 정말 모르십니까?”
“아, 그것은 제가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장씨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모부가 바로 말했다.
“전화를 바로 하셨어야죠. 제가 전화를 해보니 단 한 번도 전화하지 않으셨더만요.”
“아, 그게 일이 바쁘다 보니까 그랬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한 대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지역사회에서 유도리 있게…….”
장씨는 말도 되지 않는 것을 늘어놓았다. 이모부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장씨 아저씨. 그 주차장이 공용입니까? 엄연히 우리 한울빌딩 주차장입니다. 그런데 생판 모르는 차량이 와서 주차를 하는 바람에 정작 우리 빌딩을 찾는 손님들이 주차를 못 하지 않습니까. 저런 것이 한 대가 두 대가 되고, 두 대가 세 대가 되는 겁니다. 관리인으로서 뭐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장씨는 입이 열 개라로 할 말이 없었다. 이모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줌마도 그래요. 화장실 청소 잘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화장실 청소를 잘한다 하면 복도가 문제고. 복도를 좀 잘하면 화장실이 미비하고. 도대체 왜 그럽니까? 두 가지 다 잘할 수는 없는 겁니까?”
그러자 장씨가 아내에 대한 변명을 했다.
“아, 그건. 윤씨가 일이 서툴러서…….”
그러자 이모부가 눈을 번쩍하고 떴다.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제가 보기에는 강씨 아줌마 없었을 때 제가 윤씨 아줌마에게 부탁하고 그랬는데.”
“그러니까요. 당연히 아내가 없으면 윤씨가 청소를 해야죠.”
“그게 말입니까? 막말로 따지면 월급은 강씨 아줌마가 더 받아갑니다. 그런데 일은 윤씨 아줌마만 합니다. 이러면 청소 인원을 굳이 2명을 둘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럼 윤씨를 그만두게 하면 되겠네요.”
“왜 윤씨 아줌마를 그만두게 합니까.”
“2명까지 필요 없다면서요.”
이모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을 이해 못했나 본데요. 일 잘하는 윤씨 아줌마를 왜 그만두게 합니까. 강씨 아줌마를 그만두게 해야죠.”
그러자 장씨가 눈을 번쩍 떴다. 관리사무실 밖에서 듣던 강선자가 들어왔다.
“뭐라고요? 제가 그만둬요? 아니, 해숙이를 그만두게 해야죠.”
이모부가 보기에 두 사람은 완전히 철면피였다. 이모부는 이런 사람과 더 이상 대화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아무튼 두 분은 이번 주까지만 나오세요. 여기 6개월 동안 일하셨죠? 원래는 퇴직금이 없는데 그동안 일한 것을 생각해서 조금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 장씨와 강선자는 어처구니없어했다.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다 있지.”
장씨는 관리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소리쳤다.
“그래. 잘먹고 잘 살아라. 여기 말고 일할 곳이 없는 줄 알아!”
강선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걱정 마. 내가 누구야, 당신 남편이야. 다른 곳에 가면 돼.”
그러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어딘가로 바삐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무슨 일이야?
“아니, 한울빌딩에서 일했지 않습니까.
-그랬지.
“거길 그만 뒀습니다.”
-아니 왜? 거기 괜찮은 곳이라며 사장이 젊어서 터치도 없다고 그랬잖아.
“그게 또 웃긴게 새로 온 관리소장이라는 양반이 있는데 알고 보니 사장 이모부라네.”
그 말만 듣고도 상대방은 대충 이해가 되었다.
-아이고 또또, 지랄을 했구만.
“말도 마세요. 더럽고 치사해서 내 발로 그만뒀습니다.”
-알았어. 내가 한번 알아보고 연락 줄게.
“부탁합니다. 형님.”
장씨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강선자를 보며 말했다.
“봤지? 내가 전화 한 통화면 끝이야.”
“일 알아봐 준대요?”
“당연하지. 어떤 형님이신데.”
장씨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났다. 장씨는 집에 도착을 하고 낮잠 한 숨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거참, 이상하네. 분명 전화를 주고도 남을 시간인데…….”
장씨가 휴대폰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강선자가 나오며 말했다.
“잊어버린 거 아니우.”
“에이, 형님이 어떻게 잊어버려. 내가 부탁을 했는데…….”
장씨는 강하게 말을 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불안했다. 강선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번 전화 해보시오.”
“기다려봐.”
장씨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통화음은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 이상하네.”
장씨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지?”
장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강선자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일부러 안 받는 거네. 일부러…….”
“무슨 소리야. 형님이 그럴 리가 없어.”
“허구한 날, 형님. 형님 하더니. 막상 도움은 주도 안 하네.”
“이놈의 여편네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야.”
“부칠 부채라도 있으면 좋겠네.”
“쓰읍!”
장씨가 노려보자 강선자가 방으로 들어갔다. 장씨는 다시 휴대폰을 보며 전화를 걸었다.
“형님, 왜 전화를 안 받으시오.”
한편, 안방으로 들어온 강선자도 휴대폰을 꺼냈다.
“나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강선자도 아는 언니와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일할 곳을 알아봤다. 그리고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런데 한 참의 시간이 지나도 그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