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04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23)
“네.”
오상진과 한소희는 아지트에 도착했다.
한소희는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펼쳐서 열심히 뭔가를 찾았다. 오상진도 옆에 앉아서 같이 찾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 몇 시나 되었어요?”
“벌써 저녁입니다.”
“어머나, 벌써요? 어쩐지 제 배꼽시계가 자꾸 울리더라고요.”
한소희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 모습이 오상진은 너무 귀여웠다.
“어디 보자, 그 배꼽시계 한번 봅시다.”
“어머나! 이건 함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에요. 그보다 나 배 엄청 고파요.”
“알았어요. 뭐 먹고 싶어요?”
그러자 한소희가 귀여운 얼굴로 말했다.
“떡볶이!”
“떡볶이 좋네요. 그럼 제가 사 올게요.”
오상진이 바로 1층 떡볶이 집으로 내려갔다.
“사장님.”
“어머나, 오 사장님.”
“네. 여긴 여전히 잘되네요.”
“호호호, 다들 좋아해 주시네요. 그보다 어쩐 일이세요?”
“떡볶이 집에 떡볶이 사러 왔죠.”
“어머나, 그걸 또 몰랐네요.”
“그보다 양 사장님은…….”
“아, 잠깐 볼일이 있어서 자리 비웠어요.”
“그랬구나. 그보다 떡볶이 주세요. 튀김도요.”
“몇 인분 드릴까요?”
“4인분씩요.”
“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여자 사장이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슬쩍 입을 열었다.
“오 사장님.”
“네.”
“새로 건물 매입하신다는 소식 들었어요.”
“아, 안 그래도 오늘 매입하고 오던 길입니다.”
“와, 우리 사장님. 진짜 부자신가 보다.”
“아닙니다.”
“그런데 그 건물은 어디에 있어요?”
“저기 홍대 근처에 있습니다.”
“어머나, 축하드려요. 거기 땅값이 제법 비쌀 텐데…….”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구나…….”
여자 사장은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 우물쭈물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은 되었다.
“참, 거기에 분점 낼 테니까. 실례지만 거기 운영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여자 사장의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어머나,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저희야 감사하죠. 사실 처가 쪽에서 저희 장사가 잘된다고 얘기를 듣고 같이했으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를 하나 더 내면 우리 처가 식구들이랑 한번 해볼 생각이 있어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에 사장님. 이것 하나만 꼭 지켜주세요. 맛은 여기랑 똑같이 유지해 주시는 겁니다.”
“호호호, 걱정 마세요. 특제 소스는 여기서 직접 만들어서 그쪽으로 공수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건물 파악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그때 다시 얘기를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떡볶이 4인분을 받아서 올라갔다. 각각 2인분씩 나눠서 담았다. 혹시라도 이모부가 오셨을 것 같아서 말이다.
“이모부가 오셨으려나.”
오상진이 관리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안이 소란스러웠다.
“응? 누가 싸우나?”
오상진이 슬쩍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숙이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니?”
“아니, 언니 내 말 좀 들어봐.”
“됐어! 네 말은 들을 것도 없어.”
“언니…….”
오상진은 안에서 들린 소란스러움에 얼굴을 찡그렸다.
* * *
경비원 장씨는 젊은 사람이 빌딩을 샀다는 것에 좀 기뻤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이 빌딩을 산다는 것은 투자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빌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장씨는 이 빌딩에서 일한다는 것이 참 편할 것이라 생각했다.
막말로 노후를 생각해서 매입을 했다면 거의 매일 찾아와 청소 상태며 관리 상태를 꼼꼼히 확인을 할 것이다. 이 얼마나 귀찮은 일이겠는가.
그래서 젊은 사람이라면 거의 찾아오지도 않고, 가끔 와서 그냥 휙 둘러보고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장씨가 잠깐 지켜본 바에 의하면 오상진은 역시 뭐가 그리 바쁜지 빌딩에 잘 오지도 않았고, 주로 주말에만 빌딩에 나타났다.
‘아, 이 사람은 어디서 따로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장씨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눈치를 안 보는 것은 아니었다.
“여보, 근무시간인데 집에 와서 쉬어도 돼?”
장씨의 와이프인 강선자는 잔뜩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했다.
하지만 장씨는 소파에 턱하니 누워서 입을 열었다. 강선자도 한울빌딩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다.
“걱정 하덜 말어. 약을 쳐 놨으니까.”
“약을 쳐? 뭔 약을 쳐 놨는데?”
“거기 일 층에 국밥집 있잖아.”
“있지.”
“거기 사장이 바로 빌딩 사장 엄마가 하는 가게야.”
그러자 강선자가 손뼉을 쳤다.
“아, 어쩐지…….”
“그러니까. 그쪽은 좀 신경 써서 깔끔하게 청소를 해 놔. 무슨 소리인지 알지?”
“당연히 알지. 나도 눈치가 있는데.”
“그러니까, 국밥집 사장님 보면 자주자주 인사하고.”
“에이, 그건 기본이지.”
이 두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든 빌딩 사장의 엄마에게만 잘 보일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자신들의 편을 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장씨가 또 다른 정보를 입수했다.
“여보, 마누라. 혹시 그거 알아?”
“뭘요?”
“5층에 구석진 방 그곳에 드나드는 처자 있지?”
“알죠.”
“그 여자가 글쎄, 우리 빌딩 사장 이거라는데.”
장씨가 새끼손가락을 꺼내보였다.
“진짜 그거야? 결혼했대?”
장씨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결혼을 한 건지 안 한 건지는 모르겠네. 뭐, 나이가 젊으니까. 안 했을 수도 있고! 그런데 대놓고 들락거리는 것을 보면 결혼할 것 같겠지?”
“난 얼굴이 예쁘장하게 생겨서 혹시나 술집 여자앤 줄 알았지. 아무튼 그 여자에게도 잘 보여야겠네.”
“그래. 책 잡힐 짓 하지 말고.”
“내가 애입니까. 알았으니까, 당신이나 잘 하슈.”
“나야, 눈치껏 잘하지.”
그렇게 신경 쓸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지만 일은 특별히 힘들진 않았다. 게다가 힘든 야간 일은 아는 동생인 고씨에게 맡겼다.
“야, 너 오늘은 좀 빨리 출근 좀 해야겠다. 나 집에 일이 있어서 들어가 봐야 해.”
“아이고, 형님. 이제 일어나서 씻고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 출근을 하라니요. 아직 출근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았구만.”
“야이씨, 너 지금 누구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줄 몰라? 내가 일이 있다고 하잖아.”
“아고, 알았소. 금방 나갈 테니까. 기다리소.”
이런 식으로 해서 고씨에게 거의 일을 떠넘겼다. 그만큼 장씨는 일을 편하게 했다. 그리고 이대로 쭉 간다면 노후까지는 별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빌딩 사장의 이모부라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장씨 아저씨죠.”
“누구?”
“아, 저는 새로 온 관리소장입니다. 여기 우리 조카 빌딩이라서 제가 관리해 주기로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장씨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뭐야. 이 사람! 대놓고 자기 조카 것이라고 하네. 나참…….’
장씨는 딱 봐도 이모부란 사람이 조카 때문에 밥 먹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뭐여? 한마디로 조카 잘 둬서 어깨에 팍 힘이 들어갔다는 거잖아.’
장씨는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그러면서 와이프인 강선자랑도 얘기를 나눴다.
“관리소장 진짜 여기 사장 이모부래?”
“그렇다는데.”
“에이, 무슨 관리실에 이모부란 사람을 앉히고 그래.”
강선자가 투덜거리며 장씨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당신이 좀 잘하지 그랬어. 만날 자리 비우고 그러니까, 불안해서 사람을 앉힌 거네.”
“또또또, 쓸데없는 소리! 아니, 오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알고 그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어련히 알아서 잘 했을까.”
“그런데 왜 이모부란 사람을 관리소장으로 앉혔을까?”
“딱 보면 모르겠어? 조카가 잘 나간다잖아. 뭐, 빈둥빈둥 노니까. 빌딩 관리나 하라고 자리에 앉혔겠지.”
“그런 건가?”
강선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다가 바로 장씨를 잡으며 입을 뗐다.
“그래도 여보. 저 사람도 신경 써야 겠네.”
“아니야, 대충해 대충. 지도 놀러 와놓고, 우리가 열심히 해봐, 얼마나 피곤하겠어. 안 그래?”
이런 식으로 장씨는 이모부를 오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씨가 보기에 이모부는 그렇게 농팽이가 아니었다. 이모부는 자리에 앉아서 장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봐요, 장씨. 나 좀 봅시다.”
“네?”
“1층 쓰레기 분리 했어요? 안 했어요?”
“오오…… 그렇지 않아도 바로 하려고 했습니다.”
“아니, 어제 봤는데도 그대로던데요.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하려고 했다는 겁니까?”
“아, 제가 깜빡 했습니다. 바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웬만하면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점심시간마다 어디 다녀오시는 겁니까?”
“네?”
“아니, 점심을 한참 먹다가 오시는 것 같아서요.”
“아, 제가 식사를 좀 느긋하게 먹은 편입니다.”
장씨는 이래저래 핑계를 댔다. 이모부는 이참에 생각했던 다 말하려고 했다.
“게다가 자주 자리를 비우고 말이죠. 원래 경비는 지정된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아, 순찰 때문에…….”
“순찰을 그렇게 자주 합니까? 아니, 제가 너무 자리를 비우시니까. 말마따나 순찰을 하시나? 아니면 건물 상태를 확인하러 다니시나. 그리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던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건물 관리도 되지 않고!”
“네, 죄송합니다.”
장씨는 계속된 잔소리에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장씨가 뒤돌아서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낮게 욕을 내뱉었다.
“시X, 지가 뭐라고……. 젠장할. 나보다 어린놈이 조카 하나 잘 만났다고 어지간히 유세를 떠네.”
그렇게 투덜거리는데 강선자까지 합세를 했다.
“아이, 짜증 나.”
“왜?”
“관리소장있죠.”
“왜? 관리소장이 한 소리 해?”
“네. 여자 화장실 제대로 청소하라고 하잖아요. 지가 여자 화장실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왜 지랄인지 모르겠네.”
“여자 화장실?”
장씨가 고개를 돌려 관리 사무실 쪽을 바라봤다.
“뭐야? 변태야? 왜 여자 화장실은 들어가고 그랬데.”
“내 말이. 아이, 진짜 짜증이야.”
강선자가 투덜거렸다. 바로 장씨도 동조를 했다.
“그러게나 말이야. 이상한 사람이 왔어.”
그러다가 강선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여보. 그것보다 우리 관리소장에게 밉보인 건 아닐까?”
“밉보여?”
“네. 그러니까, 당신이 술 한잔하면서 잘 좀 지내봐요.”
“에이, 술까지 사 먹이라고?”
“그럼 어떻게 해요? 우리 여기서 잘리면 어떻게 되는데.”
“안 잘려. 우리가 왜 잘려!”
“그러니까, 잘 좀 봐 달라고 하라고요.”
“에이, 알았어.”
장씨는 투덜거리며 다시 관리실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이모부의 눈치를 살피더니 슬쩍 말했다.
“소장님.”
“네.”
“오늘 저녁에 술 한잔하시죠.”
“술요?”
“네. 나름 친목회 겸……. 소장님 오셨는데 환영회 겸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희 둘만요?”
“일단은 저희 둘뿐이니까요.”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