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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02화 (50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02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21)

오상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장석태 중위는 오상진이 생각보다 덜 놀라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오 중위 반응을 보니까, 어느 정도 눈치는 챈 모양입니다.”

“예. 눈치를 챘다기보다는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은 했습니다.”

“역시 부대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 명쯤은 있어야지.”

장석태 중위는 환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식사를 보며 말했다.

“아이고, 식사를 앞에 두고 너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일단 먹죠.”

“네.”

장석태 중위는 쌈을 크게 하나 만들면서 입을 뗐다.

“아이고, 이제야 말하는데 누구에게 털어놓으니 그렇게 맘이 편합니다.”

그러곤 큼지막하게 싼 쌈을 입으로 가져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대나무숲에 외친 사람처럼 아주 후련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 없이 식사를 맛나게 했다.

오상진은 장석태 중위와 식사를 한 후 부대로 복귀를 했다. 바로 행정반으로 가지 않고, 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식사하셨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 너 장 중위랑 밥 먹었다면서.”

“네. 그런데 어찌 아십니까? 저 감시 하십니까?”

“감시는 무슨……. 너랑 장 중위랑 밥 먹으러 갔다는 소문이 쫙 퍼졌어.”

“에이.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소문까지 납니까. 그냥 밥 한 끼 한 것뿐인데 말입니다.”

오상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한쪽으로 가서 믹스커피를 탔다.

“중대장님 커피 드시겠습니까?”

“아니, 난 먹었어.”

오상진 혼자 믹스커피를 타서 의자에 앉았다. 김철환 1중대장이 그런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좋았냐?”

“뭐가 말입니까?”

“아니, 사단장님 아들하고 밥을 먹으니 좋았냐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니, 그건 됐고! 둘이 밥 먹으면서 무슨 얘기 했어? 내 얘기 했어?”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상진은 살짝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뭡니까. 거기서 중대장님이 왜 나오십니까.”

“왜 내 얘기 나오면 안 되냐?”

“아, 나와도 되죠. 사실 제가 중대장님 흉을 좀 많이 봤습니다.”

“뭐? 자식이……. 솔직히 말해, 무슨 얘기 했어?”

“이거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

오상진이 믹스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이상한 얼굴로 말했다.

“설마 총기 사건 그 얘기가 나온 거 아니야?”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짬밥이 몇 년인데, 그런 눈치도 없겠냐.”

“하긴…….”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가늘게 하며 말했다.

“혹시 사단장님께서 총을…….”

김철환 1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넘겨짚었다.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중대장님 역시……. 돗자리 까셔야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김철환 1중대장은 자신도 믹스커피를 타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장 중위는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거래?”

“장 중위도 걱정이 된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와전되면 사단장님 이미지도 곤란하게 되어버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다들 사단장님 의심 안 하던데. 그렇지 않아도 중대장도 슬쩍 확인을 해봤거든.”

“안 그래도 장 중위도 놀라던데 말입니다. 다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단순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설마 사단장님께서 그렇게 하셨을까, 생각이나 했겠냐. 그리고 새로 오신 사단장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분이 아니야. 전에 계셨던 연대에서도 정말 스마트한 분이셨단 말이지. 평판도 좋고, 설사 그런 일을 하셨다고 해도, 아니지, 본인 입으로 말해도 믿을 사람이 몇 명 없었을걸.”

“그 정도입니까?”

“당연하지. 그보다 우리 대대장님은 어떻게 하냐?”

“대대장님 왜 그럽니까?”

“대대장님 아침에 잠깐 뵙는데,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는지 안색이 아주…….”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많이 안 좋으십니까?”

“안 좋아, 안 좋아. 어쨌든 대대장님 입장에서는 엄청 황당하겠지. 어떻게 이 총이 여기에 떡하니 있는지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대대장님이라고 해도 사단장님 의심을 안 하겠냐? 그런데 사단장님에게 가서 뭐라고 할까? 아무것도 없다는 듯 연극했는데 말이야. 이제 와서 왜 총을 숨겼냐며 따질 거야? 증거도 없는데?”

“하긴 대대장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겁니다.”

“그보다 내일 사단 회의 내려가지 않습니까. 그럼 대대장님 오늘도 잠 못 주무실 텐데.”

김철환 1중대장이 남의 일인 것처럼 피식 웃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초조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곽부용 작전과장이 들어왔다.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밝아지며 말했다.

“어어, 그래. 알아봤어?”

“알아보긴 했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물어봐도 총기를 가져가는 걸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한종태 대대장의 눈이 커졌다.

“그게 말이 돼? 대대장실에 총이 떡하니 있는데? 내가 가져다 놓은 게 아닌데 그럼 누가 가져다 놓았단 말이야.”

“C.P병 말로는 사단장님 오시고 얼마 있지 않아 작전과에 있는 장석태 중위가 왔다고 합니다.”

“장 중위가?”

“네.”

“장 중위가 왜?”

“아무래도 사단장님 입장에서는 누굴 따로 불러서 얘기할 사람이 없었겠죠. 그나마 아들인 장 중위를 부르는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뭐, 때마침 여기에 장 중위가 있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장 중위가 대대장실에 들어왔다가 나간 후 다시 들렀다고?”

“보고는 해야 하니까, 왔다 갔다 한 것 같습니다.”

“혹시 장 중위 짓 아니야?”

한종태 대대장이 의심의 눈초리로 물었다. 오상진이 바로 답했다.

“설마 장 중위가 총을 숨겼다가 다시 찾아서 가져다 놓은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게 아니면 장 중위가 두 번이나 들락날락했겠냐고.”

“설사 장 중위가 했다고 해도,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장 중위가 총을 숨겼더라도, 그건 다 사단장님의 지시였을 거라는 건 생각 안 하십니까?”

“아, 진짜 골치 아프네.”

한종태 대대장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그럼 사단장님은 왜 그랬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한종태 대대장은 머리도 복잡하고, 가슴도 답답했다. 그러자 곽부용 작전과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혹시 말입니다. 사단장님께서 오해하신 것은 아닙니까?”

“무슨 오해?”

“대대장님께서 전임 백 소장하고 가깝게 지내지 않았습니까.”

순간 한종태 대대장이 폴짝 뛰었다.

“가깝게 지내? 누가?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백 소장이랑 친했다면 나만 쏙 빼놓고 가? 다른 놈들은 다 데리고 가 놓고. 이건 아니잖아.”

“아무튼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혹시 새로 오신 사단장님이 대대장님을 백 소장님 라인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진짜?”

한종태 대대장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물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그런 소문이 은연중에 들리고 있었습니다.”

“소문까지?”

“……네.”

한종태 대대장이 머리를 또 한 번 박박 긁었다.

“아니, 왜? 왜 또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한종태 대대장은 답답했다. 이 일이 또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아, 진짜…….”

머리까지 감싸며 힘들어했다. 그 모습을 보는 곽부용 작전과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내일 사단 회의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후우, 나도 그것 때문에 죽을 것 같다.”

그러면서 슬쩍 곽부용 작전과장을 올려다봤다.

“작전과장, 사단 회의 자네가 대신 가주면 안 될까?”

“말도 안 됩니다. 사단장님 부임하시고, 처음 하는 사단 회의인데 그건 안 됩니다.”

“아니면 오늘부터 나 휴가라고 하면 안 될까?”

“사단장님께 휴가 신고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럼 어디 좀 아프다고 하면 안 돼?”

한종태 대대장은 거의 애원하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본 곽부용 작전과장이 안타까운 눈으로 불렀다.

“대대장님…….”

“내가 오죽하면 이러겠냐. 오죽하면! 내일 가서 사단장님께 대놓고 깨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에 한가득 그늘이 졌다.

하지만 한종태 대대장의 걱정과 달리 다음 날 사단 회의는 무사히 잘 끝났다.

“그래. 그래. 앞으로 잘 해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멀리 구석에 앉아 있는 한종태 대대장을 불렀다.

“충성대대장.”

한종태 대대장이 깜짝 놀라며 관등성명을 댔다.

“중령 한종태.”

장기준 사단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엊그제 내가 말도 없이 먼저 가서 미안해.”

“아닙니다, 사단장님. 제대로 제가 모시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무슨!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 먼저지. 그저 사단장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먼저 간 것이야. 이해하지?”

“네. 물론입니다.”

“앞으로도 잘 해주고. 언제나 열심히 하는 충성대대장이니까.”

한종태 대대장의 귀에는 ‘지켜보겠다’라고 하는 말처럼 들렸다. 한종태 대대장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인상을 썼다.

‘젠장, 어쩐지 좋게 넘어가나 했다. 그보다 총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럼 사단장님이 아닌가?’

한종태 대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총기 분실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충성대대로 복귀한 한종태 대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옆에 있던 곽부용 작전과장이 물었다.

“대대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회의 내내 조용하시다가 막판에 한마디 하시더라.”

“그렇습니까?”

사실 곽부용 작전과장도 얼핏 들은 것이 있었다.

‘분명 별 얘기 없었다고 했는데…….’

곽부용 작전과장도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사단 회의가 끝날 시간쯤 사단에 아는 사람에게 확인을 했다.

그때 분명 아무 일도 없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종태 대대장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뭐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아니면 대대장님만 따로 불러서 한소리 하셨나?’

곽부용 작전과장은 홀로 상상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종태 대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대로는 안 돼!”

한종태 대대장이 곽부용 작전과장을 봤다.

“작전과장!”

“네, 대대장님.”

“우리 대대에 있는 훈련 일정 가져와.”

“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이제부터 내가 일일이 하나하나 훈련에 대해서 확인해야겠어. 그러니 훈련 일정 다 가지고 와.”

곽부용 작전과장이 눈을 크게 떴다.

“지, 지금 말입니까?”

“그럼! 당연히 지금 챙겨야지. 뭐, 내일 할까?”

한종태 대대장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바로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당장 준비해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졸지에 작전과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시간이 지나 주말이 되었다.

오상진은 한소희를 만났다. 한소희는 환한 미소로 오상진을 봤다.

“어디 보자. 상진 씨, 잘 지냈어요?”

“네. 물론이죠.”

“그래 보이네요.”

“소희 씨는 어때요?”

“저야, 개강하고 바쁘게 보내고 있죠.”

“그럼 다행이네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한소희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참, 오늘은 건물 계약한다고 그랬죠?”

“네. 안 그래도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렇구나. 그럼 빨리 가요.”

“아뇨, 한 명 더 같이 가요.”

“누구…….”

“아, 이모부랑요.”

“이모부님이랑 같이 가는 거예요?”

한소희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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