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01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20)
장기준 사단장이 웃었다. 나종덕 비서실장도 맞장구를 쳐줬다.
“저도 정말 궁금합니다.”
“그래, 그래. 나간다.”
“충성! 들어가십시오.”
장기준 사단장과 나종덕 비서실장이 대대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유유히 사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석태 중위는 총이 있는 위치를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하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장석태 중위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진짜 대대를 발칵 뒤집어버릴 것 같았다. 장석태 중위는 총을 몰래 챙겨서 일러둔 데로 대대장실에 놓았다.
“나도 모르겠다.”
장석태 중위가 나갔다. 한종태 대대장이 초조한 얼굴로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그 옆으로 장석태 중위가 갔다.
“대대장님, 사단장님 기다리시다가 방금 가셨습니다.”
“뭐? 가셨어?”
“네.”
“뭔가 잔뜩 화가 났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고?”
“네. 없었습니다. 그냥 차는 마신 거로 하자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장석태 중위가 슬쩍 눈치를 살피며 총을 숨겨놓은 장소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한종태 대대장은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1중대장.”
“네.”
“나 들어갈 테니까. 총 확실하게 찾아! 찾을 때까지 다들 부대 복귀는 없다.”
“알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5중대를 째려보고는 몸을 홱 돌렸다. 5중대장은 마치 죄인처럼 고개만 푹 숙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박수를 쳤다.
“자자, 빨리 총 찾자! 이러다가 우리 날밤 새워야 한다.”
김철환 1중대장의 격려에 중대원들이 힘없이 대답했다.
“네에…….”
“아놔, 이게 무슨 꼴이야!”
“왜 5중대가 엎질러 놓은 밥상을 우리가 치워야 하냐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그 누구 하나 총 찾는 것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한종태 대대장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대대장실로 들어왔다. 전투모를 확 벗어 책상 위에 던졌다.
“이런 미친 5중대장! 감히 날 물을 먹여! 그것도 사단장님께서 계시는데…….”
한종태 대대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의자로 가서 털썩 앉았다.
끼익, 쿵!
의자가 움직이자 뭔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뭐, 뭐야?”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총 한 자루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총이네?”
한종태 대대장이 총을 들어 확인했다. 느낌상 그토록 찾으려던 그 총이 맞을 것 같았다. 멜빵에 달려 있는 인식표를 확인했다.
-5중대 2소대 이등병 이태수
한종태 대대장은 이 총의 주인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총을 책상 위로 던지며 소리쳤다.
철커덩!
“뭐야, 이거! 이게 왜 여기 있어!”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하나, 둘, 셋, 넷…….”
“목소리가 작다. 다시 힘차게 발맞춰 가!”
“하나! 둘! 셋…….”
현재 연무장에는 5중대가 완전군장 차림으로 돌고 있었다. 그 옆에 5중대장 역시 완전군장을 한 채로 뛰고 있었다.
“제기랄…….”
땀을 삐질 흘리며 낮게 읊조렸다. 5중대장은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1중대 행정반의 소대장들이 안타까움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총 잃어버린 것은 엄청난 큰 사건이지.”
“그래도 말입니다. 저렇게 연병장 도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지만. 오늘 하루 종일 뜀박질만 한다고 하던데.”
“그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죠. 그보다 소문 들으셨습니까?”
“어떤 소문 말입니까?”
“총 없어진 거 말입니다. 그거 대대장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와우 진짜입니까? 총이 어떻게 대대장실에서 발견됩니까?”
“모르죠. 혹시 대대장님이 총을 가져가셨나?”
“아무리 그래도 대대장님이 그런 장난을 하시겠습니까? 게다가 사단장님 때문에 대대장님 나와 계신 것을 봤을 때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는데.”
“그런데 왜 총이 대대장실에서 나옵니까?”
4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내가 듣기로는 총이 없어질 당시에 사단장님이 계셨다고 합니다. 혹시 사단장님께서 연루가 된 것이 아닙니까?”
바로 3소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단장님이 일부러 우리 부대 엿 먹이려고 그랬겠습니까.”
“잘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대대장님 전 사단장님하고도 별로 안 친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새로 온 사단장님 입장에서는 예뻐 보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튼 전 사단장님에게 충성을 다했으나 까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서 같이 못 올라간, 끈 떨어진 대대장님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이번에 오신 사단장님에게도 탐탁지 않은 것이겠죠. 안 그렇습니까?”
소대장들의 대화를 듣고 주위에 있던 간부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4소대장이 힐끔 오상진을 바라봤다.
“1소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상진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띠리리링!
오상진은 곧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럼 전 잠시 전화 좀…….”
오상진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오상진입니다.”
-장석태 중위입니다.
“아, 네에.”
-혹시 점심 드셨습니까?
“아뇨, 아직입니다.”
-그럼 같이 점심 먹죠. 괜찮죠?
“네, 괜찮습니다. 어디십니까?”
-행정반 앞으로 가겠습니다.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일어났다.
“저, 먼저 점심 먹고 오겠습니다.”
오상진이 말을 하고 나가려는데 이미선 2소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 점심 드시러 가십니까?”
“네.”
“그럼 같이 가시죠.”
이미선 2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를 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미리 선약이 있어서 말입니다.”
“선약…… 말입니까?”
그때 행정반 문이 열리며 장석태 중위가 들어왔다.
“오 중위 아직 멀었습니까?”
“아, 아닙니다. 다 되었습니다.”
순간 이미선 2소대장이 장석태 중위를 바라보는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장석태 중위는 그런 이미선 2소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홱 돌리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갑시다, 오 중위.”
“네. 가시죠.”
두 사람이 나가고, 4소대장은 서운하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와, 1소대장님. 너무 하십니다.”
그 옆으로 3소대장이 슬쩍 말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장 중위님 사단장님 아들이라고 하던데……. 맞죠?”
“그 소문 확실합니다.”
“그보다 벌써 라인 타시나?”
“에이, 1소대장님이 그럴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미선 2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우리끼리 가시죠.”
이미선 2소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생각이 없으니까, 두 분이 다녀오십시오.”
“어? 방금 밥 먹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4소대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런데 이미선 2소대장은 고개를 숙이며 마치 다른 업무를 보는 것처럼 행동했다.
“밥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아, 예에. 알겠습니다.”
4소대장이 대답을 하고는 행정반을 나섰다. 그러곤 살짝 인상을 쓰며 투덜거렸다.
“아니, 진짜 웃기지 않습니까. 1소대장님하고 밥을 같이 안 먹으면 뭔 일이 있습니까. 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3소대장이 슬쩍 말했다.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혼자 짝사랑하고 싶다는데. 그보다 이미선 소위 처음에는 좋게 봤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영 아닌 것 같습니다.”
“으음…….”
4소대장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4소대장은 이미선 2소대장에게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아무리 호감을 표시해도 돌아오는 것은 냉랭한 반응뿐이니, 곧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깨끗이 접은 상태였다.
“막말로 1소대장님 여자 친구가 엄청 예쁘다고 하던데 저렇게 들이대는 것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냅두죠. 우리가 신경 쓸 것도 아니고. 밥이나 먹으러 가죠.”
“네, 그럽시다.”
“그나저나 오늘 점심 메뉴는 뭘까?”
3소대장과 4소대장이 나란히 점심을 먹기 위해 간부 식당으로 향했다.
한편, 오상진과 장석택 중위는 차를 타고 위병소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오상진이 물었다.
“보쌈을 아주 맛있게 하는 곳을 찾았지 뭡니까. 부대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장석태 중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약 10여 분을 달려서 보쌈정식집에 도착했다. 둘은 그 안으로 들어가 보쌈정식 2인분을 시켰다. 오상진이 가게 내부를 훑었다.
“조용한 곳입니다.”
“그렇죠. 조용하기도 하고, 맛도 있습니다.”
“그런데 점심부터 보쌈이라…….”
“왜 그러십니까? 보쌈 싫어합니까?”
“아뇨, 없어서 못 먹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잠시 후 보쌈이 나오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장석태 중위가 슬쩍 오상진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혹시 소식 들었습니까?”
“무슨 소식 말입니까?”
“대대장실에서 총 나온 거 말입니다.”
“아, 네에. 들었습니다.”
“들었습니까? 소문이 어떻게 퍼지고 있습니까?”
장석태 중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상진은 별생각 없이 말했다.
“지금 소문은 대대장님께서 숨기신 쪽으로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아니, 왜?”
“아무래도 대대장실에서 총이 나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니,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을 하나. 아무리 대대장실에서 총이 나왔다고 해도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장석태 중위가 오히려 반문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누군가 대대장실에 총을 가져다 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까? 신기합니다. 저는 금방 알아차릴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오상진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네? 무슨 뜻입니까?”
“어, 말하면 안 되는데…….”
장석태 중위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
“그래, 우리 오 중위에게는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하니까.”
“아니, 말하기 곤란하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이, 또 왜 그래. 우리 사이에 말입니다. 그리고 말하기 곤란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총 내가 가져다 놓았습니다.”
오상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럼 그 총 빼돌린 것이…….”
장석태 중위가 두 손을 흔들었다.
“아니, 내가 빼돌린 것은 아니고. 우리 아버지께서 장난을 치신 것 같더란 말입니다.”
“아버지……. 아, 사단장님께서 말입니까.”
“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그 당시 신병 녀석이 볼일을 보는데 총을 밖에다가 그냥 방치해 놓고 있더랍니다. 그런데 사단장님께서 순찰 중이었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신병 교육 좀 시키려고 총을 살짝 빼놓았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신병 녀석도 그렇고, 고참 녀석도 그렇고. 절대 총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하지 뭡니까.”
“아, 대충 어떤 일인지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바로 이해를 했다. 어제 상황을 돌이켜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장석태 중위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어제 사단장님께서 몇 번이나 총 관련해서 적당히 주의만 주려고 했는데 서로서로 숨기다 보니 일이 점점 커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사단장님이 ‘내가 총을 숨겼다’라고 말하기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하는 심정으로 대대장실에 총을 놔두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