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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00화 (50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00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19)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사단장님께서 눈치를 채신 것 같은데 아무도 말을 못 하고 있네.”

“으음. 이러면 사단장님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지시는 거 아닙니까?”

“나도 고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라고 충고 정도 할 생각이셨던 것 같은데. 우리가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가만히 계실 겁니까? 아니면 중대장님께서 직접 대대장님께 이 상황을 얘기하고…….”

“야, 미쳤어! 아까 대대장님이 나에게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뭐라고 하셨습니까?”

“5중대가 사고 쳐서 순번을 뒤로 돌린 것을 나 보고 뭐라 하더라! 그런데 여기다 대놓고, 사단장님께 솔직히 말씀드리죠. 이런 말을 해? 난 뒷감당 못 해.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1소대장!”

“네.”

“너도 보고할 생각하지 마. 너 이번에 쓸데없이 입 놀리면 다 같이 죽는 거야! 이건 경고야! 절대 나서지 마.”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이건 정의감으로 할 것이 아니야. 잘못했다간 대대 전체가 날아갈 판이야.”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충고에 오상진이 답답해했다. 그리고 오상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장기준 사단장에게 향했다.

‘하아, 지금 이렇게 두는 것이 더 안 좋게 흘러가는 것인데…….’

오상진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상진은 표정만 잔뜩 굳어졌다.

모든 훈련이 끝이 나고, 한종태 대대장이 실실 웃으며 장기준 사단장에게 말했다.

“사단장님 이왕 이렇게 오셨는데 사무실로 가셔서 차라도 한잔하시고 가십시오.”

“차? 내가 지금 차를 마실 기분이 아닌데.”

장기준 사단장이 차갑게 말했다.

“그럼 바로 내려가시겠습니까?”

한종태 대대장의 물음에 장기준 사단장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뗐다.

“충성대대장.”

“네.”

“혹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네?”

한종태 대대장이 움찔했다.

“아니,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냔 말이야.”

장기준 사단장이 매서운 눈길로 물었다. 한종태 대대장은 쉽게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 그게…….”

한종태 대대장이 막 말을 하려는데 옆에 있던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렸다.

‘안 됩니다. 대대장님. 지금 말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냥 모르게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심각한 눈빛으로 전했다. 한종태 대대장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젠장 맞을……. 에이 모르겠다.’

“실은 사단장님께서 오실 줄 모르고 훈련이 많이 미비했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다인가?”

“네.”

“정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알았네.”

“그럼 어떻게…….”

한종태 대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기준 사단장이 입을 뗐다.

“일단 충성대대장이 차를 대접해 준다고 하니까. 차라도 마셔 볼까?”

“네. 그렇게 하십시오. 안내하겠습니다.”

“됐네. 자네는 여기 마무리 짓고 오시게.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됐다니까.”

장기준 사단장이 한마디 하고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뒤를 나종덕 비서실장이 따랐다. 그가 바짝 붙으며 물었다.

“사단장님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하아, 나도 모르겠네. 솔직히 말해서 여기서 확 터뜨리고 싶지만…….”

장기준 사단장은 쉽게 하지 못했다. 자꾸만 이등병이 눈에 밟혔다. 그리고 일단 화를 삭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장기준 사단장이 부대로 멀어지고, 한종태 대대장은 5중대장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5중대장 개새끼야!”

그리고 5중대장은 한종태 대대장에게 조인트를 까이고, 막말을 들었다. 1중대 1소대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다. 박중근 중사가 와서 말했다.

“5중대에서 총이 분실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부로 여길 샅샅이 뒤져서 총을 찾는다.”

“초, 총을 잃어버렸답니까?”

“아니, 어떤 개념 없는 녀석이 총을 잃어버려!”

그러면서 모두의 시선이 새로 온 신병인 강태산 이병에게 향했다.

“강태산, 너 총은?”

“이병 강태산. 여기 있습니다.”

“너 총 잘 챙겨라. 잃어버린 그 순간 너의 숨 역시도 하직이다.”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어깨에 멘 총기 멜빵을 꽉 움켜쥐었다. 최강철 일병이 슬쩍 이해진 상병에게 갔다.

“이 상병님.”

“어, 왜?”

“그런데 이런 일이 흔합니까?”

“야, 흔하겠냐? 나 군대 생활 하면서 탄피는 몇 번 잃어버린 것은 봤지만 총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처음이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 아무리 급해도 총을 밖에 두고 가는 정신없는 놈이 어디 있냐. 총을 받는 순간 항상 챙기고 있어야 해. 너도 잊지 말고, 지금 같은 상황에 화장실을 가면 꼭 가지고 들어가!”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일병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이 흘러갔지만 총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젠장할……. 아무래도 총 못 찾을 것 같은데.”

“네? 그럼 어쩝니까?”

“그럼 날밤 새우는 거지.”

“하아…….”

여기저기서 장병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장기준 사단장은 사무실에 들어와 열을 뿜어댔다.

“아니, 이 자식들이 어떻게 나를 속일 생각을 했지? 아무리 내가 새로왔다고 해도 말이지. 이것들이 날 무시하는 건가?”

“아닙니다.”

“그럼 왜 제대로 말을 안 해?”

“솔직히 어떻게 대답을 합니까. 줄줄이 깨질 것이 뻔한데 말입니다.”

“아니, 혼나더라도……. 말을 해야지. 감추는 것이 더 심각한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사실 저희 장난이 좀 심했지 않습니까.”

“뭐?”

장기준 사단장이 째려봤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냥 총을 밖에다가 함부로 뒀다고 바로 그 자리에서 지적을 해버렸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그래도 말이야. 총은 함부로 밖에 두면 안 되는 거지.”

“맞습니다. 그건 잘못된 것입니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시끄러워! 그보다 어떻게 수습을 하지? 아예 불러와서 확 질러버려?”

“그럼 이태수 이병이 많이 힘들 겁니다.”

“그렇지. 이등병이 힘들겠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럼 그냥 여기에 슬쩍 놓고 빠질까? 충성대대장 눈이 확 뒤집히게?”

“으음, 아무래도 그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을 해도 괘씸한데…….”

“그냥 이등병 한 명 살려 준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십시오. 솔직히 이번에 사단장님께서도 잘하신 것은 없지 않습니까.”

“비, 비서실장…… 나에게 어떻게…….”

“이제 갓 전입 온 이등병을 생각하십시오. 이번 일로 다시는 이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전 병력이 움직이고, 게다가 중대장이 깨지고, 소대장이 깨진 것을 직접 봤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지. 내가 좀 한발 물러날까?”

“네. 그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았어. 이번에는 비서실장 말을 듣지.”

“그보다 총은?”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숨겨뒀습니다.”

“지금 저렇게 수색하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습니다. 후후후.”

나종덕 비서실장이 실실 웃었다. 장기준 사단장이 인상을 썼다.

“자네 그 웃음…… 맘에 안 들어.”

“그래서 어쩌실 겁니까?”

“어쩌긴 가져와야지.”

“제가 움직이면 들킬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긴 그렇겠지? 누가 가져오게 해? 아니면 아싸리 거기 있다고 알려줄까?”

장기준 사단장의 말에 나종덕 비서실장이 피식 웃었다.

“우리 아군이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우리 아군? 누군데?”

“장 중위 말입니다.”

그 순간 장기준 사단장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하, 장석태 중위가 작전과에 있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그 녀석 불러!”

“네.”

장기준 사단장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쭈, 이 자식 봐라.”

장기준 사단장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장석태 중위입니다.

“나다.”

-아버지, 저 부대 사정 때문에 저 바쁩니다.

“야. 그 사정 내가 아니까. 빨리 대대장실로 튀어와라.”

-네?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튀어 오라고!”

장기준 사단장이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뚝 하고 끊었다. 잠시 후 장석태 중위가 대대장실로 들어왔다.

“아버지 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불쑥불쑥 순찰 도시고 그러지 마십시오. 대대 전부 난리입니다.”

“인마, 여긴 부대야. 아버지라니.”

“네. 사단장님.”

“아무튼 말이야. 지금 잔뜩 시끄럽지?”

“네?”

장석태 중위가 모르는 척했다. 장기준 사단장이 피식 웃으며 설명을 했다. 장석태 중위는 모든 설명을 듣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아, 아버…… 아니, 사단장님께서 숨겼단 말입니까?”

“그게 그렇게 됐다.”

“사단장님!”

“시끄러워 인마. 귀 안 먹었어.”

“아무리 그러셔도…….”

그러자 나종덕 비서실장이 나섰다.

“장 중위.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설명을 하겠네. 사실 말이야. 사단장님은 절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니까. 이등병이 총을 함부로 놔둔 것에 대해서 가볍게 훈계를 하실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등병이 총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미니, 사단장님께서 화가 나신 것이고,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장석태 중위는 나종덕 비서실장에게 모든 얘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사단장님…….”

“야, 여기 군 부대야. 어디 중위가 사단장을 보고 한숨을 내쉬어!”

장기준 사단장이 먼저 선수를 치며 윽박질렀다. 장석태 중위가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 일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장 중위가 말해봐.”

“지금이라도 총을 주시고, 슬쩍 빠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석태 중위도 나종덕 비서실장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 중위도 같은 생각이군.”

“네.”

“좋아, 그럼 총이 있는 위치를 알려줄 테니까. 자네가 가지고 와서 여기 대대장실에 둬!”

“네? 여기 말입니까? 아니, 그러지 말고 지금 저렇게 찾고 있는데…….”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냥 돌려줄 수는 없잖아. 내 체면도 있고! 그리고 좀 더 혼쭐을 내야지.”

“진짜 잔인하십니다.”

“잔인은 무슨……. 아니면 사단장인 내가 직접 총이 없어진 거로 엎어봐?! 그럼 충성대대 난리 날 텐데…….”

장기준 사단장이 은근히 협박했다. 장석태 중위가 움찔했다.

“사, 사단장님…….”

“그러니까, 이쯤에서 물러날 테니까. 장 중위가 알아서 잘 마무리 지으라고! 이 이후에 이번 일에 대해서 더 이상 말은 없을 테니까.”

“저, 정말입니까?”

“그래. 대신 이 얘기는 충성대대장에게 하지 말고!”

“그건 또 왜 그러십니까?”

장석태 중위가 궁금해서 물었다.

“똥줄 좀 타 보라고 해야지. 내일 회의하러 올 때 충성대대장 표정이 볼만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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