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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99화 (49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99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18)

장기준 사단장은 계속 지금의 상황만 모면하려는 5중대장과 이태수 이병에게 너무 화가 나고, 실망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이건 뭐 점점 더 거짓말만 늘어나니……. 좋아, 도대체 어디까지 거짓말을 늘어놓는지 지켜보지.’

장기준 사단장은 굳은 표정으로 5중대장을 지나갔다. 5중대장은 일단 무사히 넘어간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장기준 사단장이 옆을 지나갈 때 그의 표정을 확인해 보니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헉, 뭐지? 사단장님의 표정이 잔뜩 굳어 있는데. 분명 실수하지 않았는데…….’

5중대장이 아무리 곱씹어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종태 대대장 역시 느낌이 좋지 않았다. 괜히 5중대를, 아니, 이등병을 건드릴 사단장이 아니었다.

“작전과장.”

“네, 대대장님.”

“아무래도 5중대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아까도 5중대가 좀 어수선했거든. 무슨 일인지 한번 확인해 봐.”

“네. 알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조용히 대답을 했다. 5중대가 시가전 훈련을 하는 동안 장기준 사단장의 표정은 계속해서 좋지 않았다. 게다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종태 대대장은 뒤에 서서 침을 꿀꺽 삼켰다.

곽부용 작전과장은 밖에 있는 5중대장에게 다가갔다.

“5중대장.”

“아, 네.”

5중대장이 움찔했다. 그 모습만 봐도 뭔가 확실히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뭔가?”

“네?”

“숨기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뒷감당할 수 있게 말이야.”

5중대장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애써 곽부용 작전과장의 눈을 피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야? 확실해?”

“네, 네에…….”

“그래? 그럼 아까는 왜 어수선했던 거지? 뭔가를 찾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후, 훈련 중이었습니다.”

“거기서?”

“수색 훈련 중이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또 있어.”

“뭐, 뭐가 말입니까?”

5중대장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단장님이 이등병에게 관심을 가진다? 자넨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

“…….”

“게다가 이등병 총까지 확인을 하고 말이지. 딱 보니까, 사단장님께서 이등병을 어디서 본 것처럼 말하던데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그래. 게다가 지금까지 사단장님 표정이 몹시 좋지 않아. 뭔가 단단히 화가 난 사람처럼 말이지.”

“네?”

5중대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지금이 마지막이야. 이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거야.”

“과, 과장님…….”

“그러니까,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5중대장이 살짝 물었다.

“사단장님 화 나 계십니까?”

“지금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아.”

5중대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말입니다. 신병이 총을…… 잃어버렸습니다.”

“뭐?”

곽부용 작전과장이 눈을 크게 떴다.

잠시 후 곽부용 작전과장이 나타났다.

“대대장님.”

곽부용 작전과장이 귓속말로 한종태 대대장에게 말했다. 순간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한종태 대대장이 장기준 사단장의 눈치를 살피고는 옆의 비서실장에게 조용히 말했다.

“비서실장님.”

“왜 그런가?”

“저 잠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시게.”

한종태 대대장이 몰래 지휘 상황실을 빠져나왔다. 장기준 사단장이 힐끔 바라봤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러나 한종태 대대장이 움직이는 것을 슬쩍 지켜보고 있었다.

‘충성대대장도 이제야 안 거야? 이런 한심한 녀석! 부대 운영을 이따위로 하니까…….’

장기준 사단장은 더 이상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한종태 대대장은 장기준 사단장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5중대장을 불렀다.

“네, 대대장님.”

“이런 미친…… 새끼야!”

팍!

“흡!”

한종태 대대장이 그대로 조인트를 까버렸다. 5중대장은 그 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어쭈, 뭘 잘했다고…….”

한종태 대대장은 반대편도 까버렸다.

“윽!”

5중대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고통을 삼켰다.

“네가 미쳤지! 아니지, 날 물 먹이려는 거지! 하필 사단장님 순찰 오실 때 뭐 하는 짓이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 이게 죄송할 일이야!”

“…….”

5중대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한종태 대대장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사실 말이 되지도 않았다.

“어떻게 총을 잃어버려! 어떻게 말이야!”

“죄송합니다.”

“닥치고, 어디서 잃어버렸어.”

“야, 야외 화장실에서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정신 빠진 새끼야! 당장 데려와!”

“이번에 전입 온 신병입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바로 끼어들며 말했다. 한종태 대대장의 눈꺼풀이 부르르 떨렸다.

“뭐? 신병이야?”

“네, 그렇습니다.”

“가만…… 아까 그 녀석이 잃어버린 거야?”

“네. 그렇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그 신병 총 가지고 있더만. 그 총은 뭐야?”

“그것이…… 사단장님께서 나타나셨다고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났냐고!”

한종태 대대장이 버럭했다. 5중대장은 땀을 삐질 흘리며 말했다.

“저번에 전역한 병장 것입니다. 창고에 예비로 뒀던 것을…….”

“뭐라고! 그럼 사단장님을 속인 거야?”

“소, 속였다기보다는…….”

“그럼 속인 것이 아니야?”

“……맞습니다.”

5중대장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

“이런 또라이 새끼를 봤나. 그걸 그딴식으로 해. 진짜 미친 새끼네.”

“그 당시에는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훈련은 들어가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 나한테 미리 말을 했어야지.”

“너, 너무 정신이 없어서…….”

5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막말로 한종태 대대장에게 말해도 딱히 달라질 것도 없었다.

“너, 만약에 사단장님께 걸리면 너 가만 안 둬! 진짜 가만 안 둔다고.”

“…….”

5중대장은 잔뜩 얼굴을 굳힌 채 입을 다물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나섰다.

“대대장님 진정하십시오.”

“이봐, 작전과장. 지금 이게 진정하게 생겼어. 이 빌어먹을 자식이 나에게 물을 먹이는데!”

한종태 대대장은 이마에 핏발을 세우며 다그쳤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합니까.”

“자네도 사단장님 봤지? 완전히 알고 계신 것 같지?”

“아마도…….”

그러자 5중대장이 끼어들었다.

“절대 모르실 것입니다. 처음부터 아무 일 없었다고 했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어디서 주댕이를 함부로 놀려! 딱 봐도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말이야.”

“지, 진짜입니까?”

5중대장의 얼굴이 낯빛으로 바뀌었다. 이제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해야 했다.

“아, 아니면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뭐? 5중대장. 지금 미쳤나? 이제 와서 말하면 얼씨구나 하고 넘어가?”

“……죄송합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한종태 대대장을 봤다.

“대대장님. 일단 사단장님께서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하신 것을 보면 어쩌면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짜?”

“네. 아니면 벌써 역정을 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만히 계신 것을 보면…….”

“그런데 왜 표정이 저러시지?”

“아마도 훈련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신다거나. 아니면 훈련이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한종태 대대장이 손으로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상황이라면 괜찮지. 암.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이니까.”

“네. 그렇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찝찝해.”

“…….”

곽부용 작전과장이 잠깐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만약에 사단장님이 모든 것을 알고, 지금까지 속였는데 가만히 넘어가 주실 것 같습니까?”

“아, 몰라. 네가 책임져! 네가!”

한종태 대대장이 5중대장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

5중대장이 입을 다물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다시 말했다.

“일단 사단장님께서 조용히 계시니까 좀 지켜보도록 하시죠. 그리고 이대로 무사히 넘어가면 그때 전 병력을 동원해 총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그래야지. 그럼 사단장님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네. 어쩔 수 없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의 말에 한종태 대대장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김철환 1중대장 귀에도 이 같은 사실이 몰래 전파되었다. 5중대 1차 훈련이 끝이 나고, 김철환 1중대장이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살짝 빠져나왔다. 그때 오상진을 만났다.

“중대장님 긴장되지 않습니까?”

“완전 긴장되지. 바로 뒤에서 사단장님께서 지켜보는데……. 어후!”

“진짜 긴장되시겠습니다.”

“그렇지. 그보다 1소대장.”

“네?”

“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과장님께 소식을 들었다.”

“무슨 소식 말입니까?”

“5중대가 완전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래! 5중대 신병이 총을 잃어버렸다고 하네.”

“네? 초, 총을 말입니까?”

오상진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오상진의 입을 가렸다.

“조용히 해!”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디서 잃어버렸단 말입니까?”

“신병이 화장실에 뒀다는데 똥 싸고 나오니까. 사라지고 없더란다.”

“여기 훈련장 사용은 저희뿐입니다. 총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딜 간다는 겁니까?”

“그게 미스터리야. 그런데 문제는 그 앞에서 사단장님을 만났다는 거야.”

“사단장님께서 말입니까?”

“그렇다니까.”

순간 오상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사단장님께서…….”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너도 그런 생각이 드니?”

“네. 아마도……. 공교롭게도 하필 그때 사단장님께서 나타나신 것도 그렇고 말이지.”

“네. 게다가 그 이등병의 총까지 확인하시고 말입니다. 사단장님께서 괜히 이등병을 건드릴 필요성이 없으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사단장님께서 총에 관한 교육을 시킬 목적인지도 모르겠죠.”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그런데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거짓말이 거짓말을 계속해서 만들었던 거죠.”

“나도 그 생각이 드네.”

“맞습니다. 아싸리 욕먹을 각오하고, 처음에 총을 잃어버렸다고 말을 해버렸다면…….”

오상진은 솔직히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첫 만남부터 어긋났던 것이 이제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상태였다. 이건 김철환 1중대장도 공감했다.

“도대체 뭔 짓을 하는 건지……. 어쩌다가 군대가 이렇게 된 거지.”

김철환 1중대장이 혀를 찼다. 하지만 오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생각했다.

‘중대장님, 군대는 원래 이랬습니다.’

원래 군대라는 것이 잘못이 있다면 감추기에 급급했다. 예전에는 더 그랬다. 만약에 오상진 본인이 이태수 이병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사단장 앞에서 총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사단장님 얼굴이 굳어 있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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