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98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17)
5중대장은 땀을 삐질 흘리며 상황을 확인했다. 그 옆으로 1소대장이 다가왔다.
“중대장님 지금 지휘 상황실에 사단장님과 대대장님까지 와 계십니다.”
“하아, 제기랄……. 우리 큰일 났다. 어떡하냐?”
5중대장은 머리가 엄청 복잡했다. 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 옆을 바라봤다. 바로 옆에는 2소대 분대장과 2소대장이 나란히 머리를 박고 있었다.
“이 새끼들아. 너희 때문에 나 X됐다. 어떻게 책임질 거야.”
“죄송합니다.”
“…….”
그리고 이태수 이병은 몸을 부르르 떨며 서 있었다. 지금 이태수 이병은 곤욕이었다. 이등병이라 함부로 얼차려도 주지 못했다. 그저 소대장과 고참들이 당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으으윽…….”
소대장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누구야?”
5중대장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러자 신음 소리가 쏙 들어갔다. 5중대장이 2소대 분대장 김 병장을 쳐다봤다.
“야! 김 병장…….”
“병장 김을동.”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그런데 신음 소리가 나와?”
김을동 병장은 억울했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머리 박는 것도 억울한 판에 소대장이 내뱉은 신음 소리까지 누명을 썼다.
“지금 너희 소대 때문에 나는 물론이고, 5중대 전체가 물 먹고 있는 판에……. 우리 지금 다 같이 죽게 생겼어.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죄송합니다.”
김을동 병장은 자신이 아무리 억울해도 이렇게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할 짓을 하지 말아야지!”
5중대장이 낮게 소리쳤다. 그리고 군홧발로 김을도 병장의 허리를 밀어버렸다. 김을도 병장은 그대로 옆으로 밀려나며 소대장과 함께 넘어졌다.
“으윽!”
“윽!”
곧바로 5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똑바로 안 박아!”
김을동 병장과 소대장이 또다시 머리를 박았다. 5중대장은 다시 한번 김을도 병장의 허리를 군홧발로 밀었다.
“원위치! 동작 봐라.”
5중대장은 두어 번 더 그랬다가 2소대장을 불렀다.
“2소대장.”
“네.”
“내가 그동안 오냐오냐해 줬더니.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쳐!”
“죄송합니다.”
“죄송? 지금 이게 죄송으로 될 일이야.”
“…….”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나 혼자 옷 벗을 것 같아? 너도 뒤졌어! 너도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옷 벗긴다.”
“죄송합니다. 꼭 찾겠습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찾으라고!”
5중대장은 눈이 벌게진 상태로 소리쳤다. 그때 저 멀리서 3소대장이 뛰어왔다.
“중대장님.”
“왜? 찾았어?”
“아,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5중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야, 미친 새끼야! 그게 보고라고 하는 거야!”
“…….”
3소대장이 잔뜩 주눅이 든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또다시 4소대장이 뛰어왔다.
“중대장님.”
“이번에는 또 뭐야?”
“6중대 훈련이 거의 끝나간다고 합니다.”
“뭐?”
5중대장의 시선이 시가전 훈련장으로 향했다.
5중대장의 얼굴엔 초조함이 가득했다.
30여 분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총을 찾았다는 소식은 없었다. 다만 다른 중대 소대장이 급히 뛰어왔다.
“5중대장님.”
“왜?”
“지금 6중대 훈련 거의 다 끝났다고 5중대 빨리 훈련 대기하라고 합니다.”
“아, 알았어!”
5중대장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하아, 시발……. 미치겠네! 야, 아직 못 찾았냐?”
“네, 아직 못 찾았습니다.”
“아, 젠장! 야, 방법 없냐? 다들 방법 없냐고!”
5중대장이 소대장들과 부소대장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때 한 부소대장이 손을 들었다.
“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순간 5중대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다른 소대장들과 부소대장들도 일제히 시선이 향했다.
“그, 그래 박 하사. 방법이 뭐지?”
“일단 중대 창고에 예비 총이 몇 정 있습니다.”
“그래? 총이 있어?”
“네. 우선 그걸로 위기를 모면하신 후 총을 찾는 것은 어떻습니까?”
박 하사의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 5중대장 역시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아, 알았어. 자네는 즉시 중대 행보관에게 뛰어가서 총 하나 받아오고. 어서!”
“네.”
박 하사가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리고 나머지 소대장을 향해 말했다.
“나머지는 일단 집합해.”
“네.”
5중대장이 힐끔 머리를 박고 있는 2소대장과 김을동 병장을 바라봤다.
“너희 둘도 일어나.”
소대장과 김을동 병장이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는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금 훈련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데 아무튼 오늘 내로 총기 못 찾으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빨리 가 봐.”
“네.”
김을동 병장이 힐끔 이태수 이병을 봤다. 이태수 이병은 김을동 병장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몸을 움찔했다.
“뭐 하고 있어. 안 뛰어가.”
“네, 뛰어갑니다.”
5중대장도 이태수 이병을 노려봤다.
“넌 박 하사가 총 가져오면 그때 합류해.”
“이병 이태수. 네, 알겠습니다.”
“아무튼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더니……. 재수 없는 신병 하나가 들어와서는……. 젠장!”
5중대장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몸을 홱 돌렸다. 잠시 후 박 하사가 숨을 헐떡거리며 총 한 자루를 가지고 왔다.
“너, 이 새끼. 이거 잊어버리기만 해봐.”
“저, 절대 안 잊어버립니다.”
“지랄 말고, 빨리 합류하기나 해.”
“네…….”
이태수 이병이 총을 들고 뛰어갔다. 그사이 박 하사가 다시 한번 이태수 이병을 불렀다.
“야, 신병.”
“이병 이태수.”
“너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네?”
박 하사가 달려와 이태수 이병을 바라봤다.
“만약을 대비해야지.”
“어떤…….”
이태수 이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박 하사가 눈을 반짝이며 이태수 이병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만약에 말이지, 사단장님께서…….”
장기준 사단장이 모여 있는 5중대원에게 갔다. 그들을 쭉 훑어보던 장기준 사단장 눈에 이태수 이병이 들어왔다.
‘어라? 저건…….’
장기준 사단장의 눈에 이태수 이병이 총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총은 또 어디서 난 거지? 설마 숨겨 놓은 걸 찾았나?’
장기준 사단장이 힐끔 나종덕 중령을 바라봤다. 나종덕 중령이 다가왔다. 장기준 사단장이 귓속말을 했다.
“자네 총 잘 숨겨뒀지?”
“네. 아무도 못 찾을 곳에 숨겼습니다.”
“조심히 가서 있는지 확인해 봐.”
“네.”
장기준 사단장의 지시를 받고, 나종덕 중령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사이 장기준 사단장이 이태수 이병을 가리켰다.
“어이 거기! 그래, 나랑 눈 마주친 이등병.”
“이병 이태수!”
순간 5중대장과 각 소대장들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아까 화장실에서 보니까 총 안 가지고 다니더라?”
“이병 이태수. 훈련장이 세워놓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아, 그래?”
장기준 사단장의 아미에 주름이 졌다.
“아무리 화장실에 가더라도 총은 항상 몸에서 떨어지면 안 돼!”
“네, 알고 있습니다.”
“알아?”
장기준 사단장이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이태수 이병은 당당하게 소리쳤다.
“네. 그렇습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저 자식 봐라…….’
장기준 사단장이 손짓을 했다. 그럴수록 5중대장의 표정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너 이리 나와봐.”
“이병 이태수.”
이태수 이병이 총을 들고 장기준 사단장에게 뛰어갔다. 앞에 거총을 한 상태로 섰다.
“총 이리줘봐.”
“이병 이태수. 안 됩니다.”
이태수 이병은 신교대때 배웠던 것을 떠올렸다. 누구든지 총은 함부로 타인에게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어쭈! 나 사단장이야. 총 줘봐.”
“안 됩니다.”
이태수 이병이 총을 꼭 잡았다. 장기준 사단장이 피식 웃었다.
“괜찮아. 사단장에게는 그냥 줘도 돼. 사단장이 확인을 하려고 그런 거니까.”
이태수 이병이 힐끔 5중대장을 봤다. 5중대장이 눈짓으로 총을 넘겨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장기준 사단장이 두 손을 내밀었다. 이태수 이병이 총기를 건네며 소리쳤다.
“이병 이태수! 총번 386 094 이상입니다.”
순간 장기준 사단장이 깜짝 놀랐다.
‘총번을 알고 있어? 어라? 그럼 진짜 자기 총인가?’
장기준 사단장은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총번을 확인했다. 총번이 정확했다.
“이상하네…….”
장기준 사단장이 혼잣말을 하며 총열과 몇 군데를 확인했다. 총열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고, 다른 곳에도 제대로 손질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혀 손질이 안 되어 있는데. 자네 총 언제 지급받았나?”
“…….”
이태수 이병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5중대장이 바로 나섰다.
“오, 오늘 지급받았습니다. 총 지급받자마자 바로 훈련에 참가하는 바람에 아직 총기 수입을 하지 못한 듯합니다. 훈련 끝나고 바로 총 손질하라고 이르겠습니다.”
“으음…….”
장기준 사단장이 낮은 신음을 흘릴 때 나종덕 중령이 어디 다녀와 귓속말을 했다.
“아직 그대로입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깜짝 놀라며 나종덕 중령을 바라봤다.
“정말인가?”
“네. 처음 그대로입니다.”
장기준 사단장의 시선이 이번에는 자신의 손에 들린 총을 바라봤다.
‘그럼 이 총은 뭐지?’
장기준 사단장의 눈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이것들 봐라. 어디서 총을 가져온 것 같은데……. 잔머리만 늘어가지고.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장기준 사단장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피식 웃음이 났다.
‘총번도 다 알고 있고…… 이것들이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따지고 보면 사단장인 자신을 속이려는 의도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총 잃어버린 것을 완벽하게 은폐하고, 작정하고 숨길 의도란 것이다.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아무리 간이 부은 장교든, 병사든 사단장에게 총을 잃어버렸다고 솔직히 말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래도 장기준 사단장은 솔직하게 말해줄 것을 원했다.
장기준 사단장은 이제 잔뜩 굳어진 얼굴로 이태수 이병에게 말했다.
“이 총 네 것이 확실하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장기준 사단장이 총을 이태수 이병에게 줬다.
“자네 자리로 돌아가.”
“이병 이태수, 충성!”
이태수 이병이 자신의 자리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5중대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다. 안 들켰어. 역시 박 하사! 총번을 외우라고 하길 잘했어.’
사실 박 하사가 몰래 다가와 5중대장에게 새로운 총을 건네며 총기까지 확실하게 외우게 했다고 말했다. 5중대장은 설마 했지만 역시나 총을 달라고 할 줄은 몰랐다.
‘박 하사 이런 귀여운 녀석.’
그리고 조금 전 총번을 외우게 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 당장 여기서 총번 외워! 어서!”
박 하사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바로 말했다.
“그리고 사단장님께서 네 총 확실하냐고 물으면 확실하다고 해. 알았냐?”
“아, 알겠습니다.”
“그래. 너의 행동에 따라 우리가 죽고, 사는 거야. 같이 살려면 꼭 외워!”
“네.”
이태수 이병은 죽으라 외웠다. 그 결과가 바로 조금 전 장면이었다. 하지만 장기준 사단장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
‘이것들이 진짜 사단장을 뭐로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