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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96화 (49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96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15)

곧바로 바지를 내려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시원함이 쏟아져 내렸다.

“아아아…….”

잔뜩 찡그려져 있던 얼굴은 어느새 풀어졌고. 행복한 미소가 함께했다.

“며칠 만에 누는 똥인지…….”

한편, 장기준 사단장은 몰래 시가전 훈련장을 찾았다. 오늘 충성대대가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훈련은 잘하고 있나?”

뒤를 따르던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그러게 말이야. 언더커버를 하려고 했더니 말이야. 아무튼 소문도 빨라.”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건 또 뭐 있나. 됐네.”

장기준 사단장은 그래도 훈련하는 모습이라도 볼까 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병사 한 명이 급히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어? 저 병사 어디 가는 거지?”

나종덕 중령이 슬쩍 확인을 하더니 입을 뗐다.

“야외 화장실을 가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 뭐가 그리 급해서 훈련 중에 뛰어가지?”

“아, 야외 화장실이 있구나. 내가 소위 때는 그냥 인근 산에다가 볼일을 보고 흙으로 묻고 그랬는데. 당연히 큰 잎으로 뒤처리를 했지만…….”

장기준 사단장이 지난 일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 옆에 있던 나종덕 중령이 어색하게 웃었다.

“사단장님 그때는…….”

“알아, 알아. 그냥 한 말이야.”

“네.”

그런데 장기준 사단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 저 녀석 왜 저래? 왜 저러는 거야?”

나종덕 중령도 급히 화장실 안에 있는 그 병사를 바라봤다.

“설마 저렇게 두고 가지는 않겠지?”

“아닐 겁니다. 설마 그런 얼빠진 짓을 하겠습니까.”

그런 나종덕 중령의 발언을 가볍게 무시하고 총을 밖에 두고 들어가 버렸다. 순간 장기준 사단장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나종덕 중령도 마찬가지였다.

“사단장님 제가 가서 따끔하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나종덕 중령이 급히 가려는데 장기준 사단장이 말렸다.

“아니지, 아니야. 비서실장.”

“네?”

“그냥 조용히 그거 가지고 와.”

“총 말입니까?”

“그래. 어떻게 하는지 한번 두고 보지.”

“……알겠습니다.”

나종덕 중령의 얼굴이 흙빛이 된 채로 조심스럽게 가서 총만 가지고 나왔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이태수 이병이 개운한 표정으로 나왔다.

“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이태수 이병은 쪼그려 앉아 있다가 나와서 그런지 다리도 좀 불편했다. 몇 번 탁탁 털어낸 후 복장을 갖췄다. 탄띠도 제대로 착용하고, 전투복과 방탄 헬멧을 확인했다.

“다 됐다. 이제 가 볼까?”

이태수 이병이 움직이려는데 뭔가 허전했다.

“가만…….”

이태수 이병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분명 여기 뒀는데…….”

허전했던 이유는 어깨에 있어야 할 총이었다. 순간 이태수 이병이 당황했다.

“분명 여기다가 세워뒀는데……. 미치겠네.”

이태수 이병은 곧바로 자신의 총을 찾기 시작했다.

“화장실 안에다가 넣어 뒀나?”

곧바로 방금 사용했던 화장실 문을 열어봤다. 역시 총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화장실 문도 열어서 일일이 확인을 했다. 그러나 총은 보이지 않았다.

“아, 미치겠네. 어쩌지? 나 어떡하면 좋냐고.”

이태수 이병의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변했다. 그러고 있는데 저만치서 누군가 후다닥 뛰어왔다.

“야, 이태수!”

“이병 이태수.”

“이 자식이 미쳤나. 똥 싸러 간 녀석이 20분이 넘도록 안 오면 어떻게 해! 난 똥통에 빠진 줄 알았잖아.”

“죄, 죄송합니다.”

“똥은 다 쌌어?”

“네.”

“그럼 뭐해, 자식아. 빨리 와.”

“……김 일병님.”

“왜?”

김 일병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이태수 이병은 우물쭈물거리며 입을 뗐다.

“초, 총이 없어졌습니다.”

“뭐? 총이 없어져? 미친……. 장난하지 말고.”

김 일병은 솔직히 믿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총을 잃어버린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자, 장난 아닙니다. 정말 총이 없어졌습니다.”

김 일병은 완전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진짜? 정말 총이 없어졌어?”

“네에…….”

이태수 이병이 목소리를 낮췄다. 김 일병은 그래도 믿지 못하겠는지 이태수 이병의 몸을 살폈다.

“너 죽는다. 장난치지 말고 총 꺼내라.”

“지, 진짜 없어졌습니다.”

“야, 새끼야! 총에 발이 달렸냐, 지 멋대로 사라지게?”

“그, 그게…….”

이태수 이병도 영문을 몰랐다. 분명 총을 화장실 앞에다가 세워뒀던 것은 기억했다. 그런데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하아…….”

김 일병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와, 뭐 이런 미친 새끼가 와서는……. 뭐? 총을 잃어버려?”

이태수 이병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김 일병이 그런 이태수 이병을 보며 소리쳤다.

“야, 새끼야. 뭐 해? 빨리 총 안 찾아?”

“네? 네, 알겠습니다.”

김 일병과 이태수 이병은 6사로의 야외 화장실을 샅샅이 뒤졌다.

그 모습을 저 멀리서 지켜보던 장기준 사단장이 피식 웃었다. 그 옆으로 나종덕 중령이 다가왔다.

“비서실장.”

“네.”

“총은?”

“일단 잘 숨겨뒀습니다.”

“알았네. 내가 신호를 하면 가져오도록.”

“네.”

장기준 사단장이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어험…….”

헛기침 소리에 김 일병과 이태수 이병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반짝 빛이 나는 별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김 일병이 완전 놀라며 바로 차렷 자세를 취했다.

“추, 추우우우웅성!”

화장실이 떠나갈 듯 경례를 했다. 장기준 사단장이 깜짝 놀랐다.

“어어어, 그래. 뭐 하고 있지?”

“그, 그게…….”

김 일병이 엄청 당황했다. 이태수 이병은 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장기준 사단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다가가 다시 물었다.

“훈련 중 아니었나? 그런데 왜 화장실에서 이러고 있지?”

“지, 지금 훈련하러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

장기준 사단장이 벌벌 떨고 있는 이태수 이병을 보며 물었다.

“이등병 넌 이름이 뭔가?”

“이병 이태수!”

“그래 이태수. 넌 이 부대 전입 온 지 얼마나 되었지?”

“이, 일주일 되었습니다.”

“일주일? 이야, 한참 정신없겠네.”

“아, 아닙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저기서 보니까, 뭔가를 찾는 것 같은데…….”

장기준 사단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대답은 ‘저희가 총기를 잃어버렸습니다’라는 것이었다. 그 솔직함에 장기준 사단장이 총을 건네며 충고를 주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 일병과 이태수 이병은 달랐다.

‘아, 안 돼! 총 잃어버렸다는 것을 들키는 순간 내 인생 쫑나는 거야.’

이태수 이병의 머릿속에도 마찬가지였다.

‘숨겨야 해. 사단장님께 들키면 난 평생 영창행이야.’

두 사람이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장기준 사단장은 미리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해 뒀다.

-총을 항상 몸에 휴대하라.

-밥 먹는 것은 잊어버려도, 총은 잃어버리면 안 된다.

-총은 그만큼 중요한 자산이다.

솔직히 장기준 사단장이 총을 가져간 이유도 그만큼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솔직함을 원했던 것인데…….

“아,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래, 총은…… 뭐? 아무 일도 아니야?”

“네. 그렇습니다.”

장기준 사단장의 얼굴에 순간 실망감이 어렸다.

‘이런, 솔직함을 원했는데…….’

장기준 사단장이 옆에 있던 나종덕 중령을 봤다. 나종덕 중령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종덕 중령 역시 이들이 솔직하게 말하길 바랐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장기준 사단장이 다시 물었다. 김 일병이 힘차게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김 일병과 이태수 이병은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장기준 사단장의 표정이 잔뜩 굳어 버렸다. 이태수 이병을 보며 다시 물었다.

“이태수 이병!”

“이병 이태수.”

“자네가 말해봐. 진짜 아무 일도 아니야?”

장기준 사단장은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요령이었다. 이태수 이병이 슬쩍 옆에 있는 김 일병을 바라봤다. 김 일병은 눈을 부릅뜬 채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잘 말해라. 우리 둘 다 인생 하직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이태수 이병이 곧바로 그 느낌을 알고 소리쳤다.

“저,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김 일병님은 제가 화장실 갔다가 늦게 와서 데리러 온 것뿐입니다.”

“정말 그게 단가?”

“네, 그렇습니다.”

장기준 사단장은 어이가 없었다. 잠깐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알았다. 어서 가 봐라.”

“네. 알겠습니다. 추우우우우성!”

김 일병이 힘차게 경례를 하고는 이태수 이병을 데리고 뛰어갔다. 그 순간 김 일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장기준 사단장은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옆으로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다가왔다.

“사단장님 이대로 보내시는 겁니까?”

“그럼 저 녀석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잖아. 그런데 내가 ‘짜잔 내가 총을 숨겼지’ 이럴까?”

“그, 그래도 이러면 일이 커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종덕 중령은 갑자기 앞날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장기준 사단장이 잠깐 생각을 하다가 입을 뗐다.

“일단 지켜보지. 저놈들이 일을 키운 거잖아.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두고 보자고.”

장기준 사단장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5중대 2소대장이 나타난 두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야, 새끼들아! 왜 이렇게 늦게 와!”

“죄, 죄송합니다.”

김 일병이 난처한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2소대장은 뒤따라온 이태수 이병이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뭐야? 뭔가 허전한데……. 야, 이태수.”

“이, 이병 이태수.”

“너 총 어딨어?”

“…….”

이태수 이병이 입을 다물었다. 2소대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야, 새끼야. 총 어디 뒀냐고!”

2소대장이 버럭 소리쳤다. 이태수 이병은 움찔하며 입을 뗐다.

“이, 잃어버렸습니다.”

“이, 잃어버려? 지금 장난하나. 화장실에 두고 온 거 아냐? 빨리 가져와.”

“그, 그게…….”

이태수 이병은 많이 당황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미친……. 안 뛰어? 어서 안 뛰어가?”

“그, 그게…….”

“새끼야. 장난하지 말랬지. 그게, 그게, 그 말밖에 할 줄 몰라? 빨리 뛰어가서 총 가져와!”

2소대장의 얼굴일 붉게 변했다. 김 일병이 2소대장에게 말했다.

“소대장님.”

“뭐, 새끼야.”

2소대장은 이미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눈을 부릅뜬 채 김 일병을 응시했다.

“지, 진짜 총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뭐? 진짜라고?”

“네, 그렇습니다.”

“이런 미친 새끼들……. 그게 말이 돼! 총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2소대장이 호통에 두 사람은 움찔했다.

“소대장이 장난치지 말랬다. 다시 화장실에 가서 제대로 찾아봐. 총 못 찾으면 영창으로 끝나지 않아.”

2소대장의 으름장에 김 일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그런데 화장실에서 사단장님을 만났습니다.”

“뭐? 사단장님을?”

순간 2소대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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