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94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13)
“알겠습니다. 그 가격에 하시죠.”
오상진이 바로 승낙을 했다. 한소희는 생각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정말요?”
“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적정 가격이에요.”
“벌써 알아본 거예요?”
한소희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에이, 그럼 괜히 내가 생각을 했네.”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 다시 한번 한 사장을 봤다.
“그 가격으로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사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럼 그 신문사는 어떻게 합니까?”
“신문사에서 괜찮다고 하시면 계속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계약도 그대로 유지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저기, 혹시라도 임대료를 재조정하자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 부분은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한 사장이 수첩에 뭔가를 적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제가 어디 실망시켜 드린 적 있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래서 제가 한 사장님을 믿지 않습니까.”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오상진의 두 번째 건물 작업이 시작되었다.
-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이 밝았다. 충성대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활기찬 아침을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반갑습니다.”
행정반에는 각 소대장들과 부 소대장들의 인사로 시작했다. 각 소대원들도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상진은 다이어리를 들고 1소대로 들어갔다.
“주말 잘 보냈다.”
김우진 병장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성!”
“그래. 다들 주말 잘 보냈어?”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이 소대원들을 찬찬히 훑었다. 눈빛들이 아주 좋았다.
“환자는 없지?”
“네. 없습니다.”
“특이 사항은?”
“그것도 없습니다.”
“좋아, 그럼 이번 주는 시가전 전투 훈련 있는 거 알지?”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의 시선이 강태산 이병에게 향했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괜찮아?”
“괜찮습니다.”
“자식, 목소리에 힘 있고 좋네. 시가전 전투가 무슨 뜻인지는 알아?”
“그, 그게…….”
강태산 이병이 순간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최강철 일병이 곧장 말했다.
“내가 알려줬잖아.”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시가전 전투란…….”
강태산 이병이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최강철 일병도 많이 당황했다. 김우진 병장의 표정 좋지 않았다.
“괜찮아. 처음인데 모를 수 있지. 그래도 시가전 전투 정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숙지를 해야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래! 우진이가 잘 챙겨주고.”
“네.”
“그럼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소대장도 정리한 후에 훈련장으로 나갈 테니까. 그때까지 훈련 숙지시켜 놓고.”
“네. 소대장님.”
김우진 병장이 힘차게 대답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럼 수고들 하고.”
오상진이 나갔다. 순간 1소대 내무실에 적막감이 흘렀다. 김우진 병장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최강철 일병을 불렀다.
“야, 최강철.”
“일병 최강철.”
“너 신병 제대로 가르친 거 맞아? 주말에 숙지 안 시켰어?”
“시, 시켰습니다.”
“그런데 왜 저래? 왜 대답을 못 해!”
“…….”
최강철 일병이 답을 하지 못했다.
“네가 그러고도 선임 맞아?! 이제 일병 달았다고 나 몰라라 이거냐?”
“아닙니다.”
“그럼 저 신병 새끼가 멍청한 거네. 네가 알려줘도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말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몰라? 시발! 왜 말을 못 하냐고.”
“…….”
최강철 일병이 아무 말도 못 했다. 우물쭈물하던 강태산 이병이 손을 들었다.
“이병 강태산. 최강철 일병님은 잘못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숙지를…….”
순간 옆에 있던 노현래 일병이 바로 강태산 이병을 말렸다.
“야, 조용해.”
“네?”
강태산 이병은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랐다. 시선을 돌려 최강철 일병을 봤다. 최강철 일병 역시 ‘입 다물어’라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김우진 병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시발, 내무실 잘 돌아간다. 이제 갓 전입 온 신병 새끼가 고참이 말하는데 끼어들고 지랄이네. 진짜 잘 돌아간다.”
“…….”
소대 내무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김우진 병장이 소대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새끼들아, 뭐 해! 연병장으로 안 튀어 나가?”
그 소리와 함께 소대원들이 후다닥 뛰어나갔다. 최강철 일병이 재빨리 일어나 강태산 이병에게 갔다.
“빨리 총기 챙겨서 연병장으로 나가.”
“네, 네.”
강태산 이병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최강철 일병을 따라 나갔다. 김우진 병장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거참 답답하네.”
그리고 거치대에 남아 있는 자신의 총기를 챙겨서 내무실을 빠져나갔다.
-
오전 일과를 마치고 1소대는 내무실로 복귀를 했다.
“와, 힘들다.”
김우진 병장이 방탄 핼멧과 장구류를 벗었다. 조영일 일병이 총기 거치대 열쇠를 가져왔다. 총기 거치대에 총이 하나씩 진열되었다.
그사이 최강철 일병이 슬쩍 강태산 이병에게 말했다.
“너 잠깐 따라나와.”
아주 조용히 말했다. 강태산 이병이 곧바로 말하려다가 최강철 일병의 으름장에 입을 닫았다.
“조용히 하고. 따라 나와.”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일병은 슬쩍 고참들 눈치를 살피며 강태산 이병과 함께 내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김우진 병장과 차우식 병장이 힐끔 봤다. 차우식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따로 챙기나 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잘하겠죠.”
차우식 병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신경을 끊었다.
최강철 일병과 강태산 이병이 휴게실로 내려왔다. 타 중대 몇몇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최강철 일병이 슬쩍 눈치를 살피다가 물었다.
“너 담배 피우냐?”
“네.”
“자!”
주머니에서 말보르니를 꺼내 한 개비 건네줬다. 말보르니를 본 강태산 이병의 눈이 커졌다.
“헉! 말보르니! 여기에도 말보르니가 있습니까?”
“잔소리 말고. 그냥 피워.”
“아, 네에.”
최강철 일병이 담뱃불을 지펴 주었다. 강태산 이병은 감격한 눈길로 말보르니를 쭉 빨았다.
“후우, 역시 이 맛입니다.”
강태산 이병은 매우 만족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 강태산 이병을 바라보던 최강철 일병이 한마디 했다.
“백일 휴가 얼마나 남았냐?”
“저 아직 한참입니다.”
“어디 보자, 대략 한 달 반 정도 남았지?”
“네. 저 백일 휴가 나가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클럽이든 어디든 막 놀고 다닐 겁니다. 이미 계획도 다 세워놨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눈을 반짝이며 백일 휴가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 모습을 보며 최강철 일병이 피식 웃었다.
“하긴 나도 너 때는 그랬지.”
최강철 일병이 피식 웃었다. 최강철 일병도 저번 달까지 이등병이었는데, 이제 일병 달았다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와. 최 일병님은 백일 휴가 어땠습니까?”
“좋았지.”
“와, 부럽습니다.”
“부럽긴 너도 곧 갈 거면서.”
“네.”
강태산 이병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담배 한 모금을 다시 마신 후 입을 뗐다.
“그런데 오전에는 죄송했습니다. 최 일병님께서 가르쳐 주셨는데 바로 잊어먹었습니다. 원래 제 머리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닌데, 갑자기 머릿속이 백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최강철 일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는 다 그래. 이해한다. 하지만 두 번 연속은 곤란해. 담에 누군가 물어봤을 때 즉각 대답할 수 있어야 해.”
“네. 알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시가전 전투가 뭡니까?”
최강철 일병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시가전 전투란…….”
최강철 일병이 다시 한번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오전에 훈련한 시가전 전투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잘 들어. 만약에 말이야 우리나라에 전쟁이 터졌어. 그럼 중요 시설이 있을 것이 아니야.”
“네.”
“그 중요 시설의 보호를 주로 맡는 거지. 그 외 인질 구출 작전에도 투입이 되고.”
“아.”
강태산 이병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오전에 해봤는데 어때? 이해는 좀 됐어?”
“아뇨. 아직까지 얼떨떨합니다.”
“처음에는 그래. 아니지, 이등병 때는 더 그렇지.”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말입니다,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 멍청하지 않는데…….”
강태산 이병은 계속해서 자책을 하고 있었다. 최강철 일병이 위로를 해줬다.
“괜찮아. 원래 이등병은 아무것도 몰라. 지금은 부대 적응에 힘쓰는 거야. 정 안 되면, 내가 하는 것만 보고 따라 해.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런 식으로 차근차근 익숙해지는 거야.”
최강철 일병이 선임으로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또 질문.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봐.”
“사격은 합니까?”
“당연히 하지. 조만간 사격훈련이 있을 거야. 그때 넌 영점 맞추고 바로 실사격하러 갈 거야.”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그럼 여기 시가전 전투에서는 안 합니까?”
“야. 시가전 전투에서 실사격하면 진짜 죽으라고?”
최강철 일병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네?”
“너 영화 많이 보고 왔구나. 진짜 총알이 날아다니고 막 그러게?”
“아, 아닙니다.”
“실사격은 사격장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착실히 대답을 했다. 최강철 일병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TV에서는 몸에 막 이상한 거 달고 쏘고 그러던데 말입니다.”
“아, 마일즈 장비를 말하는 거야?”
“마일즈 장비라고 합니까?”
“그래. 그것도 있어. 그런데 훈련할 때는 착용을 잘 안 해. 대신 가끔 착용하고 훈련할 때도 있어. 심사를 받을 때나 그럴 때.”
“아. 그렇습니까?”
“그래.”
“감사합니다. 최 일병님. 저는 최 일병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알아주니 고맙다. 아, 그리고 너 총기는 항상 휴대하고 다녀야 한다. 절대 다른 곳에 두고 그러면 안 돼. 화장실 갈 때도 휴대해야 해.”
“똥 쌀 때도 말입니까?”
“당연하지! 총기는 항상 몸에서 떨어지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총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난리가 나지. 그 총 찾을 때까지 우리 잠도 못 자! 게다가 총 잃어버린 당사자는 영창은 기본이야.”
“영창 말입니까?”
“그래.”
“그 영창이라는 것이 감옥 아닙니까. 그렇죠?”
“맞아! 군대 감옥.”
최강철 일병의 말에 강태산 이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그냥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잊어버리지 말라고.”
“절대 안 잊어버립니다. 절대!”
“그래! 꼭 명심하고……. 담배 다 피웠지?”
“네.”
“그럼 올라가자.”
“네, 최 일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