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92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11)
“네.”
강태산 이병이 곧바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최강철 일병이 자신의 공중전화 카드를 밀어 넣었다.
“이걸로 전화해.”
“가, 감사합니다.”
최강철 일병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슬쩍 다른 공중전화를 봤다.
“나도 이따가 지현이에게 전화라도 할까?”
최강철 일병은 최지현과 편하게 말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히죽 웃었다.
“갑자기 지현이가 보고 싶네.”
그러는 사이 강태산 이병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버지 저예요.”
-누구? 태산이냐?
“네. 아버지.”
-전화는 어떻게 하는 거야? 자대 배치받은 거야?
“네.”
-그런데 전화를 해?
“고참 허락받고 연락드리는 거예요.”
-그렇구나. 몸은 괜찮고?
“괜찮아요. 그보다 최강철 형님, 아니, 일병님이 제 사수입니다.”
-오오, 그래? 잘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강철이하고 친하게 지내. 최강철이가 차남이긴 하지만 선진그룹이 좀 크냐. 최강호 본부장 혼자 다 가질 수는 없어. 어차피 둘이 나눠 먹게 되어 있어.
“누나가 있지 않습니까.”
-있어도, 어디 남자와 같아. 아무튼, 나중에 도움받으려면 인맥을 잘 쌓아야 해. 넌 지금이 기회라는 거지. 아버지 말 잘 알아들었어?
“네, 아버지. 걱정 마세요.”
-그래. 그래야 내 아들이지. 하하핫!
“그건 그렇고 아버지. 제가 중요한 소식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소식?
“저희 소대, 소대장님이 계십니다. 오상진 중위라고 있어요.”
-뭐? 소대장? 소대장이 왜?
“아무튼 우리 소대장님이 최익현 의원님하고 따로 술을 먹는 사이라고 해요.”
-뭐? 정말이야?
그렇게 의도치 않게 이야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 *
오상진과 소대장들, 김철환 1중대장은 오랜만에 함께 부대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메뉴는 소불고기였다.
“어후, 잘 먹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든든한 배를 감싸며 가게를 나왔다. 부대로 복귀하던 중 김철환 1중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을 봤다.
“2소대장 어때? 이렇게 낮에 회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김철환 1중대장은 이미선 2소대장을 배려해서 한 행동이었다. 어쨌든 저녁에 술 마시고 그러면 불편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미선 2소대장은 반대였다.
“중대장님 저는 낮에 하는 것도 좋지만, 저녁에 술 한 잔 찐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어, 어, 그래? 안 불편하겠어?”
김철환 1중대장이 살짝 당황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당당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 같은 전우이지 않습니까.”
“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은 아무래도 오상진이 제일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선 2소대장이 무슨 짓을 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어이구 2소대장 보통이 아니네. 상진이 괜찮으려나?’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봤다. 그런데 오상진은 누구랑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라? 저 자식 봐라.’
* * *
한편, 오상진은 밥을 먹고 나오던 중 부동산 한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 사장님. 잘 지내시죠.
“네.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이에요.
“무슨…….”
-혹시 말입니다. 다른 건물을 추가로 매입할 의사가 있는지 여쭤보려고요.
“건물이요? 건물은 추가로 매입할 의사는 있어요. 그런데 괜찮은 매물이 나왔나요?”
-저희 동네는 아닌데요. 옆 동네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거기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경매에 넘어가기 직전인데 주인이 경매까지는 바라지 않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급매로 빠르게 처리했으면 하더라고요.
“혹시 문제 있는 건 아니죠.”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문제 있는 거라면 사장님께 알리지도 않죠. 부동산에서 따로 진행한다는 소스를 듣고, 제가 확인을 해 봤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사장님께 알려 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건물이 급매로 나왔어요?”
-아, 건물주가 세금폭탄을 맞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건물 하나를 정리해야 할 판이더라고요.
“그래요? 상태는 어때요?”
-지하 2층에 지상 5층 건물인데요. 위치는 홍대 근처입니다. 지하 2층은 주차장인데 잘 만들어 놨습니다. 만든 지는 3년밖에 안 되었습니다.
“홍대 근처에요?”
-완전히 홍대 쪽은 아닙니다. 좀 벗어난 곳이긴 합니다.
“아, 그래요?”
-어떻게 생각이 있으시면 보시겠어요?
“한 번 봤으면 좋겠는데요. 꼭 제가 봐야 하는 건 아니죠?”
-네, 물론이죠. 사모님이 오셔도 좋고, 관리하시는 이모부님이 오셔도 좋고요.
“어? 저희 이모부를 하세요?”
-아휴, 제가 거기 가게 다 세 들여드렸는데 당연히 이모부도 알아야죠.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이런 한 사장이 언제나 맘에 들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네. 그럼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상진아 무슨 일이야?
“이모부, 제가 주소 하나 보내드릴 테니까요. 건물 한 번 봐 주십시오.”
-건물? 무슨 건물?
“지난번에 이모부께서 말씀하셨잖아요. 건물 몇 개 더 추가로 매입하라고.”
-그냥 해본 말인데……. 진짜 건물 매입하게?
“예, 여유 자금도 있고 해서요. 놀리면 뭐합니까.”
-야, 도대체 너 주식이 얼마나 잘 된 거냐?
“이모부 그걸 알면 다치십니다.”
오상진이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나 이모부는 그대로 믿는 눈치였다.
-어, 그래. 내가 모르는 척하고 있을게. 그보다 내가 가서 뭐하면 되는 거니?
“그냥 가서 보시고 괜찮은지 한 번 의견을 내주세요.”
오상진은 대략적으로 한 사장에게 들은 내용을 알려 주었다. 이모부 역시 펜션사업으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무엇을 떼야 할지도 알고 있고 말이다.
-알았다. 그건 이모부가 알아서 하마.
이모부는 등기부 등본부터 시작해서 한 사장이랑 다른 부동산이랑 손을 잡았는지도 아니면 가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수고 좀 부탁드립니다.”
-그래. 너도 수고하고. 이번 주말까지 어떻게든 알아봐 줄게.
“네. 이모부.”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에게 말했다.
“이제 통화가 끝났냐?”
“아, 죄송합니다. 저 찾으셨습니까?”
“아니다. 됐다, 빨리 부대 복귀하자.”
“아, 네에…….”
오상진이 무슨 일이 있나, 주위 소대장들을 봤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금요일 오후에 이모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이모부.”
-지금 통화 가능하냐?
“가능해요. 말씀하세요.”
-내일 집에 올 수 있냐?
“내일요? 글쎄요.”
-왜? 데이트 있냐?
“뭐, 데이트도 해야 하고 너무 자주 집에 가면 애들도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어이구, 핑계는……. 하긴 한 창 좋을 때지.
“부탁드리는 건 알아보셨어요?”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 건물 괜찮더라. 실 가격은 대략 60억 정도 하는데…….
“60억이요? 좀 세네요.”
-그게 급매로 파는 거라, 잘하면 40억 초반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 그렇게까지 후려칠 수 있어요?”
-어! 사실 거기에 공실이 많아.
“아니 왜요? 지은 지 3년이나 되었다면서요.”
-그게 말이야.
이모부가 설명을 했다. 원래 본 주인이 돈이 많았다.
그렇다고 낮은 가격에 세를 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감수하며 제대로 된 가격에 세를 줄 작정이었다.
그래서 여태껏 공실이 많은 이유였다. 그런데 막상 건물을 팔려고 하는데 공실이 많다 보니 잘 팔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가게 세를 놓는다는 것이 힘들었다. 하물며 이 건물이 휘청한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져 있었다. 그런데 누가 건물을 매입하려고 하겠는가. 그나마 지역 신문사 하나만 들어가 있었다.
-…… 5층에 지역신문사 하나 빼고는 다 공실이야.
“그렇구나.”
오상진이 모든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거기 신문사는 계속 있겠데요?”
-신문사는 뭐 나가도 상관없고, 있으면 더 좋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던데.
“아, 그래요. 그건 일단 두고……. 이모부 생각에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거죠?”
-어. 지금 한울빌딩보다 괜찮은 것 같아. 홍대랑도 가까운 것 같고. 건물이 바로 도로변 옆이라 잘만 꾸미면 충분히 될 것 같은데. 난 말이야, 두 개의 건물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한울빌딩 말고, 여길 하고 싶다.
“에이, 이모부 저 돈 많아요.”
-나도 그냥 해본 소리야.
“알겠습니다. 일단 생각 좀 해볼게요.”
-그래, 알았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사실 이모부의 말은 직접 눈으로 확인도 해보고, 건물주도 만나 의견을 타진해 본 모양이었다. 그런 와중에 주변 상권이나 지리, 그런 것을 고려해 볼 때 정말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참 이모부도 한 것 기분이 들떠서는…….”
사실 이모부는 초장기 제주도 펜션이 잘 되었다. 다만 그놈의 욕심이 문제였다.
무리한 확장에 의해서 스스로 감당을 못했기에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사업 수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모부가 그 정도로 말하는 것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오상진이 턱을 매만지며 고민을 했다.
“일단은 주말에 소희 씨랑 한 번 보러 가 봐야겠다.”
오상진은 일단 결심을 한 후 휴대폰을 꺼냈다. 행정반을 나서며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링, 띠링.
-어머나? 상진 씨, 안 그래도 내가 방금 전화하려고 했는데. 우리 텔레파시 통했나 봐요.
수화기 너머 밝은 목소리의 한소희였다. 오상진의 입가에 대번에 미소가 걸렸다.
“그러게요. 확실히 우린 텔레파시가 통해요.”
-역시, 그렇죠?
“네. 저기 소희 씨.”
-네?
“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에 부동산 한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왜요?
“좋은 건물 하나가 나왔다고 매입할 의향이 없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건물요? 어? 그거라면 우리 경자 이모에게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아, 이 건물이 경매로 나왔다면 당연히 경자 이모를 불렀죠. 그런데 경매로 나오기 직전이라서 이모부께 부탁을 했어요.”
-아, 이모부님. 뭐라고 하세요?
“이모부가 보고 오더니 상당히 좋다고 말씀을 하더라고요.”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 내일 같이…….”
그런데 한소희가 다 듣기도 전에 대답했다.
-좋아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소희 씨, 내가 뭐라고 할 줄 알고 바로 좋다고 그래요?”
-상진 씨랑 하는 것은 다 좋죠. 우리 그거 알아요? 거의 2주 만에 얼굴 보는 거?
“그렇죠.”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 안 할래요. 일단 상진 씨 얼굴 보는 게 더 중요해요. 상진 씨는 안 그래요?
“네, 뭐. 저도 똑같죠!”
-어머나? 목소리가 왜 그래요?
“제 목소리가 어땠어요?”
-방금 뭔가…… 으음.
“아니에요. 너무 기뻐서 그래요. 소희 씨 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고 그럽니다.”
-진짜죠?
“전 거짓말 자체를 모르고 태어났습니다.”
-알았어요. 믿어 줄게요.
“아무튼 우리 내일 건물 봐도 괜찮을까요? 진짜 모처럼 보는 얼굴인데…….”
오상진은 솔직히 미안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좋았다.